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8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80화. 다니엘을 살리는 방법(1)(180/214)
180화. 다니엘을 살리는 방법(1)
2024.04.28.
“이젠 한시름 놓아도 돼요. 이제 괜찮아.”
로제테의 허리를 껴안은 조슈아의 팔이 파르르 떨렸다. 아니, 팔뿐만 아니라 로제테와 맞닿은 그의 온몸이 잘게 떨렸다.
로제테는 그런 그의 모습에서 조슈아가 지금까지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큰 부상을 입은 다니엘을 비롯한 토벌대를 이끄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무슨 일이 있어도 좀처럼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았던 조슈아였기에 로제테는 그의 모습이 울컥했다.
그녀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조슈아의 등을 계속 토닥였다.
“이제 같이 돌아가요.”
“……어떻게.”
돌아오는 조슈아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 있었고, 목을 쇠로 긁은 것처럼 거칠었다.
“어떻게 네가 이곳에 있는 거지? 꿈이 아니라 정말로……?”
“꿈이 아니라 진짜예요. 연락이 닿지 않아서 찾으러 왔어요.”
로제테는 조슈아의 품에 얼굴을 폭 묻으며 웅얼거렸다.
“걱정이 돼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다니엘 오빠도 어떻게 됐는지 알아야만 했고요.”
“하, 정말.”
조슈아가 진한 한숨을 내뱉었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정말 막무가내야.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 왔어.”
“내 한 몸 지킬 자신은 있으니까요. 그리고 루카스 오빠도 왔고…….”
그때, 조슈아의 뒤에서 꼬리를 세게 흔들던 실버가 참다 못해 달려들었다.
[컹! 컹컹!]그러나 실버는 로제테에게 미처 다가오지 못했다. 삐삐가 먼저 날아가 실버의 머리털을 쥐어뜯었기 때문이다.
[삣! 삐잇! 삐이이!]야, 바보 늑대! 너, 지금까지 왜 조용히 있다가 다 끝나니까 아는 척이야! 네 주인 안 말리고 뭐 했어! 뭘 잘했다고 꼬리를 흔들고 난리야!
로제테는 실버에게 따지는 삐삐와 억울하다는 듯 컹컹 짖은 실버의 목소리를 듣다가 조슈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절 공격하셨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건…….”
조슈아는 말하기 괴롭다는 듯 입을 다물고는 로제테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로제테는 그런 그를 재촉하지 않고 차분히 기다렸다.
드디어 만났다. 많이 힘들어 보였지만 일단 살아 있으니 다행이었다.
로제테는 거친 조슈아의 숨이 차분해질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려 주었다.
* * *
“다니엘 형! 형, 괜찮아?”
조슈아를 다독이던 로제테는 다급한 루카스의 목소리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 조슈아도 조슈아였지만 정말 급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녀는 조슈아의 품에서 벗어나 루카스와 함께 다니엘에게로 달려갔다. 다니엘은 모포를 두르고 나무에 기댄 채 앉아 있었는데, 두 동생이 코앞에 올 때까지도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형! 우리 왔어! 눈 좀 떠 봐!”
루카스가 차마 손도 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데, 목소리를 들었는지 다니엘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가 실눈을 뜨며 두 동생을 힘겹게 올려다보았다.
“……스?”
내내 의연하던 루카스가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 형! 흐엉, 나야. 루카스라고.”
어릴 적 이후로, 아니, 어릴 적에도 딱히 로제테 앞에서 울음을 보인 적 없던 루카스가 다니엘의 앞에 두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건 로제테도 마찬가지였다. 다니엘의 모습을 보자 그녀도 소리 없이 눈물을 뚝뚝 쏟아 냈다.
현재 다니엘은 누가 보더라도 금방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굴은 하얗게 질리다 못해 시퍼런 빛이 돌았으며, 입술은 보라색에, 잔뜩 갈라져 있었다.
눈 밑은 거뭇거뭇했고, 두 뺨은 홀쭉해져 광대가 도드라져 있었다.
늘 든든하기만 하던 첫째, 다니엘의 약해진 모습에 동생들은 그저 속상하고, 괴롭기만 했다.
“무사히 돌아온다면서 꼴이 이게 뭐야. 다들 형을 얼마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나는 괜찮……. 어떻게…….”
“어떻게 오긴! 형 찾으러 왔지! 다쳐서 상태가 안 좋다는 말은 들었는데 연락이 되지 않으니까 꼬맹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바보같이 나는 형이 다친 것도 나중에 알았어. 이런 줄도 모르고 형이 무사히 돌아올 거라고 꼬맹이를 안심시키려고 했다고.”
“…….”
“그런데 꼬맹이가 형이 크게 다쳤다면서 가 봐야 한다고 하잖아. 말려야 하는데 차마 말릴 수 없었어. 안 된다고 하면 날 기절시켜서라도 갈 것 같았거든. 근데 혼자 보내는 건 더 걱정되잖아? 그래서 같이 왔어. 그러니까…….”
루카스가 코를 훌쩍이며 감정을 다스리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 왜 왔냐고 따지지는 말아. 괜히 기운만 빠지니까.”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아무튼 형은 나와 꼬맹이가 무사히 집으로 데려갈 거니까 그런 줄 알아.”
로제테가 두 뺨에 흐른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거들었다.
