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8)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8화. 조셉 오서(3)(18/214)
18화. 조셉 오서(3)
2023.11.18.
[네가 맡은 바만 잘 수행하면 무사히 돌려보내겠다.]“제 동생 목소리라도 한 번 들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무사한지 확인…….”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네 동생의 안전은 장담할 수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을 텐데.]“…….”
[아무튼 계획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도록.]“시간을 좀 더 주십시오.”
[일주일.]상대가 단호하게 말했다.
[일주일 안으로 해결해라.]원래 그가 주었던 기간은 한 달이었다. 그런데 일주일 안으로 당겨진 것이었다.
그러나 토를 달 수 없었다. 조셉 오서는 그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신세였다.
“알겠습니다.”
그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통신 연결이 끊겼다. 조셉 오서는 통신구를 노려보다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젠장…….”
올해로 열여덟 살인 그는 5년 전 아드리안가의 종자로 들어왔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버텨서 지금은 기사 서약식을 앞두고 있었다. 그만큼 그는 아드리안가에 충성적이었다.
그런데 한 달 전쯤 멜로디를 맡아 주고 있는 이모에게서 동생이 사라졌다고 연락이 왔다.
조셉은 그 말을 듣자마자 휴가를 받고 이모 집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멜로디를 찾을 수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드리안 공작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할 때였다. 모든 것이 수상쩍은 남자가 그를 찾아왔다.
그의 용건은 한 가지였다. 동생을 인질로 잡고 있으니 자신들이 주는 임무를 수행하라고.
조셉은 그 임무가 뭔지도 모른 채 오로지 동생을 살리기 위해 그러겠노라고 답했다. 최악의 경우 자신의 목숨을 바칠 각오도 되어 있었다.
그런데 상대가 준 ‘임무’는 그의 생각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다.
-이 물약을 아드리안 공작의 마차에 뿌려라.
-뿌리면 어떻게 됩니까?
-그건 네가 알 것 없다.
그는 이 물약의 효과를 말해 주지 않았지만 조셉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사고를 내는 거겠지.
달리는 마차에서 사고가 나면 최악의 경우 그 자리에 즉사할 수 있었다. 아주 운이 좋으면 살 수 있겠지만, 몸이 성할 거란 보장은 없었다.
그것도 하필 그가 존경하는 아드리안 공작을 노리다니.
당장 달려가 아드리안 공작에게 이 모든 사실을 밝힐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걸 미리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그가 공작을 찾아가려고 할 때마다 번번이 경고장이 날아왔다.
누구에게 이 사실을 발설했다간 동생은 죽을 것이라는 내용의 경고였다.
더불어 실패해서 계획이 모두 발각나게 되어도 동생은 죽으니 실수도 하지 말란 말도 있었다.
‘이젠 정말…….’
조셉 오서는 서랍장 깊숙이 숨겨 두었던 물약을 꽉 쥐었다.
이젠 정말 피할 수 없었다.
* * *
“걸음이 느리다, 꼬맹아. 거북이도 너보다는 빠르겠어.”
루카스가 로제테의 옆을 졸졸 따라왔다. 건성건성 뛰는 것 같은데도 그의 달리기 속도가 최선을 다해 뛰는 로제테보다도 빨랐다.
그를 살짝 흘겨본 로제테는 어금니를 꽉 물고 더 빠르게 달렸다. 얄밉게도 루카스는 속도를 높여도 호흡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어제 이후 로제테는 매일 아침마다 루카스와 함께 아침 훈련을 하기로 했다.
하는 것이라고는 연무장을 뛰는 것밖에 없어서 ‘훈련’이라고 하기엔 민망했지만, 원래 다들 처음엔 이것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좀 안심이 되었다.
물론, 루카스 외에 다른 가족들은 로제테의 결정에 회의적이었다. 그들은 로제테가 하겠다고 하니 일단 찬성하면서도, 힘들면 언제든지 그만두어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로제테는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녀에겐 원대한 계획이 있었다.
‘얼른 체력을 쌓아서 마나 코어를 만들 거야.’
