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7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72화. 북부행(1)(172/214)
172화. 북부행(1)
2024.04.20.
‘괜한 생각이야.’
로제테는 애써 부정적인 생각을 갈무리했다.
‘미하엘이 나타난 건 내가 과거와 달리 댈러스 후작가로 가지 않았기 때문이야.’
과거와 마찬가지로 댈러스 후작은 자신의 말로 이용할 마법사가 필요했을 테다.
대체 미하엘을 어디서 발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마탑주가 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니 후작이 노리는 것도 당연했다.
실제로 미하엘은 로제테와 함께 납치당해 후작에게 실험 당할 뻔하지 않았나.
최근에야 미하엘의 행동이 달갑지는 않았지만 어찌됐든 그는 과거에 후작의 마수에서 로제테를 구해 주었다.
그러니 미하엘이 나타난 건 전 과거와 다르기는 했어도 의심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건 아는데…….’
자꾸만 미하엘 쪽으로 눈길이 갔다.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대체 미하엘은 나보고 왜 후회할 거라고 한 걸까?’
로제테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민하고 있자, 지켜보던 오필리아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로제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로제테의 시선 끝에 루이스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오필리아의 얼굴이 살짝 흐려졌다.
“조슈아 걱정을 하는 거니? 걱정할 필요 없단다. 무사히 돌아올 거니까.”
로제테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럴 거예요.”
* * *
그 후 로제테는 적당히 사람들과 어울렸다. 황궁 파티 때마다 늘 있던 조슈아와 실버가 없는 게 아쉬웠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춤곡이 시작되었다. 로제테의 근처에서 맴돌고 있던 루카스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와, 형도 황자 전하도 없으니까 이건 좋네. 오늘 네 첫상대는 이 오빠야.”
로제테는 픽 웃고는 그의 손을 잡았다.
“좋아요.”
“그동안은 자꾸 황자 전하에게 뺏기는 것 같아서 슬펐는데, 이제야 모든 게 바로잡혔어. 역시 정의는 승리하는 법이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낄낄 웃은 루카스가 로제테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그와 춤추는 순간만큼은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건 루카스도 마찬가지였는지, 그 또한 춤추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 슬슬 가 볼까 해요. 이 정도면 충분히 오래 있었으니까요. 파티도 재미없고.”
첫 번째 춤이 끝났을 때 로제테가 루카스의 손을 잡고 벽 쪽으로 물러나며 제안했다. 루카스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꼬맹아. 전하도 없는데 네가 다른 남자와 춤추게 할 수는 없지.”
“저와 조슈아 사이를 드디어 인정하는 거예요?”
“인정하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다른 남자들이 널 노리는 건 더 꼴 보기 싫어서 하는 말이야.”
로제테가 루카스와 사이좋게 손을 잡고 홀을 빠져나가려고 할 때였다.
“로제테.”
등 뒤에서 누가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미하엘 르쉐르의 얼굴이 보였다.
“넌 또 뭐야? 무슨 자신감으로 그 멀건 낯짝을 우리 꼬맹이에게 들이대는 거지?”
루카스가 대놓고 경계했지만, 미하엘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로제테에게 다가왔다.
“괜찮다면 한 곡 청해도 될까?”
“아쉽지만 그런 일 없을 거야. 우리는 지금 돌아가려고…….”
“오빠.”
로제테는 루카스에게 손을 들어 보인 후 미하엘에게 사뿐사뿐 다가갔다.
“좋아. 한 곡 추자.”
“야, 꼬맹아. 너 지금 무슨…….”
“다녀올게요, 오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로제테는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루카스를 뒤로한 채 미하엘과 홀 중앙으로 향했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로제테는 애써 모른척했다.
“오랜만이야, 로즈. 얼굴이 많이 상했네.”
미하엘이 로제테의 허리에 손을 올리며 그녀를 관찰하듯 내려다보았다. 로제테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대충 대답했다.
“그래?”
‘로즈’라는 지칭을 지적하기도 이젠 입 아팠다.
“걱정 많이 하고 있나 봐?”
“걱정 안 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겠어?”
“그런가.”
미하엘이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로제테는 마치 남 일처럼 이야기하는 그의 태도가 영 거슬렸다.
‘물론 제국민이 아닌 미하엘에게는 남 일이기는 하지만, 그걸 내 앞에서 꼭 티낼 필요가 있었을까?’
괜한 반발심에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뾰족해졌다.
“앞으로는 내 일에 신경 안 쓰는 거 아니었어? 이렇게 춤 신청을 할 줄은 몰랐는데.”
“글쎄. 너에게 거절 당했다고 해서 너와 인연을 완전히 끊고 싶지는 않거든. 그건 쪼잔한 사람이나 하는 거니까. 물론, 마음은 좀 아프지만.”
“…….”
또 헛소리하는구나. 로제테는 그렇게 생각하며 음악에 맞춰 발을 옮겼다.
“이젠 나와 말도 안 할 생각이야?”
“그냥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래.”
“내 얼굴도 안 보고.”
“오랜만에 추는 거라 스텝이 헷갈려서. 발을 밟을까 봐.”
“발 밟아도 되니까 나 좀 봐 주면 안 돼?”
로제테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 미하엘이 그녀와 눈을 맞추며 웃었다.
“보기 좋다.”
“미하엘.”
