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7화. 조셉 오서(2)(17/214)
17화. 조셉 오서(2)
2023.11.17.
과거 아드리안가의 기사단과 접점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자신이 어떻게 이 기사를 알고 있는 걸까.
잠깐 고민하던 로제테는 탄성을 내뱉었다.
“아……!”
어디서 봤는지 기억났다.
‘이 사람, 분명 댈러스가의 기사단에 있었는데…….’
로제테는 이젠 좀 가물거리는 과거를 떠올렸다.
당시 그녀는 십 대 중반이었다. 댈러스 후작의 지시를 받아 한 귀족을 협박하러 갔는데, 그때 제 호위로 따라온 기사 중 한 명과 닮았다.
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기사를 본 것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어서 얼굴이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게다가 기사의 외모는 다소 평범한 편이었고, 비슷한 사람과 헷갈렸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때 기사가 조금 더 환하게 웃었다. 자세히 보니 그의 턱에 기다란 흉터가 있었다. 그걸 보니 확실해졌다.
‘맞아. 댈러스가의 기사야. 분명해.’
그런데 댈러스가의 기사가 왜 여기 있는 것일까. 그게 의문이었다.
로제테는 기사가 아니라서 기사도를 잘 모른다. 하지만 한번 귀족가의 기사로 들어간 사람은 그 가문 외에 다른 가문을 섬기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원래 댈러스가의 사람이구나.’
지금 눈앞의 남자는 댈러스가의 첩자라는 소리다.
다니엘의 사고에 대해 생각할 때 로제테는 저택에 댈러스가에서 심어 놓은 첩자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다만, 마차에 접근하기 쉬워야 하니 마구간지기나 고용인 중에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아드리안가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지고 나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첩자를 찾아 나설 생각이었다.
그런데 첩자가 이리 알아서 굴러 들어오다니!
로제테가 기뻐해야 할지, 난감해야 할지 몰라 애매한 표정을 짓자 기사가 물었다.
“아가씨, 목이 마르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아? 으, 으응.”
로제테는 기사에게 물병을 받아 일단 목을 축였다. 기사가 다시 한번 싱긋 웃어 보이고는 동료에게 뛰어가 합류했다.
로제테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좁혔다.
‘내 예상이 맞다면 저 사람이 마차를 망가뜨린 거야.’
하지만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었다. 게다가 저 사람이 첩자라는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로제테가 가진 심증이라고는 과거에 본 남자와 닮았다는 것 하나뿐이니까.
이젠 아예 기사를 노려보다시피 보고 있는데 루카스가 툭 물었다.
“야, 꼬맹이. 왜 그렇게 봐?”
너무 티가 났나? 루카스가 제 생각을 읽는 것도 아닌데 로제테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렸다.
“아니, 그냥, 고마워서…….”
루카스가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설마 쟤한테 첫눈에 반하기라도 했어?”
“……네?”
로제테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되묻자 루카스가 화를 버럭 냈다.
“꼬맹이가 그럼 안 돼! 이러려고 새벽 훈련한다고 한 거야?”
안 그래도 이쪽에 관심을 보이던 기사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두 꼬맹이를 지켜봤다.
로제테가 깜짝 놀라 루카스의 입을 두 손으로 막았다.
“읍, 읍!”
루카스가 손을 떼어 놓기 위해 바둥거렸다. 로제테는 쉿, 쉿거리며 루카스를 질질 끌고 기사들이 없는 구석으로 향했다.
루카스가 로제테에게 힘으로 밀릴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로제테에게 기꺼이 끌려가 주었다.
로제테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인한 뒤 루카스를 놓아주었다. 루카스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쏘아붙였다.
“왜 그러는 거야?”
“오빠가 이상한 말을 하니까 그렇죠.”
“내가? 무슨 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모로 기울였던 루카스가 기억났다는 듯 외쳤다.
“첫눈에 반했다는 거?”
