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69)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69화. 불길한 소식(1)(169/214)
169화. 불길한 소식(1)
2024.04.17.
말 그대로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루이스는 언제 웃었냐는 듯 표정을 갈무리했으니까.
입을 꾹 다물고 진지한 얼굴을 하는 그를 보며 로제테는 조금 전 자신이 잘못 본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루이스가 그녀를 보며 웃던 모습이 뇌리에 박힌 것처럼 머릿속에 선명했다.
그의 얼굴을 상기하자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황실의 일원인 루이스가 이 사태에 대해서 저렇게 웃을 수 있는 걸까?
아무리 황태자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고 해도 조슈아는 루이스의 형제인데, 저렇게 좋아하다니?
‘하긴, 이제 와서 가족을 운운하긴 그렇지.’
그러니까 루이스는 이 기회에 자신의 손에 손을 묻히지 않고 조슈아가 마물에게 죽기를 바라고 있다는 소리였다.
실력이 미진하다는 이유로 안전한 황궁에서 원하는 소식을 전해 듣기를 원하고 있겠지.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 조슈아는 무사히 돌아올 거니까. 그리고 그동안 내가 릴리스 공작가와 2황자 전하를 무너뜨릴 방법도 찾을 거고.’
로제테는 루이스를 노려보았다. 또다시 빈틈을 찾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루이스는 토벌대가 떠날 때까지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 * *
“제국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건국제라니. 조금 그렇지 않아?”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 북부 상황이 심각하다고 온 제국민이 실의에 빠질 필요는 없잖아. 건국제까지 취소하면 사람들이 더 초조해할 테고.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잖아.”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게 아니라……. 에휴.”
테레사와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던 클라라가 턱을 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사람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기는 해야지. 북부에서 다들 힘겹게 마물과 싸우고 있는데 우리만 평화롭게 지낼 수는 없잖아.”
“사람들이 난리를 치면 그게 더 심각할걸.”
“하다못해 검술 대회나 축하 연회는 취소할 수 있잖아. 유능한 기사들은 죄다 출전했는데 검술 대회에 참가할 사람이 있겠어? 연회도 그래. 연회에 참석하는 귀족 중엔 가족이 출정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클라라. 말 좀…….”
“아, 왜…….”
투덜대던 클라라는 테레사의 시선 끝에 앉아 있는 로제테를 뒤늦게 발견하고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테레사가 클라라를 한 번 흘겨보고는 재빨리 주제를 바꿨다.
“그러고 보니 로제테, 연회에 입고 갈 드레스는 정했어?”
“…….”
정작 딴생각을 하느라 두 사람의 말은 듣고 있지 않았던 로제테에게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클라라가 로제테의 눈앞에 손을 흔들어 보인 뒤에야 그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응? 뭐라고 했어?”
클라라가 이를 드러내 보이며 씩 웃었다.
“연회에 입고 갈 드레스는 정했냐고 물었어.”
“연회? 무슨 연회?”
“황궁에서 여는 건국제 축하 연회 말이야.”
“아…….”
로제테가 애써 미소 지었다.
마물 토벌대가 북부로 향한 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그동안 마물에 관한 소문은 수도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나갔다.
불안해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황제는 건국제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드리안 공작을 비롯한 일부 귀족이 반대했지만 황제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황제의 장자인 조슈아도 토벌에 참가한 터라 ‘남은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라는 이유도 댈 수 없었다.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황제의 뜻대로 건국제와 황실 연회는 열리게 되었다.
로제테는 이게 정말 맞는 일이냐고 길길이 날뛰던 루카스를 생각하다가 답했다.
“생각 중이야. 와이드 부인이 일단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인다고 하기는 했는데…….”
말을 흐린 그녀가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 전에 연회에 참석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어.”
“고민? 왜?”
“그냥. 간다고 해도 제대로 못 즐길 것 같기도 하고.”
“하긴, 그건 나도 그래.”
클라라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마음도 싱숭생숭한데 너는 오죽하겠어. 그래도 아드리안 경은 잘 버티고 있을 거야. 황자 전하도.”
“맞아. 그러니 걱정하지 마.”
로제테를 달래던 두 친구는 서로를 보며 무언의 신호를 주고받다가 로제테의 양옆에 딱 달라붙었다.
“그나저나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다 네 얘기를 해. 어떻게 된 일이야?”
“뭐, 뭐가?”
“황자 전하 말이야!”
클라라에 비해 차분한 편인 테레사도 흥분해서 얼굴을 붉혔다.
“1황자 전하와 연인 사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는데, 진짜야?”
클라라가 짓궂은 얼굴로 거들었다.
“연인 사이로는 설명이 부족하지. 너도 듣지 않았어? 아니, 글쎄 로제테가 출정식에서 전하와…… 읍!”
로제테가 재빨리 두 손으로 클라라의 입을 막았다. 클라라를 대신하여 테레사가 장난스럽게 말을 마무리했다.
“로제테와 전하가 입맞춤을 나눴다는 소문 말이지?”
“테레사!”
