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8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83화. 베키 레인(2)(183/214)
183화. 베키 레인(2)
2024.05.01.
로제테가 베키를 바라보며 진짜 본론을 꺼냈다.
“레인 경, 혹시 이 주위의 경계는 경이 만든 건가요?”
로제테뿐만 아니라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어떤 기사는 의심 어린 눈빛까지 보냈다.
안 그래도 소심하고 주눅이 들어 있던 베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부정했다.
“아뇨! 제가 한 일이 아니에요!”
“그럼요?”
로제테를 대신하여 한 기사가 물었다. 베키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우물쭈물했다.
“저, 저야 누가 했는지는 모르죠. 하, 하지만! 일단 제가 한 일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이런 대규모 마법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건 공녀님도 아실 거예요.”
이번엔 시선이 로제테에게 향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래요. 워낙 범위가 넓어서 레인 경 혼자 하기 힘들긴 할 거예요. 사실 처음엔 저도 마법사가 몇 분 더 계실 줄 알았거든요. 그래도 혹시 몰라서 여쭤 봤어요.”
“레인 경.”
잠자코 듣고 있던 조슈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이 제법 심각했다.
“나야 마법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다 할 수 없으니 이 인위적인 공간이 무슨 원리로 생겨났는지 몰랐다고 하지만, 경은 아니지 않나?”
“…….”
“그런데 왜 지금껏 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그건…….”
베키가 어깨를 움츠렸다. 조슈아는 그녀를 다그치지 않고 차분히 기다렸다. 오히려 보다 못한 삐삐가 난리를 칠 정도였다.
[삣? 삐삣!]뭐야, 왜 말 안 해? 실버 주인이 만만해?
로제테는 서둘러 삐삐를 품에 안고 달랬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느낀 뒤에야 작은 뱁새가 진정했다.
모두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쭈뼛거리던 베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어요.”
“뭐라고 하셨습니까?”
“저도 몰랐어요.”
기사 한 명이 어이가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따졌다.
“모르셨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공녀님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찾으셨는데, 우린 여기에 일주일 가까이 갇혀 있었습니다.”
“저는 애초에 공녀님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어요. 공녀님께선 열 살도 안 되셔서 패밀리어를 소환하신 천재신 걸요.”
“그렇다고 해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분명 괴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런 의심을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고요?”
“그…….”
베키의 고개가 땅으로 꺼질 것처럼 아래로 내려갔다.
“사실 이곳에 갇힌 뒤로 제가 마법을 제대로 쓸 수 없어요.”
“……네? 그건 지치고 마나가 회복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곳에 온 뒤로 무언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마나를 제대로 다룰 수 없었어요.”
“하지만 공녀님은 무리 없이 사용하셨고, 황자 전하도 간단한 마법은 쓰지 않으셨습니까?”
“그걸 저에게 말해도……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 말을 끝으로 베키는 입을 꾹 다물었다. 기사들이나 로제테가 무언가를 물어보아도 묵묵무답이었다.
‘뭔가 있는데…….’
로제테는 이젠 아예 사람들에게서 등을 돌려 앉는 베키를 보며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그녀의 태도에 수상쩍은 구석이 많았다.
이곳에 온 뒤로 마법을 쓰지 못했다는 것도, 지금까지 이 주위에 결계가 쳐져 있는 걸 몰랐다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쳤다.
그런데 저 방어적인 태도가 영 이상했다. 로제테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면, 그녀를 적극적으로 도와 탈출하려고 하는 게 정상적인 반응 아닐까?
그런데 베키는 너무나도 비협조적이었다.
오히려 마법에 대해 전혀 모르는 기사들이 도와주겠다고 소란스러웠다.
로제테가 베키의 뒷모습에 대고 꿋꿋이 말했다.
“어쨌든 레인 경이 치신 결계가 아니라면 상황이 좋지 않네요. 외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거니까요. 마물이 이런 고위 마법을 쓸 수는 없을 테니 외부에서 다른 마법사가 한 일 같은데…….”
베키는 이런 대규모 마법은 아무나 쓸 수 없다고 했다. 로제테의 의견도 같았다.
물론 로제테야 마음을 먹는다면 비슷한 마법을 구현할 수 있겠지만, 그녀와 맞먹는 실력을 가진 사람은 드물었다.
‘그리고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처음엔 이 결계까 방어 목적인지 감금이 목적인지 불분명했다. 그런데 직접 와서 이곳을 살피고베키의 말을 들으니 확실해졌다.
정체를 모를 누군가는 토벌대를 이곳에 가두고 이들을 서서히 말려 죽이려는 목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
대체 누가 황제가 보낸 토벌대를 공격하지? 무슨 이유로? 뭘 위해서?
그때 로제테는 잠시 뒤로 묻어 두었던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레인 경이 마탑 출신이라고 했지.’
그녀는 왜 두 달 만에 마탑을 나왔을까. 그녀가 마탑에서 나온 게 확실할까? 사실 지금까지 마탑과 연락을 주고받는 건 아닐까.
‘그럼 이 일도 마탑이…… 미하엘이 벌인 걸까?’
그러나 로제테는 더 이상 생각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아드리안 경이 깨어나셨습니다!”
기사 중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기 때문이다.
* * *
“형!”
“오빠!”
루카스와 로제테가 다니엘을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로텐 경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킨 다니엘이 두 동생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루카스? 로즈? 너희가 대체 여기 왜 있어?”
“왜 있기는!”
루카스가 저도 모르게 다니엘에게 달려들려다가 그가 환자라는 것을 깨닫고 뒤로 물러났다.
로제테는 눈물을 흘리며 다니엘의 얼굴을 살피기만 했다.
