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7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73화. 북부행(2)(173/214)
173화. 북부행(2)
2024.04.21.
“그럼 나도 갈게.”
열심히 짐을 싸던 로제테가 깜짝 놀라 루카스를 올려다보았다.
“오빠가요? 왜요?”
루카스가 애써 짓궂게 웃었다.
“오빠라는 사람이 동생이 위험한 곳에 간다는데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당연히 따라갈 거야. 그럼 난 뭘 챙기면 돼?”
“오빠는 안 가도 돼요. 저 혼자 빨리 다녀올게요. 그사이 오빠는 아빠나 이자벨 언니에게 잘 둘러대 주세요.”
“나도 갈 거라니까.”
“안 가도…….”
“잘 들어 봐, 꼬맹아.”
루카스가 순식간에 어두워진 얼굴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
“너만 다니엘 형을 걱정하는 게 아니야. 형의 상황을 모르면 모를까, 위독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가 여기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
“게다가 너는 이론에만 강하지 실전엔 약하잖아. 눈 쌓인 숲에서 조난 당했을 때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조차 모르잖아. 여기는 여름이지만, 북부는 눈이 오는 곳이 아직도 있어.”
루카스의 목소리가 워낙 완고하여 로제테는 차마 그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나도 가게 해 줘. 네가 날 두고 가면 나는 혼자서라도 널 뒤따라갈 거야.”
“그건 안 돼요.”
로제테가 순식간에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오빠마저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요?”
“꼬맹아. 지금 내 심정이 딱 그 심정이야.”
“…….”
“너를 이렇게 혼자 보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가 어떻게 살겠어? 물론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되겠지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잖아.”
로제테는 루카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녀에게 가족들이 소중한 만큼, 루카스에게도 로제테가 소중했던 것이다.
사실 이대로 루카스를 마법으로 재워 버리고 혼자 떠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홀로 남겨질 루카스가 느낄 감정을 생각하니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루카스 오빠라면 정말 혼자서라도 따라올 거야. 그럴 바엔 같이 가서 내가 지켜 주는 게 나아.’
로제테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대신 다른 사람에겐 절대 말해서는 안 돼요.”
“좋았어. 나 얼른 짐 싸서 올게. 몰래 갔다 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
루카스가 서둘러 방을 나간 뒤, 로제테는 다시 손을 움직이며 한숨을 쉬었다. 옳은 결정인가, 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었다.
대신 루카스의 몫까지 짐을 챙겼다. 가방에 미리 마법을 걸어 둔 덕분에 가방은 작지만 꽤 많은 물건이 들어갔다.
편히 움직일 수 있도록 검술 훈련복으로 홀로 갈아입고 나자 루카스가 조심히 방으로 들어왔다.
“그럼 가자 꼬맹아.”
“네.”
두 사람은 테라스를 이용하여 정원으로 나갔다. 루카스는 겁도 없이 3층에서 뛰어내리려고 했지만, 로제테가 서둘러 마법으로 그의 몸을 공중에 띄웠다.
“조심해요, 오빠. 벌써부터 다치면 안 되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이제부턴 어떻게 할까?”
“우선 말을 타고 마나 게이트로 가도록 해요. 곧바로 아드리안 영지로 이동해서, 그곳에서 말을 갈아타고 토벌대가 있는 곳으로 가요.”
“그래.”
로제테는 루카스와 함께 몰래 마구간으로 잠입했다. 중간에 깨어 있는 하인을 만났는데, 마법으로 잠재웠다.
‘미안해.’
아무에게도 안 들켰다면 좋았겠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아마 날이 밝으면 아드리안 공작은 두 자식의 탈출을 알게 될 것이었다.
‘다녀올게요, 아빠. 꼭 오빠를 데리고 올 게요.’
로제테는 공작의 집무실을 한번 올려다보았다가 말을 몰았다.
* * *
로제테와 루카스는 우여곡절 끝에 북부에 도착했다.
마나 게이트 관리인은 밤중에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을 보고 당황했다. 미리 아드리안가에서 언질 받은 것이 없으니 마나 게이트를 가동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로제테는 완강한 관리인에게 순간 정신 조종 마법을 써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곧바로 제 생각을 후회하기는 했지만,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초조했다.
시간이 지체될 때마다 다니엘의 상태가 더 나빠질 것만 같았다.
다행히 루카스가 특유의 말솜씨로 관리인을 설득하여 북부의 아드리안 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말은 데리고 갈 수 없어서 마나 게이트에 있는 마구간에 맡겨 두었다. 아드리안가에서 두 사람의 소식을 알게 되면 말을 데려갈 터였다.
“곧 아버지께서 아시겠네.”
“그러게요.”
“이제라도 돌아갈 생각은 없는 거지?”
“전혀요.”
루카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아버지가 오시기 전에 서둘러 움직이자. 어차피 다들 알게 될 테니까 저택에 들러서 말도 챙기고.”
루카스는 로제테를 대신하여 마나 게이트 근처에서 말 두 필을 빌렸다. 루카스를 알아본 사람이 있어서 쉽게 빌릴 수 있었다.
“도련님, 아가씨! 갑자기 어쩐 일이신가요?”
