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9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93화. 최후의 일격(193/214)
193화. 최후의 일격
2024.05.11.
“이제 그만해, 미하엘.”
다음 공격을 준비하던 미하엘이 로제테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움찔거렸다.
등 뒤에서 애타게 소리치는 아드리안 공작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로제테는 뒤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미하엘만 바라보았다.
“네가 죽든 내가 죽든 이 승부를 끝내자.”
“그게 무슨……?”
그녀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미하엘이 몸을 움찔거렸다. 로제테는 아직도 응축한 마나를 쥐고 있는 그의 손을 잡았다.
칼 같은 마나가 손바닥으로 쏟아지며 통증이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움켜쥐었다.
“나도 이제 돌아가서 사랑하는 가족과 편안하게 쉬고 싶거든.”
그 말과 동시에 로제테는 모든 마나를 사용하여 신성력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마법을 시전했다.
두 번의 기회는 없을 거라 생각하고 쏟아부은 마지막 일격이었다.
“……!”
베키 레인의 추측만 듣고 선택한 공격. 로제테는 이 최후의 공격이 크게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조금만, 아드리안 공작이 그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을 수 있을 시간만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의 경계를 잠시나만 누그러뜨릴 수만 있다면……!
그런데 마법의 효과는 생각보다도 강력했다.
“으아아!”
[캬아악!]신성한 밝은 빛에 휩싸인 미하엘과 페리토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괴로운 비명을 질렀다. 미하엘의 몸에서 방어하듯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곧 상반되는 두 힘이 충돌하며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
미하엘의 바로 앞에 있었던 로제테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튕겨져 나가 바닥에 뒹굴었다.
“로즈!”
아드리안 공작이 폭풍과도 같은 거친 바람을 간신히 이겨 내며 다가와 로제테를 끌어안았다.
“정신 차리렴, 로즈!”
그러나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앞에 처음 보는 환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는 내가 데려가도록 하지. 값은 제대로 치르겠다.
-감사합니다, 나리.
환영 속에서는 웬 귀족이 한 여인에게서 적은발에 붉은 눈을 가진 앳된 남자아이를 데려갔다.
로제테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아이는 미하엘이며, 이것은 그의 기억이라는 것을.
-이 아이의 마력이라면, 분명 우리의 대의를 이룰 수 있을 거다!
동물의 피로 얼룩진 제단 위에 묶인 미하엘. 그리고 그의 심장에 의식용 단검이 꽂히는 순간, 어두컴컴한 지하 제사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휘몰아치는 검은 폭풍과 흩어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
이윽고 모든 것이 붉게 물든 세상 속에서 미하엘이 새 심장을 얻고 멀쩡히 기어 나왔다.
-너도 무리에서 쫓겨났어?
정처 없이 거리를 헤매던 미하엘은 자신의 패밀리어, 백사 페리토를 만났다.
-너, 혼자니? 나와 함께 가지 않으련?
여전히 거리를 떠돌던 그와 페리토에게 한 신사가 나타났다. 페리토가 손을 물어도 아픈 티 하나 내지 않던 신사는 그를 설득했다.
-내 이름은 프레드릭 르쉐르. 르쉐르 백작이다. 그리고 마탑의 현 마탑주지.
프레드릭은 어미를 잃고 길가에 떠도는 새끼 고양이처럼 경계하기만 하는 미하엘을 잘 다독였다. 그의 따뜻한 진심에 미하엘은 그의 양자가 되었다.
그러나 행복은 얼마 가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4년 뒤, 프레드릭이 병으로 죽으며 미하엘은 의지할 곳이 사라졌다.
-역시 나에겐 너밖에 없어, 페리토. 인간은 너무 약해. 조금만 거칠게 다뤄도 상처 입고 죽고 말아.
르쉐르 백작으로서, 마탑주로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미하엘은 외로웠다.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그는 저 멀리 에른하르트 제국에서 들려오는 한 소녀에 관한 소문을 들었다.
-로제테 아드리안이래. 여덟 살인데 패밀리어를 소환하고 벌써 그런 엄청난 마법을 사용하다니.
[쉬이익.]-분명 그 아이를 이해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그 아이도 외롭겠지?
그 후 그는 마탑주로서 댈러스 후작의 의뢰를 받고 제국으로 와서 로제테에게 접근했다.
-나와 로제테를 동시에 납치해. 그리고 넌 로제테를 인질로 아드리안가 사람들을 유인해서 모두 죽이고, 나는 그 아이를 구출해서 데리고 갈게.
그때에도 그의 목적은 하나였다. 아드리안을 무너뜨리고 로제테를 데려가는 것.
-그렇게 되면 로제테는 나만 바라보겠지? 아버지가 내게 모든 것이었던 것처럼 내가 로제테의 전부가 되는 거야, 페리토.
비록 댈러스 후작의 배신으로 실패했지만, 그는 백작에서 후작이 되고, 쉘튼 왕국의 사절단으로서 제국으로 올 때까지 그녀를 포기하지 못했다.
그 후로는 익히 아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가 제국으로 와서 로제테에게 구애하고, 그녀에게 거절당하자 결국 루이스 에른하르트와 손을 잡고 이런 짓을 벌였다는 이야기.
[삣! 삐이잇!]그때 로제테의 머리카락을 계속 잡아당기던 삐삐가 경고하듯 울부짖었다.
로제테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지만 한 박자 늦었다.
