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06)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06화. 외전1-결혼 허락(2)(206/214)
206화. 외전1-결혼 허락(2)
2024.05.24.
“이렇게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보니 참 좋네요. 그렇죠, 아버지?”
어색한 정적을 깨고 다니엘이 싱긋 미소 지으며 운을 뗐다.
“황태자 전하께 이런 말 드리기 좀 죄송하지만, 그래도 잘 어울리는 한 쌍 아닌가요?”
“죄송은. 듣기 좋은데.”
조슈아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피식 웃었다. 그러나 이내 미소를 지우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다과는 충분히 즐겼으니, 이제 용건으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테이블 주위에 모여 앉아 있던 아드리안가 사람들의 표정 또한 덩달아 진지해졌다.
로제테는 다리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마른침을 삼켰다. 꽉 쥔 주먹을 조슈아의 커다란 손이 감싸 쥐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와 로즈가 서로 마음이 통한 지 꽤 됐습니다. 솔직히 얘기하면 처음에는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드리안 공작의 눈가가 떨리는 것을 본 조슈아가 재빨리 해명했다.
“로즈를 향한 제 감정이 가벼웠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저는 제 감정을 자각했을 때부터 쭉 로즈를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
“다만 로즈가 황후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소중한 아드리안을 떠나 황궁에서 지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조슈아가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저 또한 어마마마께서 황궁에서 어찌 지내셨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로즈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 없었습니다. 이성적으로는 로즈를 위해 제 마음을 포기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기 쉽지 않았습니다.”
로제테의 손을 잡고 있는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로제테는 손을 뒤집어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처음엔 로즈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로즈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감사히 여겼죠. 그런데 북부에서의 일을 겪고 나니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조슈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로제테는 아예 그의 손에 손깍지를 꼈다.
맞닿은 곳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낀 조슈아가 그녀를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로제테가 괜찮다는 뜻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여 주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조금 더 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했고, 또다시 로즈를 볼 수 있어서 여신께 감사했습니다. 이대로 로즈를 놓치면 평생 좌절 속에서 살 것만 같았죠.”
“…….”
“다행히 로즈 또한 용기를 내어 주었습니다. 기꺼이 황태자비가 되겠노라고, 부족한 점이 많은 제 곁에 있어 주겠다고 말이죠. 로즈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든 전혀 상관없습니다.”
이건 아드리안 공작과 로제테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로제테가 시간을 돌리기 전, 댈러스가의 사람으로서 저지른 짓을 모두 알고서도 그녀와 함께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아드리안 공작님.”
조슈아의 금빛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 맑게 빛났다.
“부디 저와 로즈의 결혼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 말이 끝난 뒤에야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던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이 다시 호흡했다.
이자벨은 묘한 얼굴로 로제테를 바라보았고, 루카스는 여전히 인정하기 싫은 모양인지 손가락으로 미간을 잡고 있었다.
로제테는 마른침을 삼키며 아드리안 공작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가 이제 와서 결혼을 반대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초조해졌다.
그건 조슈아도 마찬가지였는지 그가 손가락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마침내 침묵을 깨고 아드리안 공작이 입을 열었다.
“너희 두 사람은 내게도 참 특별했지. 비록 로즈는 아드리안의 피를 이어받지는 않았지만, 그 어떤 이보다 더 아드리안처럼 자랐어. 그리고 조슈아, 너는…….”
그는 늘 써 오던 ‘전하’라는 호칭과 경어를 버리고 솔직하게 제 감정을 표현했다.
“너는 아드리안은 아니지만, 난 널 내 자식이나 다름없이 여겼다. 신하 된 자로 앞으로 모셔야 할 주군에게 할 표현은 아니지만.”
“아닙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기쁩니다. 저 또한 제게 생명을 준 폐하가 계시지만, 스승님을 폐하 못지않게 존경하고 따랐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내 인생이 헛되진 않은 모양이야.”
아드리안 공작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내 사랑하는 아이들이 함께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는데 아비로서, 스승으로서 당연히 지지해 줘야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마주 잡고 있는 두 아이의 손을 감싸 쥐었다.
“앞으로 로즈를 잘 부탁한다, 조슈아.”
“걱정하지 마세요, 스승님. 로즈는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킬 겁니다.”
공작이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솔직히 얘기하면, 로즈는 제 한 몸은 스스로 지킬 수 있어서 걱정은 되지 않아. 네가 전전긍긍하며 지킬 필요는 없지.”
“그렇긴 합니다만…….”
“대신 로즈를 행복하게 해 주렴. 눈에서 눈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할 거야.”
“네, 명심하겠습니다.”
잠자코 지켜보던 다니엘이 끼어들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하. 저는 전하를 아끼지만, 솔직히 제 동생이 더 소중합니다. 로즈가 울기라도 하는 날엔 전하께 결투 신청이라도 할지 모릅니다.”
조슈아도 하하, 하고 웃었다.
“명심하지. 검으론 널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자벨도 새침하게 말했다.
“비록 지금은 황실에 충성을 맹세한 기사지만, 로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때려치우고 아드리안으로 돌아올 겁니다. 물론 로즈와 함께 말이지요.”
