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86)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86화. 결계의 진실(1)(186/214)
186화. 결계의 진실(1)
2024.05.04.
“너……!”
바로 그 순간, 베키가 로제테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로제테는 본능적으로 방어 마법을 펼쳤다. 그러나 베키는 그녀의 몸에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재빨리 달려온 루카스에게 제압당하고 말았다.
루카스 외에도 조슈아나 다른 기사들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심지어 다니엘도 아직 성치 않은 다리로 다가왔다.
“미친 거 아냐?”
베키의 두 팔을 등 뒤로 꺾은 루카스가 씨근덕거렸다.
“너, 지금 우리 꼬맹이에게 달려든 거야? 어? 쟤가 토벌대를 구하려고 얼마나 달려왔는데!”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루카스의 사나운 목소리였다. 로제테는 그가 이렇게 낮은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로제테도 저절로 움찔할 정도로 위압감이 있는 목소리였는데, 베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로제테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꼴이 꼭 이지가 없는 짐승을 연상케 했다.
결국 루카스가 베키의 어깨를 힘을 주어 눌렀다. 그녀는 저항하려고 했지만 결국 바닥에 두 무릎을 꿇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다들 죽고 싶지 않으면 다들 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흥분한 베키의 몸에서 정제되지 않은 마나가 새어 나왔다. 분명 마법을 쓸 수 없다고 했는데 이상한 현상이었다.
어쩌면 극한에 몰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상황을 지켜보던 조슈아가 굳은 얼굴로 로텐 경에게 명령했다.
“밧줄을 가져오도록. 아무래도 진정될 때까지 제압해 둬야 할 것 같으니.”
로텐 경은 잠시 망설였지만 심상치 않은 베키의 분위기에 결국 밧줄을 가져왔다.
루카스와 로텐 경이 밧줄로 나무에 꽁꽁 묶었다. 베키가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쳤다.
“내 말을 들어! 들으란 말이야!”
“정말 미친 거 아냐?”
루카스가 어이없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마물에게 사람을 미치게 하는 독이라도 있었나? 광견병처럼 말이야. 그게 아니라면 이 상황이 설명되지 않는데. 안 그래, 형?”
“시간을 두고 살펴보면 알겠지. 로즈, 이리 오렴. 위험해.”
베키에게 다가가려고 했던 로제테는 부드럽게 자신의 어깨를 감싸안는 다니엘에게 잡혔다. 그는 여전히 막냇동생을 여덟 살 꼬마로 아는 것 같았다.
분명 이 토벌대에서 제일 강한 건 그녀였는데도 말이다.
‘그건 루카스 오빠도 마찬가지인 것 같지만.’
로제테는 자신을 베키에게서 최대한 떼어 놓으려고 하는 두 오빠에게 속삭였다.
“잠깐 레인 경과 얘기 좀 할게요.”
“얘기는 무슨 얘기! 미친 것하고는 대화할 필요도 없어. 대화도 안 될 테고.”
“루카스, 넌 말 좀 고르도록 해.”
다니엘은 작게 한숨을 쉬면서도 그의 말에 동조했다.
“루카스의 말이 맞아, 로즈. 레인 경은 현재 지나치게 흥분해서 대화할 상황이 아닌 것 같으니 조금 이따 하도록 해.”
“그래도 무슨 일인지 알아봐야 해요. 제가 보기엔 그냥 흥분한 것 같으니 일단 진정 마법을 쓰고 대화해 볼게요.”
진정 마법은 말 그대로 흥분이나 공포감을 완화시키는 마법이라 사용해도 베키에게 큰 문제는 없었다.
어찌 됐든 정신에 관여하는 마법이라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그분을 건드렸다고 했지. 미하엘을 말하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레인 경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마탑하고는 이제 관련없다고 했잖아.’
더불어 베키는 우리 모두 죽을 거라는 말도 했다.
분명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으니, 아마 로제테가 조금 전 발견한 핵이 베키의 신경을 자극한 게 틀림없었다.
이 모든 게 정말 미하엘의 짓이라면 앞으로 그가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몰랐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베키를 추궁해야만 했다.
“대화는 무슨! 그냥 이유 없이 날뛰는 거라니까? 자기는 마법을 쓸 수 없는데 너는 쓸 수 있으니까 질투라도 하나 보지!”
“루카스 오빠, 저는 이번에는 오빠의 허락을 구한 게 아니에요.”
“그럼?”
로제테는 대답 없이 다니엘의 손을 조심스럽게 뿌리친 뒤 베키에게로 향했다. 루카스가 뭐라고 하려 했지만 다니엘이 제지했다.
“로즈에게도 생각이 있는 모양이지. 믿어 보자.”
두 남자는 그녀를 다시 끌고 오는 대신 호위하듯 양 옆에 섰다. 조슈아 또한 따라왔다.
베키 레인은 로제테가 가까워지자 다시 악을 썼다. 로제테가 진정 마법을 썼는데도 좀처럼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진정해요, 레인 경. 레인 경이 이런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설령 날 죽인다고 해도 뭐가 바뀌는데요?”
“적어도 그분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
“그분은 누군데요?”
“…….”
“미하엘 르쉐르요?”
동시에 베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분이 누구냐는 추궁에 꾹 다물던 입술도 벌어졌다.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이네요. 경이 제 질문에 답하면 저도 말해 줄게요.”
