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0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03화. 에필로그(4)(203/214)
203화. 에필로그(4)
2024.05.21.
시간은 빠르게 흘러 황태자 책봉식 날 아침이 밝았다.
조앤을 비롯한 하녀들은 그 어떤 파티날 아침보다 로제테를 꾸며 주려고 새벽부터 안달이 났다.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대요. 오늘은 황자님의 날이잖아. 내가 돋보일 필요가 없어.”
“하지만 책봉식이 끝난 뒤 바로 축하 연회가 열리잖아요! 아가씨께선 황자 전하의 파트너이시고, 당연히 주목을 받으실 거예요!”
“제국 모두가 두 분을 주시하고 있을 거라고요!”
“이건 아드리안의 명예가 걸린 일이기도 해요. 이자벨 아가씨도 오늘 특별히 더 잘 부탁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요. 그러니 저희에게 맡겨 주세요!”
“저희가 최고로 꾸며 드릴게요!”
기합이 잔뜩 들어간 동료들을 보며 조앤이 웃었다.
“게다가 또 아나요? 오늘 아가씨의 인생에서 최고의 날이 될지요.”
“그런가?”
“그럼요.”
하녀들에게 설득 당한 로제테는 더 이상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얌전히 그녀들에게 몸을 맡겼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완성되었을 때, 로제테는 거울을 보고 말문을 잃었다.
매번 이렇게 치장할 때마다 놀라고는 했는데 확실히 오늘은 유독 달랐다.
“완벽해요! 황자 전하께서 이미 아가씨께 푹 빠지셨지만, 이 모습을 보시면 한 번 더 사랑에 빠지실걸요!”
“연회에서 황자 전하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꼭 말해 주셔야 해요!”
“으응, 알겠어.”
로제테는 마지막까지 자기들이 더 신나는 얼굴로 배웅하는 하녀들에게 어색하게 웃어 보인 뒤 홀로 내려왔다.
다른 가족은 이미 다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다만, 이네스를 에스코트하러 간 다니엘 대신 로텐 경이 있었다.
그는 로제테를 보자마자 감탄했다.
“아름다우십니다, 공녀님.”
“칭찬 고마워요, 로텐 경.”
“황자 전하께서 오늘을 얼마나 고대하셨는지 모릅니다. 공녀님을 직접 에스코트하러 오시겠다는 것을 간신히 말렸습니다.”
예전 같았다면 로텐 경의 말을 믿지 못했을 것이었다. 로제테가 익히 알고 있던 조슈아는 그렇게 사사로이 감정에 휩쓸리는 남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황궁에서 재회하면서 로제테는 조슈아에 대한 평가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 그는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우지만, 로제테 앞에서만은 제 감정을 가감 없이 보여 주었다. 숨길 생각도 없는 것 같았고, 숨길 수도 없어 보였다. 그만큼 커다란 감정이었다.
그 사실이 로제테를 무척이나 설레고 기쁘게 했다.
두근거리는 속마음을 숨기며 로제테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조슈아는 책봉식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저는 지금부터 너무 걱정됩니다. 전하께서 책봉식 도중 공녀님을 발견하고는 뛰어가시는 건 아닌가 하고요.”
“확실히 요즘 전하라면 그럴 법하긴 합니다.”
이자벨까지 담담하게 긍정했다.
이쯤 되니 로제테는 자신도 모르는 조슈아의 모습이 또 있나 궁금해졌다.
“정말 예쁘구나, 로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듣고 있던 아드리안 공작이 끼어들었다. 그는 어딘가 아련한 얼굴로 로제테를 내려다보았다.
“너는 이 아비의 생각보다 더 사랑스럽고 당차게 자랐단다.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 네가 했던 모든 일이 전부 자랑스럽단다.”
로제테는 그가 시간을 돌린 일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로제테가 먹먹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아빠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아빠가 제 아빠라서 좋아요. 언니도, 오빠도 모두……. 제 가족이 되어 주어서 정말 감사해요.”
“뭘, 또 그런 소리까지야.”
로제테의 옆에서 얼쩡거리던 루카스가 민망한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럼 가자꾸나, 로즈. 어쩌면 이번이 널 마지막으로 에스코트하는 날이 될 수도 있겠구나.”
평소 로제테의 파트너는 루카스였다. 아드리안 공작보다는 파트너도 없고 나이 대도 비슷한 루카스가 에스코트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앞으로 로제테와의 관계가 달라질 거라는 것을 예감했는지, 아드리안 공작이 먼저 파트너를 자처했다. 루카스도 순순히 그에게 양보했다.
“좋아요, 아빠.”
로제테는 커다란 손에 제 손을 살포시 얹었다.
오래전, 겨울의 햇볕이 내리쬐던 고아원 앞에서 그의 손을 잡고 아드리안 저택에 올 때처럼 말이다.
* * *
황태자 책봉식은 대성당에서 치러졌다.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의 손을 잡고 순백의 대신전 안으로 들어설 때부터 위압감을 느꼈다.
흰 대리석으로 조각된 천사상들이 복도 양 가장자리에 쭉 놓여 있어 예배당 안으로 걸어가는 내내 시선이 따라왔다.
그녀의 모든 죄악을 파악하려는 듯한 시선. 분명 생명이라고는 깃들지 않은 대리석 조각인데도 로제테는 분명 그들의 시선을 느꼈다.
