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9)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9화. 예견된 사고(1)(19/214)
19화. 예견된 사고(1)
2023.11.19.
조셉 오서가 흠칫 떨며 뒤를 돌아보았다.
“로제테 아가……씨?”
그에게 바짝 다가간 로제테가 눈을 홉떴다.
“마차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어둠 속에서 조셉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저는…….”
“이 시간에 이곳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물었어, 조셉 오서.”
로제테는 평소 주눅 들어 있는 기색 없이 또랑또랑하게 물었다. 그 변화에 잠깐 놀란 조셉이 횡설수설 말을 이었다.
“저는 그냥, 밤 산책을 나온…….”
“거짓말. 마차에 무슨 짓을 하려고 했잖아.”
“…….”
“협박받고 있지?”
“……!”
로제테가 말간 눈으로 조셉을 맞바로 쳐다보았다.
“솔직하게 얘기해. 그럼 내가 도와줄게.”
조셉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아가씨께서 어떻게…….”
그는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얼굴이었지만 한시가 급한 터라 로제테는 대충 얼버무렸다.
“지금 그건 중요하지 않잖아. 내가 도와줄게. 왜 그런 짓을 하려는지만 설명해 줘.”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닙니다! 저는…….”
이윽고 로제테의 앞에 무릎을 꿇은 조셉이 눈물을 흘렸다. 서럽게 쏟아진 그의 눈물이 땅바닥을 적셨다.
그게 죽기 전 보았던 조슈아의 모습과 겹쳐 보여서 로제테가 살짝 뒷걸음질을 쳤다.
조셉은 그 모습을 보며 고민했다. 과연 로제테가 진짜 알고 하는 말일까. 아니면 그냥 떠보는 말일까.
알고 있다면 어떻게 알았으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말해도 되는 걸까.
‘이제 와 그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지. 어차피 확인만 하고 동생을 따라 죽을 생각이었으니까.’
그는 체념한 채 입을 열었다.
“저는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로제테는 뒤늦게 그 말을 이해하고는 되물었다.
“뭐?”
“동생을 살리자고 사람을 해칠 수는 없었습니다. 받았던 물약도 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럼 동생이…….”
“동생이 죽으면 저도 따라 죽으려고 했습니다.”
그가 아이처럼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로제테는 차분하게 그를 얼렀다.
“그럼 오늘 여기엔 왜 온 거야?”
“저택에 다른 첩자가 있습니다. 제가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할 것 같아서 마차가 괜찮은지 확인하러 왔습니다.”
로제테는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아마도 과거에 다니엘의 마차를 망가뜨린 사람은 조셉이 아니라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로제테는 조셉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내심 안도했다. 그리고 자신이 늦지 않았다는 사실에도 감사했다.
“울지 마. 동생은 무사할 테니까.”
로제테는 조셉을 일으키며 그를 달랬다.
“그걸 아가씨께서 어떻게…….”
“다 아는 수가 있어.”
과거 조셉은 아드리안가를 떠나 댈러스 후작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여전히 동생이 인질로 잡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동생은 살아 있을 테다.
“이제 다 괜찮아. 다니엘 오빠는 아직 자고 있으니까 마차만 괜찮은지 보고 가자.”
“도련님이요?”
조셉이 마치 ‘다니엘’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처럼 반문했다.
그가 로제테의 말을 뒤늦게 이해하고 중얼거렸다.
“그들이 노린 건 공작님입니다만…….”
이상하다. 분명 사고를 당하는 건 다니엘인데…….
로제테와 조셉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마차 보관소 안으로 들어갔다.
어둠 속에서 두리번거리던 로제테가 중얼거렸다.
“없어.”
아드리안 공작이 타고 다니는 마차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 *
“주인님 말입니까?”
집사, 세바스찬이 이 시간에 깨어 있는 로제테를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면서도 착실히 대답했다.
“조금 전에 출타하셨습니다.”
“이 시간에 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가씨에 관련된 일 때문에…….”
“어디로 가셨어?”
“수도 북부에 있는 마을에…….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주인님께 말씀 드릴 것이 있으십니까?”
로제테 대신 조셉이 말했다.
“마차가 고장 났을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조셉은 간략하게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걸 들은 세바스찬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당장 사람들을 부르겠습니다.”
세바스찬이 간 뒤 조셉이 로제테를 진정시켰다.
“아가씨, 이제 들어가서…….”
“아냐, 그럼 늦어.”
로제테는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다가 조셉에게 물었다.
“조셉, 말 탈 줄 알지?”
“네, 압니다만…….”
심호흡을 한 번 한 로제테가 결연하게 말했다.
“가자.”
“네?”
“날 아빠에게 데려다줘.”
“그런 거라면 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로제테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내가 직접 가야 해.”
그래야 혹시 무슨 일어났을 때 대비할 수 있었다.
“얼른.”
조셉은 단호한 로제테를 말리지 못하고 같이 마구간으로 향했다.
그는 로제테를 말에 태우는 순간까지도 이게 맞나, 하는 표정이었지만 결국 말을 몰았다.
로제테는 조셉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로 생각했다.
‘나 때문에 일이 바뀌었어.’
아마도 과거엔 다니엘이 공작의 마차를 대신 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한 모양이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이번엔 로제테 때문에 공작이 그 마차를 타고 간 모양이고.
