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78)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78화. 토벌대의 사정(3)(178/214)
178화. 토벌대의 사정(3)
2024.04.26.
“그러니 내게 그런 선택을 강요하지 마. 네가 그런 말하지 않아도 나는 지금 충분히 괴로우니까.”
다니엘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간신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쯤 연락이 끊긴 것을 이상하게 여긴 폐하께서 추가 조사단을 보낼지도 모르지. 그때까지 좀만 더 버티도록 해.”
“네.”
조슈아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가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에게 손짓했다.
“이동한다. 다들 지친 건 알고 있지만 긴장을 놓치 말도록.”
“네!”
토벌대는 희망을 갖고 주위를 다시 탐색했으나, 무한정으로 돌고 도는 공간을 벗어날 수 없었다.
* * *
로제테와 루카스는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베이스캠프 주위를 뒤지고 또 뒤졌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있었다.
수색 반경을 좀 더 넓혀서 찾다 보니 자그마한 마을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최근에 토벌대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오기야 왔었죠. 황자 전하께서 직접 찾아오셔서 마물에게 피해입은 것이나 다친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셨으니까요. 다들 전하의 배려심에 얼마나 감동했는지 몰라요.
-그게 언제였나요?
-한 일주일 전이 마지막이었나. 요 며칠 동안은 토벌대를 보지 못했어요.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요. 마물이 나올 때면 기사님들이 와서 안부를 물어보고는 했는데 말이죠.
조금 전 대화를 떠올리던 로제테는 저 멀리 들리는 삐삐의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삣!]“어떻게 됐어, 삐삐? 실버는? 실버는 찾았어?”
주위를 정찰하고 온 삐삐가 로제테의 손가락 위에 앉아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삐이…….]조슈아나 다니엘은커녕 실버의 기운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이상해.’
패밀리어는 서로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삐삐나 실버처럼 사이가 돈독한 패밀리어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어렵지 않게 찾았다.
그러니 실버가 이 지역 근방에 있다면 삐삐가 이미 찾았어야 했다. 그런데 삐삐가 실버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설마 실버가 소멸한 건 아니겠지?’
패밀리어는 물리적인 공격에는 타격받지 못한다. 그런 패밀리어가 소멸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마나가 실린 공격에 치명타를 입은 경우.
이론적으로 가능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그런 경우는 드물었다. 패밀리어는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른 마법사만 소환할 수 있는 파트너였고, 그만큼 강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비록 삐삐는 공격력이 거의 없었지만, 실버는 공격력도 방어력도 강했다. 쉽게 치명타를 입고 소멸할 일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 가정이…….’
패밀리어가 소멸하는 두 번째 경우는 소환자가 죽는 경우였다.
패밀리어는 소환자가 마나로 소환한 생명체. 무슨 일이 있어라도 소환자가 살아만 있으면 패밀리어는 모습을 유지했다.
소환자가 정신을 잃거나 마나를 잃는다고 해도 패밀리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로제테가 어릴 적 마나를 모두 소모하고도 삐삐가 멀쩡히 남아 있는 것만 봐도 그랬다.
다만, 소환자가 죽으면 그 즉시 패밀리어도 소멸된다. 소환자와의 연결이 끊기기 때문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
로제테는 자꾸만 불길하게 흘러가는 생각을 다잡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다.
‘조슈아와 실버가 마물에게 그렇게 쉽게 당할 리가 없잖아. 다니엘 오빠도, 로텐 경도 다 무사할 거야.’
주위를 돌아보아도 세 사람의 시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다른 토벌단의 시신도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토벌을 나간 이들이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였다.
“하,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어떻게 이렇게 흔적 하나 찾을 수 없을 수 있지?”
루카스가 어두운 로제테의 표정을 보다가 두 손으로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땅으로 꺼지기라도 한 거야? 아니면 뭐, 하늘로 솟은 거야? 이게 대체 어떻게 가능하냐고!”
“…….”
“아니면 뭐, 단체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라도 한 거야? 토벌대에 분명 마법사가 있댔지? 꼬맹아, 단체로 이동 마법을 쓸 수 있어?”
“불가능해요. 마나 포털을 제외한 이동 마법은 사실상 그 누구도 못 한다고 봐야 해요. 그게 가능했다면 제가 여기 올 때 말이 아니라 마법을 사용했겠죠.”
“하긴 꼬맹이 너도 못 하는 걸 다른 마법사가 어떻게 하겠어. 그럼 뭐, 다른 건 없어? 상황이 너무 심각해져서 몸을 은닉하고 있는 거라든가?”
“은닉이요?”
로제테가 고개를 들며 묻자 루카스가 설명했다.
“원래 전쟁에 나가면 위장을 하고 몸을 숨기기도 하잖아. 마법으로도 그게 가능한가 싶어서. 흔적을 모두 지우고 적에게 안 들킬 수 있는 그런 방법 말이야.”
“…….”
“다니엘 형이나 다른 부상자를 데리고 다니긴 쉽지 않을 테니까 어딘가 숨겨 두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마법으로 공간을 분리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했다.
“이론적으로 가능하기는 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많은 인원을 이렇게 숨길 수는 없을 텐데.”