두 사람이 저택에 등장하자, 온 저택이 난리가 났다.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은 하녀장이 달려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죄송합니다. 파발꾼에게 중간에 문제가 생겼는지 미리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바로 쉬실 수 있도록 방을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아냐. 우리가 갑작스럽게 온 거야. 곧 다시 떠날 거니까 방은 준비하지 않아도 돼. 말을 내어 줘.”
“말이요?”
하녀장이 당황한 얼굴을 했다.
“어디를 가시는 건가요?”
“토벌대를 따라갈 거야.”
저택 안을 살피던 로제테가 끼어들었다.
아드리안 영지는 이벨린 왕국으로 유학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왔었다. 몇 년 만에 보는 저택의 모습에 반가웠지만, 향수에 잠길 시간도 없었다.
“다니엘 오빠에게서 소식이 없어.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서 직접 가 보려고 해.”
하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토벌대요?”
뭔가 아는 듯한 표정이었다. 로제테가 재빨리 물었다.
“혹시 토벌대에 대해 아는 소식 있어?”
하녀장이 머뭇거리자 이번엔 루카스가 재촉했다.
“아는 게 있냐고 묻잖아. 아는 게 있다면 뭐든 상관없으니까 다 말해 봐.”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 말씀드리기가 좀 그래요.”
“뜬소문이라도 괜찮으니까 어서 말해 보래도.”
하녀장이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오늘 이상한 소문이 들리더라고요.”
로제테와 루카스는 동시에 침을 삼켰다. 하녀장이 하얘진 낯빛으로 말을 이었다.
“토벌대가 전멸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요.”
* * *
“꼬맹아, 속도 줄여!”
루카스가 전속력으로 말을 모는 로제테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그 말이 들리지 않는지 그녀는 속도를 줄이는 기미가 전혀 없었다.
[삐이잇! 삣!]삐삐가 작은 날개를 열심히 파닥이며 로제테를 쫓아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루카스는 삐삐가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대충 자기와 비슷한 말을 하고 있을 거라고 지레 짐작했다.
“야, 삐삐. 이리로 와.”
속도를 줄인 루카스가 삐삐를 잡더니 옷 주머니에 쏙 넣었다.
[삣!]그는 항의하듯 소리치는 삐삐를 향해 작게 속삭였다.
“거칠게 다뤄서 미안. 그렇지만 너도 이게 나을 거 아냐. 괜히 쫓아가다가 다치지 말고 여기서 가만히 있어.”
[삐이…….]어느새 로제테는 저 멀리 가고 있었다. 루카스는 고삐를 고쳐 잡으며 그 뒤를 빠르게 쫓아갔다. 아직 여름이라 더운 수도와 달리 북부의 바람은 꽤 매서웠다.
‘저러다가 진짜로 다치려면 어쩌려고 그래!’
루카스라고 로제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토벌대가 전멸’했을지도 모른다는 하녀장의 말을 들었을 땐, 그 또한 눈앞이 새하얘지면서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렸다.
사실 다니엘은 루카스와 크게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루카스는 그의 앞에 있을 때면 마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만큼 다니엘은 장남으로서 의젓했고, 특유의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동생들을 잘 챙겼다.
그런 다니엘을 다시 못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왜 연락을 하지 않았지?
-소문이 들린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말씀드렸다시피 확실한 소식도 아니라서요. 정말로 무슨 문제가 생겼다면 이미 수도 쪽으로 연락이 갔을 거기 때문에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별일 없기를 바랐죠.
-그래서 어떻게 됐지?
-일단 확실한 소식을 얻기 위해 북부로 사람들을 보냈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좀 더 상황이 확실해지면 수도로 연락하려고요. 그러던 중에 도련님과 아가씨가 온 거고요.
루카스와 하녀장의 대화가 채 끝나기도 전에, 대충 상황 파악을 한 로제테가 마구간으로 달려갔다. 제일 순한 말을 골라 타고 떠나는 것을 루카스가 재빨리 뒤따라온 참이었다.
로제테는 마을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숲으로 들어오자마자 속도를 높였다.
“야, 삐약이. 말려 봐.”
루카스는 행여나 혀를 씹을까 봐 짧게 말했다. 주머니에서 삐삐가 바르작거리며 뭐라고 쫑알거리는 게 들렸지만, 역시나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어둠이 내려앉은 숲 안쪽에서 이상한 포효가 들렸다. 곰이나 짐승의 것과는 사뭇 다른 소리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본능이 거부하는 소리. 저도 모르게 고삐를 잡아당겨 속도를 늦춘 루카스가 소리질렀다.
“꼬맹아, 조심해!”
그와 동시에 로제테의 앞쪽으로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로제테가 재빨리 말을 세우는 게 보였다. 놀란 말이 앞발을 들어 올리는 바람에 로제테가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삣!]삐삐가 주머니에서 나와 로제테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인간도, 짐승도 아닌 무언가가 팔로 추정되는 것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 끝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반짝였다.
“피해!”
[삣!]무기가 로제테를 향해 내려왔다. 그와 동시에 넘어져 있던 로제테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챙!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날붙이가 허공에서 멈췄다.
“오빠, 거기에 있어요!”
몸을 일으킨 로제테가 손을 휘젓자 날카로운 바람이 검은 물체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