등 뒤에서 ‘그 X끼 이름은 또 왜 나와?’라고 짓씹듯 말하는 루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로제테가 도움을 청하듯 조슈아를 바라보자 그가 두 형제에게 명령처럼 말했다.
“다니엘, 루카스. 잠시 물러나도록.”
“하지만, 전하!”
“나와 실버가 옆에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루카스는 인정 못한다는 얼굴을 했지만 이내 다니엘에게 끌려갔다.
로제테는 다시 베키에게 진정 마법을 쏟아 부었다. 이번에도 효과가 없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조금 전 그녀의 말이 충격적이었는지 베키는 이번엔 반항하지 않았다.
그녀의 기세가 조금씩 누그러지는 게 느껴졌다.
“다행이네요. 다른 마법은 쓰고 싶지 않았거든요.”
“…….”
“그럼 이제 말해 줄래요? 미하엘이 대체 뭘 했다는 거죠? 그전에 마탑주의 정체는 마탑 소속 마법사도 잘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요?”
“…….”
“레인 경. 우리 모두 무사하게 돌아가고 싶으면 제발 협조 좀 해 줘요.”
베키가 시선을 들어 로제테와 조슈아를 번갈아 노려보았다. 로제테야 그렇다 치더라도, 황자인 조슈아에게 할 행동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그를 지적하지 않고 가만히 대답을 기다렸다.
“내가 말해 주면 해결할 자신은 있고요?”
“해결하려고 노력해야죠. 그러려고 여기 온 거고요. 하지만 경이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는다면 손을 쓰지도 못하고 당하기만 할 거잖아요.”
“…….”
“조금 전 경계 부근에서 고대어가 적힌 비석을 발견했어요. 경도 그 기운을 느끼고 지금 초조해하는 거죠?”
베키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럼 이것부터 풀어 줘요. 밧줄에 쓸렸는지 팔이 너무 아파요.”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요.”
“제가 공격해 봤자 통하지도 않잖아요. 보다시피 저는 지금 패밀리어도 소환하지 못하고 있는데 제가 물리적으로 공격해 봤자 어디 공녀님에게 생채기 하나 낼 수 있겠나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 로제테가 단검을 뽑았다. 실버가 그녀의 옷자락을 물었고, 조슈아가 단검을 쥔 손을 잡았다.
[컹!]“로즈.”
“괜찮아요. 레인 경 말대로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마법은 묶인 상태에서도 쓸 수 있으니 묶어 놓는 거나 풀어 놓는 거나 마찬가지고요.”
“…….”
“결계가 있어서 도망가지도 못할 테니.”
조슈아의 손아귀 힘이 느슨해진 틈을 타서 로제테가 밧줄을 잘라 냈다.
아프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밧줄에 쓸린 옷이 찢어졌고, 살 또한 빨간 생채기가 나 있었다.
로제테는 상처를 치료해 주며 물었다.
“그래서 이제 말할 준비가 되었나요?”
베키가 모든 것을 체념했다는 얼굴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로제테 또한 바닥에 앉자 실버가 옆에 엎드리며 그녀의 허벅지에 제 주둥이를 올려놓았다.
“뭐부터 말해요?”
“경께서 마탑주의 정체를 어떻게 알았는지, 그리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요. 이왕이면 왜 마탑을 나오게 되었는지도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마탑을 나오게 된 과정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때를 생각하는지 베키가 진저리를 쳤다.
“마탑의 모습이 제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에요.”
“달라요?”
“네. 저는 마탑에는 정말 연구에 미친 사람들만 있을 줄 알았어요. 물론 그런 사람도 있기야 하죠. 하지만…….”
“하지만?”
로제테가 은근히 재촉하자 베키가 인상을 와락 썼다.
“그들은 얼굴도 모르는 마탑주를 찬양하느라 미쳐 있었어요. 광신도도 그 정도는 아니었을 거예요. 듣자 하니 원래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는데, 이번 마탑주가 오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 같더라고요.”
“…….”
“그래서 나왔어요. 거기에 있다간 저도 그렇게 변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베키가 손을 달달 떨었다.
“황실 기사단으로서 편안하게 살고 있는데 쉘튼 왕국의 사절단이 온 게 아니겠어요? 그들을 보는 순간, 저는 그 속에 마탑주가 있다는 걸 바로 알았어요. 마탑주의 얼굴은 모르지만, 그가 갖고 있는 특유의 기운이나 마나의 파장은 알고 있었거든요. 물론 지금 생각하면 마탑주가 일부러 그걸 감추지 않고 제 앞에서 노출한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그게 미하엘 르쉐르고요?”
“하, 이제 와서 숨기면 뭐 하겠어요. 네, 맞아요. 그 남자요.”
베키가 초조하게 머리를 쓸었다.
“그날 밤에 제 숙소에 웬 흰 뱀이 찾아와서 쪽지를 주더군요. 무슨 일이 있어도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했어요.”
“무슨 일?”
“당시에는 뭔 일인지는 몰랐어요. 그냥 마탑주의 정체를 숨기라는 소리인 줄로만 알았죠. 딱히 밝힐 이유도 없었으니까 굳이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죠. 그런데 토벌대가 이곳에 갇힌 뒤에야 그게 무슨 뜻인 줄 알았어요.”
그녀가 두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공녀님이나 황자 전하께서는 느끼지 못하시겠지만, 저는 느낄 수 있어요. 이건 마탑주, 그리고 마탑이 만든 결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