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7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77화. 토벌대의 사정(2)(177/214)
177화. 토벌대의 사정(2)
2024.04.25.
이대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니엘은 어쩌면 진짜로…….
조슈아가 입술을 꽉 깨물 때였다.
[컹!]주위를 경계하던 실버가 안쪽 숲을 보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조슈아는 땅에 내려놓았던 검을 들며 로텐 경에게 눈짓했다.
“아드리안 경을 엄호하도록.”
“알겠습니다.”
“가자, 실버.”
조슈아가 눈짓하자 실버가 앞쪽으로 튀어 나갔다. 조슈아는 기사들과 함께 서서히 걸어갔다.
“끔찍하군요.”
그의 옆에 서 있던 기사 중 한 명이 입을 틀어막으며 중얼거렸다. 조슈아도 내심 욕지기가 일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낮게 중얼거렸다.
“다들 정신 단단히 차리도록. 무너지면 안 된다.”
몰려온 마물 떼는 여전히 이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머리가 두 개인 사냥개도 있었고, 팔이 여러 개인 거인도 있었다.
그 괴기한 생김새에는 이제 익숙해졌다.
다만 그 가운데에 서 있는 인간 형태의 마물은 볼 때마다 익숙해지지 않았다.
“저들은 진짜 사람이 아니라 가짜니까.”
조슈아는 제 눈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로제테를, 아니, 로제테의 모습을 하고 있는 마물을 보며 검을 좀 더 꽉 쥐었다. 손에 힘이 과하게 들어가 파르르 떨렸다.
아마 저 마물은 다른 사람에게는 각자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겠지.
다니엘에게는 이네스 리베라가, 로텐 경에게는 이자벨 아드리안이 보일 터였다.
그걸 알면서도 동요를 감출 수 없었다. 로제테를 향해 검을 뻗는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컹! 컹컹!]옆에서 실버가 정신 차리라고 외쳤다. 조슈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래, 정신 차려야지.”
저건 명백하게 마물이었다. 워낙 인상 깊어서 토벌단은 저 마물에게 ‘메멘토’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저 메멘토는 무슨 원리를 이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본래 모습을 숨기고 토벌대에게 이 순간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조슈아는 맨 처음 메멘토를 만났을 때, 로제테의 모습을 한 마물을 보고 현실 감각을 잃었다.
그녀가 이곳에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격할 수 없었다.
그건 다른 토벌대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실버가 용맹하게 달려들어 메멘토를 찢어발기지 않았더라면 토벌대는 큰 부상을 입었을 터였다.
나중에 듣자 하니 실버에게는 메멘토는 까만 거적때기를 둘러쓴 유령 같은 모습으로 보였다고 했다. 얼굴 부근은 아무것도 없이 까맸다고.
실제로 실버가 물어뜯어 처리했을 때, 메멘토는 찢긴 거적때기만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컹!]이번에도 실버가 메멘토에게 달려들었다. 은빛 늑대에게 허리를 물린 ‘로제테’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여전히 시선은 조슈아를 향한 채였다.
조슈아는 피를 흘리는 ‘로제테’에게서 간신히 눈을 떼며 다른 마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얼른 이 괴로운 시간이 끝나기를 바라며.
* * *
조슈아는 바닥에 떨어진 까만 망토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로제테의 모습을 하고 있던 것은 역시나 메멘토였다.
그것을 아는데도 마음을 다스릴 수 없없다. 조금 전 들었던 로제테의 고통 어린 신음 때문이었다.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진득하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실버가 조슈아의 손등을 혀로 핥았다.
“나는 괜찮아, 실버.”
조슈아가 실버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다니엘에게로 돌아갔다. 다니엘 쪽도 공격을 받았는지 로텐 경이 초록색 피가 묻은 검을 들고 있었다.
“괜찮나?”
로텐 경이 씩 웃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몸이 뻐근했는데 움직이니까 좀 낫습니다.”
“그래.”
조슈아는 로텐 경의 어깨를 두드려 준 뒤 제 뒤를 졸졸 따라온 실버에게 지시했다.
“실버, 다니엘을 태울 준비를 해. 이동한다.”
[컹!]실버가 다니엘의 앞에 몸을 엎드렸다. 로텐 경이 다니엘을 도와주려고 그의 팔을 잡는 순간이었다.
“전 이만 포기하세요, 전하.”
“……뭐?”
“네?”
조슈아와 로텐 경은 순간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되물었다. 다니엘이 특유의 선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이제 가망이 없어요. 상처는 나을 생각을 하지 않고 안 좋아지고만 있고, 이젠 저 혼자 걸을 수도 없죠. 로텐 경도 매번 절 지키느라 고생만 합니다.”
“…….”
“저 때문에 계속 이동도 지체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절 두고 먼저 이동하세요. 저는 상태가 좀 나아지면 뒤따라가겠습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조슈아가 두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는 아니지요. 이런 전장에서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하니까요.”
“희생은 무슨 희생!”
“전하, 사실 전하도 절 포기하는 편이 전력에 더 낫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조슈아는 그 말에 차마 반박할 수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 다니엘의 말이 맞았다. 그는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그를 엄호하느라 대형이 무너지고, 다른 기사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보다는 다니엘 없이 이동하는 편이 유리했다.
