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89)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89화. 탈출(189/214)
189화. 탈출
2024.05.07.
“아빠와 언니가 위험해요. 우리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동안 두 사람을 노릴 거라고요!”
로제테의 말에 반응을 보인 건 조슈아뿐만이 아니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향해 귀를 쫑긋거리던 루카스와 다니엘 또한 그녀의 외침에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버지와 이자벨 누나가 위험하다니?”
로제테는 서둘러 달려온 루카스에게 설명했다.
“말 그대로예요. 그 사람은 다니엘 오빠나 조슈아뿐만 아니라 내 주위 사람을 모두 노릴 거예요.”
비단 아드리안가 사람만이 아닐 것이었다. 그다음엔 셀린느나 멜로디, 또 조셉과 조앤 그리고 크리스 켈런 등등.
그는 로제테가 마음을 주고 있는 주위 사람이라면 모두 그녀의 눈앞에서 치워 버릴 계획을 갖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하여 그녀가 의지할 사람은 미하엘 르쉐르밖에 남지 않도록, 혹은 소중한 이를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은 로제테가 자의로 그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도록.
“대체 누가?”
“미하엘 르쉐르요.”
“뭐? 그 마탑주 X끼?”
다니엘도 이번만은 루카스의 험악한 단어 선택을 나무라지 않았다. 대신 차분히 물었다.
“로즈, 대체 르쉐르 후작이 두 사람을 노린다는 거야?”
“설명하자면 길어요.”
로제테는 벌떡 일어나 아까 발견했던 비석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녀의 눈짓을 받은 실버가 여전히 공포로 떨고 있는 베키의 옷깃을 물고 질질 끌었다.
늑대의 의도를 눈치챈 루카스가 아예 그녀를 어깨에 짊어졌다. 베키가 깜짝 놀라 발버둥을 치며 내려 달라고 소리쳤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럼 가면서 얘기해 줘. 아버지와 누나 일은 나와 다니엘 형 일이기도 하니까.”
“알겠어요.”
로제테는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마음 같아서는 혼자 얼른 해결하고 싶었지만, 루카스의 말처럼 이건 아드리안 모두가 연관된 일이었다.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번엔 조슈아가 턱짓하자 실버가 절뚝이며 걸어가는 다니엘의 허벅지를 주둥이로 쿡쿡 찔렀다. 그 말을 알아들은 다니엘이 잠자코 실버의 등에 올라탔다.
혹시 모르니 나머지 일행도 모두 데리고 가기로 했다. 단, 이야기를 들으면 안 되니 두 무리간에 거리를 조금 띄었다.
로제테는 거침없이 걸어가며 설명했다.
“이 결계는 마탑과 마탑주가 만든 거래요.”
“뭐, 정말?”
“네. 레인 경이 확인해 줬어요. 레인 경이 이곳에 온 뒤로 마법을 못 쓰게 된 것도 다 그 때문이고요.”
루카스는 베키에게 정말이냐며 항의했고, 그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에 피가 쏠리는데 일단 내려 주면…….”
“어디로 튈 줄 알고 내려 줘? 너, 사실 마탑과 한패 아냐?”
“그건 아니에요! 엮지 마세요!”
“아님 됐고.”
그사이에도 로제테는 설명을 계속 이어 갔다.
“미하엘 르쉐르가 이번 일로 노렸던 건 아마도 다니엘 오빠와 조슈아였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을 왜?”
“저도 믿기는 힘들지만, 아마도 저 때문인 것 같아요.”
그녀는 파티장에서 미하엘에게 들었던 말 또한 얘기해 주었다. 그 말을 심각한 얼굴로 들은 세 남자는 의외로 금방 수긍했다.
“그 X끼라면 가능하지. 네 목숨을 갖고 협박할 때부터 알아봤어. 제정신이 아니야. 미친 거라고.”
분노로 몸을 파르르 떠는 루카스를 대신하여 다니엘이 물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거구나.”
“사실 그래요. 물론 오빠가 다친 후로 소식이 끊긴 것도 계속 찜찜했고요.”
어느새 비석 앞에 다다른 로제테가 걸음을 멈췄다.
“이건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가정이지만, 저는 애초에 마물이 출몰한 것도 미하엘의 짓이 아닌가 싶어요.”
“그건 불가능해, 로즈. 제아무리 마탑주라도 마물을 어찌할 수는 없을 거야. 일개 인간이 어떻게 마물을 소환하거나 조종하겠어? 이건 그냥 끔찍한 우연일 뿐이야.”
“저도 그랬으면 좋겠지만요.”
로제테의 눈이 비석을 훑었다.
여전히 단편적인 단어밖엔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눈에 익은 그 몇몇 단어들이 주는 불길함과 위압감이 상당했다.
제물, 죽음, 피…….
로제테가 고대어로 이런 단어를 알게 된 것도 다 댈러스 후작 때문이었다. 그녀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시간을 돌리는 마법을 익힐 때에도 이런 단어를 보았었다.
대체 이 비석은 무엇을 위해 세운 걸까. 대체 무슨 역할을 한 걸까.
그것을 확실히 알아내기 전까지는 손대지 않으려고 했다. 이것을 부수면 결계가 깨질 거라고 짐작하면서도 일단 놔두고 돌아선 것도 다 그 이유 때문이었다.
혹시 잘못 건드렸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기 때문에.
‘하지만 망설일 시간이 없어.’
로제테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물이 어떻게, 왜 다시 출몰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진짜 중요한 건 미하엘 르쉐르가 그걸 이용하여 다니엘 오빠와 조슈아, 더 나아가 토벌대를 죽이려고 했다는 거죠.”
“…….”