로제테가 조금은 낮아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난 대체 네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이미 얘기는 다 끝났잖아. 네가 제국에서 머무는 건 네 마음이지만, 아직까지 이곳에 있는 것도 신경 쓰이고.”
미하엘이 반색했다.
“신경 쓰여? 내가?”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로제테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이미 소문은 들었겠지만, 난 1황자 전하와 연인 사이야. 그 점은 존중해 줬으면 좋겠어.”
“무사히 살아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 황자 말이지?”
“그런 소리 하지 마. 무사히 돌아올 테니까. 다니엘 오빠도, 조슈아도.”
“이미 며칠간 연락도 끊겼다고 들었는데.”
“일이 있어서 잠깐 연락을 못하는 거겠지. 별일 없을 거야.”
로제테는 다시 입을 열려는 미하엘에게 선수쳐서 말했다.
“자꾸 불길한 소리만 할 거면 여기서 그만 추고 돌아갈 거야.”
“알겠어. 내가 잘못했어. 그 얘기는 더 안 할 테니까 춤추자.”
로제테는 진짜로 미하엘의 손을 놓고 루카스에게 가려고 했다. 그러나 미하엘이 손을 더욱 꽉 잡으며 애원하듯이 말하는 바람에 차마 그러지 못했다.
대신 입을 꾹 다물고 춤을 이어 갔다. 미하엘이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이어 나가려고 했지만 대답하지 않고 무시했다.
오늘따라 유독 길게 느껴졌던 춤곡이 끝나고, 이윽고 로제테는 어색한 춤을 끝마칠 수 있었다.
미하엘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 뒤 루카스에게 돌아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미하엘이 등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무슨……!”
깜짝 놀라 몸을 바르작거리는데, 그가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옛정을 생각해서 놀라지 말라고 미리 말해 줄게.”
“……뭘?”
“두 사람은 돌아오지 못할 거야.”
계속 몸을 비틀던 로제테가 순간 멈칫했다.
“……뭐?”
“죽어서도 수도에 절대 돌아오지 못 해. 두 사람의 시신은 북부의 땅에 묻히겠지. 시신이 멀쩡히 남아 있다면 말이야.”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았다. 온몸의 솜털이 모두 쭈뼛 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미하엘 개인의 바람이라고 치부하기엔 어딘가 불길하게 느껴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어느새 로제테를 놓아 준 미하엘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그렇다는 거야.”
“대체 다니엘 오빠와 조슈아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북부의 마물이 출몰한 게 너와 관련된 일이야?”
“글쎄.”
미하엘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로제테는 그게 긍정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미하엘 르쉐르가 무언가를 꾸몄다.
무슨 방법으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 개인이 그런 짓을 꾸밀 수 있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대로라면 정말 사랑하는 두 사람이 위험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두 사람에게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로제테는 미하엘에게 씹어 내뱉듯 말하고는, 그의 반응도 보지 않고 루카스에게 뛰어갔다.
“꼬맹아, 너 표정이 왜 그래? 저 X끼가 뭔 짓한 거야?”
“저택으로 돌아가야 해요. 얼른!”
로제테는 당장이라도 미하엘에게 달려가려는 듯한 루카스의 팔을 잡아당기며 재촉했다.
“빨리 가야 해요!”
“그……. 일단 알겠어, 꼬맹아.”
루카스는 미하엘을 한 번 노려본 뒤 로제테를 부축하며 홀을 빠져나갔다.
두 사람이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미하엘의 시선은 그들의 등 뒤에 꽂혀 있었다.
* * *
로제테는 저택으로 돌아오자마자 조앤의 도움을 받아 거추장한 드레스를 벗어 던졌다.
“꼬맹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급하게 뒤따라 들어왔던 루카스가 드레스룸 밖에서 거듭 물었다.
“무슨 일이냐니까? 왜 대답이 없어? 걱정되잖아.”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로제테는 하녀들을 모든 물린 뒤에야 루카스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북부에 가야 할 것 같아요.”
“……뭐?”
“아무래도 이상해요. 가서 직접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로제테가 짐을 싸기 시작하자 루카스가 재빨리 그녀를 말렸다.
“잠깐만, 꼬맹아. 일단 진정해 보고 나랑 얘기 좀 해.”
“상황이 심각해지면 절 막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그랬는데.”
루카스가 로제테의 두 손목을 아프지 않게 낚아챘다.
“일단 상황은 좀 설명해 주지 않겠어? 조금 전까지 멀쩡히 파티에 다녀왔잖아.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일단 이유는 알아야 보내 주지.”
“그…….”
로제테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하엘이 수상하다. 그가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 일 때문에 다니엘과 조슈아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비논리적인 말이었다. 그저 심증에 불과했다.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가야 해요.”
로제테는 루카스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오빠는 모르고 있지만, 사실 다니엘 오빠가 다쳤어요. 마물의 공격에 당했는데 적당한 치료법을 찾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그 후 어떻게 됐는지 연락이 없어요.”
“뭐어? 그걸 왜 지금 말해?”
“오빠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더 이상 여기서 못 기다리겠어요. 오빠,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저 좀 보내 주세요.”
“잠깐만 꼬맹아. 생각 좀 해 보고.”
루카스는 그녀의 손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로제테는 그 틈을 타서 열심히 필요한 물건을 가망에 쑤셔 넣었다.
이윽고 루카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나도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