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0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07화. 외전2-결혼 준비(1)(207/214)
207화. 외전2-결혼 준비(1)
2024.05.25.
“하지만 홀가분하다고 하니 좀 섭섭해요. 오빠는 정말 제가 없어지면 좋아요?”
로제테가 루카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투덜거리자 그가 움찔거렸다.
“홀가분하댔지, 누가 좋댔어?”
“그게 그거죠.”
“다르거든!”
루카스가 머리카락을 마구잡이로 휘저었다.
“나는 그냥 뭐랄까. 지금까지 공부만 하고 고생만 진탕 했으니까 네가 당분간 푹 쉬기를 바랐어.”
“……네?”
“네가 하고 싶은 마법 연구도 마음껏 하고 말이야. 이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속상해서 한마디 해야겠어. 너처럼 유능한, 아니, 몇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가 재능을 썩히는 게 아깝지 않아?”
로제테는 그 말에 차마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전하께서 널 많이 배려해 주시는 거 알아. 폐하께 네가 황궁에서도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윤허를 받은 것도 알고 있어.”
“…….”
“하지만 분명 지금과는 다를 거야. 황태자비로서 해야 할 일도 많을 거고,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지 못할 수 있어.”
“…….”
“결혼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냐. 그냥 난 네가 조금 더 이 평화로운 시간을 누렸으면 좋겠어.”
루카스가 로제테의 손을 꽉 잡았다.
“넌 지금까지 충분히 치열하게 살았잖아.”
로제테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솔직히 루카스가 철이 덜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뭐만 하면 로제테에게 틱틱거렸고, 가끔은 다혈질인가 생각될 정도로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했다.
이번에도 단순히 뭔가가 수틀려서 심술을 부리는 줄 알았다. 이렇게 진지하게 그녀의 앞날을 생각하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확실히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폭풍 같은 삶이었다. 회귀 전에는 댈러스 후작에게 이용당하느라, 시간을 돌린 뒤에는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긴장하느라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심지어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완전히 털어 낸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루카스 말대로 조금 더 아드리안의 보호 하에서 지내도 좋겠지만,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는 것도 좋겠지만…….
“맞아요. 오빠는 잘 모르겠지만, 저 엄청 치열하게 살았어요.”
허름한 고아원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 그녀의 인생은 조금도 쉴 틈이 없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루카스는 전혀 알 방법이 없지만, 그와 아드리안을 지키기 위해서 달려왔다.
“그렇지만 그건 조슈아도 마찬가지예요.”
“…….”
“저는 조슈아가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오두막이 되어 주고 싶어요. 저에겐 아드리안이 있지만, 조슈아에겐 그런 곳이 없잖아요.”
오필리아가 있긴 했지만 조슈아에게 그녀는 보호할 대상이었지, 마음껏 투정 부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리고 내년 봄에 결혼한다면 아직 1년이나 남았잖아요. 그때까지 쉬면서 지내면 되지 않을까요?”
“정말이지…….”
한숨을 푹 쉰 루카스가 검지로 로제테의 머리를 쭉 밀어냈다.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날 설득할 건 또 뭐람. 어차피 아버지가 허락한 순간부터 결혼은 정해졌는데.”
“그래도 오빠의 축복도 받고 싶었어요.”
“바보 꼬맹아.”
루카스가 얼굴을 찡그리듯 웃었다. 어느새 그의 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내가 널 축복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정말요?”
“당연하지.”
루카스가 로제테를 꽉 끌어안았다.
“넌 내가 그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동생이니까, 네가 뭘 하든 널 존중할 거야, 로즈.”
로제테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곧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맨날 꼬맹이라고 부르면서, 이럴 때엔 로즈예요?”
“성인으로 존중해 줘도 뭐라고 하네. 그래서 싫어?”
“아니, 뭐, 싫은 건 아니지만…….”
로즈라는 애칭에도 애정이 묻어 나와서 듣기는 좋았다.
다만.
“역시 오빠한테는 꼬맹이라고 불리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루카스가 큭큭하고 웃었다.