“그리고 그다음 목표는 수도에 남아 있는 아빠와 언니일 거예요. 아니, 어쩌면…….”
두 사람이 몰래 북부로 향한 로제테와 루카스를 찾으러 따라왔을 수도 있으니 이 근처에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수도에 있는 미하엘과 멀어졌으니 다행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미하엘이 이곳까지 따라왔을까?’
이 결계가 정말 미하엘의 짓이라면, 그는 로제테가 이걸 뚫고 들어왔을 때 그녀의 짓임을 알아챘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를 잡기 위해 여기까지 따라왔을 수도 있었다.
“어찌 됐든 빨리…….”
나가자고 할 때였다.
갑자기 번개가 치듯 웅장한 소리가 들리더니,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스파크가 파바박 튀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던 투명한 마법 결계가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졌다.
“이건 뭐지?”
루카스의 물음에 답한 것은 다니엘이었다. 그가 실버의 등에서 내려와 조금 전 결계가 보였던 허공에 손을 갖다 댔다.
“아버지의 마나야.”
“아버지가?”
“아빠가요?”
그는 놀란 두 동생에게 차분히 설명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를 완전히 숨기지는 못했다.
“아마 너희를 찾아 여기까지 오신 것 같아. 아버지는 다른 기사와 다르게 마나에 민감하고 다룰 줄도 아시니 결계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셨을 거야. 이 안에 우리가 있다는 것도 아셨을 테고. 아마 이걸 부수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다니엘이 흐릿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돔 형태로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결계는 다시 완전히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왜 멈추셨을까.”
그는 네 남매 중 아드리안 공작을 가까이에서 제일 오래 보았다. 그의 검술과 그가 다루는 마나는 물론이고, 성격 또한 잘 알았다.
그가 알고 있는 아드리안 공작이라면 아이들이 셋이나, 그리고 조슈아까지 이곳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떻게든 결계를 부수려고 했을 것이다.
제 팔이 뜯겨 나간다고 하더라도, 온몸의 마나를 모두 쥐어짜서 심장이 타들어 간다고 해도 개의치 않고 아이들부터 챙길 아버지였다.
그런데 고작 확인하듯 한 번만 건드리고 잠잠하다니.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때 베키가 몸을 달달 떨며 헛구역질을 했다.
“야, 너 뭐 해? 거꾸로 조금 매달렸다고 이 난리인 거야? 내 옷에 토하기만 해 봐!”
루카스가 황급히 베키를 내려 주었지만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두 다리가 갓 태어난 사슴처럼 힘이 하나도 없어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어.”
“뭐?”
“그분이 왔어.”
“그분이라면…….”
동시에 로제테와 조슈아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그답지 않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조슈아가 로제테의 옆에 섰다.
“그자가, 마탑주가 온 것 같군.”
로제테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얘졌다.
“그럼…….”
바깥에선 아드리안 공작과 미하엘이 대치 중인 걸까?
미하엘의 마법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다만 마탑주의 자리를 이어받았으니 마법 실력만큼은 제국에서 한 손에 꼽힐 정도란 것은 추측할 수 있었다.
손에 꼽히는 실력자인 건 아드리안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미하엘에게 쉽게 당할 거란 생각은 절대로 들지 않았다.
하지만 왜 이렇게 불안한 것인지.
로제테는 당장의 검을 들고 비석을 노려보았다.
“나가야 해요.”
[삣!]자칫하다간 모두가 다칠지도 모른다고, 삐삐가 경고했다.
“방어 마법을 펼칠 거야. 모두를 보호할 정도로 크고 강한 것으로. 충격은 있겠지만 그래도 큰 부상은 당하지 않겠지.”
[삐이…….]“삐삐, 도와줄 수 있지?”
[삣! 삐익!]삐삐가 맡겨만 달라고 세차게 날갯짓을 하자마자 실버도 주둥이를 하늘 높이 들며 하울링을 했다. 저도 돕겠다는 표시였다.
“고마워, 그럼 가자.”
로제테는 사람들에게 놀라지 말라고 주의를 준 뒤 방어 마법진을 펼쳤다.
마법진이 견고하게 자리 잡은 것을 확인한 뒤에 검에 마나를 실어 비석을 내리쳤다.
또다시 굉음이 들리며 허공에 스파크가 튀었다. 이번엔 결계가 좀 전보다 더 선명히 드러났다.
‘할 수 있어. 아니, 해야만 해.’
로제테는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가만히 보고 있던 조슈아 또한 검에 마나를 두르고 그녀를 도왔다.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났다. 어릴 적, 마나 코어가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모든 마나를 방출해 아드리안 공작을 구했을 때처럼 배 속이 쥐여 짜이는 것처럼 통증이 있었다.
‘조금만 더!’
로제테가 삐삐의 도움을 받아 제가 가진 마나를 모조리 터트려 버릴 듯 방출하며 비석을 내리쳤을 때였다.
비석이 둘로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불투명하게 그들을 감싸고 있던 결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쩌저적, 하고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베키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지 두 귀를 막고 도리질을 쳤다.
로제테가 이번엔 아예 비석의 갈라진 틈 사이로 검을 박아 넣었다.
폭발적인 굉음과 함께 비석이 완전히 쪼개지며, 금이 갔던 결계 또한 부서지기 시작했다.
유리처럼 날카로운 파편이 사람들을 덮쳤지만, 로제테가 쳐 둔 방어 마법에 닿자마자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결계가 부서진 틈으로 다른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로제테는 본능적으로 아드리안 공작을 찾았다. 그리고 이내 발견했다.
“아빠!”
한쪽 팔이 피투성이가 된 채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는 사랑하는 아빠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