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0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02화. 에필로그(3)(202/214)
202화. 에필로그(3)
2024.05.20.
“얼른 가 보렴. 그동안 조슈아가 아주 애타서 죽는 줄 알았단다.”
그러나 로제테가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조급하게 달려온 조슈아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귓가에 닿는 숨소리가 거칠었다.
로제테는 어찌할 바를 몰라 어정쩡한 자세로 안긴 채 오필리아를 흘끔거렸다.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던 오필리아는 시녀들을 이끌고 정원을 나섰다.
“잠시 두 사람에게 얘기할 시간을 주자꾸나. 삐삐, 너도 이리 오렴. 안에 들어가서 비스킷을 더 주마.”
[삣!]완전히 둘만 남은 뒤에야 머뭇거리던 로제테가 조슈아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온몸을 으스러뜨릴 듯이 꽉 끌어안은 힘이, 그동안 그리워했던 그의 온기가 달가웠다.
딱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조슈아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그는 숨만 고를 뿐 도통 말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로제테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잘 지냈어요?”
“…….”
“저는 엄청 보고 싶어서 이렇게 왔는데…….”
그제야 조슈아가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보고 싶었다면서 내게는 말도 안 하고 어마마마만 보고 갈 생각이었어?”
“아니, 그…….”
“여기까지 와서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의 목소리에는 조금 원망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조슈아는 로제테가 자신보다 오필리아를 더 우선시했다는 것에 다시 한번 섭섭한 것 같았다.
아까도 자기보다 실버를 더 반겼다며 서운한 기색을 얼핏 내비치지 않았나.
로제테는 그의 마음을 풀어 주기 위해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로 도리질을 했다.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럼?”
“조슈아가 엄청 바빠 보이니까 황후님을 본 다음에 얼굴만 몰래 보고 갈 생각이었어요.”
“내게는 말도 안 하고? 날 보러 와서 정말 몰래 보고만 갈 생각이었나?”
“아니, 뭐…….”
“어마마마께서 언질을 주지 않으셨다면 끝까지 내겐 말도 안 했을 것 같은데.”
로제테는 차마 그렇지 않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방해가 될 것 같았어요. 아까 로텐 경이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일할 만큼 정신없이 바쁘다고 했잖아요.”
“그래도 널 볼 시간은 낼 수 있어.”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칫, 하는 소리를 냈다.
“거짓말. 결국 만나러 오지 않았잖아요.”
애 같은 투정이라는 것을 알지만, 한 번쯤은 그에게 이렇게 어리광을 부려 보고 싶었다.
머리 위로 조슈아의 한숨이 쏟아졌다.
“오늘 저녁에라도 널 만나러 가려고 일정을 조율 중이었어. 로텐 경은 안 된다며 날뛰었지만, 이내 잠깐 시간을 뺄 수 있을 것 같다며 승인해 주었지.”
“……정말요?”
“그래. 지금도 안 된다는 것을 간신히 떼어 놓고 온 참이야. 누가 상관이고 부하인지 모르겠단 말이야.”
만나러 오려고 했다는 말에 속없이 또 기분이 좋아졌다. 로제테가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리자 조슈아가 여전히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넌 어마마마만 보고 갈 생각이었고.”
“그건 다 조슈아를 생각해서……!”
“정말 날 생각했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러 왔어야지.”
“그렇지만 황후님을 먼저 찾아뵙는 게 도리이기도 하고…….”
“어마마마께서는 이해해 주셨을 거야.”
“하지만……!”
나는 다 조슈아를 위해서 그런 거였는데! 나라고 만나고 싶지 않았겠냐고!
로제테가 그렇게 항의하기 위해 고개를 번쩍 들었을 때였다. 조슈아가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에 입을 맞췄다.
그는 사막을 헤매다가 오아시스를 찾은 사람처럼 갈급하게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로제테가 숨이 차올라 고개를 살짝 돌리면, 숨을 고를 때까지 잠깐 기다렸다 다시 입을 맞추기를 반복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진하고 뜨거운 입맞춤이었다.
그런데 전과 다른 점이 또 하나 있었다.
“……조슈아?”
로제테의 입술을 원 없이 맛본 조슈아의 입술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이었다.
그가 로제테의 귓불을 입술로 물다가 이를 세워 물었을 때, 로제테는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쭉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가 듣기에도 이상한 소리가 입술 새로 새어 나왔다.
조슈아는 그에 그치지 않고 고개를 좀 더 숙였다. 말캉한 입술이 가늘고 흰 목을 타고 내려갔다. 뜨거운 숨결이 닿자 솜털이 오소소 돋았다.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제대로 알지 못해 두려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조슈아의 행동이 싫지는 않았다.
쇄골까지 내려갔던 조슈아의 입술은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갔다. 목덜미에 입술이 처음 닿았을 때보다 두 번째로 닿았을 때 몸이 더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로제테는 어찌할 바를 몰라 손가락만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이윽고 조슈아는 그녀의 입술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춘 것을 마지막으로 고개를 들었다.
