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66)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66화. 정보 수집(166/214)
166화. 정보 수집
2024.04.14.
“그래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단다. 일단 걱정 말고 다들 자거라.”
“네.”
로제테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방으로 돌아가 조슈아의 연락을 기다렸다. 혹시나 안 오는 건가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열어 둔 창문 사이로 실버가 들어왔다.
“실버!”
[컹!]로제테는 실버를 부둥켜안고 반가워하다가,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목걸이를 향해 물었다.
“조슈아, 듣고 있어요?”
<이제야 내가 생각난 건가?>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리 봐도 나보다 실버를 더 반기는 것 같은데.>
“실버도 반갑고, 조슈아도 반갑고!”
대화를 듣던 실버가 신이 나서 꼬리를 흔들었다.
[아우우!]조슈아와 삐삐는 실버가 ‘역시 로제테는 나를 더 좋아해!’라고 말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굳이 로제테에게 말해 주지는 않았다.
로제테는 목걸이 너머에서 혼자 있을 조슈아의 표정이 상상되지 않아서 전전긍긍했다. 반면, 조슈아는 당황하고 있을 로제테의 표정을 정확히 상상하고는 픽 웃었다.
<농담이야.>
“네?”
<조금 샘이 나서 그랬어.>
“그…….”
<장난친 거니까 정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로제테는 여전히 그 말의 진위 여부를 알 수 없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실버를 바라보자, 실버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위아래로 세게 끄덕였다.
그제야 한숨을 작게 내쉰 로제테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나저나 오늘 아빠께서 급하게 황궁으로 귀족 회의를 다녀오셨어요. 조슈아도 갔나요?”
<……그래. 스승님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어?>
“대충은요. 북부에 다시 마물이 범람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맞아. 지난번 한번 토벌해서 기세가 한풀 꺾였는데 다시 난리라더군.>
“대체 왜 그럴까요?”
로제테가 실버가 조슈아라도 되는 양, 늑대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조슈아와 다니엘 오빠가 토벌을 나갔을 때 마물에 대해 조금 조사했어요. 그동안은 마물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몇십 년 전에는 꽤 자주 출몰했다고 했죠. 그런데 보통 민가까지 내려오는 건 겨울이었다고 해요.”
<맞아, 그랬다고 들었어.>
“하지만 지금은 여름이잖아요. 보통 여름엔 마물이 몸을 사린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갑자기 들끓게 된 이유가 뭘까요?”
<그에 대해선 황실에서 조사하고 있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렇지만…….”
로제테가 시무룩해하자, 실버가 위로하듯 그녀의 뺨을 핥았다. 살짝 소리 내어 웃은 로제테가 다시 얼굴을 굳혔다.
“저도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다니엘 오빠도, 조슈아도 직접 토벌을 나가기까지 했는데 저만 이렇게 수도에서 안전하게 있다고 생각하니까 한심해서.”
<그게 왜 한심하지?>
조슈아가 정말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투로 물었다.
<너는 이곳에서 네 나름대로 할 일을 다 했잖아. 덕분에 어마마마도 구했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잖아요. 달라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면에선 본질적으로 똑같아.>
“그래도…….”
로제테가 입술을 달싹이다가 자신이 아까부터 고민하던 것을 털어놓았다.
“이러다가 조슈아도, 다니엘도 다시 토벌을 가게 되면 어떡하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사실 조슈아와 다니엘 오빠가 토벌이 끝나기 전에 급하게 돌아왔을 때, 조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더 이상 조마조마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또다시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로즈, 내 말 잘 들어.>
조슈아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네 말처럼 나와 다니엘이 다시 북부로 갈 수도 있어. 어쩌면 이번엔 스승님이나 이자벨 아드리안도 갈지도 몰라.>
“그런……!”
<하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 나를 비롯하여 다들 무사히 돌아올 테니까. 우리 실력 알잖아.>
“알아요. 다들 능력자라는 거요. 하지만 위험하잖아요.”
<괜찮대도.>
“하지만!”
로제테가 실버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결연하게 말했다.
“만약 아빠도, 이자벨 언니도 토벌에 나가게 된다면 저도 갈래요.”
<……뭐?>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제 마법 실력 하나만큼은 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나요. 아니, 솔직히 제가 제일 강할걸요. 지금은 쓰고 있지 않지만, 원래 제 주특기는 공격 마법이니까요.”
<…….>
“마물은 한 번도 상대해 본 적 없지만, 할 수 있어요. 차라리 제가 가서…….”
<그건 안 돼.>
조슈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십여 년 전, 로제테에게 아드리안을 떠나라고 말했을 때만큼이나 딱딱하고 엄한 목소리였다. 한동안은 듣지 못한 목소리이기도 했다.
조슈아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이 상상됐다. 로제테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왜 안 된다는 거죠?”
<너는 이곳에 남아서 수도를 지켜. 어마마마도 지켜 주고.>
“그것보다는 차라리 북부에서 마물을 토벌하는 게 나아요.”
<내가 널 보낼 수 없어.>
조슈아가 괴롭다는 듯이 속삭였다.