마나 코어가 있다면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거니까. 더불어 얼른 포동포동해지기 위해 밥도 많이 먹을 계획이었다.
또한.
‘조셉 오서를 잘 감시해야 해.’
로제테는 숨 가쁘게 뛰면서도 저 멀리 목검을 내리긋는 댈러스가의 첩자를 바라보았다.
다니엘에게서 그의 이름이 조셉 오서라는 것도, 그가 기사단에 입단한 지 5년 정도 되었다는 것도 들었다. 더불어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여동생만 남아 있다는 것도.
그 과정에서 다니엘이 ‘우리 막내가 그런 건 왜 궁금할까?’라고 은근히 물었고, 루카스가 ‘역시 너 그 녀석에게 관심이!’라고 길길이 날뛰었지만 어찌어찌 그런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상한 게 있었다. 다니엘의 말에 따르면 조셉 오서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성실하고 아드리안가에 대한 충성심도 대단하고 했다.
그런 그가 어쩌다가 댈러스가의 첩자로서 다니엘을 노리는 걸까.
‘동생이 인질로 잡혀 있는 걸까?’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느새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선 루카스가 샐쭉 말했다.
“또, 또 쟤를 보네. 꼬맹아, 잘 들어 봐. 넌 여덟 살이고 쟤는 열여덟 살이야! 나이 차이를 생각해!”
어휴. 그런 거 아니래도 그러네. 로제테는 입 아프게 해명하는 대신 무시하고 루카스를 지나쳤다. 루카스가 따라오면서 쫑알거렸지만 이번에도 한 귀로 흘렸다.
세 바퀴를 모두 뛴 로제테는 물을 가지러 간 루카스를 기다리지 않고 조셉 오서에게 향했다.
“조셉…… 맞지?”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던 조셉이 로제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 작은 아가씨 아니십니까!”
그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로제테는 그를 말갛게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물…….”
“네?”
“물 마시고 싶어.”
“아, 물이요. 잠깐만요.”
“아가씨, 이걸 드십시오!”
“그건 네가 먹던 거잖아! 아가씨, 이건 입 안 댄 거니 이걸 드십시오.”
조셉이 물병을 찾느라 우왕좌왕하는 사이, 기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로제테는 순식간에 덩치가 큰 기사들에게 둘러싸였다.
로제테는 제게 건네진 물병 중 대충 하나를 집어 뚜껑을 열었다. 그녀가 꼴깍꼴깍 물을 마시자 간택 당한 기사가 흐뭇하게 웃었다.
“그나저나 아가씨. 힘드시진 않으십니까?”
“그래도 세 바퀴를 다 도셨으니, 대단하십니다! 그거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다친 무릎은 어떻습니까? 괜찮습니까?”
로제테는 고개를 건성으로 끄덕이며 물병을 든 채 어색하게 웃고 있는 조셉을 관찰했다. 정확히는 그의 주위에 있는 마나를 느꼈다.
아직 마나 코어를 만들지 않았지만, 이건 단순히 마나의 기운을 느끼는 거라 쉽게 할 수 있었다.
‘마나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
로제테는 안도했다. 혹시나 과거의 자신처럼 저주에 걸려 댈러스 후작의 말을 듣는 건 아닌가 걱정했기 때문이다.
어젯밤 로제테는 과거에 만났던 조셉 오서에 대해 조금 더 생각했다. 당시 그의 표정이 굉장히 어두웠다는 점에서 그가 억지로 댈러스 후작을 따르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 점이 그녀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로제테는 마리오네뜨 인형처럼 이용당하는 조셉 오서에게서 억지로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을 해치던 제 모습을 보았다.
만약 조셉 오서 또한 피해자라면, 그가 이번 일을 원치 않는다면 그를 도와주고 싶었다.
다행히 저주가 아니어서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저주가 아니라면 역시 동생이 인질인 걸까.’
그렇다면 사고를 막으면서 조셉 오서의 동생도 구하고, 배후도 잡아야 할 텐데.
‘하지만 어떻게? 나 혼자 할 수 있을까? 마나 코어도 없이?’
로제테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새 물병을 들고 그녀 쪽으로 다가온 루카스가 외쳤다.
