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7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70화. 불길한 소식(2)(170/214)
170화. 불길한 소식(2)
2024.04.18.
‘다니엘 오빠가 다쳤다고?’
로제테는 자세한 이야기를 알기 위해 편지를 처음부터 다시 꼼꼼하게 읽었다.
안전한 지역에 있으라는 부하들의 말에도 다니엘 아드리안은 직접 검을 들고 선두에서 지휘했다. 아드리안의 이름을 지닌 자로서 뒤에 숨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사람들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다니엘은 무자비한 솜씨로 마물을 죽였다. 누군가는 다니엘이 이번 토벌이 끝나면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할 거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다니엘이 적극적으로 나서자 기사들의 사기가 잔뜩 올라갔다. 다들 아드리안의 후계자인 그가 저렇게 나서는데 자신들이 몸을 사릴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토벌에 동참했다.
이대로라면 토벌이 수월하게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이상하게 이번에 출몰한 마물은 수도 전보다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행동 양상이나 공격 방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마물은 본래 개인적인 성향을 지닌 존재였다. 지성이 없기 때문에 무리 지어 다니는 일이 드물었다.
그런데 이번에 출몰한 마물들은 지성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떼로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도구를 사용하거나 전략적으로 토벌대를 습격하는 것 같다고.
조슈아는 놀라울 정도로 갑작스러운 마물들의 발전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일 마지막에 쓰인 다니엘의 소식이었다.
조슈아가 이 편지를 쓰기 전날에도 선두에 나서서 지휘하던 다니엘은 능숙하게 마물의 공격을 피하며 그들을 토벌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멀리서 화살과 비슷한 공격 무기가 날아왔다고 했다. 다니엘은 재빨리 피했지만 날카로운 무기는 그의 허벅지를 살짝 스쳐 지나갔다.
생채기가 남을 정도로 살짝. 그래서 다니엘도, 주위 사람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밤부터 환부가 부어오르기 시작하더니, 다니엘 또한 열이 올랐다. 군의관이 살폈지만 가져간 약으로는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고 편지에 쓰여 있었다.
<아마도 마물의 독인 것 같아. 군의관이 다니엘을 공격한 무기를 조사하고, 다른 기사들도 비슷한 무기를 갖고 다니는 마물을 찾아 나섰어.
다니엘은 절대로 동생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지만,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로즈.
그래도 곧 치료법을 찾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있어.
다만, 마물들의 지능이 발달한 건 확실히 걱정할 만한 일이야. 그렇지만 그 점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니엘도 나도 무사히 돌아갈 테니까.
J.>
편지가 북부에서 수도까지 오는 시간을 고려해 본다면, 다니엘이 다친 것은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그 며칠 동안 다니엘이 나았을지, 아니면 상태가 더 심각해졌는지 알 방도가 없었다.
‘하필 다리야.’
이제는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던 다니엘의 예전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마차 사고 때문에 다리를 절게 되었던 다니엘. 그는 지팡이를 짚고 다녔는데, 당연히 검도 잡을 수 없었다.
불편한 몸 때문에 지금과 달리 다소 냉소적이고 까칠했던 첫째 오빠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간신히 막았는데.’
앞으로 다니엘에게 남은 것은 분홍빛 미래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네스와 결혼해서 예쁜 아이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로제테는 터질 듯이 뛰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몇 번 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아드리안 공작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아빠.”
공작은 북부에서 온 전갈로 추정되는 종이를 읽고 있었다. 로제테가 조슈아에게서 들은 소식을 똑같이 들었는지, 그의 표정이 진지했다.
얼마나 심각한지, 로제테가 안으로 들어왔는데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다기보다는, 반응할 여유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로제테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다니엘 오빠가 다쳤다고 들었어요.”
그제야 아드리안 공작이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건 대체 어떻게 알았니?”
그는 이내 그녀의 손에 들린 편지지를 보고 혼자 결론을 내렸다.
“조슈아 전하께서 편지를 보내신 모양이구나.”
“네.”
로제테는 의자를 끌어와 공작의 책상 앞에 자리 잡고 앉았다.
“전하께서 뭐라고 하셨든?”
“아마도 아빠가 받은 연락하고 비슷할 거예요. 마물의 공격 양상이 전과 달라졌고, 한 번도 쓴 적 없는 원거리 공격에 다니엘 오빠가 다쳤다고요. 치료 방법을 찾고 있는데 편지를 보낼 당시에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그렇구나.”
아드리안 공작이 이마를 짚었다.
“전하께서 네게 괜한 말을 하셨어.”
“괜한 말이 아니에요. 저도 오빠의 소식을 알 권리가 있어요.”
흥분한 로제테의 목소리가 다소 올라갔다.
“그래서 그 뒤는 어떻게 됐나요? 추가로 온 소식이 있나요?”
“……아직 없구나.”
공작이 읽고 있던 편지를 두어 번 접어 책상 서랍에 넣었다. 로제테는 내심 그 편지를 읽고 싶었지만, 공작이 보여 줄 것 같지 않아서 포기했다.
“그렇지만 네가 걱정할 건 없단다, 로즈. 황실 연회 준비로 바쁠 텐데 가서 쉬렴.”