“가능해? 정말?”
“이론적으로는 말이에요. 실제로 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이론이든 뭐든, 가능하다면 추적해 봐야지! 만약 토벌대가 그런 방법으로 숨었다면 찾을 수 있어?”
“시도는 한번 해 볼게요. 삐삐, 이리 와.”
로제테는 바닥에 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눈을 감고 두 손바닥을 바닥에 갖다 대자 삐삐가 그녀의 앞에 자리잡고 눈을 감았다.
“지금부터 이 근방의 마나의 흔적을 추적할 거예요. 워낙 범위가 넓어서 삐삐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마나의 흐름이 바뀔 텐데, 이상함을 감지한 마물들이 달려들지도 몰라요. 방어하실 수 있겠어요?”
루카스가 긴장감이 감도는 얼굴로 검을 고쳐 쥐었다.
“해 봐야지. 꼬맹아, 오빠 믿지?”
“네. 그리고 저도 무방비 상태가 될 텐데, 부탁할게요.”
“걱정하지 마. 내가 누구야? 루카스 아드리안이라고!”
로제테는 제 앞을 지키듯이 가로막는 루카스의 기척을 느끼며 손바닥에 마나를 흘려보냈다. 동시에 삐삐도 온몸의 털을 바짝 세우며 로제테를 도왔다.
주위에 크게 일렁거리는 마나에 루카스는 이를 꽉 깨물었다.
‘장난 아니네.’
마나는 그를 향하는 게 아닌데도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강했다. 폐부가 찌그러드는 것 같았다.
‘부디 다들 무사하기를.’
루카스는 검을 꽉 쥐며 앞을 바라보았다. 로제테의 말대로 이상함을 느꼈는지 저 멀리서 마물 한 마리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이번에 나타난 마물은 커다란 호랑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이마에 뾰족하게 뿔이 나 있었다.
루카스는 커다란 마물의 송곳니를 보며 씩 웃었다.
“덤벼, 애송아.”
* * *
루카스의 기합 소리와 맹수 특유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루카스가 자신을 방어하며 마물을 상대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로제테는 그를 도와줄 수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최대한 빨리 마나의 흐름을 찾는 것뿐이었다.
‘느껴져.’
루카스의 의견을 들었을 때만 해도 로제테는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토벌에 참가한 마법사가 이 넓은 범위를 방어하는 마법을 펼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조사를 하고 나니 이 근방에 인위적으로 마나의 흐름이 조작된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마나가 향하는 곳은…….’
로제테가 살짝 눈을 떠서 주위를 살폈다. 집중하고 있는 삐삐의 몸 뒤로 분홍빛 선이 앞으로 뻗어져 있었다.
로제테가 그 선이 향하는 곳을 눈여겨 보고 있을 때였다.
“큭, 꼬맹아! 아직 멀었어?”
마물의 송곳니를 검으로 막은 루카스가 힘겹게 소리쳤다. 처음엔 한 마리였던 마물은 어느새 다섯 마리가 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루카스가 처리한 마물 세 마리가 초록색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힘든 건 아닌데, 아무래도 얘네들이 더 몰려올 것 같거든?”
그때 경계하던 마물 한 마리가 아가리를 쫙 벌리며 무방비한 로제테에게 달려들었다.
루카스는 얼른 검을 빼서 마물을 베어 내려고 했지만, 첫 번째 마물이 그의 검을 세게 문 채로 놓아 주지 않았다.
“내 동생은 안 돼!”
루카스는 몸을 비틀어 로제테의 앞을 가로막았다. 마물이 루카스를 향해 높이 뛰어오르는 순간이었다.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로제테가 손을 크게 휘저었다. 동시에 바람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변해 마물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꼬맹아! 찾았어?”
루카스가 마물의 배를 걷어차며 물었다. 로제테는 자신을 경계하며 으르렁거리는 마물들을 둘러보며 답했다.
“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빠 말처럼 마나가 인위적으로 조작된 부분이 있어요.”
“그럼 얼른 가자. 일단 이 녀석들부터 처리하고…….”
“오빠, 뒤로 물러나요.”
이젠 로제테와 호흡이 잘 맞는 루카스가 높이 뛰어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땅에서 푸른 불꽃이 치솟더니 마물들의 몸을 감싸 안았다.
“가요!”
로제테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마물을 지나쳐 달려갔다. 그녀는 1분 정도 달리다가 속도를 줄였다.
“여기야?”
“네.”
로제테가 손에 마나를 둘러 허공을 매만지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파바박, 하고 스파크가 튀었다.
“여기에 결계가 있어요.”
“이 안에 다니엘 형이 있다는 거지?”
“아마도요.”
“뚫을 수 있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뚫어야죠. 혹시 모르니 좀 떨어져요, 오빠.”
로제테는 이를 악물고 마나를 불어넣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마나의 결계가 좀처럼 부서지지 않았다.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이마와 목덜미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삐이이잇!]삐삐 또한 온몸에 힘을 주며 로제테를 도왔다.
이윽고.
챙, 하고 유리가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그러자 로제테의 앞에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