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8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82화. 베키 레인(1)(182/214)
182화. 베키 레인(1)
2024.04.30.
마주 잡은 손이 살짝 떨렸다. 로제테는 어렵지 않게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리 마물이 만든 환상이라지만 조슈아는 몇 번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로제테를 베고 또 벴을 것이다.
쓰러뜨리고 나서야 찢진 메멘토의 모습을 보고 안심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충격이 가시지 않았을 것이다.
‘나라도 그랬을 거야.’
만약 눈앞에 있는 조슈아가 가짜라는 것을 알아도 그를 공격할 수 있을까?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가족이었다면?
메멘토가 이미 제 손으로 한번 죽였던 아드리안 공작이나 다니엘의 모습으로 자신을 공격한다면, 과연 그들에게 공격 마법을 쓸 수 있을까?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조슈아와 토벌대는 그 끔찍한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다.
심지어 오늘 그는 진짜 로제테를, 그것도 전력을 다해서 공격하려고 했다. 하마터면 그녀를 제 손으로 해칠 뻔했다는 충격이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괜찮아요.”
로제테는 조슈아의 손을 토닥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저라도 마물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내가 너를…….”
조슈아가 다른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알아보지 못하고 죽일 뻔했어.”
“그래도 알아봤잖아요. 그렇죠?”
“평소와 다른 것 같다고는 생각했어. 하지만 너를 확실히 못 알아보고 공격한 사실은 변함이 없어.”
“하지만 마지막엔 완전히 알아보고 공격을 멈췄잖아요.”
“그건……!”
조용히 속삭이던 조슈아가 목소리를 높였다가 한숨을 쉬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랬지. 하지만 네가 정말로 위험했어. 왜 공격을 멈췄지? 그러다가 내가 정말로 네 급소라도 공격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당신을 믿으니까요.”
로제테는 그를 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사실 조슈아가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란 근거 없는 믿음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계속 자극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만약 그때 그의 공격을 계속 방어하거나, 혹은 그의 움직임을 제한하겠다고 공격을 했다면 조슈아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메멘토라고 계속 믿었을 터였다.
모든 방어를 그만두고, 그를 위협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 표현을 해야 조슈아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멈출 거라 생각했다.
만에 하나 그가 공격을 멈추지 않고 급소를 찌른다고 해도 즉각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로제테라고 무작정 벌인 일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설명을 들은 조슈아는 그래도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가 한숨을 쉬고 다시 로제테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웅얼거렸다.
“네 실력은 나도 잘 알고 있어. 설령 내가 널 공격했대도 넌 상처 하나 없이 멀쩡히 막을 수 있었겠지. 그래도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마.”
“…….”
“네 목숨을 담보로 위험을 감수하지 말라는 소리야.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혹시라도 또 내가 이성을 잃고 널 공격한다면 차라리 날 공격해서 내 움직임을 봉쇄해.”
“…….”
“알겠어? 제발 그러겠다고 대답해.”
“……알겠어요.”
로제테는 그의 등을 토닥이며 진심으로 답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물론 그 전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게요.”
조슈아는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계속 그녀를 끌어안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로제테는 괜히 민망해서 눈동자를 도르륵 굴려 주위를 살폈다.
모닥불 주위를 둘러싸고 앉아 있던 기사들이 재빨리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웠다. 제일 가까이 앉아 있던 루카스는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혀를 내두르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아무튼 일단 허기를 채우고 어떻게 할지 논의해 보도록 해요.”
로제테는 민망한 마음에 조슈아를 밀어내고는 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냈다. 혹시 몰라서 넉넉히 가져온 식량이었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들로만 갖고 왔기 때문에 육포, 건빵 등이 전부였다. 신선한 채소나 고기 등은 없었다.
“가진 게 이것밖에 없어서 미안해요.”
“죄송하시긴요! 이것으로도 훌륭합니다!”
기사들이 로제테가 꺼낸 재료들을 가져가 나름대로 요리했다. 잠시 뒤 냄새와 모양새가 그럴싸한 수프가 탄생했다.
“들어간 것은 별로 없어서 맛은 그저 그렇겠지만, 그래도 찬 육포를 뜯는 것보다는 뜨끈한 게 들어가는 게 훨씬 낫겠죠.”
“지난 며칠간 식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공녀님 덕분에 이제야 좀 음식다운 음식을 먹네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로제테는 유독 건더기가 많이 들어간 제 접시를 바라보다가 조금만 맛보고 다시 기사들에게 넘겼다.
“저는 여기 오기 전에 든든하게 먹어서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아요. 다들 더 드세요.”
기사들은 한사코 사양하다가, 조슈아가 고개를 끄덕인 뒤에야 로제테의 접시를 가져갔다.
로제테는 기사들이 수프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었다.
“그런데 혹시 남은 토벌대 중에 마법사가 있나요?”
기사들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일제히 한쪽을 가리켰다. 후드를 쓴 채 구석에서 홀로 떨어져 앉아 있던 한 여자가 깜짝 놀라며 제 가슴께를 가리켰다.
“저, 저요?”
“네. 경께서 이곳에 있는 유일한 마법사가 아니십니까?”
“그렇게 따지자면 황자 전하도 계시고…….”
“아, 그렇긴 하군요.”
로제테는 몸을 돌려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그녀와 눈을 마주친 마법사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그런데 갑자기 저는 왜 찾으시는지…….”
