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7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71화. 깨달음(171/214)
171화. 깨달음
2024.04.19.
“아버지도 나도 애써 안심하고 싶어서 그런 거야.”
“안심?”
루카스가 쓰게 웃었다.
“꼬맹이 너까지 나서야 할 정도면 상황이 심각하다는 소리잖아. 그 정도는 아니길 바라는 거지. 네가 나서더라도, 그건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해.”
“그렇지만…….”
“네가 위대한 마법사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아니까 또 말 안 해도 돼. 말해 봤자 입만 아파. 그걸 알지만 넌 우리가 지켜 주고 싶어. 내 눈엔 너는 아직도 저택에 처음 왔던 꼬맹이 같으니까.”
“…….”
“그러니 우리는 일단 다니엘 형을 믿어 주자. 정말 상황이 심각해지면, 그땐 나도 널 막지 않을게.”
로제테는 간절함마저 묻어 나오는 루카스의 얼굴을 보다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다니엘이 무사하기를 바라며.
* * *
로제테는 조슈아에게서 추가로 편지가 올 줄 알았다. 다니엘이 나빠졌든, 좋아졌든 후속 보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조슈아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아드리안 공작 또한 북부로 서신을 보냈지만 이렇다 할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로제테는 거울 속의 제 모습을 바라보며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그녀를 꾸며 주던 조앤이 애써 밝게 웃었다.
“별일 없을 거예요. 원래 무소식이 희소식라고 하잖아요. 뭔 일이 있었다면 진작 연락이 왔겠죠. 걱정 마시고 연회를 즐기고 오세요.”
“맞아요, 아가씨! 도련님이 어떤 분이신데요! 곧 마물을 싹 쓸어 버리고 돌아오실 거예요!”
다니엘의 소식을 모르는 하녀들이 열심히 로제테를 달랬다.
“으응, 그렇겠지. 다니엘 오빠는 아빠 다음으로 강한 기사니까, 무사할 거야.”
로제테는 희미하게 웃었다.
‘다들 초조해하고 있을 텐데 나마저 초 칠 수는 없어.’
사실 조슈아와 다니엘뿐만 아니라 토벌대에게서 연락이 없다고 들었다. 황제가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 위해 추가 인원을 보냈지만 그들조차 돌아오지 않았다고.
황실에서는 이 소식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입단속을 했지만, 암암리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마물이 수도까지 덮치는 것 아니냐며, 미리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건국제와 연회를 계획대로 진행하는 황제를 비난하는 사람도 나왔다.
‘솔직히 나도 가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가지 않으면 불안감이 더 커질 거야.’
북부를 수호하는 아드리안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제국민들은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고 인식할 테고 수도는 순식간에 공포로 물들 터였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여 로제테는 연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와, 아가씨. 정말 예뻐요.”
“미의 여신이 따로 없네요. 오늘 연회의 주인공은 아가씨가 될 거예요. 이걸 1황자 전하께서 보셨어야 했는데.”
“얘.”
조앤이 무심코 조슈아 얘기를 꺼낸 하녀를 나무랐다. 하녀가 로제테의 표정을 보고는 서둘러 허리를 숙였다.
“죄송해요, 아가씨. 제가 괜한 말을…….”
“아니야. 나도 조슈아가 이걸 못 봐서 아쉽다고 생각했어. 너희가 이렇게 예쁘게 꾸며 줬는걸. 고마워.”
로제테는 하녀들을 차례대로 보며 웃어 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앤이 서둘러 나가 루카스를 불러왔다.
오늘 로제테의 파트너로 나선 루카스가 그녀를 보자마자 휘파람을 불었다.
“오올, 꼬맹이. 제법 예쁘게 꾸몄는데.”
“오빠도 멋지게 꾸몄어요.”
“그래? 힘 좀 써 봤지. 다니엘 형이 없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목 좀 받아야 하지 않겠어? 다니엘 형은 이미 약혼까지 했는데도 파티장에 들어서면 다들 형만 본다니까.”
로제테는 능청스러운 루카스의 말에 풋, 하고 웃었다. 루카스가 크게 웃더니 로제테에게 팔을 내밀었다.
“그럼 갈까?”
“네.”
로제테와 루카스는 황궁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일부러 더 재잘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예쁘게 리본을 두른 삐삐도 대화에 참여했다.
“오, 삐삐. 오늘 좀 멋진걸?”
[삣!]“너도 조만간 좋은 짝을 찾아 줘야겠어.”
[삐익?]“근데 패밀리어도 결혼할 수 있나?”
[삑!]“안 돼도 되게 하라! 걱정 마, 삐약이. 이 루카스가 어떻게든 해결해 줄 테니까.”
[삐이.]루카스는 삐삐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잘만 대화했다. 마지막에 삐삐가 ‘어휴, 저 녀석 또 시작이야.’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것도 모르고 말이다.
그렇게 황궁에 도착한 로제테는 루카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연회장은 사람이 많았지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았다.
다들 삼삼오오 모여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는 있었지만 표정이 썩 좋지는 않았다.
“다들 죽상을 짓고 있네. 저럴 거면 집에나 있지 뭐 하러 나왔대?”