로제테가 순식간에 붉어진 얼굴로 주위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그들이 앉아 있는 테라스는 다른 사람들과 분리되어 사생활이 보장된 자리였다. 점원도 물린 상태라 그들의 말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로제테의 손을 떼어 낸 클라라가 그녀를 놀려댔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데. 숨기고 싶었으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그런 짓을 하면 안 됐지.”
“그건 그렇지만…….”
조슈아의 작별 키스를 허락했을 때, 로제테는 그 행동이 불러올 모든 후폭풍을 감수하기로 했다.
정말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클라라의 말처럼 애초에 그런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테다.
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의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니 몹시 민망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참고로 가족들은 분명 소식을 전해 들었을 텐데도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루카스만이 로제테를 불태울 듯이 노려보았다가 한숨 쉬기를 반복했을 뿐이다.
‘황제 폐하께서도 달가워하셨다고 들었어.’
출정식이 있던 다음 날 아드리안 공작은 황제의 부름을 받아 입궁했다. 그는 로제테에게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말해 주지 않았다.
대신 다니엘을 대신하여 공작을 따라갔던 루카스의 말에 따르면 황제가 당장에라도 로제테와 조슈아의 약혼을 추진하려는 것을 공작이 막은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어쩜 우리에게도 얘기 안 하고 감쪽같이 속일 수 있어?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네가 제일 먼저 약혼하게 생겼어.”
“맞아. 우리에게만이라도 언질해 주지 그랬어? 네 연애사를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들으니 조금 섭섭하더라.”
클라라와 테레사는 정말 서운하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미안해. 사정이 있어서 그랬어. 아무래도 쉽게 이야기할 상대는 아니다 보니까.”
“하긴, 그건 이해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1황자 전하라니. 우리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는 해도 얘기하기는 쉽지 않긴 할 거야. 그렇지, 테레사?”
“응, 그렇긴 해. 암튼 그래서 언제부터 황자 전하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 거야?”
로제테는 두 친구에게 간략하게 조슈아와의 일을 설명해 주었다. 수도 전체가 두 사람의 사이를 알았으니 이제 감출 이유가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이 회귀했다는 사실과,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를 알고 있었다는 것은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적었다.
“아드리안이 원래 황후님이랑 사이가 좋았잖아. 그래서 황자님과 아드리안도 교류가 많았고.”
“그랬지.”
“자연스럽게 어릴 적부터 황자님을 만나다 보니 서로 호감을 느꼈어.”
“하긴, 그렇게 붙어 다녔는데 애정이 안 생기는 것도 신기하지.”
“그건 그래.”
클라라와 테레사는 짧은 설명에도 알아서 이해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거야?”
“응? 뭐가?”
“너는 아드리안이잖아. 황자 전하와 결혼해도 전혀 문제 될 것 없는 가문이고. 전하와 결혼할 거야?”
“그…….”
“클라라, 얘도 참. 그럴 생각이니까 이렇게 밝혔겠지. 어쩌면 이미 전하께서 청혼도 하신 거 아닐까? 아, 그건 아닌 것 같네.”
테레사가 아무것도 없는 로제테의 약지를 보며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찼다.
로제테는 머뭇거리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아직 잘 모르겠어.”
“왜?”
“황자님을 많이 좋아하는 건 맞지만, 아직 결혼은 먼일처럼 느껴져. 오랫동안 이벨린 왕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지도 이제 겨우 반년 정도밖에 안 됐고, 또…….”
로제테는 두 친구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 횡설수설했다. 그런데 클라라와 테레사는 이번에도 의외로 쉽게 납득했다.
“하긴, 그럴 법하지.”
“이해할 수 있어?”
“응, 당연히. 안 그래도 나도 요즘 혼담이 많이 들어오거든. 아버지가 연인이 있다든가,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말하라는데, 솔직히 아직은 좀 그래. 가족을 떠나서 내 가정을 꾸리라니.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나도 마찬가지야. 내가 안주인이 되어서 살림을 도맡아 하라고? 으, 끔찍해.”
진절머리를 친 클라라가 로제테의 손등을 토닥였다.
“그러니까 남들이 뭐라고 하든 너무 신경 쓰지 마. 우리는 네가 뭘 하든 네 편이니까. 알겠지?”
“응, 고마워.”
“힘들겠지만 연회에도 나왔으면 좋겠어. 오랜만에 방해꾼 없이 셋이서 같이 놀자.”
“맞아, 맞아! 술도 잔뜩 마시고!”
로제테는 일부러 더 신나게 말하는 두 친구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래. 고마워.”
* * *
“아가씨! 편지가 왔어요!”
로제테가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조앤이 편지 한 장을 내밀었다. 편지는 언뜻 보기에도 많이 구깃구깃해져 있었는데, 로제테는 봉투를 봉인한 인장을 보고는 반색했다.
조슈아가 보낸 편지였다.
서둘러 편지를 받은 로제테의 환한 얼굴을 보며 조앤이 따라 웃었다.
“큰 도련님께서도 주인님께 편지를 보내셨어요. 주인님께 가시면 편지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정말?”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의 집무실로 향하며 밀랍 인장을 서둘러 뜯었다. 기쁜 마음으로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그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다니엘 오빠가 다쳤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