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8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81화. 다니엘을 살리는 방법(2)(181/214)
181화. 다니엘을 살리는 방법(2)
2024.04.29.
로제테는 남아 있는 토벌대 중 그나마 의학에 지식이 있는 사람을 찾았다. 두 명이 자원했는데 두 사람 모두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동네 의원에게서 기본기는 배우기는 했지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괜히 폐만 끼치는 건 아닐지.”
로제테는 그들을 안심시켰다.
“괜찮아요.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은 경들의 도움이 절실해요.”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로제테는 일단 마법으로 다니엘을 재우고 상처 부위를 마취했다. 긴장감에 손에 땀이 배어 나왔지만 애써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정말로 늦었다면 다니엘 오빠는…….’
다리를 못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 상태였다면 다니엘은 정말 목숨이 위험했을 터였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지만 로제테는 입술을 꾹 물고 눈물을 삼켰다.
언젠가는 이 일도 추억이라고 여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러기 위해선 다니엘을 무사히 치료하고 다 같이 수도로 돌아가는 게 먼저였다.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다니엘을 살려서 무사히 이네스와 결혼하는 모습을 볼 거다.
다리도 완벽하게 고쳐서 다니엘이 무사히 소드 마스터가 되는 모습도 볼 거였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잘못되면? 이미 늦었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지만 다니엘의 다리에 손을 올리는 순간 부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또다시 시간을 돌려야 하나. 이미 한 번 해 봤던 일이니까 어쩌면 다시 돌아가면 더 잘해낼 수도…….
그때, 조슈아가 그녀의 손 위에 제 손을 얹었다. 손등에 닿는 그의 손이 뜨거웠다. 그제야 로제테는 제 손이 긴장감으로 차갑게 식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슈아가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다음은 없어, 로즈.”
그러니 제대로 하라는 소리일까?
로제테가 조슈아의 속뜻을 알 수 없어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바짝 붙어 있었던 탓에 그의 코끝이 뺨에 닿았다.
“너는 충분히 최선을 다했어. 만에 하나 비극이 일어난다고 해도 네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해결할 필요는 없어. 아니, 그러지 않기를 바라.”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들을까 봐 두루뭉술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로제테는 그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조슈아는 혹시라도 다니엘이 잘못됐을 경우, 로제테가 다시 시간을 돌릴 것을 우려해 조언하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생각을 읽은 사람처럼.
“어쩌면 제가 모든 것을 다시 바로잡을 수도 있는데도요?”
“기적이 두 번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어.”
“…….”
“그리고 자칫했다가 모든 것이 꼬일지도 몰라.”
그건 맞는 말이야. 로제테도 수긍했다.
어쩌면 시간을 돌리는 기적 같은 건 한 번만 일어날 수도 있었다.
게다가 무사히 시간을 돌린다고 해도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없었다.
일단 조슈아는? 늘 그녀 옆에 있었던 조슈아는 기억을 갖고 회귀할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가 모든 기억을 보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아티팩트는 얼마 전 로제테를 살리는 데 썼다.
만약 조슈아가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면? 그는 어디까지 기억하는 걸까. 만약 그가 열한 살 꼬맹이로 돌아간다면…….
“무엇보다 나는 널 잃고 싶지 않아. 그러니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해.”
로제테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러고는 진지하게 선언했다.
“후회 같은 건 하지 않을 거예요. 반드시 해낼 거니까요.”
로제테는 그나마 의원을 도와 상처를 치료해 봤다는 기사의 도움을 받아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작은 칼을 소독하여 상처를 째고 안쪽에 박혀 있는 것을 꺼냈다. 로제테가 작은 진주 크기만 한 무언가를 꺼내자 다들 놀랐다.
“그런 게 박혀 있었습니까?”
“왜 미처 몰랐을까요? 의원이 확인했을 텐데.”
“처음엔 이런 모양이 아니었을 거예요. 아마 독이 안쪽에서 이렇게 커진 것 같아요. 손을 쓰지 못하는 요 며칠 사이에 급격하게 커졌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럼 이제 괜찮은 걸까요?”
“글쎄요.”
로제테는 기사에게 상처 부위의 지혈을 맡기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제발, 삐삐…….’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쁫!]저 멀리서 작은 새가 포르르 날아왔다.
[쁘으!]삐삐는 부리로 로제테가 말한 것과 비슷한 생김새를 지닌 풀을 꽉 물고 있었다.
로제테의 손바닥에 풀을 내려놓은 삐삐가 다급하게 물었다.
[삐잇? 삣?]이거 맞아?
풀의 이파리를 잘 살펴보던 로제테가 그제야 긴장을 풀고 미소 지었다.
“이게 맞는 것 같아.”
풀의 생김새만으로는 확실히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삐삐가 가져온 풀에서는 다른 약초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마나의 기운이 조금씩 느껴졌다.
