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0화. 예견된 사고(2)(20/214)
20화. 예견된 사고(2)
2023.11.20.
아드리안 공작은 로제테를 안은 채로 그녀의 방으로 달려갔다. 로제테를 침대에 눕히는데, 소란을 듣고 아이들이 들이닥쳤다.
“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로즈가 아파요?”
“무슨 일 있……, 세상에! 꼬맹아! 꼬맹이 왜 그래요? 왜 피를?”
아드리안 공작은 세 아이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침대맡에 무릎을 꿇고 앉아 로제테의 상태를 살폈다.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창백했고, 평소 앵두처럼 불그스름하던 입술이 파랬다. 숨소리는 금방이라도 끊길 것처럼 작았으며 온몸이 불덩이였다.
아드리안 공작은 그답지 않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로제테의 손을 잡았다.
조금 전 마차가 폭발했을 때, 그는 간발의 차이로 마나를 펼쳐 불길을 막았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벌였는지, 어떻게 한 것인지 고민할 새도 없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검사였고, 마나를 오래 다룰 수는 없었다.
그의 마나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불길이 그를 덮치기 시작했다. 일단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이 먼저였다.
그러나 마차 문에도 무슨 수를 쓴 것인지 단순히 힘으로는 열리지 않았다. 무력으로 문을 부수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집중력이 흐트러져 마나로 만든 방어막이 사라지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불길이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셀린느가 지원 나온 줄 알았다.
-아빠!
그런데 들려오는 건 분명 로제테의 목소리였다. 실제로도 마차를 열고 들어온 것은 그의 사랑스러운 막내였다.
대체 로제테가 여긴 왜 있는 것인가. 그러나 그걸 묻기도 전에 아이는 쓰러졌다.
아드리안 공작은 마차에 난 불을 끈 게 로제테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본인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정황상 그게 맞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로제테의 몸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아드리안 공작은 이 작고 여린 아이가 잘못될까 봐 정신없이 저택으로 돌아왔다.
“로즈, 눈 좀 떠 보렴.”
애원하듯 속삭여 봤지만 로제테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가문의 주치의가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이가 마법을 쓴 것 같은데 그 후로 각혈하고 쓰러졌네.”
“각혈을 하셨단 말씀입니까?”
주치의가 서둘러 로제테를 살폈다. 그가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아이의 배를 눌러 보며 신중히 답했다.
“아무래도 내상을 심하게 입으신 것 같습니다. 이건 마법사님께서 오셔야…….”
“왔습니다!”
때마침 셀린느가 숨을 헉헉거리며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공작에게서 상황을 들은 셀린느가 로제테의 손을 잡고 마나를 흘려보냈다.
“네, 아가씨께서 마법을 쓰신 게 맞군요. 몸속 마나가 흐트러져 있습니다. 마법을 어떻게 쓰신 건지는 나중에 알아보고 일단 내상부터 치료하도록 하죠.”
그녀가 이번엔 로제테의 배에 손을 얹고 치유 마법을 썼다. 노란색 빛이 로제테에게 스며들자 아이의 숨소리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러나 혈색이나 얼굴색은 돌아오지 않았다. 공작이 다급하게 물었다.
“이제 괜찮은 건가? 언제쯤 깨어날 수 있지?”
주치의가 다시 한번 아이를 진찰하고 답했다.
“일단 상처는 다 치료가 된 듯합니다. 조금 더 기다리시면 깨어나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셀린느의 의견은 달랐다.
“아가씨의 마나가 많이 흐트러져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돌아올 때까지 의식이 돌아오기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마나를 진정시키면 되지 않나? 내가 예전에 그런 적이 있는데.”
그녀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체내 마나가 없다시피 하셔서 섣불리 마나를 건드렸다간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떡하면 좋지?”
“아가씨의 체내 마나가 차오르고, 스스로 마나를 안정시키실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걸리지?”
“최소 하루는 걸릴 것 같습니다. 다만, 아가씨께서 원래 보유하셨던 체내 마나가 많으면 많을수록 길어질 수 있습니다.”
“하루…….”
아드리안 공작이 착잡한 얼굴로 로제테를 바라보았다.
“혹시 깨어나지 않을 가능성이라도 있나?”
“그게…….”
셀린느가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최악의 경우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드리안 공작이 신음을 삼켰다.
“어떻게 해서든 로즈가 깨어날 방법을 찾도록.”
“네, 알겠습니다.”
아드리안 공작은 방을 나서기 전, 로제테를 다시 돌아보았다.
그러나 로제테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
* * *
“죄송합니다. 실패했습니다.”
온몸을 검은색으로 감싼 수하 한 명이 샤네 자작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내내 신경을 곤두세웠던 샤네 자작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대체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아드리안 공작이 약물을 뿌린 마차를 타고 갔다고 하지 않았나!”
“분명 그랬습니다만…….”
“그런데?”
“아드리안 공작이 무사히 살아서 저택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하…….”
샤네 자작이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었다. 그때, 수하가 조심히 말했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드리안 공작이 저택으로 돌아올 때 분홍 머리의 여자아이를 데려왔다고 합니다.”
“여자아이?”
“네. 정보원 말에 의하면 이번에 입양한 막내 공녀라고 합니다.”
“막내 공녀가 공작과 같이 있었단 말인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마차에 타고 있었는지, 아니면 공녀가 나중에 쫓아간 것인지는 조금 더 알아보겠다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그것도 하나 알아내지 못하고 보고한 건가!”
“죄송합니다.”
샤네 자작이 커다랗고 두툼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내가 ‘그분’을 볼 면목이 없어.”