“…….”
“꼬맹이, 너도 표정 풀고 즐겨. 어차피 여기서 고민해 봤자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
로제테의 등을 살짝 떠민 루카스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겠다며 사라졌다.
로제테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클라라와 테레사를 찾아 홀 안을 다녔다.
두 친구와 만나 밝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시종이 릴리스 공녀의 등장을 알렸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꾸민 상태였는데, 근심 걱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얼굴로 활짝 웃고 있었다.
클라라가 눈살을 찌푸리며 신랄하게 중얼거렸다.
“아주 표정이 피셨네. 2황자 전하는 황궁에서 안전히 지내고 있다는 거지?”
“클라라, 말 조심해.”
테레사가 주의를 줘도 클라라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솔직히 릴리스 공녀는 이번 토벌이 실패하기를 바라고 있을걸. 실패하면 제일 이득 볼 사람이잖아.”
클라라의 말대로 이번 토벌이 실패한다면, 그래서 조슈아가 죽기라도 한다면 루이스는 자연스럽게 황태자가 될 것이었다.
오필리아는 시름에 잠기게 될 것이고, 몸도 좋지 않으니 어쩌면 안 좋은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라면 릴리스 공작가에서 무슨 수를 쓸지도 모르지.’
오필리아를 보호해 줄 사람이 없으니 릴리스 공작이 대놓고 수작을 부릴 수도 있었다.
로제테는 전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정이었다.
테레사가 딱딱하게 굳은 로제테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클라라의 팔을 세게 꼬집었다.
“아얏.”
“생각 좀 하고 말해.”
“그…….”
뭐라 반박하려던 클라라는 뒤늦게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사과했다.
“미안해, 로제테. 안 좋은 의미로 말한 건 아니었어.”
“괜찮아. 네 마음 잘 알고 있어.”
로제테는 클라라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릴리스 공녀를 관찰했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신이 나 있었다.
곧이어 오필리아도 연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수하게 꾸민 그녀는 미소 짓고 있었지만 안색이 어두웠다.
로제테는 두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갔다.
“황후님.”
“아, 로제테.”
오필리아가 웃으며 로제테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두 팔이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잘 지냈니?”
“덕분에요. 황후님께선 별일 없으셨나요?”
“나야 무슨 일이 있겠니. 황후궁에서 보호받고 지냈는데.”
로제테가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조슈아는 무사할 거예요.”
“그래, 그럴 거란다. 아니, 그래야지.”
자조적으로 중얼거린 오필리아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고 보니, 조슈아를 이름으로 부르는구나. 그날 너희를 보기는 했는데, 이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줄은 몰랐어.”
로제테가 얼굴을 붉혔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오필리아가 후후, 하고 웃었다.
“사실 나는 두 사람이 이렇게 될 거란 걸 알고 있었단다.”
“……어떻게요?”
“정확하게는 조슈아가 네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 그 아이가 어릴 때부터 널 각별히 여겼거든.”
“저를요? 그렇지는 않을 텐데요.”
어릴 적 조슈아는 로제테를 증오했다. 그런데 각별히 여기다니.
로제테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고개를 젓자 오필리아가 다시 말했다.
“아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가 그 아이의 엄마 아니니. 조슈아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어. 그 아이는 네가 생각한 것보다 더 오래전부터 널 좋아했단다.”
몰랐다. 조슈아는 어느 순간부터 로제테가 신경 쓰였다고 했지만, 그게 오필리아가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오래된 일인 줄은 몰랐다.
그렇게 오래 되고 깊은 마음인 줄 알았더라면, 자신도 진작 표현할걸. 사실 나도 오래전부터 당신을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고 말해 줄걸.
‘보고 싶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동안 애써 누르던 불안감이 스멀스멀 다시 올라왔다.
이대로 조슈아를 다시 보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날 보았던 모습이 마지막 모습이었다면 어쩌지?
그 남자가 이 세상에 없다면 난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번에도 다시 시간을 돌려야 하나? 그게 가능할까?
시간을 다시 돌린다고 해도, 조슈아가 나를 다시 사랑해 줄까?
아빠와 가족들도 나를 다시 아껴 줄까?
‘진정해, 로제테. 그런 가정하지 마. 그런 일은 결코 없을 테니까.’
그녀는 마음을 다잡으며 연회장 입구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시종이 루이스 에른하르트의 등장을 알린 참이었다.
“루이스.”
릴리스 공녀는 반갑다는 듯이 루이스에게 달려가 아들을 안았다. 릴리스 공작도 그들 곁으로 다가가 웃었다.
‘이번에는 안 돼.’
대체 릴리스 공작과 루이스가 무슨 수를 썼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과거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마물이 갑자기 출몰한 게 영 의심스러웠다.
어째서 마물이 갑자기 등장했을까.
그때, 로제테의 눈에 연회장으로 들어오는 미하엘 르쉐르의 모습이 들어왔다. 로제테는 순간 무언가를 깨닫고는 눈을 크게 떴다.
‘과거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사람…….’
그러고 보니 미하엘도 과거에는 제국에 없지 않았었나?
지금까지는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생각이 온 머릿속을 지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