로제테는 가방에서 다시 도구를 꺼내 약초를 찧어 다른 약재와 섞은 뒤 환부에 발랐다.
그다음 마무리는 기사가 했다. 그는 로제테가 가방에서 꺼내 준 깨끗한 붕대로 다니엘의 상처를 감싸는 걸로 치료를 마무리했다.
“이제 다 된 겁니까?”
로제테는 식은땀을 닦아 내며 답했다.
“저도 아직 확신하지는 못하겠어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했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 봐요.”
그녀는 가까이에서 다니엘의 안색을 확인했다.
마취를 하고 재웠는데도 통증이 조금 있었는지 그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마에는 식은땀도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다행인 것은 조금 전보다 얼굴색은 나아진 것 같았다. 창백한 건 여전했지만 얼굴에 맴돌던 회색기가 살짝 사라졌고 입술에도 붉은빛이 조금 돌아왔다.
“상처 부위에 통증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까 오빠는 좀 더 재우도록 할게요. 그 편이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가아요. 그동안 제대로 잠을 못 자서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을 테니까요.”
로제테가 다니엘의 몸에 마나를 다시 한번 불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나났다. 그러자 두 주먹을 꽉 쥐고 지켜보던 루카스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꼬맹아, 잘했어! 정말…….”
그가 다시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나 정말……. 살면서 내가 이렇게 무력한 적은 처음이야. 기껏 여기까지 와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니. 정말 짐만 됐어.”
“아니에요, 오빠.”
로제테가 루카스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나도 오빠 덕분에 버텼어요. 그리고 마나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다는 것도 오빠가 알아냈잖아요.”
“난 의견만 냈지, 실제로 찾아낸 건 너잖아.”
“그래도요. 오빠 없이 저 혼자 왔으면 못 했을 거예요. 같이 와 줘서 고마워요.”
단순히 루카스를 치켜세우기 위한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온 말이었다.
물론, 처음엔 루카스를 달고 오는 게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성을 잃을 뻔했을 때에도 루카스가 든든히 옆에서 잡아 줬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늘 철부지 오빠라고만 생각했던 루카스에게 알고 보니 어른스러운 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여행이었다.
로제테가 어리광을 부리듯 얼굴을 문대자 루카스가 애써 하하하 하고 웃었다.
“꼬맹이가 드디어 이 오빠의 진 면목을 알아보는구나.”
로제테는 말로 대답하는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자 루카스는 더욱 신나서 웃어 젖혔다.
일단 한시름을 놓고 난 뒤에야 로제테와 루카스는 그동안 토벌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해들을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어째서 조슈아와 토벌대가 두 사람을 공격했는지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설명해 준 것은 로텐 경이었다.
“메멘토요?”
“네. 저희가 임의로 붙인 마물 이름인데, 뚜렷한 형태가 없이 사람마다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 보통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로텐 경이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아주 악질적이죠.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저희는 사랑하는 이를 베었다는 것에 죄책감을 계속 갖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조슈아가…….”
로제테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외면하는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하마터면 로제테를 제 손으로 다치게 할 뻔했다는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컹!]눈치 없는 실버만 계속 꼬리를 흔들며 로제테의 손등을 핥았다. 루카스가 그런 늑대의 머리에 꿀밤을 쥐어박았다. 별로 아프지 않았을 텐데 실버가 낑낑거리며 엄살을 피웠다.
“야, 늑대. 너는 마물이랑 사람을 구분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왜 전하가 꼬맹이를 공격할 때 가만히 있었어? 네가 중간에서 막았어야지!”
[끼잉.]“뭘 잘했다고 낑낑 거려!”
[삣! 삐, 삑!]삐삐까지 합세해서 한 소리 하자 실버가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괜찮아. 조슈아가 기다리라고 했는데 선뜻 나설 수도 없었을 거야. 그렇지?”
[컹!]머리를 쓰다듬는 로제테의 손길에도 실버는 시무룩해 했다.
아까 삐삐가 넌 뭘 했냐고 추궁했을 때, 실버는 가만히 있으라는 조슈아의 말 때문에 나설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실 저는 줄곧 다른 사람이 보였는데 이번에는 공녀님과 공자님이 보여서 좀 당황했어요. 그렇지만 이것도 마물의 농간이라고 생각했죠. 다른 사람도 흉내 내는 마물이 두 분의 모습이라고 흉내를 못 내겠어요? 두 분께서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것보다는 마물이 장난질을 했다는 게 더 믿음직한 가설이었죠.”
기사 중 한 명이 기다란 부지깽이로 모닥불을 뒤집으며 머쓱하게 말했다.
“그렇게 된 일입니다. 아까 공격해서 죄송합니다, 아드리안 공자님. 다친 곳은 없으신지요?”
“괜찮습니다. 제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요.”
로제테는 루카스와 기사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으며 옆에 앉은 조슈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는 로제테와 살짝 떨어져서 앉아 있었는데, 그녀 쪽으로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