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05)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05화. 외전1-결혼 허락(1)(205/214)
205화. 외전1-결혼 허락(1)
2024.05.23.
조슈아의 황태자 책봉을 축하하는 연회.
주인공은 당연히 황태자인 조슈아 에른하르트였지만, 로제테도 그 못지않게 주목을 받았다.
조슈아의 연인이자, 사악한 마탑의 마수에서 제국을 구해 낸 대마법사.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두 연인이 만들어나갈 미래에 대해서 떠들었다.
아드리안 공작가에도 관심이 집중되었다.
한때 사교계에선 아드리안과 릴리스가 대치했지만, 이젠 아드리안을 당할 가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공작님 덕분에 이렇게 제국이 평온할 수 있었습니다.”
“하하, 내가 뭐 한 게 있나. 다 로즈, 그 아이의 공인 걸.”
“그래도 공작님께서 공녀님의 잠재력을 알아보시고 입양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다 공작님의 안목이 출중하신 덕분입니다.”
“로즈가 재능이 뛰어난 건 사실이었지만, 나는 그 아이의 재능을 보고 입양을 결정한 게 아닐세. 그 아이가 가진 마음씨를 보고 가족이 되어 주고 싶다고 마음먹은 거지.”
아드리안 공작은 적당히 사람들을 상대했고, 저 멀리 다니엘 또한 이네스와 함께 곧 있을 결혼식을 축복받고 있었다.
이자벨도 로텐 경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루카스라고 혼자는 아니었다. 오늘 로제테의 파트너를 공작에게 뺏기는 바람에 파트너 없이 홀로 오긴 했지만 그에게도 사람들이 달라붙었으니까.
그와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신사들과, 그의 환심을 사려는 숙녀들.
루카스는 그들에게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었지만, 아까부터 주의는 다른 곳으로 가 있었다.
‘대체 왜 안 오는 거지?’
조슈아와 로제테가 단둘이 홀을 떠난 지도 벌써 한 시간이 지났다.
처음에 두 주인공의 부재를 눈치챈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이내 그러려니 하고 웃어넘겼다. ‘그동안 제대로 못 보셨을 테니 두 분만의 시간을 즐기실 수 있도록 하죠.’라고 속삭이며.
처음엔 루카스도 그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했으나,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초조해졌다.
‘연인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약혼한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대놓고 자리를 비워도 되는 거야?’
그랬다. 루카스는 아직도 꼬맹이, 로제테를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
미미하게 인상을 쓰고 있던 루카스는 어느새 다시 홀 안으로 들어오는 로제테에게 쏜살같이 달려갔다.
“야, 꼬맹아. 아무리 황태자 전하와 함께 있다고 해도 혼자 그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면 어떡해?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려고?”
“에이, 황궁에서 무슨 일이 있겠어요?”
“있을 수 있지!”
로제테는 그 어떤 자객이 덮쳐도 가볍게 상대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굳이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로제테의 팔을 끌어당기던 루카스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연회장에 올 때만 해도 없었던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로제테의 오른손 약지에 영롱한 분홍빛을 띤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워져 있었던 것이었다.
제국에서는 오른손 약지에 약혼반지를 끼는 풍습이 있다.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그 반지를 왼손 약지로 옮겨 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루카스가 경악에 찬 얼굴로 로제테를 바라보자 그녀가 수줍게 미소 지었다.
“……!”
루카스의 소리 없는 비명이 시끌벅적한 연회장에 파묻혔다.
* * *
분명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고 있었다.
로제테가 조슈아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그녀가 그를 찾아 망설임 없이 북부로 향했을 때 루카스는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어쩌면 황태자 책봉식을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 역시 부쩍 발전할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머리와는 달리, 마음이 인정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죽상이야?”
루카스가 한숨을 푹푹 쉬자, 이자벨이 퉁명하게 물었다.
“나도 몰라. 그냥 기분이 싱숭생숭해.”
“로즈를 우리가 언제까지고 끼고 살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잖아.”
“알아! 알지만 그래도 내 기분이 그런 걸 어떡해!”
로제테가 파티에서 조슈아의 청혼을 받은 지도 벌써 이틀이 지났다. 아드리안 공작을 비롯한 아드리안가 사람들은 로제테의 반지를 보고 놀라긴 했지만, 그녀를 축하해 주었다.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지만 진심으로 기뻐했다.
단 한 사람, 루카스만 제외하고.
그는 빈말이라도 로제테에게 축하한다거나 행복하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걸 눈치챈 다니엘이 ‘루카스, 너도 축하해 줘야지.’라고 넌지시 얘기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조슈아가 정식으로 아드리안 공작에게 결혼 허락을 받으러 오기로 했다.
황태자의 방문에 온 저택이 뒤집어지고, 다들 예복을 차려입었다. 루카스 또한 옷차림은 갖췄지만,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이자벨은 그걸 지적한 것이었다.
“네 마음이 어떻든, 곧 황태자 전하께서 오시니까 웃어. 그런 척이라도 하라고.”
“하지만…….”
“누가 보면 로즈를 네가 키운 줄 알겠어. 아버지도 기뻐하시는데 왜 너만 유난이야?”
