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9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90화. 반격(1)(190/214)
190화. 반격(1)
2024.05.08.
로제테는 본능적으로 아드리안 공작을 발견했다.
“아빠!”
한쪽 팔이 피투성이가 된 채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는 사랑하는 아빠를 말이다.
반사적으로 뛰어나가려는 로제테를 조슈아가 막아섰다.
“냉정하게 생각해, 로즈.”
“…….”
“스승님이 당할 정도라면 절대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거야.”
그의 말이 맞았다.
부상을 입은 아드리안 공작을 보자마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고, 눈앞에 빛이 번쩍이는 것처럼 공작 말고는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럴수록 차분하게 생각해야 했다.
로제테는 두 주먹을 꽉 쥐고 빠르게 아드리안 공작의 주위를 훑었다. 그의 뒤쪽에는 이자벨과 공작가의 기사들이 서 있었다.
맨 뒤쪽에는 셀린느가 그녀의 패밀리어와 함께 방어 마법을 펼치고 있었다. 이미 대치가 꽤 이어졌는지, 그녀는 방어 마법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였다.
그리고 아드리안 공작 앞에서 그와 대치 중인 사람은 검은 머리의 남자였다. 그의 주위에서는 기이한 느낌을 풍기는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분명 처음 보는 남자였다. 그런데 로제테는 그의 안개 사이로 어른거리는 실루엣이 왠지 낯익다고 생각했다.
“……미하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바로 곁에 있는 조슈아에게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혼잣말이었는데, 그걸 들은 것인지 검은 머리의 남자가 서서히 그녀 쪽으로 몸을 돌렸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그와 대조되는 흰 피부와 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동자가 드러났다.
“아아, 로즈.”
미하엘이 이마에 흘러내린 앞머리를 뒤로 대충 넘기며 웃었다. 평소와 똑같은 미소였다. 시원하게 올라간 입꼬리는 단정했고, 부드럽게 휘어지는 눈꼬리 또한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 때문일까, 아니면 변한 그의 머리카락 색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지금껏 그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는 배신감 때문일까.
로제테는 더 이상 저 천사 같은 미소를 곱게 볼 수 없었다.
“생각보다 빨리 나왔네. 네가 크게 힘을 쓸 필요도 없이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데리러 갔을 텐데.”
그의 시선이 검을 쥐고 있는 로제테의 오른손으로 향했다. 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손을 보이지 않기 위해 손을 등 뒤로 감췄다.
미하엘의 두 눈이 이미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더욱 호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사실 그거 깨라고 만든 거 아니거든. 설령 네가 직접 온다고 해도 쉽게 못 깨도록 심혈을 기울여서 고안한 거야.”
“…….”
“그런데 이렇게 빨리 깨고 나오니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전혀 나쁘지 않네. 아니, 오히려 좋은 것 같아.”
어느새 아드리안 공작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고 로제테와 마주 선 미하엘이 붉은 혀로 아랫입술을 쓸었다. 그의 어깨에 머리를 올리고 있던 백사, 페리토도 가늘고 긴 혀를 날름거렸다.
“더 탐이 나.”
그때, 그 빈틈을 노리고 아드리안 공작이 달려들었다. 선명한 오러가 검은 물론 그의 두 손까지 감쌌다.
그러나 공작의 검은 미하엘에게 채 닿지 못했다.
검 끝은 아까부터 계속 그의 주위를 감싸고 있던 투명한 방어 마법에 막혀 둔탁한 소리를 내며 허공을 때렸다.
마나와 마나가 충돌하는 파장이 주위로 뻗어 나갔다. 셀린느가 잇새로 험한 말을 내뱉으며 방어 마법에 마나를 더욱 불어넣었고, 로제테가 재빨리 토벌대 주위로 마법진을 펼쳤다.
“공작, 아무리 당신이라도 로즈와의 대화를 방해하면 안 되지.”
미하엘이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손가락만 까딱였다. 그러자 공작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아빠!”
로제테가 아드리안 공작의 몸에 방어 마법을 두 번이나 둘렀다. 그 덕분에 아드리안 공작은 무사할 수 있었지만, 로제테는 아니었다.
그녀는 마른기침을 하며 미하엘을 노려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강해.’
미하엘 르쉐르가 마탑주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의 실력이 범상치 않을 것이란 건 예상했다.
최악의 경우엔 자신과 엇비슷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실력은 예상을 넘어섰다. 거침없이 뿜어내는 마나와 그것을 섬세하게 다스리는 통제력.
거기에 마나 사이에 섞인 묘한 기운이 그녀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미지의 힘이었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어디선가 느껴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야.’
로제테는 주먹을 꽉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만약 그녀가 제 힘을 완전히 다룰 수 있는 상태에서 미하엘과 일대일로 만났다면 충분히 상대해 볼 만했다.
마법 실력이 엇비슷하다고 해도 그녀는 검을 꽤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마법과 검을 적절히 섞어서 상대하면 승산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지금 이곳에는 지켜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가족, 조슈아 그리고 다른 사람들까지.
미하엘은 로제테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모조리 죽일 각오로 싸울 텐데, 소중한 이들을 지키며 그를 상대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로제테는 아무리 상대가 자신의 모든 것을 망쳐 버릴 미하엘이라고 해도 그를 죽인다는 게 께름칙했다.
그건 그녀가 시간을 돌린 뒤 스스로 세운 금기를 깨는 행위였다.
