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8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84화. 베키 레인(3)(184/214)
184화. 베키 레인(3)
2024.05.02.
베키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런 건 왜 물어보시려는 거예요? 전 아는 것 없어요.”
여전히 그녀는 ‘마탑’이란 단어 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원래라면 이런 상대를 굳이 자극하고 싶지 않았지만, 로제테도 이번만은 물러설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돌아오지 못할 거야.
-죽어서도 수도에 절대 돌아오지 못 해. 두 사람의 시신은 북부의 땅에 묻히겠지. 시신이 멀쩡히 남아 있다면 말이야.
연회장에서 미하엘이 나지막이 속삭이던 목소리가 아직도 뇌리에 진득하게 남아 있었다.
그건 두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저주의 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하는 말이었다.
그 섬뜩한 말을 하는 그의 목소리는 아무런 걱정도 없는 것처럼 나긋나긋하고 상냥하기만 해서 더욱 소름이 돋았다.
-옛정을 생각해서 놀라지 말라고 미리 말해 줄게.
그 말대로 미하엘은 정말로 자신이 로제테를 배려해 주고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았으니까.
로제테는 티 없이 맑게 미소 짓던 미하엘의 얼굴을 떠올리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도 마탑에 가 보신 적이 있으니 일반 사람들보다는 많이 알 테죠.”
“공녀님께서야말로 왜 자꾸만 마탑에 집착하세요?”
“마탑주.”
로제테가 꺼낸 단어 하나에 베키가 몸을 파드득 떨었다.
“마탑 얘기에서 갑자기 왜 마탑주 얘기로 튀어요?”
“마탑주가 마탑의 주인이니 얘기할 법하지 않나요?”
“그, 그래서 뭘 원하세요? 마탑주에게 연락해서 현재 상황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이라도 하시게요?”
그녀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쉽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마탑에 몸담고 있을 때에도 그럴 수 없었지만, 지금은 더더욱 불가능해요.”
“아뇨, 지금 상황은 제가 어떻게든 해결할 거예요. 물론, 레인 경의 도움을 받아서요.”
“……그럼요?”
“저는 마탑주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마탑에서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
베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아까와 달리 대화를 원천 차단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는 여전히 공녀님께서 왜 이 상황에 마탑과 마탑주를 찾는지 모르겠어요. 혹시 마탑의 연구원으로 들어가고 싶으신 건가요?”
“…….”
“공녀님이 왜 마탑에 들어가고 싶어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공녀님의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세요. 제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으셔도 그냥 마탑에 편지 한 장이면 충분해요. 다들 알아서 모셔갈걸요?”
베키가 냉소적으로 덧붙였다.
“딱히 추천하지는 않지만요. 공녀님을 위해 한 번쯤은 말릴 수도 있어요.”
“마탑에 들어가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저는 이미 이벨린 왕립 아카데미에서 충분히 공부했고, 평생을 마법만을 위해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럼요?”
로제테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솔직히 말했다.
“저는 마탑주가 누군지 알아요.”
“……네?”
당황한 베키가 말을 더듬었다.
“그, 그, 그런 건 불가능해요. 마탑주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마탑 소속 마법사들도 대부분 모른단 말이에요. 그런데 공녀님께서 어떻게 정체를 아신다는 거예요?”
“누군지 알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만나기도 했죠.”
“분명 사칭이에요!”
“사칭은 아니에요. 마탑주를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는 사적인 얘기라서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지만, 마탑주가 확실해요.”
베키가 숙였던 고개를 들어 로제테의 눈을 빤히 응시했다. 후드 속에서 빛나는 그녀의 눈은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눈이라기보다는 포식자를 두려워하는 초식동물의 눈과 닮아 있었다.
베키는 혼란스러운 기색이었다. 제 상식을 부정하는 로제테의 말을 믿지 못하면서도, 그녀의 말이 진실이라는 가정을 완전히 놓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직접 만나 보기까지 하셨다면서 제게 왜 물어보세요? 만나셨다면 어떤 사람인지 알 거 아니에요.”
“모르니까 물어보는 거죠.”
“자꾸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 같지만, 그럼 물어보는 이유는 뭐예요?”
더 이상 본론을 숨길 수 없었다. 어차피 베키도 이 모든 사건의 당사자였다.
미하엘이 말한 ‘두 사람’이 정말 조슈아나 다니엘만 뜻하는 거였을까. 아니, 수도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건 토벌대 전원을 말한 것이었다. 실제로도 로제테가 오지 않았다면 그랬을 거고.
그리고 베키 또한 그 토벌대 중 하나다.
“마탑주가 제게 이상한 말을 했어요. 토벌대가 죽어서도 수도에 돌아올 수 없다고 하더군요.”
“……!”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알았을까? 마탑주는 북부 상황을 직접 지켜본 걸까? 아니면 토벌대에 첩자를 심었을까?”
“…….”
“그게 아니라면 이 모든 일을 벌인 게 마탑주 본인이 아닐까?”
로제테는 눈이 놀란 토끼처럼 동그랗게 커진 베키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만약 이 말을 황자 전하나 다른 토벌대에게 한다면 경께서 제일 먼저 의심받을 거예요. 경은 이제 마탑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걸 순순히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
“그러니까 아는 게 있다면 솔직히 말해 주세요. 이건 부탁이 아니라 강요에 가까워요.”
이대로 토벌대를 모두 데리고 나갈 수 있었다. 아직 방법을 찾지는 못했지만 로제테는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을 방법이 있었다.