다니엘이 다시 물었다.
“나 환영을 보는 걸까? 혹시 죽어서…….”
“형이 죽긴 왜 죽어!”
루카스가 으허엉, 하고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다니엘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루카스의 머리를 토닥였다. 어릴 적에도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동생들을 대하는 그의 손길이 부드러웠다.
“그럼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여긴 아직 북부잖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형, 몸은 어때? 괜찮아?”
“아, 그러게.”
다니엘이 그제야 제 몸 상태를 인지했다는 듯 모포로 덮인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별로 아프진 않은데. 어떻게 된 거지?”
“꼬맹이가 치료했어! 형의 다리에 무슨 마나 같은 게 박혀 있었대. 그걸 제거하고 삐약이가 찾아온 약초를 발라 두었어. 그러니까 금세 좋아지더라고.”
세 남매의 상봉을 가만히 지켜보던 조슈아가 옆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나, 다니엘?”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요. 계속 기억이 뜨문뜨문해서요. 베이스 캠프에 있다가 실버가 갑자기 달려와 절 데리고 전하께 온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뒤에는 기억이 끊긴 것처럼 머릿속이 까맣다고 했다.
“그럴 거야. 계속 고열에 시달리느라 정신이 없었을 거야.”
“그런데 제 동생들은 대체 여기 왜 있는 겁니까? 저희는 왜 이런 데서 노숙을 하고 있고…….”
조슈아와 로제테를 비롯한 사람들이 모두 달려들어 다니엘에게 설명했다.
갑자기 베이스 캠프를 습격한 마물과, 실버가 간신히 다니엘만 데리고 도망친 것 그리고 의문의 공간에 갇힌 토벌대 이야기까지.
북부의 이야기가 끝난 다음엔 아드리안 남매 이야기도 했다.
다니엘이 다친 이후로 연락이 없어서 걱정되어 직접 찾아왔다는 이야기.
다니엘이 이마를 짚었다.
“아버지께서 너희를 정말 보내 주셨다고? 호위도 없이 너희 둘만?”
루카스와 로제테가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다니엘이 시름이 더 깊어진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설마 말 안 하고 온 거야?”
루카스가 변명했다.
“아니이……. 뭐, 급하게 오느라 말을 못 하긴 했지만 어차피 아시지 않았을까?”
“급하게 오느라 못 한 게 아니라 일부러 말 안 한 건 아니고?”
“에이, 이유가 뭐가 중요해.”
“하아. 루카스, 로즈. 너희를 어쩌면 좋니.”
루카스가 모포를 다니엘의 목까지 올려서 덮어 주며 유들유들하게 넘어갔다.
“뭐, 어때. 좋은 게 좋은 거지! 우리가 오지 않았더라면, 아니, 하루만 더 늦었더라면 형은 진짜 큰일났을걸? 아버지께서도 이해해 줄 거야.”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로제테도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조슈아도 나서서 두 사람을 두둔해 주었다.
“그래. 루카스의 말이 맞아, 다니엘. 막무가내로 온 건 분명 잘못했지만 덕분에 네가 이렇게 무사하지 않나. 두 사람이 널 얼마나 걱정했는데. 물론 나와 다른 기사들도 말이야.”
그제야 힘을 잔뜩 주었던 미간에서 힘을 빼며 다니엘이 두 동생을 향해 팔을 벌렸다.
“이리 와, 이 사고뭉치들.”
“형…….”
“오빠.”
루카스와 로제테가 조심스럽게 그의 품에 안겼다.
로제테는 오랜만에 느끼는 다니엘의 온기에 다시 눈물을 찔끔 흘렸다. 고생을 많이 했는지 조금 작아진 그의 몸에 더 슬퍼졌다.
“오빠, 제가 오빠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 아버지도, 이자벨 언니도, 이네스 언니도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그래, 고마워.”
다니엘은 한동안 말없이 두 동생을 끌어안고 토닥여 주었다.
언제 어디서든, 무슨 일이 있어도 다니엘 아드리안은 아드리안의 든든한 첫째였다.
* * *
다니엘이 루카스와 로텐 경의 도움을 받아 다시 끓인 수프를 먹고 있을 때, 로제테는 구석에서 혼자 있는 베키에게로 향했다.
“레인 경.”
로제테가 그녀의 어깨를 살짝 짚자 베키가 허공으로 번쩍 뛰어오를 정도로 놀랐다.
“무, 무, 무슨 일이세요, 공녀님?”
“할 얘기가 있어서요. 공녀가 아니라 마법사로서 동료 마법사에게요.”
“동료……요?”
“마법사들은 서로를 다 동료처럼 여긴다던데 아닌가요?”
“…….”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는 똑같은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동료라고 할 법하잖아요. 옆에 앉아도 돼요?”
로제테는 베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는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베키가 옆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녀와의 거리를 띄웠다.
“그래서 무슨 말씀이 하고 싶은 건데요?”
“하고 싶은 말은 많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 결계를 부수고 나가냐는 거죠. 제가 여기에 들어올 때처럼 작은 공간을 만들면 되지만, 결계의 끝을 찾기 힘들어서요.”
“…….”
“그리고 이 공간을 그대로 두고 나갈 수는 없으니, 원인이 되는 핵을 찾아 아예 이 공간을 없애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같은 마법사인 경의 도움이 필요해요.”
“공녀님이라면 저 없이도 혼자 하실 수 있으시잖아요.”
로제테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서로 도우면 좋잖아요. 그리고…….”
그녀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마탑에 대해 묻고 싶은 것도 있어요.”
“마탑이요?”
베키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소리를 꽥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