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96)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96화. 로제테가 잠든 사이(3)(196/214)
196화. 로제테가 잠든 사이(3)
2024.05.14.
로제테의 마음을 다 이해했다는 듯 공작이 그녀의 머리를 쓸어 주었다.
“다 괜찮단다, 로즈.”
“네?”
“전하께선 잘하고 계신단다. 이 아빠도 많이 걱정되지만, 이 일은 어디까지나 황실의 일이고 전하의 싸움이야.”
“…….”
“그러니 너는 아무 걱정 말고 모든 일이 잘 끝나기를 기다리면 된단다. 전하께서 일이 마무리되면 오신다고 했으니까.”
로제테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아빠.”
“그럼 일단 식사를 좀 하자꾸나. 식당까지 가는 것은 무리일 테니 식사를 방으로 가져오라고 해야겠어. 다들 여기서 함께 식사하는 게 어떻니?”
“저는 좋습니다, 아버지!”
“오랜만에 화기애애하겠네요.”
“가능하면 식당으로 가서 식사하는 게 좋겠지만, 어쩔 수 없죠. 제가 말하고 올게요.”
로제테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똑같은 삼 남매를 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12년. 가까스로 손에 넣은 행복이 안정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 시간을 돌리기 전 댈러스 후작가에서 지냈던 기억은 희미했다.
로제테는 식사 준비를 하는 가족들을 보다가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북부의 겨울은 수도보다 빨리 온다. 수도에선 이제 막 가을이 만연하게 무르익었겠지만, 이곳은 숲을 화려하게 물들였던 단풍잎이 거의 떨어지고 겨울이 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로제테는 아드리안 영지에서 보내는 겨울이 얼마나 춥고 혹독한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곁에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서 춥거나 무섭지 않았다.
언제나 가족들이 자신을 굳게 지켜 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늘 그랬듯, 이번 겨울도 무사히 지나갈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더 따뜻하고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테지.
그리고 또 봄이 오면 이 황량한 나뭇가지에 다시 연두색 새싹이 돋고, 따뜻한 바람이 불 것이었다.
로제테는 겨울 동안 늘 봄이 오기를 바랐지만,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봄을 애타게 기다릴 것이었다.
내년 봄에는 사랑하는 오빠, 다니엘의 결혼식이 있고 또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
어쩌면 로제테와 조슈아의 관계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질지도 몰랐다.
‘조슈아를 다시 만난다면 꼭 말해 줄 거야.’
당신이 황자든, 황태자든 상관없다. 혹은 모든 직위를 다 잃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저 앞으로 늘 당신 곁에 있고 싶다고, 그렇게 진심을 털어놓고 싶었다.
“꼬맹아, 뭘 그렇게 봐? 얼른 와. 배고프겠다!”
“알겠어요!”
로제테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한 폭의 그림 같은 가족들 사이로 걸어갔다.
불확실한 미래가 처음으로 두렵지 않은 날이었다.
* * *
조슈아 에른하르트는 황실 기사단을 대동하고 릴리스 공작령으로 향했다. 12년, 아니, 그것보다 더 오랫동안 염원하던 숙원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날이었다.
“한 놈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포위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그는 빠르게 흩어지는 기사들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일주일 전, 조슈아 에른하르트는 산 채로 지옥을 경험했다.
그와 다른 이들을 막고 홀로 아드리안 공작을 구하러 뛰어가던 로제테의 뒷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던가.
당시 그녀의 얼굴에는 비장함이 맴돌았다. 조슈아는 그 얼굴을 보자마자 깨달았다.
이대로 로제테를 보내면 어떤 이유에서든 그녀를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그녀가 공작을 지키기 위해 미하엘을 따라가거나, 혹은 그와 싸우다가 목숨을 잃을 게 뻔했으니까.
이성적으로는 수도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셀린느와 베키와 함께 로제테의 마법을 무효화하고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서 초조하고 불안했다.
이윽고 로제테를 찾았을 때, 조슈아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말을 실제로 경험했다.
미하엘의 밑에 깔려 목을 졸리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보자마자 이성을 잃었다. 미하엘이 로제테에게 집중하는 틈을 노려 단번에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그의 심장을 노렸다.
마침내 미하엘을 처치했지만 로제테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조슈아와 아드리안 공작가 사람들은 안도할 새도 없이 그녀를 데리고 공작령의 저택으로 향했다.
로제테의 몸 상태를 확인한 주치의와 셀린느가 걱정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모두를 안심시켰지만, 조슈아는 전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로제테가 깨어날 때까지 그녀 옆에 남고 싶었지만 그는 수도로 돌아가야만 했다.
가서 루이스 에른하르트와 미하엘이 손을 잡았다는 말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취해야만 했다.
만약 정말로 루이스가 미하엘과 거래를 한 거라면, 그를 아끼는 황제라도 이 일을 좌시할 수는 없을 터였다.
그래서 죽은 듯이 잠든 로제테를 놓고 무거운 걸음을 옮겨 황궁으로 향했다.
그 후의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과거에 그렇게 무력하게 오필리아를 잃고 일방적으로 당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로 쉬웠다.
