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19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197화. 반가운 재회(1)(197/214)
197화. 반가운 재회(1)
2024.05.15.
“그리고 그 입에 로즈의 이름은 담지 말고. 네가 뭘 안다고 감히 지껄여.”
릴리스 공작이 뭐라고 항의하려 했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조슈아는 무감각한 얼굴로 공작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망친 공작가를 무너뜨리면 어떤 마음이 들지 상상해 본 적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다만, 어떤 감정이 생길지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후련할까, 아니면 공작이 좀 더 처절하게 울부짖을 수 있도록 망가뜨리고 싶을까, 왜 그렇게 자신을 망가뜨리려 했냐고 따져 묻고 싶을까.
그런데 막상 불타는 릴리스 공작가와 완전히 무너진 공작을 보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로제테 아드리안이 보고 싶었다.
지금쯤 깨어났을까? 아픈 곳은 없을까? 손바닥에 난 상처는 쉽게 치료할 수 없다던데 아직도 제대로 아물지 않았을까?
머릿속이 오로지 그녀로 가득했다.
로제테만 제대로 깨어날 수만 있다면 황태자 자리 따위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을 것 같았다.
수줍게 웃던 로제테를 품에 안고 온기와 심장 박동을 느끼고 싶었다. 장밋빛 머리카락처럼 희미하게 풍기는 장미 향을 한껏 들이쉬고 싶었다.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니, 과거를 통틀어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하루도 마음을 놓고 쉬는 날이 없었다. 그만큼 치열하고 처절한 인생이었다.
그런 인생이 오로지 로제테 한 명 때문에 바뀌었다. 그녀는 후회로 얼룩진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준 구원자였으며, 동시에 그에게 한 번도 느끼지 못한 감정을 일깨워 준 연인이었다.
이성 간의 사랑. 그건 그저 사전에나 존재하는 단어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기사들이 공작가의 기사를 모두 제압했다. 언어가 아닌 말들로 악을 쓰던 릴리스 공작도 혼절했다.
“다 처리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전하?”
“모두 황궁으로 데려가 구금하도록 해. 폐하의 지시를 기다린다.”
“알겠습니다. 그럼 게이트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슈아는 바싹 마른 아랫입술을 혀로 축이며 갈등했다. 그의 고민을 눈치챈 실버가 앞다리를 들고 일어나 조슈아에게 달라붙었다.
[컹! 컹컹!]조슈아의 팔을 긁으며 얼른 로제테를 보러 가자고 아우성이었다.
눈을 한번 깜빡이며 눈동자에 가득히 담긴 그리움을 털어 낸 조슈아가 실버를 달랬다.
“아직은 아냐, 실버.”
[컹?]“오래 기다린 만큼, 그리고 로즈가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를 준 만큼 제대로 마무리 지어야지. 혹시라도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실버가 아쉽다는 듯이 낑낑거렸지만, 조슈아의 다짐은 확고했다. 피 묻은 검을 대충 털어 검집에 집어넣은 그가 기사들에게 지시했다.
“다들 서둘러라. 지금부터 최대한 빠르게 수도로 돌아간다.”
조슈아는 로제테에게 안온한 평화를 전리품으로 가져갈 예정이었다.
* * *
“아, 답답해!”
로제테의 옆에서 얌전히 책을 노려보던 루카스가 몸부림을 쳤다.
“대체 언제까지 외출 금지인 거야? 내 나이가 몇인데?”
로제테가 설풋 웃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우리가 사고를 단단히 쳤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벌써 한 달이라고! 다니엘 형도, 이자벨 누나도 다 수도에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접 봤는데, 우리만 이렇게 갇혀 있다니?”
로제테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책 페이지를 넘겼다. 그녀가 동조해 주지 않자, 루카스는 아예 삐삐를 붙잡고 하소연했다.
“삐약이, 너도 답답하지? 원래 새는 자유롭게 날아다녀야 하잖아! 이건 크기만 컸지, 새장이나 다름없지 않아?”
[삐? 삐잇!]뭐래, 바보야. 난 외출하고 왔거든?
삐삐가 코웃음을 치자 루카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지금 나에게 바보라고 했지?”
[삑? 삐이!]삐삐는 아니라고 시치미를 뗐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아니기는! 내가 말이야, 너랑 한 달 내내 붙어 있는데 네 말을 못 알아들을 것 같아? 내가 말을 이해 못 한다고 삐약이 네가 내 앞에서 대놓고 욕한 것도 다 알아! 확 구워 먹어 버릴라!”
[삣!]오들오들 떨던 삐삐가 로제테의 풍성한 머리카락 속으로 몸을 숨겼다. 동화 속에 나오는 악당처럼 “크하하핫!” 하고 웃던 루카스가 테이블에 털썩 엎드렸다.
“아, 심심해.”
루카스의 말처럼 두 사람이 외출 금지당한 지도 거의 한 달 가까이 됐다.
로제테는 루카스와 영지로 놀러 온 멜로디, 이네스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게 아니더라도 혼자서도 할 일이 많았다.
못다 읽었던 책도 읽고 마법 공부도 하고 잠도 늘어지게 잤다.
그것도 지겨워지면 조앤과 함께 온실로 가서 꽃구경했다. 아드리안 영지의 온실은 황실 못지않게 크고 화려해서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툭하면 심심하다고 몸부림치는 루카스와 다르게 그녀는 전혀 적적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맞이한 평화로운 일상이 달가웠다. 시간을 돌린 뒤 12년이나 지났지만, 이렇게까지 아무 걱정 없이 지낸 적은 처음이었다.