“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지? 너희들이 그렇게 모여 있으면 꼬맹이가 놀랄 거 아냐!”
“핫!”
“시정하겠습니다!”
기사들이 후다닥 물러났다. 그제야 기사들에게 둘러싸여 보이지 않던 로제테의 모습이 보였다.
루카스가 로제테가 마시던 물병을 빼앗아가고는 제가 가져온 물병을 내밀었다.
“이거 마셔.”
“이미 충분히 마셨…… 아니, 마실게요.”
이미 물 한 병을 모두 비웠지만, 로제테는 루카스가 가져온 물도 꼴깍꼴깍 마셨다. 덕분에 아침을 먹기 전부터 물배를 채우고야 말았다.
* * *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아가씨.”
“응. 조앤도 잘 자.”
침대에 누워 있던 로제테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벌떡 일어나 앉았다. 눈을 감고 몸에 흐르는 마나에 집중했다. 벌써 한 달 넘게 계속된 일이었다.
로제테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도 닦지 못한 채 마나를 모았다. 그녀의 배 속에 두루뭉술하게 모인 마나가 조금씩 압축되며 크기를 줄여 갔다.
지금부터가 진짜 고비였다. 여기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체력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압축된 마나는 코어를 만들지 못하고 흐트러지고 만다.
로제테는 체력 때문에 지난 한 달간 여기에서 실패했다.
‘조금만 더…….’
로제테는 흐트러지는 정신을 간신히 잡으며 집중하고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해방감과 함께 로제테가 눈을 번쩍 떴다. 두 손으로 아직도 납작한 배를 더듬거렸다. 아직은 희미하긴 했지만 마나 코어의 기운이 느껴졌다.
남들은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희미한 기운이었지만 마나 코어가 맞았다. 과거보다 1년은 빨리 코어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아직 체력이 많이 늘지 않았지만, 로제테가 마나를 운용할 줄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은 제대로 된 마법은 쓰지 못하겠지만…….’
로제테도 당장 마법을 쓰기 위해 마나 코어를 만든 건 아니었다. 그녀에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두 손을 펼친 상태로 마나를 불어 넣었다. 손바닥 위에 분홍색 마나가 몽글몽글 맺히더니 이내.
[삑!]희고 자그마한 새가 뿅 하고 나타났다. 로제테의 마나로 만든 패밀리어였다.
로제테가 반갑게 외쳤다.
“삐삐!”
뱁새, 삐삐가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화답했다.
[삐익!]마나로 만든 패밀리어는 살아 숨 쉬는 생명체는 아니었지만 자아를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니 지금의 삐삐는 과거의 삐삐와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로제테는 삐삐가 반가웠다. 과거 삐삐는 외로움을 많이 탔던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으니까.
로제테가 삐삐에게 제 뺨을 갖다 대며 중얼거렸다.
“반가워.”
[삑!]“아 참 이럴 게 아니야.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어.”
[삐삑!]“가서 조셉 오서라는 기사를 감시해. 그 사람이 마차에 무슨 짓을 할 거야. 그때 나에게 알려 줘. 아니다. 그 사람이 한밤중에 방을 나서는 순간 알려 줘야 해. 알겠지?”
[삐이익!]고개를 끄덕인 삐삐가 창문 밖으로 포르르 날아갔다. 로제테는 탈력감을 느끼며 침대에 털썩 누웠다.
이제 남은 건 삐삐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 *
사흘 뒤, 새벽 동이 틀 때쯤 삐삐에게서 연락이 왔다. 살짝 열어 둔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삐삐는 곤히 자고 있는 로제테의 머리를 부리로 물고 잡아당겼다.
“아얏. 누구…… 삐삐?”
[삐익!]삐삐가 허공에서 열심히 날갯짓했다. 번쩍 정신을 차린 로제테는 망토를 뒤집어쓰고 삐삐를 따라 마차 보관소를 향했다. 아무도 없어야 하는 그곳에 커다란 인영이 서 있었다.
조셉 오서일 게 분명한 남자가 마차로 다가가는 것을 보고 로제테는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그만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