“맞아요, 오빠. 우리가 왔으니까 안심해도 돼요.”
다니엘이 눈을 조금 더 뜨며 로제테를 바라보았다. 로제테는 그에게 웃어 보인 뒤 루카스의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일단 상처부터 확인해야겠어요. 오빠, 좀 도와줘요.”
“알겠어.”
“저도 돕겠습니다.”
주위에서 지켜보던 로텐 경이 다가와 루카스와 함께 다니엘이 두르고 있던 모포를 벗겼다.
로제테는 안 그래도 약해져 있는 다니엘이 한기를 느끼지 않도록 보온 마법을 걸어 준 뒤 상처를 살폈다.
“윽, 어떡하다가 이 지경까지…….”
루카스가 잔뜩 부푼 허벅지를 보고 눈을 찌푸렸다. 간신히 울음을 그쳤던 그의 눈에 다시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다.
로텐 경이 설명했다.
“군의관이 계속 살폈지만 도무지 나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소독을 해도 염증은 가라앉지 않았고 가져온 약을 발라도 차도가 없었죠. 오히려 심해지기만 했습니다.”
“…….”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왔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약이나 의료 도구도 없는 곳에서 선뜻 수술할 수도 없었고 또 소공작의 앞날을 저희가 그렇게 망칠 수는 없었어요. 조금만 더 정진하면 소드 마스터가 되실 수 있잖아요. 기사의 미래를 꺾을 수는 없었죠.”
로텐 경이 괴롭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곳에 갇힌 뒤에는 그나마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군의관도 없지, 상비약도 없지. 전하께서 마법으로 더 악화되는 것은 막았지만 그것도 이젠 효과가 없었어요. 소공작께서 지금까지 버티신 게 용합니다. 아마도 돌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겠죠.”
로제테는 차분히 로텐 경의 설명을 들으며 환부를 살폈다.
그녀는 의원이 아니다. 의원들이 일반적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았다.
다만 어릴 적부터 약초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그 지식을 활용하면 다니엘을 치료할 수 있는 약초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이 상처는 마물의 독 때문에 난 상처였다. 그 독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게 마법이나 마나에 관련되어 있다면 치료 방향을 알아낼 수도 있었다.
‘그런데 확실히 뭔가 이상해.’
환부를 이리저리 살피던 로제테가 삐삐를 불렀다.
“삐삐.”
[삣?] [컹?]삐삐뿐만 아니라 실버도 관심을 보이며 다가왔다.
“이 안쪽에서 미세하지만 마나가 느껴지지 않아?”
[삐이?]삐삐가 다니엘의 무릎 위에 앉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버도 상처에 코를 바짝 갖다 대며 킁킁거렸다.
[삣!] [컹!]몇 초 뒤 두 패밀리어가 동시에 대답했다. 로제테의 말대로 마나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마나라니?”
조용히 상황을 관찰하던 조슈아가 심각성을 느끼고 다가왔다.
“마물의 독이 단순히 독이 아니라 마나로 만들어진 독 같아요.”
“그런 게 가능한가?”
“마물의 독에 대해서는 저도 아는 게 없어요. 하지만 마나를 이용한 독을 만드는 건 들어 본 적이 있어요.”
“대체 왜 마나를 섞어서 독을 만들지?”
“그렇게 되면 단순한 해독법으로는 해독이 안 되거든요. 그렇다고 마법사가 독을 정화하기도 쉽지 않아요. 다루기 까다롭거든요. 당연히 일반적인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안 됐을 거고요.”
“그런데 나는 여태껏 그걸 몰랐다니…….”
로제테는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는 조슈아를 위로했다.
“찾아내기 쉽지 않았을 거예요. 마물을 상대하면서 온갖 마나를 접하셨잖아요. 게다가 지쳐 있기도 했고요. 게다가 정말 기운이 미약해서 저 정도나 되니까 찾아낼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해, 꼬맹아?”
“일단 안쪽에 있는 마나의 핵을 끄집어내야 해요. 일찍 알았다면 원인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차도를 보이겠지만, 이미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어요.”
로제테는 예전에 읽었던 약초에 관한 책을 떠올리며 삐삐에게 지시했다.
“삐삐, 마나가 깃든 약초에 대해서 알아?”
[삐?]“생긴 건 이벨린 왕국에서 주로 나는 포르텐 꽃 이파리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약초가 있어.”
[삣!]삐삐가 책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며 날개를 파닥였다.
“흔한 약초가 아니라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그렇지만 북부는 다른 곳에 비해 마나의 기운이 짙은 편이니까 잘 찾으면 있을지도 몰라. 그걸 좀 찾아 줘.”
[삣!]“그리고 다른 약초도 좀 찾아 주고.”
로제테에게서 약초 이름과 생김새를 들은 삐삐가 포르르 날아갔다. 실버 또한 도와주겠다며 그 뒤를 쫓아갔다.
로제테는 가쁜 숨을 내쉬는 다니엘의 두 눈을 손바닥으로 덮었다.
“오빠는 한숨 자요. 자고 일어나면 고통은 한결 나아질 테니까요.”
그녀가 마법으로 다니엘을 재웠다. 순식간에 잠이 든 다니엘은 조금 전보다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로제테는 루카스와 로텐 경의 도움을 받아 다니엘을 모포 위에 완전히 눕힌 뒤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일단 마나를 제거해 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