조슈아도 다니엘도 그리고 루카스도 별 탈 없이 구해 낼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까?
마물은 여전히 북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고, 마하엘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을 벌였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미하엘의 의도는 모르지만 그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또다시 일을 벌인다면?
다니엘과 조슈아를 잃을 위험이 또 닥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다음엔 아드리안 공작이나 이자벨, 심지어 루카스마저도 위험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만약 미하엘이 나에게 앙심을 품어서 그런 거라면 진짜로 아드리안과 조슈아가 위험할 수도 있어.’
이건 비약적인 가정일 수도 있었다. 그 어떤 누가 청혼을 거절당했다고 이런 짓을 벌일까.
그러나 루카스의 말에 따르면 미하엘 르쉐르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로제테를 사랑한다면서도 그녀가 위독할 때 아드리안이 결혼을 허락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만 봐도 그렇게 보이긴 했다.
제 감정만 중요하고 타인의 감정에는 무감각한, 어쩌면 미쳤을지도 모르는 남자. 그게 미하엘 르쉐르였다.
로제테는 여전히 말이 없는 베키를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대답을 강요하지는 않을게요. 경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시간을 길게 주지는 못해요. 전 내일까지 상황을 보고 모레 아침에 황자 전하께 모든 상황을 말씀드릴 생각이에요.”
“…….”
“그러니 모쪼록 모두를 위한 선택을 하길 바라요. 경을 위해서도요.”
로제테는 그 말만 남긴 채 다니엘과 루카스에게 돌아갔다.
“꼬맹아, 저 마법사와 무슨 얘기를 했어?”
“그냥 마법 얘기 좀 했어. 저런 능력 있는 마법사를 새로 만나는 건 오랜만이라서.”
“그래도 너무 가까이 지내지는 마. 마탑 출신이라며? 뭔가 불길해. 피와 오물로 젖은 후드를 꿋꿋하게 쓰고 있는 것도 이상하고.”
잠자코 듣던 다니엘이 나무랐다.
“그런 소리는 하지 마, 루카스. 애도 아니고 대체 내가 언제까지 이런 걸 가르쳐 줘야 하는 거니?”
“아, 좀! 나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래. 내 촉! 내 촉이 저 마법사가 이상하다고 외치고 있단 말이야.”
루카스가 오른쪽 검지를 세워 곤충의 더듬이처럼 머리 위로 갖다 댔다.
“그리고 형은 빨리 나을 생각만 해.”
“그래, 그래. 알겠어. 얼른 나아야 아버지가 너희에게 화내시는 걸 내가 막아 주지.”
“그래. 아버지께서 엄청 화를 내실 거니까 형이 얼른 나아서 꼭 막아 줘.”
다니엘은 ‘아버지께서 엄청 화를 내실 줄 알았다면 이렇게 몰래 오면 안 되지’라고 잔소리를 했지만, 루카스도 로제테도 못 들은 척했다.
* * *
밤사이 마물의 습격이 서너 번쯤 있었다.
로제테는 ‘메멘토’라는 개념을 그제야 깨달았다.
떼를 지어 나타난 메멘토는 그녀가 사랑하는 연인인 조슈아의 모습을 하기도 했고, 더 나아가 아드리안 공작이나 다니엘의 모습을 따라하기도 했다.
조슈아 에른하르트까지는 괜찮았다. 삐삐가 ‘로제테, 정신 차려! 진짜 실버 주인은 저기 있잖아!’라고 외쳐 준 덕분에 정신을 바로 차릴 수 있었다.
실제로도 제 옆에서 검을 들고 마물을 베어 내는 진짜 조슈아를 보고 있자니, 가짜 따위는 아무렇지 않았다.
다니엘의 모습을 한 메멘토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로제테는 다니엘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긴 했지만, 정작 마법으로 그의 심장을 파괴했을 당시의 기억은 없었다. 아드리안 공작의 죽음 이후 모든 정신을 놓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등 뒤에서 루카스의 보호를 받으며 앉아 있는 진짜 다니엘까지 확인하고 나니 간신히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드리안 공작은 달랐다.
-능력이 좋구나. 댈러스 후작이 보냈느냐?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로제테는 이성을 유지할 수 없었다.
삐삐가 아무리 저건 가짜고 시커먼 마물이라며 날아가서 부리로 쪼아대고, 그녀 스스로도 이건 환영이라고 입 속으로 되뇌었지만 도저히 진정할 수 없었다.
거칠어진 그녀의 숨소리를 들었는지, 조슈아가 떨리는 로제테의 손을 꽉 잡았다.
“나인가?”
그녀가 고개를 젓자 그가 재차 물었다.
“그럼 혹시 스승님이야?”
이번엔 차마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답이 됐는지, 조슈아가 검을 들고 메멘토에게 달려들었다.
그를 따라서 튀어 나간 실버가 먼저 아드리안 공작의 허리를 베어 물고, 조슈아가 왼쪽 가슴을 찔렀다. 삐삐도 질세라 용맹하게 머리를 쪼아 댔다.
이윽고 아드리안 공작이 쓰러지며, 바닥에는 검은색 천조각만 남았다.
로제테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터뜨릴 수 있었다. 주위의 마물을 거의 처리한 조슈아가 검을 검집에 넣고 다가왔다.
“걱정할 필요 없어.”
“…….”
그러고는 그녀를 꽉 안아 주었다.
“스승님은 지금쯤 무사히 수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