“하지만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다니엘 오빠가 나았는지 더 나빠졌는지도 모르는데, 제가 속 편히 연회에 참가할 수 있겠어요?”
“일단 북부에는 의원과 사람을 보내서 상황을 살펴볼 거야. 게다가 다니엘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면 급하게 추가 연락이 왔겠지. 아직까지 오지 않았다는 건 괜찮다는 뜻일 테다.”
‘괜찮을 거다’라고 말은 하고 있지만, 정작 공작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자칫하면 이번에도 오빠가 다리를 잃을 수 있어요. 최악의 경우에는 죽을 수도 있고요.”
“이 아비가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을 거다.”
“아빠는 다니엘 오빠가 과거에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이 없어서 그래요. 아빠, 저는요……!”
흥분해서 소리를 높였던 로제테는 간신히 진정하고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제가 북부로 가 볼게요.”
“……!”
“가서 다니엘 오빠를 살피고, 마물 토벌을 도울게요.”
“그건 안 된다.”
돌아오는 공작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그건 안 될 말이야, 로즈.”
“오빠도, 조슈아도 하는 일인데 왜 저는 안 되나요?”
“다니엘은 아드리안의 후계자고, 전하는 황실의 일원이지. 두 사람 다 제국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어.”
“저도 아드리안이에요.”
“로즈, 아빠는 가급적 네 말을 다 들어주고 싶지만 이번에는 안 된다. 차라리 필요하다면 아빠가 가겠다.”
“그럼 아빠가 위험하잖아요!”
아드리안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로제테를 조심히 일으켜 세웠다.
“위험한 건 너도 마찬가지란다.”
“저는요, 아빠. 과거에 이런 일은 많이 했어요!”
로제테가 의미하는 게 뭔지 알아챈 공작이 잠시 움찔했다. 그러나 이내 부드럽게 그녀를 얼렀다.
“과거가 어찌 됐든, 지금 너는 그저 이 아빠의 소중한 막내딸이야. 네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란다. 다만 다니엘과 조슈아 전하에 이어 사랑하는 내 아이를 위험에 휩싸이게 할 수는 없어. 네가 아니라 이자벨이나 루카스가 간다고 했더도 말렸을 게다.”
“…….”
“그러니 이 아빠를 믿고 기다려 주지 않으련?”
로제테는 복잡한 감정으로 물든 아드리안 공작의 얼굴을 보다가 간신히 대답했다.
“알겠어요, 아빠.”
* * *
그렇다고 해서 로제테가 바로 포기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방으로 들어와서 짐을 챙겼다.
[삣? 삐이?]“상황을 봐서 북부로 갈 거야.”
[삐이익?]삐삐가 제정신이냐며 야단법석을 피웠지만 로제테는 그 어느 때보다 제정신이었다.
그렇게 가방에 필요한 물건을 열심히 챙기고 있을 때였다.
“꼬맹이, 뭐 하고 있는 거야?”
갑작스럽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루카스의 목소리에 로제테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바라보았다.
소리도 없이 들어온 루카스가 팔짱을 끼고선 뚱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말도 없이 들어오면 어떡해요, 오빠.”
“말이 없기는. 노크도 여러 번 하고 이름도 불렀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어서 뭔 일 있나 하고 들어왔더니.”
그가 로제테의 짐 가방을 보며 혀를 찼다.
“야반도주라도 하게?”
“그런 건 아니고…….”
“1황자 전하도 없는데 갑자기 웬 야반도주야? 다른 남자라도 생긴 거야?”
“야반도주 아니라니까 그러네요.”
“그럼 뭔데?”
어느새 로제테의 옆에 털썩 주저앉은 루카스가 가방 안에 든 물건을 살폈다.
“웬 약이 이렇게 많아? 누가 다치기라도 했어?”
그러고 보니 루카스와 이자벨은 다니엘의 소식을 모르는 상태였다. 로제테가 얼버무렸다.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혹시 모르니까 상비약을 챙겨 두는 거예요. 비상 상황이 일어났을 때 바로 들고 갈 수 있게요.”
그러나 루카스는 속지 않았다. 이럴 때는 또 머리가 빠삭하게 돌아가는 그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대충 알아챘다.
“다니엘 형이나 황자 전하가 다친 거야? 그래서 아버지 몰래 북부에 가려고 짐 싸고 있는 거고?”
[삣! 삐이익!]바보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똑똑하잖아!
삐삐가 옆에서 감탄했지만 로제테도, 루카스도 작은 뱁새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로제테가 애써 부정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만일에 대비하는 거라니까요.”
루카스가 굳은 얼굴로 로제테의 가방을 빼앗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건 압수야. 꼬맹이가 가길 어딜 가려고 그래? 너, 수도에서 꼼짝 말고 있어. 연회 준비도 하고…….”
“아빠도 오빠도 왜 다 연회 준비만 하라고 하는 거예요?”
로제테가 순간 치솟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그녀답지 않은 행동에 루카스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연회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그래요? 다들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데, 왜 대체 나만……! 나는 보호만 받으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라고요. 나도, 나도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은데!”
루카스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씩씩대는 동생을 잠시 말없이 바라보았다.
조금 뒤 그가 작게 속삭였다.
“아버지도 나도 애써 안심하고 싶어서 그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