냉정한 사령관이라면 그래야만 했다.
하지만 조슈아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전하, 이제 그만 가시지요.”
“다니엘 아드리안. 지금 스스로를 포기하겠다는 소리야?”
“포기하겠다는 소리가 아니에요. 이동에 방해가 되니 좀 더 쉬다가 뒤따라가겠다는 소리입니다.”
“그게 죽겠다는 소리와 뭐가 다르지? 지금 네가 혼자 남아서 뭘 할 수 있는데? 마물을 잡기는커녕, 혼자서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데!”
“…….”
“어떻게 내게 널 버리라고 할 수 있어? 남은 네 가족은 생각 안 하나? 로즈가, 네 동생이 널 어떻게 살렸는데,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해!”
“네?”
당황한 다니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로즈가 여기서 왜 나오는 건가요?”
조슈아는 제 말실수를 깨닫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서 방금 말은 실언이었다고 변명을 해야 했다. 로제테는 다니엘에게 자신의 과거가 밝혀지는 것을 원치 않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은, 다니엘을 살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말갛게 웃던 로제테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다니엘이 이번에는 다리를 다치지 않았고, 그래서 좋아하는 검술을 정진하여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사실에 무척 행복하다고 했다.
이번 생엔 다니엘 아드리안이 사랑하는 짝을 만난 것도 좋다고 했다.
조슈아는 자신의 연인이 다니엘과 이네스의 결혼식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로제테가 그렇게 지켜 낸 행복이었다. 그것을 자신이 망쳤다는 사실이 조슈아를 괴롭게 했다.
“전하, 말씀해 주세요. 여기서 로즈의 이름이 왜 나온 건가요? 로즈, 그 아이가 절 살렸다는 말이 대체 무슨 뜻인가요?”
지금이라도 부정해야 했다. 그러나 조슈아는 차마 로제테의 모든 노력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대신 그는 지금 상황에서 그나마 할 수 있는 말을 꺼냈다.
“그건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이 아니야.”
“……?”
“무사히 돌아가서 로즈에게 직접 듣도록 해.”
조슈아가 피식 웃었다.
“게다가 내가 널 여기에 두고 갔다간 로즈가 날 용서하지 않을걸. 다신 날 안 볼 거야.”
“로즈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아냐. 분명 그럴걸. 네가 동생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도 있었군. 그 아이는 그 누구보다도 가족을 제일 소중하게 여기고 있어. 나는 그다음이지.”
“…….”
“그 아이에게 미움받기 싫으니 널 반드시 살려서 돌아갈 거야. 그러니 두고 가라는 소리는 더 이상 하지 마. 뭐, 내가 로즈에게 소박맞는 꼴을 보고 싶다면 하든지.”
잠자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로텐 경도 끼어들었다.
“전하 말씀이 맞습니다. 동료를 버리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소공작님.”
“그렇지만…….”
“게다가 저 또한 경을 무사히 데려가지 못하면 앞으로 아드리안 경을 볼 자신이 없습니다. 아드리안 경도 절 평생 보지 않으실 테고요.”
“…….”
“그러니 절 위해서라도 함께 가 주셔야겠습니다.”
조슈아가 팔꿈치로 로텐 경의 팔을 찔렀다.
“대체 공녀와 언제부터 그런 사이가 된 거지?”
“그런 사이라고 할 건 없습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구애하고 있는걸요. 구애하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로텐 경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무사히 돌아오는 소리를 들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러니 소공작님, 저와 아드리안 경의 원활한 교우 관계를 위해서라도 이만 일어나시죠.”
다니엘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런 말을 들으니까 더 가기 싫군요. 두 분 지금 오빠 앞에서 감히 여동생들을 넘보고 있다는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제가 그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로텐 경이 다니엘의 오른팔을 어깨에 들쳐 메며 답했다.
“소공작께서 얼마나 아드리안 경을 아끼는지 다 압니다. 그러니 이 도둑놈이 아드리안 경을 데려가지 않게 말리려면 소공작께서 무사히 돌아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몸 성히 돌아가셔야 제게 결투 신청을 하든, 절 두들겨 패든 하겠지요.”
“제가 돌아가서 결투 신청을 하면 이길 자신은 있고요?”
“노력은 해 봐야죠.”
“경의 실력이라면 이자벨도 이기지 못 할 것 같습니다만.”
“당연히 아드리안 경은 못 이기죠.”
하하, 하고 웃어넘긴 로텐 경이 다니엘을 실버 위에 태웠다.
“아무튼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마십시오. 아드리안 경께서 이 사실을 안다면 굉장히 슬퍼할 테니까요.”
“…….”
가만히 듣고 있던 조슈아가 씁쓸하게 웃고 있는 다니엘의 몸을 끈으로 실버와 묶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사실 로즈도 로즈지만.”
조슈아가 끈으로 다니엘의 몸을 실버에게 고정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널 버릴 수 없어. 너는 내가 가장 아끼는 친우니까.”
“전하…….”
“그러니 내게 그런 선택을 강요하지 마. 네가 그런 말하지 않아도 나는 지금 충분히 괴로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