조셉은 전속력으로 말을 몰았다. 마차보다는 말이 더 빠르니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이윽고 저 멀리 흰 마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
로제테가 소리 높여 소리쳤지만 그 소리는 아드리안 공작에게 닿지 않았다. 조셉이 속도를 더 높였다.
그때였다.
마차가 흔들거리더니 바퀴가 빠졌다. 동시에 마차가 뒤집히며 불꽃이 튀었다. 불이 순식간에 마차를 덮쳤다.
“안 돼!”
고작 바퀴가 고장 났다고 저렇게 빨리 불이 붙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저건 마법으로 번진 불이었다. 약물에 발화성 마법이 걸려 있던 게 틀림없었다.
“큭!”
조셉이 말을 멈췄다. 로제테는 말에서 훌쩍 뛰어내려 마차로 달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전에 조셉이 그녀를 등 뒤에서 끌어안았다.
“안 됩니다, 아가씨!”
“이거 놔! 가야 해! 내가…….”
그 순간, 마차에서 폭발음 소리가 들리며 사방으로 파장이 퍼져 나갔다. 조셉이 로제테가 다치지 않도록 몸을 옹송그리며 바닥으로 넘어졌다.
로제테는 그런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 새도 없이 마차를 향해 뛰어갔다.
“아빠! 아빠!”
순식간에 흘러내린 눈물에 시야가 흐려졌다. 조셉이 빠르게 뛰어와 비틀거리는 로제테를 어깨에 들쳐 멨다.
“위험합니다, 아가씨!”
“하지만…….”
“공작님께선 이미…….”
로제테의 눈물이 그의 어깨를 적셨다.
‘다 내 잘못이야.’
과거의 잘못된 것들을 모두 바로잡기로 했다. 그것이 자신이 아드리안가에 진 빚을 갚는 유일한 길이라고 여겼다.
‘아냐, 사실은…….’
눈을 마주 보며 부드럽게 웃어 주는 아드리안 공작이 좋았다.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손길도, 안아 줄 때 온몸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도 좋았다.
무엇보다 아빠라는 단어가 주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죄책감 때문에 아드리안가에 헌신한다는 건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다. 로제테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가진 것을 잃고 싶지 않았다.
또다시 댈러스 후작에게 내 행복을 뺏기는 것은 싫은데…….
로제테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화염에 휩싸인 마차를 노려보았다.
그때, 마차 안에서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다. 언젠가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의 날뛰는 마나를 제어해 주었을 때 느꼈던 것과 같았다.
‘살아 있어?’
아드리안 공작이 살아 있다. 늦지 않았다. 아직 희망이 있었다.
마법으로 발화한 불을 끄는 방법은 오로지 같은 마법뿐이었다.
하지만 로제테에겐 지금 무효화 마법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녀의 마나 코어는 작디작아 이렇게 큰 마법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지만 셀린느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늦는다.
‘방법이 있어.’
로제테는 손을 뻗어 삐삐를 불렀다.
“삐삐!”
[삐잇!]그녀의 손바닥 위로 날아온 삐삐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주위의 마나가 그녀를 향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번엔 로제테의 주위에서 파장이 퍼져 나갔다.
마나 폭발. 자연 상태의 마나를 증폭시킨 힘을 이용하여 마법을 쓰는 방법.
시전자에게 위험 부담이 커서 웬만해선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었다.
로제테는 삐삐를 통해 흡수한 마나를 한꺼번에 터뜨리며 무효화 마법 스펠을 외쳤다.
“……!”
그와 동시에 무서운 기세로 시뻘겋게 타오르던 불길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로제테는 조셉의 품에서 빠져나와 마차로 걸어갔다.
배 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울컥하고 치솟는 느낌이 났지만 간신히 참으며 발걸음을 힘겹게 옮겼다.
그녀는 아직 불씨가 남아 있는 마차의 문을 벌컥 열었다.
“아빠!”
서둘러 마차 안을 훑었다. 마차 안은 이미 시커먼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로제테는 콜록거리며 아드리안 공작을 찾았다.
그 순간.
“로즈?”
안에서 그토록 듣고 싶던 목소리가 들리더니 뿌연 연기 사이로 익숙한 백금발이 보였다.
아드리안 공작이었다. 그의 주위엔 희미한 막이 둘러싸여 있었다.
‘마나로 방어한 거야.’
로제테가 상황 파악을 하는 사이, 밖으로 나온 아드리안 공작이 그녀를 살폈다.
“로즈, 네가 어떻게 여길…….”
로제테는 그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의 팔과 다리가 그을렸지만, 다행히 그는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였다.
그걸 확인하자마자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마나 폭발의 후유증이었다.
로제테는 쉴 새 없이 기침을 해 댔다.
“로즈!”
아드리안 공작이 쓰러지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로제테는 그를 올려다보며 울면서 웃었다.
“다행…….”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주치의! 주치의는 어디 있나! 셀린느도 불러와라! 빨리!”
웬만해선 흥분하는 일이 없는 아드리안 공작이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황급하게 외쳤다.
“주인님, 무사하셨…….”
안도하던 세바스찬의 얼굴이 아드리안 공작의 품에 힘없이 늘어진 로제테를 보자마자 희게 질렸다.
“아가씨! 이게 대체 무슨 일…….”
“설명은 나중에 하겠다. 일단 셀린느를 불러와.”
“셀린느 님께선 주인님을 찾으러 나가셨습니다.”
“얼른 돌아오라고 연락해.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