루이스 에른하르트는 조슈아의 생각보다 더 형편없는 동생이었다. 황좌에 눈이 멀어 미하엘과의 거래 내력을 고스란히 문서화해서 남겨 두었다.
아마도 미하엘이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그래도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조슈아는 기사들과 함께 루이스의 신병을 확보하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분노하는 황제에게 모든 일을 낱낱이 보고했다.
마탑주였던 미하엘 르쉐르, 그리고 그와 결탁한 루이스 에른하르트의 이야기는 물론, 북부에 나타난 마물도 모두 미하엘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렸다.
루이스는 그것을 알면서도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해 묵인했고, 더 나아가 미하엘을 종용했다는 것도 말했다.
모든 보고를 들은 황제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직접 이 일을 겪은 조슈아도 쉬이 믿기지 않는 일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상황을 파악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군.
그는 일단 루이스와 때마침 황궁에 있던 릴리스 공녀를 구금한 뒤 생각했다. 아마도 머릿속으로 조슈아와 루이스를 열심히 저울질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모든 일은 조슈아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황제는 감히 제 권위에 도전하고, 자신이 그 무엇보다도 아끼는 제국을 어지럽힌 루이스와 미하엘을 용서하지 못했다.
아마도 조슈아가 제 생각보다 능력이 있고, 그의 뒤에 로제테와 아드리안이 있었기 때문에 판단이 더 빨랐을 것이다.
-에른하르트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구나. 나는 이번 일을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주제도 모르고 제국을 노린 마탑 잔당들을 모두 처리하고, 그에 동조한 이들도 그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
그리하여 수도에는 피바람이 불었다.
당연히 릴리스 공작가는 얌전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릴리스 공작은 이 일을 기회로 아예 반역을 도모했다.
황제와 조슈아를 죽이고 루이스 에른하르트를 새 황제로 책봉하겠다는 큰 포부를 갖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대치 끝에 조슈아와 기사단은 릴리스 공작령을 장악했다.
우습게도 로제테 댈러스가 없는 릴리스 공작가는 예전과 같은 위력을 갖지 못했다.
“전하, 릴리스 공작을 찾았습니다! 비밀 통로로 도망가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한 기사의 목소리에 조슈아가 상념에서 벗어나 고개를 들었다.
“내가 직접 가겠다.”
“위험하니 저희가 제압해서 데려오겠습니다.”
“아니, 내가 직접 가겠어.”
조슈아는 검을 고쳐 쥐며 기사를 따라갔다. 잔뜩 흥분한 실버가 주위를 경계하며 조슈아를 뒤따랐다.
잠시 후, 릴리스 공작 저택 뒤쪽으로 이어진 숲길에서 공작과 호위 기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슈아는 호위에게 둘러싸인 공작을 보며 서늘하게 말했다.
“이제 그만하고 함께 가지.”
“조슈아 에른하르트!”
“어차피 그대는 검을 그다지 잘 다루지 못하잖나.”
“내가 이렇게 네 놈에게 당할 것 같으냐! 감히 루이스 전하께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씌워서 황제 폐하의 심기를 어지럽히다니!”
루이스가 미하엘과 결탁한 증거는 차고 넘쳤다. 그러나 그걸 굳이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조슈아는 싸늘한 눈으로 공작을 바라보다가 손을 들려고 했다. 애초에 그가 항복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 무력으로 제압할 생각이었다.
그때, 릴리스 공작이 발악하듯 말했다.
“아드리안 공녀를 손에 넣어서 아주 기고만장해졌나 보지? 하지만 그 자만심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 같지? 그 X만 없으면 너도 아드리안도 아무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도 아닌, 릴리스 공작의 입에서 로제테의 이야기가 나오는 게 불쾌했다. 조슈아의 감정에 공감한 실버가 그가 채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튀어 나갔다.
은빛 늑대가 호위 기사의 진열을 무너뜨리고 날카로운 이빨로 공작의 허벅지를 물었다.
“제압해!”
황실 기사들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검과 검이 맞부딪치는 파열음이 귀따갑게 들렸다. 조슈아는 천천히, 우아하게 발걸음을 옮겨 실버를 떼어 내려고 발버둥을 치는 릴리스 공작에게 다가갔다.
“젠장! 이놈의 늑대가……!”
조슈아가 검으로 공작의 턱을 들어 올렸다. 뾰족한 검 끝이 턱밑을 파고들며 검을 타고 피가 흘러내렸다.
“공작은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공작이 생각한 것보다 내가 더 많이, 굶주렸었거든.”
“……!”
“내가 그대를 쉽게 죽일 거라 생각하지는 마. 공작에게 베풀 자비는 없으니까.”
겁을 주기 위한 허세가 아니라 조슈아는 정말로 릴리스 공작을 곱게 죽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공작이 지금까지 조슈아의 사람들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렸다. 그것을 똑같이 돌려주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릴리스 공작이 뭐라고 하기 위해 입을 크게 연 순간이었다. 조슈아가 시전한 마법이 칼날처럼 공작의 혀를 베어 냈다.
“그리고 그 입에 로즈의 이름은 담지 말고. 네가 뭘 안다고 감히 지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