한 점 부끄러울 게 없는데도, 과거의 과오 때문에 불안했다.
로제테의 불안감은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 여신상을 마주쳤을 때 더 심해졌다.
역사상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천재라고 칭송받는 조각가가 만들었다는 여신상은 정말로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보였다.
얼굴에는 인자한 표정이 묻어 나왔고, 옷은 금방이라도 바람에 휘날릴 것처럼 부드럽게 보였다.
“로즈?”
로제테는 의아하게 묻는 아드리안 공작의 손을 놓고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여신상 앞으로 다가갔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감으며 진실한 기도를 올렸다.
과거 제가 한 짓을 완전히 용서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모두 없던 일로 만들었으니, 당분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지 않을래요?
로제테는 눈을 뜨며 여신상을 올려다보았다. 커다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타고 들어온 찬란한 햇빛이 여신 위로 내려오는 순간, 로제테는 그녀가 조금 더 진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았다.
빛의 파편이 만들어 낸 착시 현상이었겠지만, 로제테는 제 인생을 허락받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여신님.
로제테는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아드리안 공작에게로 향했다.
* * *
아드리안 공작가는 제구의 몇 안 되는 공작가로서, 그리고 반란을 꾀한 릴리스 공작가를 처리한 공적을 세운 가문으로서 맨 앞쪽에서 책봉식을 볼 수 있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책봉식이 거행되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조슈아는 바닥에 길게 늘어뜨릴 정도로 긴 망토를 두른 채로 대신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조슈아와 같은 재질의 망토를 입은 실버 또한 그의 옆에 뒷다리만 꿇고 앉아 있었다.
황제 옆에 앉은 오필리아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아드리안가 사람들도, 조슈아를 지지한 귀족들도 기쁜 얼굴이었다.
물론, 조슈아를 달가워하지 않는 귀족들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로제테는 두 손을 꽉 쥐고는 조슈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가 황가의 보물인 성물을 받아 들고 일어섰다. 조슈아가 좌중을 향해 돌아서며 사람들을 훑었다.
그러다 로제테와 눈이 딱 마주쳤다.
로텐 경이 걱정했던 것처럼 그가 로제테를 향해 뛰어오는 불상사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단지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얼음장같이 차갑던 표정을 풀고 잠깐 미소를 지었을 뿐이었다.
* * *
“세상에, 로제테! 이게 얼마 만이야!”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로제테가 아드리안 공작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축하 연회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클라라와 테레사가 달려왔다.
그녀의 소중한 두 친구는 로제테의 손을 각각 하나씩 잡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네가 아드리안 공작령에 있는 동안 수도가 완전히 뒤집어졌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니?”
“네가 아니었다면 우리 제국이 큰일 났을 거야. 지금쯤 그 사악한 마탑의 손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고.”
미하엘과 루이스의 일이 알려질 때, 로제테와 관련된 치정 이야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수도에는 그저 제국을 손에 얻으려는 마탑주와 주제도 모르고 황좌를 욕심낸 루이스 에른하르트가 손을 잡았다고 알려졌다.
루이스는 제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제국을 팔아먹으려고 했다고 욕을 먹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다지 틀린 얘기는 아닌 터라 로제테는 두 친구의 말을 굳이 정정해 주지는 않았다. 미하엘과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나저나 그 일이 있고 난 뒤에 많이 아프다고 들었는데 몸은 어때? 이젠 좀 괜찮아?”
“겨우내 요양을 하느라 수도에 오지 못했다고 들었어. 병문안을 가고 싶었지만 괜히 방해만 될까 봐 차마 가지 못했어.”
“몸은 괜찮아. 아픈 곳 하나 없이 멀쩡해. 애초에 그렇게 다친 것도 아니었는걸. 겨울에 영지에서 지낸 건, 그냥 우리 가문 전통이라서 그랬던 거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드리안가 사람들은 겨울에 북부를 지키거든.”
실은 외출금지령을 받은 것이었지만 그것도 비밀이었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 안 그래도 편지 보내 준 것을 보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나도 너희가 무척 보고 싶었어.”
로제테가 팔을 쭉 뻗어 두 친구를 한 번에 끌어안았다.
“이제 날이 따뜻해졌으니까 정원에서 티타임도 갖고 피크닉도 가자.”
“좋아. 올해가 아니면 힘들지도 모르니까 많이 다니자.”
꺄르르 웃은 클라라가 목소리를 낮추며 짓궂게 물었다.
“그럼 황자, 아니, 황태자 전하의 청혼은 받은 거야?”
“으응? 아니, 아직…….”
테레사가 팔꿈치로 클라라의 옆구리를 꾹 찔렀다.
“넌 뭘 그런 걸 물어봐?”
“내가 왜? 상대가 황태자 전하라서 그렇지 내가 못 할 얘기를 한 건 아니잖아. 아참, 그거 알아? 테레사가 얼마 전에 청혼받았어.”
“뭐, 정말?”
“테레사, 반지 보여 줘.”
로제테는 테레사가 수줍게 보여 준 약혼반지를 보며 제 일처럼 좋아했다.
“정말 축하해. 무척 기뻐.”
“좀 이따 약혼자를 소개해 줄게. 마음 같아서는 지금 소개해 주고 싶지만…….”
테레사가 연회장 입구를 흘끔거렸다. 때마침 시종이 우렁차게 외쳤다.
“황제 폐하와 황후 전하 그리고 황태자 전하 드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