“레인 경. 그래도 공녀님을 처음 뵙는데 후드는 벗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한 기사의 말에 마법사, 레인 경이 당황한 듯 손을 내저었다.
“아뇨, 괜찮아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로제테가 재빨리 말했지만, 레인 경은 무언가 결심한 듯 후드를 꽉 잡고 벗었다. 그러자 붉은 머리에 앳된 소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로제테가 놀란 얼굴을 하자 그녀가 불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보지 마세요.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알지만, 이래 봬도 제가 공녀님보다는 나이가 많아요.”
“아, 그러다면 다행이네요.”
설마 미성년자도 차출한 건가 싶어 놀랐는데, 그런 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애초에 조슈아가 그럴 리가 없지.’
로제테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 소개를 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려요. 저는 로제테 아드리안이라고 해요.”
레인 경이 고개를 까딱였다.
“저는 베키 레인이라고 해요.”
레인 경, 베키는 인사한 뒤 바로 다시 후드를 뒤집어썼다.
로튼 경이 차분히 설명했다.
“레인 경은 굉장한 실력자입니다. 마탑에서도 잠깐 계셨다고 했죠?”
“마탑이요?”
“마탑?”
로제테와 루카스가 갑자기 관심을 보이자 베키가 몸을 움츠렸다.
“마, 마탑에 있었다고 하기에도 좀 그래요. 정말로 잠깐 있었거든요. 한 두 달 정도?”
“그래도 마탑에 계셨다는 건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다는 소리네요.”
로제테는 마탑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어떻게 들어갔는지, 거기서 뭘 했는지, 마법사라면 모두 선망하는 마탑을 왜 두 달만에 나오게 되었는지.
‘게다가 미하엘이 어떤 사람인지도 물어보고 싶고.’
미하엘 르쉐르에게서 수상한 분위기를 느껴서 그런가, 베키에게 관심이 갔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로제테는 다시 처음의 주제로 돌아왔다.
“그럼 혹시 대규모 방어 마법이나, 공간 분리 마법에 대해서 아세요?”
“아, 알기야 알죠.”
베키는 계속 주위의 눈치를 보며 더듬더듬 답했다. 얼굴이 후드에 가려져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는데도, 경직된 몸짓에서 그녀가 상당히 긴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직접 그 마법을 시전하실 수도 있나요?”
“그, 그전에 그걸 왜 알고 싶으신 건지 여쭤봐도 되나요? 공녀님께서는 이쪽 규칙을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그거 굉장히 실례가 될 수도 있는 질문이거든요.”
“레인 경.”
누군가가 베키를 나무랐지만, 그녀는 꿋꿋이 말했다.
“마법사는 대체로 개인적인 성향을 갖고 있고 서로 교류도 잘하지 않죠. 다른 마법사에게 실력이나 뭘 연구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럽고요.”
글쎄, 마탑주인 미하엘 르쉐르를 보면 그렇지 않던데.
그것뿐만 아니라 조슈아, 셀린느 등 주위에 있는 마법사들은 그래도 사교적이라 미처 몰랐다. 심지어 아카데미에서 같이 수업을 들은 마법과 학생들도 그랬다.
하지만 베키의 말이 그러하다면 이건 로제테의 잘못이었다. 그녀는 순순히 사과했다.
“미안해요. 제가 실수했네요. 상황부터 말씀해 드렸어야 하는데.”
“상황?”
“무슨 상황 말입니까?”
베키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들도 관심을 보였다.
로제테는 그들을 쭉 둘러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알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있는 이 공간은 실제 공간과 분리되어 있어요.”
“정말입니까?”
“네.”
로텐 경이 이마를 짚으며 탄식했다.
“뭔가 외부적인 힘이 엮여 있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아무리 걸어도 베이스 캠프는 보이지 않고, 같은 곳만 계속 빙빙 돌더군요. 사람들이나 동물도 하나도 보이지 않고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마물들만 계속 쏟아졌죠.”
“누군가가 마법으로 여러분을 인위적으로 이 공간에 가둬서 그래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 여러분을 찾기 힘들었어요.”
로제테는 루카스와 숲 속을 헤맸던 일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인근 마을에 가 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토벌대가 찾아왔었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마을에는 그런 흔적조차 없었고요. 그래서 이 근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죠.”
“…….”
“하지만 삐삐는 주위에서 실버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했어요. 레인 경도 알겠지만, 패밀리어는 서로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도 기운을 느낄 수 있거든요.”
베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버가 삐삐가 찾지 못할 정도로 멀리 가지는 않았을 테고, 그렇다고 조슈아, 그러니까 황자님께 심각한 일이 생겼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기 싫었어요. 그때…….”
루카스가 자랑스럽게 끼어들었다.
“그때 내가 정말 완벽한 의견을 냈지!”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웃음기 섞인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루카스 오빠가 토벌단들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몸을 은닉할 수 있는 마법이 없냐고 물었죠. 아무래도 다니엘 오빠를 비롯하여 부상자를 이끌고 멀리 떠나기는 힘들었을 테니까요.”
로제테의 얼굴이 다시 심각해졌다.
“그래서 마나의 흐름을 살폈더니, 주위와 분리된 공간이 있었던 거예요. 살짝 틈을 만들어서 안으로 들어오니까 여러분을 만날 수 있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