로제테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는 것과 달리 그의 얼굴은 별 차이가 없었다. 호흡이 흐트러지긴 했지만, 딱히 티는 나지 않았다.
태어났을 때부터 표정을 감추는 법을 배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 걸까.
멍하니 생각하던 로제테는 조슈아가 혀로 제 아랫입술을 쓰는 것을 보며 손바닥으로 입술을 가렸다.
“바, 바, 방금 그건…….”
“아무래도 공작가에서는 이쪽으로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모양이군.”
“그게 무슨…….”
조슈아가 로제테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널 많이 그리워하고 원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 둬.”
“…….”
“하루 종일 그대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서 미칠 지경이야.”
“그…….”
로제테는 조심스럽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녀가 빙긋 웃었다.
“많이 보고 싶고, 또 그리웠어요. 저도 꿈에서 조슈아가 몇 번이나 나왔는지 몰라요.”
로제테의 말 어디가 문제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간신히 진정되었던 조슈아의 호흡이 다시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조슈아가 고개를 들며 다시 로제테의 입술을 탐하려고 할 때였다.
“전하!”
저 멀리서 조슈아에겐 전혀 달갑지 않은 방해꾼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로텐 경의 목소리였다.
“딱 5분만 보고 오신다고 해서 보내 드린 건데, 역시나 전하를 믿은 제 잘못입니다!”
로텐 경은 빠르게 정원 안으로 들어섰다. 조슈아가 이를 꽉 깨물었다.
로제테는 붉어진 얼굴로 그에게서 떨어졌다.
“로, 로텐 경. 오랜만이에요.”
“네, 공녀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무사히 수도로 귀환하신 것을 보니 제가 다 기쁩니다. 아드리안 경도 공녀님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조슈아와의 애정행각을 들켜서 부끄러운 것과는 별개로, 이자벨의 이야기에 흥미가 돋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이자벨 언니와 돈독하게 지낸다고 들었어요.”
이번엔 로텐 경의 얼굴이 붉어질 차례였다.
“아니, 뭐 그렇다기보다는…….”
“로텐 경이라면 언니를 믿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언니를 어떻게 할 입장은 아니지만요.”
“저희는 그런 게 아니라…….”
그때 조슈아가 로제테와 로텐 경의 사이를 가로 막고 서며 서늘하게 말했다.
“경은 이제 아주 겁을 상실한 모양이야. 내가 알아서 간다고 했는데 기어코 여기까지 쫓아온 것을 보면.”
“상황이 급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젠 내가 두렵지도 않나 보지?”
“전하가 말입니까? 저는 전하의 책상에 쌓인 서류가 더 두렵습니다.”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린 로제테가 조슈아의 등을 가볍게 떠밀었다.
“얼른 가 봐요. 얼굴은 봤으니까 충분해요.”
“로즈, 너마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많이 난감한데.”
로제테가 조슈아의 손을 한 번 꽉 쥐었다가 놓았다.
“앞으로 함께할 날이 더 많잖아요.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라고 생각하세요.”
“하…….”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진한 한숨을 내쉰 조슈아가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눌렀다 뗐다.
“그래. 그래야지.”
“그럼 황태자 책봉식에서 봬요.”
“그때까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고.”
“알았어요.”
“혹시라도 또 어마마마를 뵈러 입궁하면 내게도 꼭 말하고…….”
“전하, 정말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로텐 경은 이제 아예 조슈아의 팔을 잡아끌었다. 굉장히 무엄한 행동이었지만 조슈아는 그저 한숨만 쉴 뿐 나무라지 않았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도록 해.”
조슈아는 그 말을 남기고 황후궁을 떠났다. 몇 번이나 로제테 쪽을 돌아보다가 결국 로텐 경에게 끌려갔다.
[삣!]그 모습을 미소 띤 얼굴로 보고 있던 로제테는 어느새 자신을 찾아온 삐삐에게 손을 뻗었다. 삐삐가 그녀의 손가락에 부리를 비볐다.
“응, 즐거웠어. 너도 간식 배불리 먹고 왔어?”
[삐익!]“다행이야. 그럼 황후님께 인사하고 돌아가자. 오랜만에 온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해야지.”
[삐!]오필리아에게 인사를 하고 저택으로 돌아온 로제테는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제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
다가올 미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조슈아는 그녀에게 청혼할 테고, 로제테는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터였다.
단순히 고위 귀족과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무려 황태자비가 되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가족들과 자유롭게 왕래하는 건 힘들어진다. 가족들이 황궁으로 찾아올 수는 있겠지만 로제테가 공작저에 오는 것은 요원해질 예정이었다.
그래서 더 소중한 시간이었다. 로제테는 이 시간을 오롯이 즐겼다.
이젠 다시 즐기지 못할, 행복한 날이었다.
* * *
로제테는 그 후 일주일 동안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조슈아의 책봉식에 입고 갈 드레스를 가봉하고, 예법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했기 때문이다.
서로 바쁜 터라 조슈아와 제대로 대화조차 나누지 못했다. 실버를 통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도 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황태자 책봉식 날 아침이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