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9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91화. 반격(2)(191/214)
191화. 반격(2)
2024.05.09.
발목을 붙잡고 있던 촉수의 힘이 약해지자 아드리안 공작이 재빨리 검으로 촉수를 베어 냈다.
그러고는 곧바로 미하엘의 왼쪽 날개뼈 쪽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처음으로 그의 공격이 먹혔다. 내내 허공에서 튕겨 나가던 검 끝이 미하엘의 옷깃을 파고든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검이 그의 몸을 빠르게 관통하기 전에 아드리안 공작은 다시 뒤로 튕겨 나갔다. 미하엘의 등엔 꽤 깊은 상처가 나고, 피가 많이 흘렀지만 치명상까지는 아니었다.
“아빠!”
아드리안 공작은 넘어지기 직전 자세를 바로잡고는 다시 미하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두 번째 요행은 먹히지 않았다. 이번에는 바닥에서 무언가 튀어나와 공작의 검을 휘감았다.
동시에 안 그래도 불길하던 미하엘의 기운이 범상치 않아졌다.
“하, 이 버러지 같은 게…….”
미하엘이 왼쪽 눈을 가리며 조소했다. 그의 손바닥 틈에서 검은 연기가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었다.
[컹!]어느새 페리토를 물어뜯던 실버도 나동그라졌다. 덩달아 충격을 받았는지 조슈아가 마른기침을 연신 내뱉었다.
“로즈, 나는 최대한 너에게 맞춰 주려고 했어. 너만 순순히 나와 함께 간다면 정말로 이들에게는 손 하나 까딱 안 하려고 했단 말이야. 그런데 왜 자꾸 일을 크게 만들어서 날 화나게 만들어?”
“…….”
예감이 좋지 않았다. 로제테는 언제든 방어 마법을 펼칠 준비를 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기운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처럼 미하엘의 몸에서는 채 갈무리되지 않은 마나와 정체 모를 기운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견디지 못한 기사 몇몇이 신음을 흘리며 목을 감싸쥐었다.
내내 의연하던 이자벨마저도 이를 꽉 깨무는 것을 보며 로제테는 고뇌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선택을 해야만 아무도 다치지 않고 좋은 결말이 날까.
미하엘을 설득하는 건 이미 틀린 것 같았다.
대체 왜 그가 로제테를 이토록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그녀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 같았다.
아니, 미하엘 본인조차도 애초에 왜 로제테과 함께하고 싶었는지 이미 까먹었겠지. 그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그녀를 향한 집착과 집념뿐이었다.
원래의 목적 따위는 모두 잊어버리고 감정의 부스러기만 남은 것이었다.
로제테를 향한 그의 이 맹목적인 갈망은 그녀를 기어코 손에 얻은 뒤에야 사그라질 터였다.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아무 희생도 없이 미하엘을 해치우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 같이 힘을 모아 그를 제압한다고 해도 누군가의 희생은 불가피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일단 자신이 미하엘과 가는 게 옳은 선택 아닐까.
미하엘은 로제테만 순순히 따라간다면 다른 사람들은 깔끔하게 보내 준다고 했다.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성격은 아니니 그 말은 분명 지킬 터였다.
정 못 믿겠다면 마법으로 맹세를 하게 시키면 된다.
‘그런 다음에 기회를 봐서 나오면 돼.’
미하엘과 단둘이 남은 상태에서 힘만 제대로 회복이 된다면 그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그의 목숨을 앗아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지금으로선 그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었다.
미하엘 또한 로제테를 함부로 대하진 않을 테니까 그와의 시간을 크게 두려워할 필요도 없었다.
‘만약 내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평생 미하엘과 있어야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사랑하는 이를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는 것보다는, 제 행복을 버려서라도 가족과 조슈아를 살리는 게 나았다.
평생 못 보더라도 그들이 멀쩡히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면 충분하니까.
로제테는 울음기 섞인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이미 평생 받을 사랑을 지난 12년 동안 모두 받았다. 그 기억으로도 충분히 남은 시간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네 말대로 할게, 미하엘.”
“로즈, 안 돼!”
“그게 무슨 소리야!”
주위에서 반발이 있었지만 로제테는 미하엘을 보며 굳게 말했다.
“내 발로 갈 테니까 다른 사람들은 이만 보내 줘. 그거면 됐잖아?”
여전히 손으로 얼굴 한쪽을 가린 미하엘이 크게 웃어 젖혔다.
“로즈, 그 말은 아까 했어야지. 내가 먼저 기회를 줬을 때 말이야.”
“……뭐?”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해 봤자 내가 네 말을 어떻게 믿겠어? 일단 사람들을 수도로 돌려보내고 나중에 도망치겠다고 생각하는 게 눈에 다 뻔히 보이는데.”
“…….”
“뭐, 상관은 없어. 네가 그런다고 해도 내가 널 놓치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말이야.”
한참을 웃던 그가 얼굴에서 웃음기를 완전히 지웠다.
“네가 계속 제국에 남은 사람들만 떠올릴 것을 생각하니까 기분이 많이 더럽거든.”
“…….”
“애초에 선택지 따위는 주는 게 아니었어. 역시 그냥 네 곁엔 아무도 남기지 않는 게 좋겠어. 네 곁에 있는 건 나 하나면 충분해.”
“……뭐라고?”