<그래, 네 말처럼 네가 같이 가면 토벌이 수월할지도 몰라.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제국을 위해선 그렇게 해야 하는 게 옳다는 것도 알아. 그렇지만 로즈.>
진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네가 조금이라도 위험한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네가 내 눈앞에서 상처라도 입는다면 나는…….>
“…….”
<마물이 네 쪽으로 가기만 해도 이성을 잃고 날뛸지도 몰라. 지위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이지. 그러니 날 위해서라도 수도에 있어 주지 않겠어?>
조슈아의 마음이 십분 이해됐다. 그는 어쩌면, 지금 로제테가 느끼고 있는 것을 그대로 느끼고 있을 터였다.
로제테 또한 자신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으니까.
<네가 잠든 사이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너는 절대 모를 거야. 사는 게 죽는 것보다 힘들다는 고통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는데 이번에 다시 느꼈지. 앞으로는 절대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
그래도 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자신 또한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없다고. 그렇기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시간을 돌린 거라고.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당신도 가지 말라고. 고귀한 황자로서, 제발 안전한 곳에서 몸을 사리고 있으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애매한 답을 남겼다.
“그건 좀 더 고민해 볼게요. 아직 토벌대를 다시 꾸리는 것도, 조슈아나 다니엘 오빠가 토벌을 나서는 것도 결정된 게 아니니까요.”
<그래.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다가 다시 얘기하도록 해.>
“그전에 마물에 대해서 조금 더 조사하고 싶어요. 혹시 황궁에 있는 자료를 봐도 될까요?”
<당연히 가능하지. 사서에게 미리 일러 두겠다. 아니, 내가 직접 안내해 주도록 하지.>
“고마워요.”
로제테는 실버를 더욱 꽉 끌어안으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렇게 한참을 있어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밤이었다.
* * *
다음 날, 로제테는 루카스와 함께 황궁으로 향했다. 원래는 혼자 입궁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계획을 들은 루카스가 자기도 가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나도 아드리안으로서 이번 일에 대해 조금 더 조사해 보려고.’ 라는 게 그의 이유였지만, 삐삐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삐이.]너랑 실버 주인을 감시하러 가는 게 분명해.
로제테의 어깨 위에 앉은 삐삐가 루카스를 보며 대놓고 중얼거렸다. 루카스가 삐삐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루카스가 눈치 빠르게도 삐삐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뭐야, 삐약이? 너 왜 그렇게 쳐다봐? 너 내 욕했지?”
[삣?]“왜 놀라? 진짜 욕한 거 맞구나?”
[삐잇!]삐삐가 아니라고 잡아뗐지만 루카스는 믿지 않았다. 그는 삐삐를 더욱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삐약이 너, 전부터 자꾸 내가 못 알아듣는다고 내 앞에서 쫑알거리는데, 나도 눈치란 게 있거든?”
[삣! 삐잇!]“그런 게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나도 이제 네 말 다 알아들을 수 있어.”
[삑!]루카스와 삐삐의 실없는 대화가 계속되는 사이, 어느새 황궁으로 들어선 마차가 멈춰 섰다.
밖에서 시종이 문을 열자,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슈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로제테를 보며 웃었다가, 루카스를 발견하고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루카스도 왔군.”
“네. 그렇게 됐습니다, 전하.”
루카스가 튀어 나가듯 마차에서 내리더니 로제테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오빠 손 잡고 내려, 꼬맹아.”
로제테는 손을 반쯤 올리고 있는 조슈아를 흘끔 보았다가, 루카스의 에스코트를 받고 마차에서 내려왔다.
조슈아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너는 무슨 일로 입궁했지?”
“꼬맹이와 함께 자료 조사하러 왔습니다.”
“자료?”
“네. 안 그래도 저도 마물에 대해 조사를 하려던 참에 꼬맹이가 황궁에서 자료를 찾아본다고 해서요.”
[컹!]조슈아의 뒤에서 꼬리를 힘껏 흔들고 있던 실버가 루카스를 향해 짖었다.
‘그게 아니라 루카스와 로제테를 방해하러 온 거겠지!’라고 말하며.
이번에도 대충 그 말을 알아들은 루카스가 실버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네 녀석이 몰래 꼬맹이의 방에 들락날락해서 황자 전하가 꼬맹이를 낚아챈 거잖아, 라는 원망을 담은 눈빛이었다.
그 눈빛이 얼마나 살벌했는지, 아니면 지레 찔리는 게 있는 것인지, 좀처럼 겁을 내는 일이 없는 실버가 꼬리를 아래로 쭉 늘어뜨렸다.
만족한 듯 입꼬리를 들어 올린 루카스가 입을 열었다.
“그럼 가실까요, 전하?”
“……그러도록 하지.”
루카스는 조슈아가 로제테의 옆에 서지 못하도록,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어 로제테의 손을 잡았다.
조슈아는 루카스에게 잡힌 로제테의 손을 내려다보다가 먼저 앞장섰다.
한숨을 한 번 쉰 로제테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의 뒤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