가족의 보호를 받던 어릴 적에도 마음 한구석엔 죄책감과 그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으니까.
아니, 아드리안으로 지낸 12년뿐만 아니라 댈러스로 지낸 시간까지 합해도 이런 평화는 처음이었다.
댈러스로 입양되기 전 고아원에서 제인을 비롯한 아이들과 지냈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이번에 수도에 돌아가면 제인 언니도, 원장님도 만나야지.’
그동안 제인을 비롯한 고아원 사람들의 소식은 아드리안 공작을 통해 듣고 있었다. 공작은 아이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었다.
특히 제인은 아카데미에서 꽤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다고 했다.
한번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기 시작하니, 하고 싶은 일들이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조슈아랑 나들이도 가고 싶고…….’
특히 조슈아와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돌이켜 보면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드물었다.
어릴 적이나 몇 년의 헤어짐 끝에 재회한 뒤에 만나기는 했지만, 그건 일 때문에 만난 것이었다.
그때 나눴던 얘기라곤 어떻게 하면 오필리아와 아드리안을 무사히 지킬지, 그리고 릴리스 공작가를 해치울지였다.
서로 마음이 통한 뒤에는 그나마도 자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해결되면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조슈아와 데이트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지난 한 달 동안 수도를 오고 간 공작과 다니엘에게서 수도 상황을 들었다.
미하엘과 관련된 모든 일을 들은 황제는 크게 분노하여 루이스와 릴리스 공작가의 주요 사람들을 잡아들였다.
기나긴 진실 공방 끝에 루이스의 잘못이 밝혀지고, 그는 황자의 직위를 박탈당했다.
아마도 루이스와 릴리스 공녀를 향한 황제의 애정이 이미 많이 식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터였다.
더불어 황제는 그동안 묻어 두었던 지난 이야기도 꺼냈다.
과거 릴리스 공작이 찻잎을 이용하여 오필리아를 독살하려고 한 것을 비롯하여 엘리샤 댈러스의 뒤에 릴리스 공녀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외에도 오필리아와 조슈아가 시시때때로 암살당할 뻔한 것까지.
지난 몇 년 동안 끊임없이 두 아들을 저울질하던 무게의 추가 조슈아에게 완전히 기울었다.
마지막으로 다니엘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는, 릴리스 공작과 루이스의 처형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번에 공작과 다니엘이 수도에 간 것도 그들의 마지막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로제테와 루카스도 같이 가고 싶다고 했지만, 공작은 끝내 외출 금지를 풀어 주지 않았다. 특히 로제테에게는 보기 힘든 광경일 거라며 영지에 남으라고 권유했다.
“꼬맹이, 너야 그렇다 치지만 나는! 나는 그렇게 심약하지 않은데! 처형 장면을 봐도 아무렇지 않단 말이야!”
[삑!]“바보라고 하지 말랬지, 삐약아!”
로제테는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패밀리어 한 마리의 대화를 들으며 소리 죽여 웃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니 드넓은 아드리안 영지의 풍경이 내려다보였다.
지난 한 달 사이 아드리안 영지는 완전한 겨울로 접어들었다. 나뭇잎은 모두 떨어져서 나뭇가지는 앙상해지고, 들판은 곡식을 모두 베어 내서 황량해졌다.
매일 가벼운 눈발이 날리기도 했다.
아마 지금 수도도 겨울이겠지.
‘다들 얼른 왔으면 좋겠어.’
저택에서 할 일은 많았지만, 가족들이 반이나 없는 저택은 왠지 쓸쓸했다.
로제테는 테이블에 발을 베고 엎드렸다. 여전히 투덕거리는 루카스와 삐삐의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역시나 평화로운 날이었다.
* * *
“꼬맹아, 일어나! 아버지가 돌아오셨어!”
[삑!]단잠을 자던 로제테는 어깨를 마구잡이로 흔드는 루카스의 손길에 눈을 떴다.
“으응?”
“아버지가 오셨다고!”
잠시 무거운 눈꺼풀을 깜빡이던 로제테는 이내 그 말의 뜻을 알아듣고는 벌떡 일어났다.
로제테는 열심히 다리를 움직여 단숨에 1층으로 내려갔다.
1층 홀에는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서 있었다. 한바탕 눈이 왔는지 어두운 후드에는 하얀 눈이 내려앉아 있었다.
하지만 로제테는 그에게 달려가지 못하고 계단 위에서 주춤거렸다.
‘아빠가 아니야.’
객관적으로 키가 크고 체격이 컸지만, 후드에 가려진 남자의 몸집은 아드리안 공작보다 조금 작았다.
“뭐 해, 꼬맹아?”
등 뒤에서 루카스가 물었는데도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
‘설마…….’
로제테가 그럴 리가 없다며, 그러니 괜한 기대를 하지 말자고 다짐할 때였다.
남자가 조금은 조급한 손길로 후드를 뒤로 넘겼다. 그 바람에 후드 속에 꼭꼭 숨겨져 있던 은발이 마구잡이로 흐드러졌다.
남자, 조슈아가 이마 위에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넘기며 로제테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꼬리가 시원스럽게 호선을 그리며 미소를 지었을 때, 로제테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그에게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