아드리안 공작을 마나로 묶어 로제테에게서 떼어 놓은 미하엘이 빠르게 그녀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
미하엘이 갑자기 몸 위를 덮치는 바람에 로제테는 손쓸 새도 없이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미하엘이 몸 위로 올라와 두 손으로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지금까지 내가 봐줬더니, 이딴 짓을 벌여?”
아까부터 줄곧 손으로 가리고 있었던 그의 얼굴 반쪽이 마치 부서진 도자기 인형처럼 깨져 있었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깨져’ 있었다. 얼굴 곳곳에 금이 가 있었고, 일부분은 떨어져 나갔다. 뼈가 자리 잡고 있어야 할 곳이 텅 비어 있었다. 대신 그 구멍에서 계속 연기가 새어 나왔다.
“내가 널 못 죽일 것 같아? 웃기지 마. 너를 대신할 대체품은 얼마든지 찾으면 그만이야. 시간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어. 내겐 시간이 많으니까.”
단순한 겁박이 아니라 그는 진심이었다. 로제테를 노려보는 그의 두 눈동자 속 동공은 이성을 잃은 듯 작아져 있었고, 본능이 들끓는 짐승처럼 번들거렸다.
“아니면 여기서 널 죽이고 네가 다시 태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좋겠지. 환생을 믿어, 로즈?”
목을 조여 오는 손도 가차 없었다. 숨이 막히고 마른기침이 나왔다.
로제테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어디서 그런 괴력이 나왔는지 미하엘을 당할 수 없었다.
“그래, 이대로 널 설득하는 것보다 그게 빠르겠어.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다음엔 내가 좀 더 빨리 찾아갈게. 네가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든 바로 찾아낼 테니까.”
“미친…….”
“그래, 나 미친 거 이제 알았어?”
손아귀의 힘이 더 강해졌다.
아드리안 공작은 필사적으로 미하엘의 마법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몸을 비틀수록 마나는 그의 몸을 더 세게 조여 올 뿐이었다. 그의 팔과 다리 등이 쓸리고 피가 났다.
[삐익!]삐삐가 필사적으로 미하엘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지만, 작은 새의 몸부림은 그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삣! 삐잇!]어느새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로제테는 텅 빈 마나 코어를 쥐어짰다.
어디를 어떻게 노려야 상대를 즉사시킬 수 있는지 잘 알았다. 이론뿐만 아니라 과거엔 실제로 해 본 적도 있었다.
날카로운 무기로 코앞에 보이는 저 목을 노린다면…….
로제테는 허리춤에 찼던 단검을 더듬거렸다. 그녀의 생각을 눈치챈 삐삐가 도와줘서 간신히 단검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단번에 끝장을 봐야만 했다.
그러나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실제로도 팔에 힘이 잘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심리적인 영향이 컸다.
아무리 상대가 자신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가려는 악인이라도 죽여도 되는 걸까. 이 단검을 휘두르는 순간, 자신은 더 이상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사랑을 듬뿍 받던 로제테 아드리안이 아니라, 후작에게 이용당하며 사람을 죽이던 로제테 댈러스에 더 가까워질 테다.
하지만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미하엘은 정말 모두를 죽일 거야. 나 다음엔 아빠, 그다음엔 언니와 오빠들, 또 그다음엔 조슈아겠지.
로제테는 마음을 굳게 먹고 팔을 들려고 했다. 하지만 몸에 좀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미하엘이 목에 핏대가 돋을 정도로 그녀를 내리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로제테가 입술을 달싹였다.
“……지 않아.”
“……뭐?”
그녀는 최대한 목소리를 쥐어짰다.
“난 너와 달라. 읏, 나는, 외롭지 않아.”
이지를 잃고 번들거리던 미하엘의 눈동자에 살짝 초점이 돌아왔다. 목을 조르던 손아귀에서도 힘이 빠졌다.
덕분에 로제테는 하고자 하는 말을 계속할 수 있었다.
“아빠는, 우리 가족은 날 많이 사랑해 줬어. 나 또한 한때는 사랑과 애정을 몰랐지만, 지금의 가족 품에서 사랑이 뭔지 깨닫고, 또 어떡하면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지도 배웠어.”
“…….”
“정말 날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천만에. 몇 번을 다시 태어나도 난 너와 다른 삶을 살아갈 거야. 기억하지는 못해도, 사랑받았던 감정은 늘 마음속에 품고 있을 테니까.”
“네가 뭘 안다고 지껄여!”
미하엘이 사납게 외쳤지만, 그는 조금 전처럼 로제테를 강하게 결박하지 못했다. 로제테가 희미하게 웃었다.
“죽은 르쉐르 백작이 안타까워. 그 사람은 아빠가 날 사랑하듯 널 친아들처럼 아끼고 사랑했는데 말이야.”
“…….”
“외로울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네가 사랑을 깨닫고 세상을 사랑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길 바랐겠지. 우리 아빠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 모습을 봤다면 백작은 아마 엄청 슬퍼했을걸. 그런데 너는…….”
로제테가 최선을 다해 팔을 들었다.
“사랑할 줄도, 사랑받을 줄도 모르는 괴물이 되었네, 미하엘. 네가 받은 게 사랑이었던 것도 모르고.”
“그 남자 얘기는 집어치워! 그 사람은 이 세상에 나만 두고……!”
“그러니까 우리 이만 끝내자.”
로제테는 있는 힘껏 단검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