“꼬맹이는 내가 키운 거나 다름없어!”
루카스는 당당했다.
아드리안의 네 사람이 모두 로제테를 아낀 건 사실이었다.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로제테를 아끼고 챙겨 주었다.
하지만 루카스는 로제테와 제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이야기도 많이 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심지어 얼마 전엔 ‘다니엘 오빠보다 루카스 오빠가 더 좋다’는 말도 들었다!
비록 로제테와 두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이 정도면 키웠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자벨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네 자유인데 로즈가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해.”
“상처?”
“그래. 네가 자꾸 그렇게 불만이 있다는 듯 행동하면 로즈도 상처받지 않겠어? 황태자 전하와 어쩔 수 없이 이해관계 때문에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해서 결혼하는 건데.”
“…….”
루카스가 복잡한 표정으로 얼굴을 매만졌다.
때마침 시종이 조슈아의 마차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알렸다. 두 남매는 재빨리 1층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잔뜩 긴장한 조슈아가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예쁘게 단장한 로제테를 보고 잠깐 미소 지었지만, 이내 아드리안 공작을 향해 정중히 인사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드리안 공작.”
공작이 허허 하고 웃었다.
“평소처럼 말씀을 편히 하시지요, 전하.”
“오늘은 공작의 제자가 아니라 조슈아 에른하르트로서 왔으니 예를 갖춰야지요. 이건 이벨린 왕국산 와인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아끼시는 와인을 보내 주셨더군요.”
“그런 귀한 것을 주셔도 괜찮으십니까?”
“공작님께 선물 드리려고 할아버지께 부탁한 것입니다. 받아 주시지요.”
“그럼 오늘 저녁 다함께 맛보면 되겠군요.”
공작이 손짓하자 집사장 세바스찬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저녁 식사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먼저 차를 함께 하시죠.”
공작이 응접실로 조슈아를 안내했다. 그제야 로제테가 그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오는 데 힘들지는 않았어요?”
조슈아가 주위를 살피다가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힘들긴. 얼마나 걸린다고.”
“하지만 조슈아에게 일이 많다고 들었는 걸요.”
“누가 그랬지?”
“로텐 경이…….”
“아무래도 로텐 경은 내 보좌관이 아니라 아드리안의 첩자인가 보군.”
로제테가 놀라서 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런 게 아니에요. 로텐 경은 그저 조슈아가 걱정 되니까…….”
조슈아는 요즘 제 몸을 아끼지 않고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로텐 경은 이러다 조슈아가 과로사할지도 모른다며, 걱정이 되니 쉬엄쉬엄 일할 수 있도록 로제테에게 설득해 달라고 한 참이었다.
그러나 로제테가 채 그걸 말하기 전에 조슈아가 이번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좀 전 것보다 길고 진한 입맞춤이었다.
“농담이야. 그냥 네 입에서 다른 남자의 이름이 나오는 게 듣기 싫어서 그랬어.”
로제테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이내 그녀의 두 뺨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그, 그런 말도 할 줄 알아요?”
“당연하지. 내가 내 거에 얼마나 집착하는데.”
“내 거라니…….”
로제테의 얼굴이 더욱 새빨개졌다. 그녀는 혹시 들은 사람이 있나 싶어서 주위를 휙휙 둘러 보았다.
조앤을 비롯하여 두 사람을 기다리던 고용인들이 못 들은 듯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러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보니, 다 들은 모양이었다.
로제테가 주먹으로 조슈아의 어깨를 퍽퍽 쳤다.
“그만 해요. 다들 듣잖아요.”
“이런 말은 싫은 건가?”
“그건 아니지만…….”
솔직히 말하면 듣기 좋았다.
이제 제 감정을 가감없이 표현하겠다는 선전포고대로, 조슈아는 만날 때마다 이렇게 듣기 좋은 말만 해 주었다.
로제테는 자신이 조슈아의 솔직한 애정 표현에 이렇게까지 사르르 녹을 줄은 전에는 미처 몰랐다.
다만, 다른 사람들도 들었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부끄러웠다!
어느새 귀까지 빨개진 로제테가 작게 속삭였다.
“그런 말은 단둘이 있을 때만 해 줘요.”
“단둘이 있을 때라…….”
조슈아의 입술이 보기 좋게 호선을 그렸다.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골라하는 이 사랑스러운 연인은 자신이 그의 마음을 얼마나 애태우는지 알지 못 할 터였다.
조슈아는 그녀와 진한 입맞춤을 나누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며 흰 손을 잡았다.
“명심하도록 하지. 내 연인께서 명하신 대로.”
“명령한 건 아니었는데요. 그럴 자격도 없고.”
“그럴 리가. 넌 네게 명령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걸.”
“그렇지만 황제 폐하도 계시잖아요.”
조슈아가 대답 대신 어깨만 으쓱였다.
그게 마치 원한다면 황제의 명령엔 불복할 수 있다는 말로 들려서 로제테는 경악했다.
조슈아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지. 폐하께서도 이해하실 거야. 다들 기다릴 테니 어서 가지.”
마음 같아선 이대로 둘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조슈아는 속마음을 숨긴 채 응접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