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0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04화. 에필로그(5)(204/214)
204화. 에필로그(5)
2024.05.22.
“황제 폐하와 황후 전하 그리고 황태자 전하 드십니다!”
두 친구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로제테의 등을 떠밀었다. 로제테는 얼떨결에 조슈아 쪽으로 밀려났다.
그녀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황제였다. 그는 조슈아보다도 먼저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드리안 공녀 아닌가.”
“제국의 태양을…….”
로제테가 무릎을 굽혀 황족에 대한 예를 채 취하기도 전이었다. 황제가 팔을 넓게 벌려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
사람들이 술렁이는 것은 물론이고, 오필리아도 놀라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녀 옆에 서 있던 조슈아는 불쾌함을 감추지 않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 누구보다 놀란 것은 로제테였다.
“폐, 폐하?”
“공녀 덕분에 내가 한시름 덜 수 있었어. 진작 궁으로 부르고 싶었지만, 아드리안 공작이 하도 만류하는 바람에 차마 그럴 수 없었지.”
“폐하.”
어느새 다가온 아드리안 공작이 황제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보는 눈이 많습니다. 부디 제 여식이 폐하께 제대로 된 인사를 드릴 수 있게 윤허해 주십시오.”
예의를 갖춘 말이었지만 실제로는 ‘얼른 내 딸을 놓아라’라는 의사 표현이라는 것을 홀 안에 있는 모두가 알았다. 아드리안 공작의 기세 또한 제법 흉흉했다.
황제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로제테를 놓아 주었다. 심기가 불편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터뜨린 로제테가 얼른 허리를 숙였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그리 딱딱하게 예를 차릴 필요는 없네, 공녀. 공녀와 황태자가 각별한 사이라는 것을 이 제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지 않나.”
“그…….”
“황태자에게 각별한 사람이면 내게도 각별하기는 마찬가지지. 내겐 딸이 없어서 그런지 공녀가 딸처럼 느껴지기도 해. 어쩌면 곧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그 말에 대답한 것은 아드리안 공작이었다.
“폐하, 황송한 말씀이긴 하나 그러기엔 제 여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아직은 제 품에서 가르칠 게 많습니다.”
“부족하기는. 이 에른하르트에서 공녀의 능력을 의심하는 자가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그리고 공녀도 성인인데 언제까지 공작이 싸고돌 필요는 없지.”
“폐하.”
이번에는 조슈아가 끼어들었다.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명색이 연회인데 편안히 연회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떻습니까?”
황제가 조슈아의 마음을 알겠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러나 이내 그의 말에 동의했다.
“내가 배려가 부족했군. 오늘은 태자를 축하하는 날인데 내가 주인공처럼 행동했어. 그럼 이쪽은 신경 쓰지 말고 다들 모쪼록 즐기도록 하게나. 그럼 아드리안 공녀. 하고 싶은 말이 많으니 조만간 다시 한번 입궁하도록. 마차를 보낼 테니.”
“황송합니다, 폐하.”
황제는 조슈아와 로제테를 번갈아 쳐다본 뒤 홀 앞쪽에 높인 의자에 가서 앉았다. 오필리아 또한 로제테의 어깨를 한 번 토닥인 후 황제의 옆자리로 향했다.
“후.”
조슈아가 그제야 표정을 풀고 로제테에게 다가왔다. 다른 귀족들이 흥미를 보이고 두 사람에게 다가왔지만, 어딘가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조슈아의 태도에 알아서 물러났다.
아드리안 공작이 그의 속마음을 읽어 내고는 웃었다.
“표정 푸시지요, 전하. 오늘은 기쁜 날 아닙니까.”
“분명 기쁜 날이어야 하는데 말이죠, 스승님.”
그가 황제를 흘끔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아드리안 공작이 다시 한번 웃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러다가 무언가 인지한 듯 허리를 숙여 황족을 향한 예를 갖췄다.
“스승님?”
“이제야 정식으로 인사드리는군요, 전하. 황태자가 되신 것을 정말 경하드립니다.”
“일어나세요, 스승님. 스승님께 이런 과한 인사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전하의 스승이 아니라 아드리안의 가주로서 인사드리는 겁니다.”
조슈아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이라면 고맙네, 공작. 축하 인사를 감사히 받도록 하지.”
“저도…….”
로제테가 공작의 옆에서 예를 갖추려고 하자, 조슈아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렸다.
