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0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00화. 에필로그(1)(200/214)
200화. 에필로그(1)
2024.05.18.
“청혼은 네가 아닌 내가, 제대로 준비한 곳에서 하고 싶다는 이야기야.”
“네?”
저도 모르게 반문했던 로제테는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분명 자신이 하려고 했던 이야기와 같은 이야기인데, 조슈아에게서 전해 들으니까 꼭 다른 말 같았다.
“네가 황후가 되기 싫다고 해서 사실 조금 망설이긴 했지만, 네 뜻이 그렇다면…….”
조슈아가 기쁘다는 듯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처음으로 마주한, 티없이 맑은 미소였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줘, 로즈.”
조슈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로제테는 점점 가까워지는 조슈아의 얼굴을 보다가 눈을 감았다.
그의 말캉한 입술이 아랫입술에 닿자, 등골이 찌릿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로제테는 조심스럽게 조슈아의 목에 두 팔을 둘렀다. 입을 맞춘 채로 속삭였다.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있어요.”
조슈아가 입술을 당겨 웃는 것이 느껴졌다. 로제테도 그를 따라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모든 것이 마냥 행복하기만 한 하루였다.
* * *
“바람이 제법 따뜻해졌어요, 그렇죠?”
로제테의 머리를 다듬어 주며 조앤이 물었다. 두 사람의 등 뒤에선 하녀들이 열심히 짐을 챙기고 있었다.
“수도는 완연한 봄일 거예요. 이래저래 경사가 많네요. 다음 주면 황자 전하께서 황태자에 책봉되시고, 다음 달이면 큰 도련님께서 결혼하시잖아요.”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잖아.”
로제테가 고개를 돌려 조앤의 아랫배를 흘끔거리자 그녀가 민망한 듯 웃었다.
“그건 경사라고 하기는 좀 그렇죠.”
“경사가 아니라니? 당연히 경사지. 아기들은 다 소중하고, 축복받아야 해.”
로제테가 환하게 웃었다.
어느덧 로제테가 가족과 아드리안 영지에서 지낸 지도 몇 달이 지났다.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던 북부의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계절이 바뀌었다. 아직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새싹이 돋지 않았지만, 칼처럼 차갑게 불던 바람에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좀 더 남쪽에 있는 수도는 이미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있을 터였다.
아드리안가의 사람들은 보통 겨울에는 영지에서 지내고 봄에 수도로 다시 향했다.
이번에도 겨우내 가족들과 아드리안 영지에서 지낸 로제테는 오늘 다시 수도로 가기로 했다.
예년보다 조금 빨리 움직이게 되었다. 조앤이 말한 대로 다음 주에 있을 예정인 조슈아의 황태자 책봉식을 보기 위해서였다.
게다가 다음 달에는 수도에서 다니엘과 이네스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니 얼른 가서 결혼식 준비를 마무리해야 했다.
그리고 조앤과 그녀의 남편 크리스에게도 기쁜 소식이 생겼다. 조앤이 아이를 가진 것이었다.
몇 주 전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로제테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
혹시나 조앤이 무리해서 몸이 상할까 봐 걱정되어 당분간은 로제테의 시중을 쉬어도 된다고 했지만, 조앤은 괜찮다며 계속 그녀의 곁을 지켰다.
아직 아기가 태어나려면 일곱 달이나 남았는데도 로제테는 벌써부터 잔뜩 기대했다.
“아기가 태어나면 내가 대모가 되어 주고 싶어.”
“아가씨가요?”
“응. 물론 조앤만 괜찮다면 말이야.”
“저야 당연히 좋죠. 하지만 저와 아기에겐 너무 과분해서…….”
“과분하기는. 조앤은 내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잖아. 그럼 이 아기도 내 조카나 마찬가지고. 내가 많이 아껴 주고 사랑해 주고 싶어.”
순식간에 눈시울을 붉힌 조앤이 민망한 듯 눈가를 매만졌다.
“저도 참 주책이죠. 요즘 들어 눈물만 많아져서는……. 저는 아가씨의 말만이라도 정말 고마워요. 아기도 사랑받는 것을 알면 분명 기쁠 거예요.”
“수도에 가면 같이 아기용품도 보러 가고 그러자. 예쁜 옷이나 장난감도 많이 사고, 조앤이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좋아요, 아가씨.”
감정을 추스른 조앤이 다시 로제테의 머리카락을 빗어 주었다.
“그리고 저는 여건이 된다면 아가씨가 앞으로 낳을 아이의 유모가 되고 싶기도 해요.”
이번엔 로제테가 부끄러워져서 허둥지둥 댔다. 조앤이 웃음을 터뜨렸다.
“곧 황자 전하와 다시 만나시잖아요. 어쩌면 아가씨께도 곧 좋은 소식이 찾아올 수도 있을 것 같은걸요.”
“으응…….”
몇 달 전 조슈아가 했던 말을 떠올린 로제테는 결국 민망함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로제테가 영지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조슈아는 수도에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벨린 왕국의 도움을 받아 마탑을 처리할 수 있도록 외교 활동에 힘썼고, 동시에 유일한 황자로서 본격적으로 국정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로제테는 오필리아, 조슈아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가 얼마나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는지 전해 들었다.
평범한 일상 이야기나 로제테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 위주로 담아낸 조슈아의 편지보다는 오필리아의 편지에서 수도 사정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로제테라고 마냥 놀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셀린느 그리고 멜로디와 함께 제국의 마법을 한층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멜로디는 마법사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곧 황립 아카데미에 마법 연구원으로 취직할 예정이었다.