“쉿, 조용히 말해요.”
로제테가 다시 입을 가리려고 했지만 루카스는 이번엔 봐주지 않았다. 조금 전 로제테에게 잡혀 준 것은 장난이었다는 듯 그가 능숙하게 그녀의 손을 피했다.
약간 허탈하게 빈손을 쳐다보고 있는 로제테를 향해 루카스가 물었다.
“그럼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본 건데?”
“아…….”
로제테는 콧잔등까지 찌푸리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그럴싸한 변명이 생각나지 않아 가만히 있자 루카스가 중얼거렸다.
“취향이 그런 쪽인 줄은 몰랐는데…….”
“그런 거 아니에요!”
로제테는 저도 모르게 바락 소리를 질렀다.
“그냥, 아는 사람하고 닮아서 그랬어요.”
“그래?”
다행히 루카스는 의심하지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로제테는 이 순진한 오빠에게 정보를 캐내기로 했다.
“저 기사,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요?”
“글쎄.”
루카스가 이번에도 별 의심 없이 답했다.
“나라고 모든 기사의 정보를 다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야.”
“그렇군요.”
“그래도 앳돼 보였으니까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을까. 오래되어 봤자 4, 5년?”
그것으로는 충분한 정보가 되지 않았다. 로제테가 실망감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자 루카스가 팔을 파닥거리며 횡설수설했다.
“그, 다니엘 형이라면 알고 있을 수 있는데, 내가 물어볼까? 아니면 아버지에게라든가.”
그러다 눈을 가늘게 떴다.
“정말 관심 있는 건 아닌 거지?”
로제테가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니라니까요.”
“그럼 다행이야. 이 오빠는 허락 못 하니까!”
로제테는 더 이상 루카스를 상대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슬금슬금 저택 쪽으로 걸어갔다.
“야, 야! 로즈! 기다려 봐! 대답은 하고 가야지!”
그런 그녀의 뒤를 루카스가 졸졸 따라갔다.
* * *
로제테는 치마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얌전히 의자에 앉았다. 그런 그녀의 두 무릎을 가문의 주치의가 진지한 얼굴로 살펴보았다.
이게 다 루카스가 저택에 들어오자마자 ‘막내가 엄청 세게 넘어졌어!’라고 호들갑을 떤 결과였다.
로제테는 좀 민망했다.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직은 뼈가 앙상한 무릎은 생채기는커녕 불그스름한 자국도 없었다. 그런데도 루카스가 옆에서 의원을 향해 재잘재잘 떠들었다.
“소리가 엄청 컸어. 잘 살펴봐. 뼈가 부러진 건 아닐까? 얘 다리 좀 봐. 부러지고도 남을 것 같은데!”
돋보기까지 대동하여 진찰하던 의원이 웃었다.
“괜찮습니다, 도련님.”
“정말?”
“네. 그래도 뒤늦게 멍이 들 수도 있으니 연고를 발라 드리지요.”
의원은 정성스럽게 연고를 발라 주고는 방을 나섰다. 루카스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로제테의 옆에 앉았다.
“다행이다. 뼈가 부러진 건 아니라서.”
“뼈가 그런 걸로 부러질 리가 없잖아요.”
루카스가 검지로 로제테의 이마를 꾹 눌렀다.
“우리 막내, 대들 줄도 알아?”
“…….”
로제테는 부정하는 대신 다리를 달랑달랑 흔들었다. 옆에서 루카스가 계속해서 떠들어댔지만 한 귀로 흘리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첩자라는 것을 밝혀내지?’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자백 마법이었다. 진실을 말하게 하는 마법으로, 이름 그대로 주로 죄인 심문을 할 때 쓰였다.
‘하지만 안 돼.’