“…….”
“그래도 괜찮아. 아직 그 아이는 우리 손에 있으니까.”
샤네 자작이 비릿하게 웃었다. 그는 지금쯤 그가 차명으로 구매한 별장에서 자고 있을 금발의 아이를 떠올렸다.
“멜로디 오서라고 했던가. 고것이 아주 물건이더군.”
“하지만 자작님. 그 아이는 이제 처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처리하기는!”
샤네 자작이 버럭 소리쳤다.
“그 아이를 그분께 보내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실 수도 있을 거야. 그러니까 잘 데리고 있어. 알겠나?”
“알겠습니다.”
“아니다. 일단 그 아이를 보러 가도록 하지.”
샤네 자작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길로 바로 별장으로 향했다.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방에서 자고 있던 아이가 깜짝 놀라 일어났다.
“누구…….”
커다란 인영을 발견한 아이, 멜로디가 이불로 온몸을 감싸며 달달 떨었다. 샤네 자작이 그런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쉿, 착하지.”
그가 멜로디의 얼굴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멜로디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 오빠는 언제 와요?”
“네 오빠는 곧 올 거란다. 그러니 조금만 더 얌전히 기다리렴. 도망칠 생각을 하면 안 된단다.”
“알겠어요.”
샤네 자작은 밖에서 대기하던 기사에게 잘 감시하라는 말을 남기고 방을 떠났다.
다시 혼자가 된 멜로디는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로 향했다. 어느새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빌었다.
“오빠, 나 얼른 보러 와.”
보고 싶어.
아이의 초록색 눈이 슬픔으로 젖었다.
쓸쓸한 아침이었다.
* * *
아드리안 공작저 전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아드리안 공작은 로제테의 곁을 잠깐 지키다가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러 떠났고, 아드리안가의 삼 남매는 모든 일을 제쳐 두고 로제테의 옆을 지켰다.
삼 남매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대충 로제테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마법을 썼다가 쓰러졌다는 것만 알았다.
“나는 아버지에게 가 볼게. 깨어나면 연락해.”
침묵을 유지하던 다니엘이 자리를 떠났고.
“나도 가 봐야겠어. 저택이 너무 어수선해서 고용인들을 진정시켜야 해.”
이자벨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그러자 방 안에 남은 것은 로제테와 루카스뿐이었다.
루카스는 간신히 참고 있던 눈물을 펑펑 쏟아 내며 로제테의 손을 잡았다.
“야, 꼬맹아. 일어나 봐.”
대답은 없었다.
“일어나, 이 바보야. 내가 너 이러라고 훈련 시킨 줄 알아? 약해 빠져 가지고. 내가 앞으로 더 빡세게 시킬 거야.”
[삐이익, 삐이익.]듣는 사람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루카스는 어디선가 들리는 새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굳게 닫힌 창문 앞에서 웬 흰 새 한 마리가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그는 시끄러운 새를 쫓아내기 위해 창가로 향했다. 그러나 이름 모를 새의 콩알 같은 눈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흰 새가 로제테를 보고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막내 보러 온 거야?”
[삐이익!]마치 새가 ‘응, 응!’ 하고 대답하는 것만 같았다. 루카스가 망설인 끝에 창문을 크게 열자 새가 포르르 날아가 로제테의 머리 위에 앉았다.
“야, 그러지 마.”
루카스가 새를 잡기 위해 팔을 허우적거렸다. 새는 그를 피해 높이 솟았다가 그의 머리 위에서 원을 그리며 날아다녔다.
[삐이, 삐이이.]루카스는 성가신 새를 쫓아내지 않고 가만히 놔뒀다. 새가 눈치를 보는가 싶더니 침대 헤드 위에 포르르 날아와 앉았다.
“그래, 거기에 앉아 있어. 막내 괴롭히지 말고.”
[삐이…….]새와 대화가 통하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다. 루카스는 한숨을 푹 쉬고 새와 함께 로제테의 곁을 지켰다.
그렇게 로제테가 잠든 첫 번째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 * *
아드리안 공작은 서늘한 얼굴로 제 앞에 몸을 납작 엎드린 조셉 오서를 바라보았다. 억누르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공작에게선 미처 다 갈무리하지 못한 살기가 스멀스멀 새어 나왔다.
유망한 기사 지망생이라고는 하지만, 조셉은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애송이였다. 이런 살기를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어 몸을 덜덜 떨었다.
“무슨 일인지 네가 말해 보거라, 조셉 오서.”
조금 전, 아드리안 공작은 세바스찬에게서 자초지종을 대충 들었다. 조셉과 로제테가 갑자기 찾아와 공작이 위험하다는 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워낙 긴급한 상황이라 세바스찬도 그 외에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공작은 그 짧은 이야기 하나만으로 기민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략 파악했다.
“나와 아드리안가를 배신하려고 했던 것이냐?”
재차 묻는 아드리안 공작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조셉을 꽤 아꼈다. 어린데도 성실하고 검술에 두각을 보이는 데다가 부모 없이 홀로 여동생을 돌보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그의 여동생이 조금 더 크면 후원을 해 줘서 아카데미에 입학시킬 계획도 갖고 있었다.
배신감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원래 한 가문의, 그것도 공작가의 가주로 살려면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고 의심에 또 의심을 해야 했다.
그러니 조셉 같은 애송이 하나가 등에 칼을 꽂는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다만 하마터면 로제테를 잃을 뻔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저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던 조셉이 상황을 설명하는 대신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공작님.”
그러나 공작은 그의 눈물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