다만 로제테는 쉽게 장래를 결정하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마법 연구에 매진하고 싶었지만, 조슈아와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 길이 요원했다.
이대로 그의 청혼을 받고 황태자비가 된다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까?
황제나 조슈아가 그걸 달갑지 않게 여기는 건 아닐까?
하루는 그런 고민을 넌지시 편지에 털어놓자, 조슈아가 진지하게 답을 보내 주었다.
-나는 네 날개를 꺾고 싶지 않아, 로즈. 너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할 때가 가장 사랑스럽고 활기차거든. 황궁에 들어온다고 해서 마법을 포기할 이유는 없지. 그러니까 너는 지금처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도록 해. 내가 그럴 수 있도록 지지해 줄 테니까.
그 말에 괜히 또 한 번 설렜다.
아무튼 그래서 로제테는 당분간 아카데미에서 임시로 연구직을 맡을 생각이었다.
예전에는 저주스럽기만 했던 마법이 이젠 그녀의 삶을 함께하는 동료가 된 셈이었다.
“꼬맹이, 준비 다 됐어?”
“앗, 네!”
갑자기 문 쪽에서 들려온 루카스의 목소리에 로제테가 벌떡 일어났다. 루카스가 살짝 홍조가 남아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불퉁거렸다.
“수도로 돌아간다고 아주 신이 났지?”
“아뇨, 딱히 그렇지는…….”
“영지에 조금 더 있다 가도 되는데 뭐가 그리 바빠서…….”
그가 조금은 섭섭한 얼굴로 방 안에 서 있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아드리안 공작은 네 자식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다니엘도, 이자벨도, 루카스도 공작과 조슈아 사이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대충 짐작했다.
아마 이번에 로제테가 수도로 돌아가면 황태자가 된 조슈아가 청혼할 것이고, 아드리안은 그런 그를 지지해 주기로 약속했을 터였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늦어도 내년 봄에는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다는 것은 로제테가 아드리안으로서 영지에 머무는 것은 어쩌면 이번 겨울이 마지막인 셈이었다.
루카스는 아드리안의 그 누구보다 그 사실에 섭섭했다.
이벨린 왕국에서 돌아와서 이제 겨우 일 년을 함께 지냈다. 해 준 것보다 앞으로 해 주고 싶은 게 훨씬 많았다.
그런데 영지를 떠나는 걸 아쉬워하기는커녕 조슈아를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로제테를 보고 있자니 열불이 날 지경이었다.
언제는 루카스 오빠가 최고라고, 제일 좋다고 하더니! 다니엘 형보다 내가 좋다더니!
로제테가 들었다면 ‘둘 다 좋댔지, 오빠가 더 좋다고 하지는 않았어요’라고 반박했겠지만, 루카스는 그 사실을 무시했다.
결국 루카스가 쿵쿵거리며 걸어가 로제테의 두 뺨을 꼬집었다.
“아얏, 오빠! 아파요.”
“아프라고 그러는 거야.”
“왜요? 대체 갑자기 왜…….”
“그냥 널 보니까 화가 나.”
조앤이 풋 웃으며 속삭였다.
“아가씨를 황자 전하께 보내려고 생각하니까 많이 속상하신 모양이에요.”
“아니거든!”
“오빠, 그렇게 소리 지르면 아기가 놀라요.”
로제테의 핀잔에 루카스가 흠칫 놀라더니 목소리를 줄였다.
“아무튼 그런 거 아니야. 네가 황자 전하와 결혼하는 게 나와 뭔 상관이 있다고 내가 속상해? 아무튼 다 챙겼으면 나와. 이제 슬슬 출발할 거야.”
“네에.”
로제테는 방을 나서는 루카스를 보다가 얼얼한 뺨을 문질렀다.
루카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로제테 또한 가능하면 가족들과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조슈아의 곁을 얼른 지켜 주고 싶어.’
과거 오필리아를 잃은 뒤 평생 외로웠을 조슈아. 지금은 오필리아가 무사히 살아서 황궁에서 지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터였다.
하지만 루카스의 마음도 이해돼서 마음이 좀 심란했다.
“작은 도련님도 다 이해해 주실 거예요. 그냥 지금은 섭섭하셔서 심술을 부리시는 거니까, 조금 이따가 한번 꽉 안아 주세요.”
“응.”
로제테는 얼른 일어나 루카스가 기다리고 있을 1층으로 달려갔다.
“오빠.”
그를 꽉 끌어안으며 웃어 보였다.
“누가 뭐래도 오빠는 언제까지나 소중한 제 오빠예요.”
“누가 뭐랬나. 그럼 내가 네 오빠지 동생이겠어?”
“그런 말이 아닌 거 알잖아요.”
코웃음을 친 루카스가 새초롬하게 물었다.
“그럼 내가 다니엘 형보다 더 좋은 거지?”
로제테가 이번에는 흔쾌히 그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기로 했다.
“그럼요. 오빠가 더 좋아요. 오빠가 최고예요.”
그녀가 순순히 긍정할 줄 몰랐는지 루카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시 말없이 눈을 깜빡이던 그가 큼큼,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뭐, 잘 알고 있으니 됐어. 그럼 얼른 가자. 수도에 가서 누나와 로텐 경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내가 직접 봐야겠어.”
“알겠어요.”
로제테가 웃음을 터뜨리며 루카스를 이끌고 마차로 걸어갔다.
몇 달 전 그날, 이자벨과 로텐 경 사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누가 물어볼 때마다 이자벨은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침묵했고, 로텐 경은 멋쩍은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말을 아꼈다.
그러나 그날을 기점으로 두 사람 사이에서 맴도는 기류가 묘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다들 눈치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