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8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87화. 결계의 진실(2)(187/214)
187화. 결계의 진실(2)
2024.05.05.
“공녀님이나 황자 전하께서는 느끼지 못하시겠지만, 저는 느낄 수 있어요. 이건 마탑주, 그리고 마탑이 만든 결계예요.”
보통 사람이 들으면 충격적일 사실이었다.
마탑은 온 대륙에서 우러러보고 때론 겁에 질릴 정도로 영향력이 있지만 그 어느 나라에도 속해 있지 않았다.
마탑이 정확히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지도, 그 안에 소속된 마법사가 얼마나 있는지도, 마탑주가 누군지도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감히 다른 곳도 아니고 이 에른하르트 제국을, 그것도 차기 황제가 유력한 1황자 조슈아가 있는 곳을 노리다니.
대체 이 일로 인해 그가 무슨 이득을 본다고? 이 모든 사실을 들키기라도 하면 제아무리 마탑이라도 제국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을 터였다.
분노한 황제는 인근 왕국과 연합해 마탑을 샅샅이 찾으려고 할 테고, 어쩌면 성공할 수도 있었다.
그 사실을 마탑도 모르는 게 아닐 텐데, 그걸 감수하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였다고?
다른 이들의 반응과 마찬가지로 조슈아도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반면 로제테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미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것을 마지막으로 확인받는 기분이 들 뿐이었다.
“그런데 왜 그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나요?”
“말한다면 뭐가 달라지나요? 어차피 우리는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 테고, 모든 진실은 이곳에서 묻힐 게 뻔한데요.”
“왜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조슈아나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방법을 강구하면 돌파구가 보였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경은 마탑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어쩌면 이 마법의 원리를 파악하여…….”
“하, 원리를 파악해요?”
베키가 실소를 터뜨렸다. 로제테를 비웃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녀님께선 온실 속의 화초로서 곱게 자라며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셔서 뭘 모르나 본데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아나요?”
“…….”
“원리를 파악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면 내가 진작했겠지, 이렇게 무력하게 갇혀 있었겠어요? 게다가 제가 마법을 쓸 수 없다는 말은 귓등으로 들으셨나요?”
루카스가 옆에 있었다면 감히 우리 꼬맹이에게 잘도 그런 소리를 한다며 또다시 성을 냈을 것이었다. 실제로 옆에서 듣고 있던 조슈아도 제가 다 모욕을 들은 것처럼 미미하게 인상을 썼다.
정작 당사자인 로제테는 반대로 곤두섰던 신경이 가라앉으며 마음이 차분해졌다.
‘온실 속의 화초?’
그녀가 아드리안 공작가에서 그렇게 자란 것은 맞다. 가족도, 기사들도, 주위의 고용인들도, 어쩔 땐 조슈아도, 심지어 삐삐나 실버마저도 그녀가 조금이라도 다칠까 봐 전전긍긍했으니까.
그러나 로제테는 베키의 생각만큼 곱게만 자라지 않았다. 댈러스 후작에게 그렇게 이용당하고, 제 목숨을 바쳐 시간을 돌리기까지 한 그녀다.
댈러스가에서 배운 거라곤 마법밖에 없어서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였을지언정, 곱게만 자란 화초는 아니었다는 소리였다.
그녀라고 금기시된 고대 마법을 썼을 때 정말로 시간을 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썼을까?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로제테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그래서 포기했다는 소리였나요? 그걸 왜 경이 독단적으로 판단해요? 어쨌든 이 토벌대의 수장은 황자 전하고, 경께서 황실 소속 기사인 이상 전하께 모든 사실을 알릴 의무가 있어요.”
“말했잖아요. 어차피…….”
“그게 아니라면 믿는 구석이라도 있었던 건가요?”
“……네?”
“마탑에서 경은 무사히 살려 주겠다는 약조라도 받았냐는 소리예요.”
조슈아의 기세가 살벌해졌다. 그의 감정과 동조한 실버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만약 여기서 오해를 풀지 못하면 베키의 미래는 정해진 셈이었다.
여기서 다 같이 죽든, 기적이 있어서 무사히 돌아가도 반역으로 몰려 죽든.
아니면…….
그녀가 재빨리 소리쳤다.
“그런 건 아니에요! 마탑에선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들이 제게 경고를 보냈다는 건 알았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입 다물고 있으라는 말이요?”
“아뇨! 그것 말고, 제가 여기서 마법을 쓰지 못 하는 거요!”
“…….”
“공녀님도 심지어 황자 전하께서도 쓰시는 마법을 왜 저만 못 쓰는 거겠어요? 마탑에선 행여나 제가 결계를 부술까 봐 손을 쓴 거예요.”
“그게 가능해요?”
“마탑에 들어갈 때 모든 마법사는 그들에게 면밀한 검사를 받아요. 그러니 개개인이 가진 마나 파장의 특성이나 사소한 특징까지도 다 파악하고 있을 거예요. 제가 토벌대에 속한 것을 알았으니 손을 쓰는 거야 일도 아니죠.”
로제테가 마른침을 삼키고 재차 물었다.
“경만 없으면 다들 빠져나올 가능성이 없으니까?”
“그런 셈이죠. 황자 전하께선 마법을 쓰실 수 있긴 하지만 마탑의 마법을 파악하실 정도는 아니시고, 또 누가 공녀님께서 직접 여기로 오실 줄 알았겠어요?”