“그래,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어. 네 마음을 헤아려 줘 봤자 돌아오는 건 외면뿐인데, 내가 왜 굳이 네 마음까지 생각해야 하지?”
확실히 상황이 달라졌다.
미하엘의 등에 난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그의 발치에 고여 작은 웅덩이가 되었고, 그곳에서 마나가 응축한 기운이 느껴졌다.
로제테는 마른침을 삼켰다. 머릿속에 수많은 마법식이 떠올랐다.
셀린느와 이벨린 왕립 아카데미의 교수에게서 배운 것은 물론, 과거 댈러스 후작에게 배웠던 마법까지 전부.
“애정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그럴 바엔 차라리 네게 증오나 받지, 뭐.”
정말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는 쓸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그 금지된 마법까지 쓸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루카스!”
검을 고쳐 쥔 아드리안 공작이 외쳤다. 동시에 어느새 로제테의 등 뒤에 다가왔던 루카스가 그녀를 어깨에 짊어졌다.
“……!”
로제테가 채 소리도 지르기 전에 그가 반대편으로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실버 또한 조슈아를 등에 둘러메고 달려 나갔다.
다니엘은 로튼 경이 데리고 뛰었고, 다른 사람들도 눈치껏 그들을 따라 달렸다.
아드리안 공작의 모습이 빠르게 작아졌다. 로제테는 그를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쳤다.
‘아빠!’
미하엘이 로제테의 뒤를 채 쫓기도 전에 아드리안 공작이 모든 마나를 방출했다.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의 주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오빠, 이거 놔! 아빠를 데리러 가야 해!”
로제테가 루카스의 등을 주먹으로 퍽퍽 쳤지만 그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차라리 내가 가서 미하엘에게 사정해 볼게. 내가 잘못했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놔 달라고! 그럼 마음을 돌릴지도 몰라.”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졌을 때 루카스가 속도를 줄이며 물었다.
“……그럼 너는?”
“응?”
“그럼 너는 어떻게 할 건데? 평생 그 X끼에게 붙잡혀서 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
“우리는 그렇게는 못 해, 로제테 아드리안.”
루카스가 또다시 ‘꼬맹이’라는 별명 대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고, 또 그가 진지하다는 방증이었다.
“그렇게 널 보낸다고 해도 아버지와 우리는 어떻게서든 널 되찾으려고 노력할 거야.”
“그리고 이건 이미 아드리안만의 일이 아니야.”
뒤따라오던 이자벨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어느새 실버에게서 내려온 조슈아가 물었다. 이자벨이 결계 안쪽에 있던 사람들은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미하엘 르쉐르의 일방적인 주장이기는 하지만, 그가 2황자 전하와 손을 잡은 것 같습니다.”
“뭐?”
“그게 사실입니까?”
조슈아와 다른 기사들이 당황해서 되물었다. 이자벨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확실한 것은 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아마 2황자 전하께 황좌를 약속한 것 같습니다.”
조슈아는 잠자코 이자벨의 설명을 들었다.
“아마도 아드리안가에 벌인 짓을 묵인하는 조건을 걸었을 거라고 추측됩니다. 아무리 마탑주이고 쉘튼 왕국의 귀족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일을 벌이면 제국의 추적을 피하진 못할 테니까요. 물론, 그 남자의 성격이나 능력을 봐선 추적이 두렵다기보다는 성가셔서 그런 것 같지만요.”
“…….”
“아무튼 미하엘 르쉐르가 노리는 게 아드리안과 로즈만은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이자벨이 이번에는 로제테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이기 이전에 아드리안의 수장으로서, 그리고 황제 폐하의 어엿한 신하로서 이런 선택을 하시는 거야, 알겠어?”
“…….”
“이건 더 이상 아드리안의 일이 아니라 에른하르트 제국의 일이야. 이 사실을 폐하께 알려 모든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해, 알겠어? 로즈, 너 또한 제국의 일원으로서 황자 전하를 제국까지 무사히 모셔 가야 하고.”
“하지만, 언니…….”
“그러니까 아버지께서 너 때문에 희생하셨다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어.”
희생. 그 단어가 주는 무게가 무거웠다.
이자벨도, 루카스도 아드리안 공작이 이대로 무사히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다만 제국을 수호하는 귀족으로서, 그리고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로서 그가 마땅한 선택을 했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그것이 그들이 아드리안으로서 가져 온 긍지였다.
제국을 위해 희생했으니 명예로운 죽음이었다고, 애써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제테는 그럴 수가 없었다.
발버둥 친 그녀가 루카스의 어깨에서 내려오며 진지하게 말했다.
“언니, 저는요, 제 인생의 반 이상을 아드리안으로 살아왔지만 여전히 언니나 오빠들이 말하는 아드리안의 긍지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
“저는 그냥 제 가족을 지키고 싶을 뿐이에요. 그러기 위해 시간을 돌렸고, 또 같은 불행을 반복하고 싶지도 않아요.”
듣고 있던 아드리안 삼 남매가 처음 듣는 말에 의문을 표했다.
“시간을 돌리다니?”
“꼬맹아, 그게 무슨 소리야?”
조슈아는 그저 눈을 감고 가만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언니와 오빠들은 아드리안으로서 긍지를 지키세요. 조슈아, 아니, 황자 전하를 무사히 지켜 수도로 돌아가 2황자 전하와 미하엘의 일을 폐하께 알리세요.”
로제테는 결연히 선언했다.
“저는 아빠를 지키러 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