“로즈. 네게서는 그런 인사를 받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렇지만 아드리안 공녀가 아니라 내 연인인 로즈로서 축하해 줄 수는 없나?”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아드리안 공작의 눈치를 봤다. 줄곧 미소 짓고 있던 공작은 조금 심란한 얼굴로 두 아이를 보고 있었다.
“전하도, 로즈도 어릴 적에 앳된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군요.”
작게 한숨 쉰 공작이 다시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를 하시지요. 로즈, 우린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고 오거라.”
“네, 아빠.”
아드리안 공작이 자리를 비켜 주자마자 조슈아가 로제테의 손을 잡아 끌었다.
“이제야 단둘이 있을 수 있게 되었군.”
로제테의 손등에 진하게 입을 맞춘 그가 빙긋 웃었다.
“그럼 가 볼까, 로즈?”
“……어디를요?”
“가 보면 알아.”
조슈아는 로제테가 “어, 어?” 하는 사이에 그녀를 이끌고 홀을 나왔다.
* * *
“그런데 말이에요, 오늘 주인공은 조슈아인데 이렇게 나와도 되는 건가요?”
어둠이 내려앉은 길을 걸어가며 로제테가 물었다.
“괜찮아. 어차피 파티는 형식적이니까. 다들 나보다는 폐하와 얘기 나누는 것을 더 좋아할 테지.”
“그래도요. 조금 이따가 춤도 춰야 하는데.”
“춤이야 다들 알아서 추겠지. 내가 없다고 춤을 못 추는 것도 아니고.”
마치 제 일이 아닌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던 조슈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나와 이렇게 단둘이 있는 게 싫은 건가?”
“그럴 리가요!”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빽 질렀다.
“저는 무척 좋아요. 지난번에는 아주 잠깐 봤잖아요. 그날 이후로 계속 보고 싶었다고요. 그렇지만 저 때문에 괜히…….”
조슈아가 참을 수 없다는 듯 걸음을 멈추고 성급하게 입을 맞췄다. 그가 입술을 맞댄 채로 속삭였다.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너야.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아무 상관 없어.”
로제테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가쁜 숨만 할딱였다.
“대신전에서 널 보는 순간 내가 본능을 억누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너는 모를 거야.”
로제테가 웃음기가 스민 목소리로 물었다.
“당장에라도 저한테 뛰어 오고 싶었어요? 로텐 경이 그럴까 봐 걱정하던데.”
“맞아. 네게 달려가고 싶은 것을 참았지.”
다시 한번 소리 나게 입을 맞춘 그가 로제테를 번쩍 안아 들었다. 로제테는 작은 탄성을 내지르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조, 조슈아?”
“이렇게 가는 게 더 빠르겠어.”
그녀의 콧잔등에 다시 입술을 비빈 그가 조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걸어갔다.
이윽고 그가 도착한 곳은 사파이어 궁에 딸린 정원이었다. 이른 봄꽃이 피어 있는 정원에서 까만 보타이를 맨 실버가 두 사람을 반겼다.
[컹! 컹컹!]로제테는 조슈아가 내려 주자마자 실버에게 달려갔다. 실버가 로제테에게 달려들더니 그녀의 뺨을 핥으려고 했다. 로제테는 필사적으로 실버를 피했다.
“오늘은 안 돼. 여기 온다고 정성껏 꾸몄단 말이야. 응, 착하지. 다음에.”
로제테는 실망한 듯 꼬리를 축 늘어뜨리는 실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까 대신전에서 조슈아와 함께 있는 거 봤어. 망토를 두른 게 멋지더라. 삐삐도 칭찬했어.”
[삣!]어느새 뒤따라온 삐삐가 실버의 머리 위에 앉으며 쫑쫑 뛰었다. 그럴 때마다 삐삐의 발목에 묶인 작은 리본이 흔들렸다. 특별한 날이라며 하녀들이 묶어 준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왜 여기서 혼자 기다리고 있었어? 안 지루했어?”
로제테가 아예 무릎을 굽혀 실버와 눈을 맞추며 묻는데, 뒤에서 조슈아가 한숨을 쉬는 게 들렸다.
“여전히 넌 나보다 실버가 더 중요한가 보군.”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런 게 아니라면 어떻게 내가 기껏 여기까지 데려왔는데 주위는 안 둘러보고 실버만 찾을 수 있지?”
“주위요?”