과거의 로제테 댈러스와는 전혀 달라질 것이며 어떤 이유에서건 사람을 죽이지 않을 거라고 굳게 다짐했었다.
그 벽을 무너뜨리는 순간, 자신은 댈러스 후작의 이해관계를 위해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던 괴물과 똑같이 되어 버릴 터였다.
‘정말 어쩔 수 없다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정말 문제는 그녀의 힘이 온전치 않다는 사실이었다.
미하엘이 바로 보았다. 그녀는 지금 꽤 많은 힘과 마나를 소비한 상태였다.
미하엘의 말대로 애초에 누가 깰 수 있도록 설계한 결계가 아니었는지, 후폭풍이 셌다.
아까는 얼른 나가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달려들어 비석을 깼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몸이 성하지 않았다.
내장이 꼬이는 느낌이 나고 현기증이 났다. 아까 조슈아와 실버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아마 각혈했을지도 모른다.
몸을 추스르고 마나를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미하엘의 몸을 두르고 있는 미지의 힘이 무엇인지 파악할 시간도 필요했다.
로제테가 검을 다시 검집에 넣으며 미하엘을 향해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놔두고 나와 얘기해. 어차피 넌 날 만나러 온 거 아니었어?”
미하엘이 한 번 들어는 주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로제테가 바싹 마르는 입술을 혀로 축였다.
그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그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만한 화제가 필요했다.
“머리는 어쩌다가 색이 그렇게 된 거야? 며칠 전에 황성에서 볼 때만 해도 은발이었잖아. 붉은 색이 살짝 맴도는 은발.”
“아, 이거?”
미하엘이 피식 웃으며 다시 흘러내린 앞머리를 엄지와 검지로 매만졌다.
“그러게,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나도 잘 모르겠네.”
“그럼 원래 머리는 무슨 색이야?”
“네가 기억하고 색이 맞아. 일단 날 때는 그렇게 태어났어.”
“그럼?”
“궁금해?”
“응.”
시선으로도 로제테의 얼굴을 핥을 것처럼 그녀를 집요하게 쳐다본 미하엘이 픽 웃었다.
“거짓말.”
“…….”
“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거 다 보여. 너 거짓말 정말 못 한다는 거 내가 말하지 않았었나?”
로제테는 그의 분위기를 살피며 마른침을 삼켰다.
“사실 내 머리가 어떤 색이어도 별로 상관없을 테고. 맞지?”
미하엘이 천천히 로제테를 향해 걸어왔다.
아드리안 공작을 비롯하여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미하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땅에서 솟아난 검붉은 촉수가 그들의 발목을 휘감는 바람에 미처 움직이지 못했다.
“로즈!”
“도망가!”
“피해!”
로제테는 자신들을 향해 소리치는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다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저는 괜찮으니까요.”
로제테는 한 가지 확신이 있었다.
미하엘 르쉐르는 그녀를 죽이지 못한다. 그녀의 주위를 모두 폐허로 만들지언정, 그녀에게는 손끝 하나 대지 못할 거였다.
어느새 그녀의 앞까지 다가온 미하엘이 그녀의 뺨을 조심스럽게 쓸었다.
아까 결계를 부수다가 다쳤었는지 그의 손끝이 닿는 곳이 따끔거렸지만, 이내 아픔이 완전히 사라졌다. 미하엘이 치유 마법을 쓴 것이었다.
“이유가 있는 관심이지만 내가 너의 그런 관심마저 달갑다고 하면 믿을래?”
“믿을게.”
“정말?”
“응. 그러니까 일단 다른 사람들은 보내고 나와 차분히 대화하자.”
“그럴까?”
미하엘의 손이 조금 더 아래로 내려와 그녀의 입술을 매만졌다.
“지금은 기분이 무척 좋으니까, 다시 한번 제안할게. 나와 갈래, 로즈?”
“또 그 소리야? 그 얘기는 끝난 거 아니었어?”
“끝나다니. 넌 내가 왜 이런 번거로운 일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해?”
“…….”
“나와 가자. 그럼 여기 있는 사람들에겐 더 이상 손대지 않고 깔끔하게 물러날게.”
로제테가 입술을 깨물자 그가 그러지 말라는 듯 엄지로 그녀의 아랫입술을 꾹 눌렀다.
“너에게도 나쁜 조건이 아닐 텐데.”
“나쁘지 않기는, 개뿔이! 야, 늑대! 공격해!”
[컹!]루카스의 명령을 받은 실버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세우며 미하엘에게 달려들었다. 정확히는 그의 왼팔에 자리잡고 있는 페리토를 향해서였다.
미하엘이 채 피하기도 전에 실버의 이빨이 백사의 옆구리를 콱 깨물었다.
[삣!]삐삐도 지지 않고 달려들어 용맹하게 페리토의 눈을 쪼았다.
찰나의 순간, 미하엘의 마나가 흐트러졌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로제테가 손을 쓰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삐삐!”
[삣!]그녀는 삐삐의 도움을 받아 남은 마나를 쥐어짜서 미하엘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마나로 만든 밧줄로 그의 몸을 칭칭 감았다. 잠시나마 미하엘의 마나를 흐트려 놓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발목을 붙잡고 있던 촉수의 힘이 약해지자 아드리안 공작이 재빨리 검으로 촉수를 베어 냈다.
그러고는 곧바로 미하엘의 왼쪽 날개뼈 쪽을 노리고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