자백 마법에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첫째, 자백 마법은 고위급 정신 조종 마법이었다. 과거의 로제테라면 모를까, 마나 코어도 없는 지금의 그녀가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둘째. 마법을 쓸 수 있다고 해도 문제였다. 그 마법을 쓴다면 사람들은 로제테를 이상하게 볼 것이었다. 그녀는 아직 마법의 기초도 배우지 않은 여덟 살 난 꼬맹이였으니까.
또한 왜 그 기사에게 자백 마법을 썼냐고 물었을 때 할 변명이 없었다. 그냥 이 사람이 수상하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셋째.
‘내키지 않아.’
자백 마법은 정신을 강제로 조종하는 만큼 위험성이 있었다. 심한 경우엔 마법에 당한 사람이 정신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과거엔 댈러스 후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몇 번 쓰긴 했지만, 지금은 그러기 싫었다.
로제테는 과거 댈러스 후작이 주문을 걸어 두었던 심장 부근을 문지르며 미간을 모았다.
‘대체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밝힐 수 있지?’
그때였다.
“로즈. 많이 아프니?”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로제테는 머리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언제 들어온 것인지 다니엘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루카스는 그새 방에서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여긴 어떻게?”
“소식을 듣고 왔어. 루카스의 목소리가 복도에 쩌렁 울리던걸.”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대꾸한 다니엘이 그녀의 앞에 앉아 무릎을 살폈다.
“다행히 붓거나 크게 상처 나지는 않았네.”
“루카스 오빠가 과장한 거예요.”
“그래?”
“네. 애초에 그렇게 세게 넘어지지도 않았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네.”
소리 내어 웃은 다니엘이 로제테의 얼굴을 다시 살폈다.
“그럼 왜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었을까.”
“그냥 고민을 좀…….”
“고민? 무슨 고민?”
“그냥, 그런 게 있어요.”
로제테는 사실대로 말할 수도, 대충 거짓말을 할 수도 없어서 얼버무렸다. 다행히 다니엘은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로제테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였다.
“아버지가 아이들은 고민하는 거 아니랬는데.”
그 따뜻한 손길에 또 한 번 목 안쪽이 간질거렸다. 로제테는 이 자상하고 따뜻한 오빠가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건 생각보다도 더 괴로운 광경이라서 기분이 우울해졌다. 다니엘을 처음 만났을 때 하고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는 그저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면 지금은 뭐라 표현할 수는 없지만 더 가슴 아픈 감정이었다.
로제테가 다니엘이 한 것처럼 그의 머리를 토닥였다. 다니엘이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눈을 접으며 웃었다.
“오빠가 뭐 도와줄 거 있어?”
“오빠, 마차를 탈 때엔 꼭 주의해야 해요.”
“알겠어. 지금도 살펴보고 타고 있어.”
어린아이의 헛된 망상이라고 생각할 법도 한데, 다니엘은 꽤 진지하게 들었다.
그러나 로제테는 그것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아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해요.”
다니엘이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손가락을 걸었다.
“그래, 약속.”
* * *
방으로 돌아온 조셉 오서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그마한 통신 마법구를 켰다. 이내 마법구에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급적 연락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그게, 비상 상황이라서 말입니다.”
[말해 보도록.]조셉 오서가 마른침을 삼킨 뒤 조용히 속삭였다.
“다니엘 아드리안이 눈치챈 것 같습니다.”
[눈치채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그게, 다니엘 아드리안이 요즘 말이나 마차 관리를 잘하라고 몇 번이나 주의를 줬다고 했습니다.”
마법구 너머에서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조금 더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에게 따져 물었다.
[대체 일 처리를 어떻게 했기에 그쪽에서 눈치챈 거지?]“맹세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마구간이나 마차 보관소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단 말입니다.”
조셉 오서는 혹시라도 상대가 오해할까 봐 황급히 해명했다.
그가 이렇게 다급한 데엔 이유가 있었다. 그의 하나뿐인 가족인 여동생, 멜로디가 인질로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조셉 오서가 애원하듯 중얼거렸다.
“그러니 제 동생에겐 아무런 짓도 하지 말아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