로제테가 그제야 허리를 펴고 정원을 둘러보았다. 동시에 컴컴했던 정원이 마치 샹들리에 불빛 아래에 있는 것처럼 밝아졌다.
“……어?”
마침내 제대로 주위를 살핀 로제테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까는 꽃만 피어 있는 줄 알았던 정원이 이제 보니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연한 이파리가 돋아난 나무들은 리본을 비롯한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고, 한쪽에 놓인 널찍한 테이블에는 화려한 만찬이 차려져 있었다.
“이건 뭐예요?”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조슈아는 어리둥절해하는 로제테를 테이블로 이끄는 대신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순간, 로제테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말이 있었다.
-청혼은 네가 아닌 내가, 제대로 준비한 곳에서 하고 싶다는 이야기야.
로제테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는데, 실버가 조슈아에게 무언가를 넘겨주었다. 빨간 벨벳으로 둘러싼 작은 상자였다.
“로즈. 로제테 아드리안.”
그녀를 올려다보는 조슈아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이 순간만큼은 시끄러웠던 실버도, 삐삐도 입을 다물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 웃는 날도 있었지만, 눈물을 흘리고 좌절하는 날도 분명 있었어.”
“…….”
“이미 몇 번이나 말한 것 같지만, 그럴 때마다 네가 내 곁에서 날 지지해 줬어. 이젠 네가 옆에 없는 인생이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아. 애초에 네가 없었다면 나는 모든 것을 잃고 좌절 속에서 살았겠지. ”
조슈아의 얼굴에는 긴장감마저 맴돌았다.
“네게 비하면 내가 많이 부족한 것도 알고 있어. 내가 평생 널 위해 산다고 해도 네가 내게 해 준 것을 다 갚을 수는 없을 거야.”
로제테는 절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차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내 욕심이겠지.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너한텐 더 좋을 수 있어.”
로제테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때는 황후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왜 그런 고민을 했나 싶을 정도로 조슈아를 원했다.
“그래도 로즈. 앞으로도 지금처럼 나와 함께해 주지 않을래?”
조슈아가 천천히 들고 있던 상자를 열었다. 로제테의 새끼손톱보다도 큰 다이아몬드 반지가 영롱하게 빛났다. 자세히 보니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닮은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로제테는 잠시 멍하니 조슈아를 내려다보았다.
이미 그녀의 답은 정해져 있었는데도 그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초조한 게 눈에 보였다.
로제테의 침묵이 길어지자 가만히 듣고 있던 두 패밀리어가 입을 열었다.
[컹! 컹컹컹!] [삐잇! 삑! 삐이잇!]결혼해! 결혼해! 얼른 결혼해!
삐삐가 쉴 새 없이 외쳐 댔다. 아마도 실버의 말도 그와 비슷할 터였다.
로제테는 순간적으로 차오르는 눈물을 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저도 정말 좋아요!”
실버와 삐삐가 환호성을 질렀다. 조슈아의 얼굴에도 그제야 미소가 걸렸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한, 근심 걱정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행복한 미소였다.
조슈아가 조심스럽게 반지를 꺼내 로제테의 약지에 끼워 주었다. 반지는 더할 나위 없이 그녀의 손가락에 딱 맞았다.
“어떻게…….”
“와이드 부인에게 부탁했지.”
“저한테는 아무런 얘기도 없었는데.”
“당연히 비밀로 해 달라고 했지.”
반지 낀 로제테의 손마디에 입을 맞춘 조슈아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삣!]실버가 부끄러워하는 삐삐를 입에 물고 쏜살같이 정원에서 뛰어나갔다.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린 로제테의 입술 위로 조슈아의 입술이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 그가 입술은 댄 채로 중얼거렸다.
“사랑해, 로즈.”
“저도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랑하고 있어.”
“저도…….”
마찬가지라고 대답하려던 로제테의 목소리는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집어삼키는 조슈아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로제테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지그시 눈을 감았다.
시간을 되돌리는 기적은 결코 다시 일어나지는 않을 터였다. 그건 여신이 로제테에게 준 단 한 번의 기회였다.
그러니 앞으로는 뒤는 돌아보지 않고 앞을 보고 나아갈 것이었다. 후회하지 않도록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었다.
하지만 후회할 일이 생긴다고 해도 이젠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사랑하는 연인, 조슈아 에른하르트와 함께라면 인생이 후회로 얼룩진다고 해도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 이제는 조슈아와 함께 미래로 나아갈 시간이었다.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