베키가 경계하듯 계속 웅얼거렸다.
“만약 무사히 나간다고 해도 마탑이 절 가만두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고요?”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네.”
로제테가 이마를 짚었다.
어쩐지 마물이 나올 때마다 과하게 긴장하고 떤다 했더니, 마물을 무서워했던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마탑을 경계한 모양이었다.
“그럼 왜 절 공격한 건가요?”
“그걸 몰라서 물어요?”
사납게 대꾸한 베키가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게 다 공녀님 때문에 일어난 일이잖아요!”
“……나 때문에요?”
“설마 몰랐다고 하실 거예요? 다 알고 오신 거 아니었어요?”
“아니, 나는…….”
미하엘이 무언가 했다는 것을 깨닫고 이곳으로 바로 뛰어오기는 했다.
그런데 그 모든 원흉이 자신일 거라는 것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아니, 베키의 입에서 그 사실을 들은 지금도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제가 왜요? 제가 뭘 했다고…….”
설마 청혼을 거절한 것 때문에 그런 걸까?
고작 그것 때문에?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고작 그런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일 리가 없었다.
설령 그 일로 로제테에게 앙심을 품었다고 해도 그건 로제테에게 풀 일이었다. 왜 전혀 상관도 없는 조슈아와 다니엘, 그리고 북부를 위험에 빠뜨린 거지?
-두 사람은 돌아오지 못할 거야.
미하엘 르쉐르가 했던 말이 경고음처럼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토벌대가 아니라 ‘두 사람’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가 신경 쓰는 건 토벌대나 제국이 아니라 오로지 조슈아나 다니엘이라는 것처럼.
‘설마 애초에 노린 게 다니엘 오빠나 조슈아야?’
두 사람이 아주 자연스럽게 죽을 수 있도록 이 판을 짠 건가?
설마 미치지 않고서야…….
‘아니, 미치지 않은 게 맞나?’
로제테를 사랑한다 속삭이면서도 그녀가 죽어 갈 때도 놔뒀던 남자였다.
미하엘은 조슈아가 먼저 해결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나섰을 거라고 변명했지만, 어쨌든 그가 로제테마저도 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틀림없었다.
로제테에게도 그러했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에겐…….
-넌 오늘 일을 후회하게 될 거야.
-나중에 후회하며 눈물로 빌어도 봐주지 않을 거야.
로제테가 마지막 청혼을 거절했을 때, 미하엘은 경고하듯 속삭였다.
‘설마 후회한다는 게 이런 거였어?’
내게서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빼앗고, 날 짓밟을 거였어?
그래서 내가 네 앞에 두 무릎을 꿇고 사랑하는 이들을 살려 달라고 빌기를 원하기라도 한 거야?
그래서 내게 두 사람이 돌아오지 못할 거라는 말을 한 거고?
제발 그러지 말라고 두 손을 비비며 싹싹 빌라고?
그것도 아니면 널 따라갈 테니 가족과 조슈아는 가만히 놔두라고 애원이라도 하라고?
‘절대 그렇게는 못 해.’
미하엘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 따위는 상관없었다.
로제테는 연락이 끊겼었던 두 사람은 물론이고, 함께 온 루카스와 다른 토벌대를 무사히 데리고 돌아갈 테니까.
설령 베키가 비협조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조슈아와 함께 해결할 거다. 그리고 돌아가서 미하엘 르쉐르의 가면을 벗겨 추악한 진짜 얼굴을 만천하에 드러낼 것이었다.
그의 뒤에 마탑이 있다면 마탑을 무너뜨려서라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절대 그가 원하는 대로 휘둘려 줄 생각은 없었다.
그런 다음 저택으로 돌아가 걱정했을 아드리안 공작과 이자벨을 꽉 안아 주며, 무사히 돌아왔다고, 다니엘도 자신이 무사히 지켰다고 말해 줄 것이었다.
그러니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잠깐만.’
로제테는 순간 자신이 놓친 게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얼굴을 굳혔다.
‘아빠와 언니가 아직 수도에 남아 있어.’
미하엘이 노리는 게 과연 조슈아와 다니엘뿐이었을까?
두 사람은 그저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들이 북부에서 토벌에 실패하고 돌아오지 못한 뒤엔 또 누구를 노렸을까?
그다음엔 마찬가지로 황실 소속 기사인 이자벨이, 그 뒤엔 전혀 예정에도 없던 아드리안의 후계자가 된 루카스가, 최후에는 아드리안 공작마저 미하엘의 계획에 휘둘렸을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차근차근 처리하며 로제테의 숨통을 조였겠지. 하지만 지금은?
미하엘이라면 지금쯤 로제테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터였다. 그가 만든 결계였으니, 그것이 충격을 받으며 잠시나마 깨졌다는 것을 인지했겠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로제테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럼 그가 나머지 두 사람을 가만히 놔둘까?
‘만약 내가 미하엘이었다면…….’
두 사람을 인질로 삼고 로제테를 협박하려고 하지 않을까?
“시간이 없어요. 이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었어.”
로제테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헐떡였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조슈아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로즈, 일단 진정하고…….”
“아빠와 언니가 위험해요. 우리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동안 두 사람을 노릴 거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조슈아의 표정도 그녀 못지않게 딱딱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