“내 편은 하나도 없군.”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린 다니엘이 팔꿈치로 루카스의 옆구리를 찔렀다.
“루카스, 너도 한 말씀 드려야지.”
줄곧 묘한 표정을 짓고 있던 루카스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가 입술만 계속 달싹이다가 작게 중얼거렸다.
“……합니다.”
“응?”
루카스가 고개를 숙이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축하합니다, 전하.”
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망치다시피 응접실을 나갔다.
다니엘이 루카스의 행동을 두둔해 줬다.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긴 하지만 이해해 주세요, 전하. 우리 중에 루카스가 제일 로즈를 아꼈거든요. 로즈가 처음 저택에 왔을 때에도 제일 먼저 마음을 연 게 루카스였죠.”
“당연히 이해하지.”
별 신경 쓰지 않는 조슈아와 달리 로제테의 얼굴은 어두웠다.
“로즈?”
그걸 눈치챈 조슈아가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로제테는 울 것처럼 인상을 쓰다가 조슈아의 손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빼냈다.
“루카스 오빠와 얘기 좀 하고 올게요.”
“그럼 나도 같이…….”
“아뇨. 저 혼자 가도 괜찮아요. 루카스 오빠에게도 그 편이 더 나을 거고요. 조슈아는 여기서 잠깐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빠르게 응접실을 나온 로제테는 제일 먼저 루카스의 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서재와 식당을 차례대로 살펴보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루카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던 하녀를 붙잡고 물어도 그를 본 사람은 없었다.
“대체 어디로 간 거야?”
한숨을 푹 내쉬던 로제테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소가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정원으로 달려갔다.
예상대로 루카스는 어릴 적부터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종종 찾았던 덩굴에 있었다.
다만, 이젠 덩치가 커져서 덩굴 안에는 못 들어가고 그 앞에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
“오빠.”
로제테가 쪼르르 달려가 그의 옆에 철퍼덕 앉았다. 루카스가 얼른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너는 기껏 그렇게 꾸미고선 여기에 이러고 앉는 거야?”
“꾸민 채로 바닥에 앉은 건 오빠도 똑같은 걸요?”
“그건 그렇지만……. 에휴, 말을 말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는 주머니에 장식용으로 꽂아 두었던 손수건을 꺼내 바닥에 깔아 주었다.
로제테가 그 위에 조심스럽게 앉은 뒤에야 루카스도 다시 털썩 앉았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오빠는 저에게 불만이 있으면 늘 여기로 왔잖아요. 얼마나 알기 쉬운걸요.”
“……그런가?”
“네. 제가 이벨린 왕국으로 유학 간다고 했을 때에도 여기에 숨었잖아요. 몸을 완전히 구기고 숨은 모습이 솔직히 조금 웃겼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네요?”
“내가 그때보다 얼마나 컸는데……. 야, 꼬맹이. 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
루카스가 킥킥 웃는 로제테의 코를 꽉 잡았다. 그녀가 코맹맹이 소리로 ‘그런 게 아니에요. 놀리는 거 아니라고요.’라고 몇 번이나 말한 뒤에야 놓아 주었다.
“그래서 왜 왔어?”
“오빠랑 얘기 좀 하고 싶어서.”
“나랑 뭐 할 얘기가 있나? 어차피 나와 얘기해도 달라지는 건 없잖아.”
“오빠. 오빠는 제가 조슈아와 결혼하는 게 싫어요?”
“아니, 뭐, 싫은 건 아냐.”
“정말요?”
“그래.”
루카스가 한숨과 함께 대답했다.
“솔직히 전하가 널 많이 아끼긴 하시잖아. 널 그렇게 위해 주는 남자를 또 찾기는 힘들 거야.”
“그런데 왜 아까부터 그렇게 울상인 거예요? 이왕이면 축하해 주면 안 돼요?”
“나도 축하해 주고는 싶지! 그런데!”
루카스가 촉촉해진 눈으로 로제테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됐다. 이런 소리 해 봤자 구질구질하기만 하지.”
“전혀 구질구질하지 않은데. 그리고 지난번에 오빠는 제가 조슈아랑 결혼해도 아무 상관 없다고, 속상하지 않다고 했잖아요.”
“맞아, 안 속상해.”
“진짜요?”
“그래. 똑똑히 말해 두는데, 전혀 안 속상해. 오히려 홀가분해.”
“홀가……분?”
로제테가 조금 떨떠름하게 중얼거리자 루카스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래! 뒤치다꺼리하며 챙겨 줄 동생이 이제 없으니 자유지! 너 안 그런 것 같은데 은근히 사고뭉치인 거 알아? 어릴 때부터 아주 사람 속을 태우는 데 소질이 있었어.”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반박하려던 로제테는 그저 멋쩍게 웃고 말았다.
과거를 돌이켜보니 굉장히 사고를 많이 치긴 했던 것이었다.
‘다 아드리안과 조슈아 그리고 황후님을 위해 한 일이긴 했지만…….’
지켜보는 가족들의 속이 타들어 갔던 것은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