“그래, 꼬맹아. 역시 한번 꼬맹이는 영원한 꼬맹이지?”
“영원할 것까지야…….”
“각오해. 꼬부랑 할머니가 됐을 때도 꼬맹이라고 불러 줄 테니까.”
“그거 엄청 무시무시하네요.”
루카스와 로제테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드리안가의 나머지 세 사람과 조슈아가 그 모습을 멀리서 조용히 지켜봤다는 사실을 두 남매는 미처 알지 못했다.
* * *
“어서 오세요, 아드리안 부인.”
로제테가 드레스를 들어 올리며 장난스럽게 인사했다. 아이처럼 까르르 웃은 이네스가 마찬가지로 장난스럽게 무릎을 굽혔다 폈다.
“환영해 줘서 고마워요, 황태자비 전하.”
“아직은 아닌걸요.”
“그럼 예비 황태자비 전하라고 해 둘까요?”
틀린 소리는 아니었으니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대신 로제테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꿨다.
“다니엘 오빠는요?”
“잠깐 보좌관과 얘기하고 온다고 했어요. 그동안 일을 오래 쉬었으니까요.”
“오빠는 오자마자 바쁘네요.”
“그러니까요.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서 좀 속상하기도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런 사람인 걸 알면서 결혼했으니까요.”
“그럼 저희 먼저 올라갈까요? 방을 소개해 줄게요.”
로제테는 이네스의 팔에 팔짱을 끼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여행은 어땠어요? 즐거웠어요?”
“네. 천국에 있나 싶을 정도로 즐겁고 행복했답니다.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는 바다가 얼마나 예뻤는지 몰라요. 여름에 다 같이 놀러 갈까 싶더라니까요.”
“전 좋아요. 아마 루카스 오빠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이자벨 언니는 휴가를 쓸 수 있는지부터 알아봐야겠지만요.”
3주 전,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서 다니엘과 이네스가 결혼했다. 황후인 오필리아도, 황태자인 조슈아도 직접 하객으로 참석해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황제조차 결혼을 축하하는 친필 편지와 화려한 선물을 보내왔다.
두 사람은 리베라 후작저에서 피로연 파티를 즐긴 뒤 아름답기로 소문난 케틀린 영지의 별장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이제 막 돌아온 참이었다.
그러니까 이네스가 이네스 아드리안으로서 저택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평소 언니의 취향을 고려해서 방을 꾸며 보았어요. 나름대로 신경 쓴다고 썼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앞으로 지낼 방을 둘러본 이네스가 밝게 웃었다.
“마음에 드네요.”
“정말요?”
“네.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예요. 밝으면서도 따뜻해 보이잖아요? 리베라 저택에서 지냈던 방도 이랬어요.”
“다행이네요.”
안도의 한숨을 쉰 로제테가 창가에 놓인 테이블로 이네스를 안내했다.
“그리고 그날 받은 부케는 보존 마법을 걸어서 여기에 장식해 놓았어요.”
“어머나.”
이네스가 반가운 얼굴로 꽃다발을 들어 올렸다.
3주 전, 이네스가 던진 부케를 받은 사람은 로제테였다. 의도하고 받은 건 아니었다. 원래는 결혼을 한 달 앞둔 이네스의 다른 친구가 받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부케가 로제테 쪽으로 향했고,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것을 잡았다. 부케가 땅에 떨어지면 결혼이 불행해진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 되는 미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놓칠 수 없었다.
다니엘과 이네스가 조금이라도 싸우기라도 하면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았다.
‘이네스 언니도, 그 영애도 불쾌해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어.’
로제테는 부케를 잡은 뒤에야 자신이 괜한 짓을 했나 후회했다. 부케를 던지고 받는 것은 행복을 넘겨주는 일종의 전통이었다.
그런 행복을 가로채다니. 화를 낸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걱정과 달리 두 사람은 오히려 로제테를 축복해 주었다.
‘공녀님과 황태자 전하께 행복이 깃들면 제국도 평화롭겠네요.’라면서.
그 후 로제테는 이네스와 다니엘의 행복을 빌어 주기 위해 부케에 보존 마법을 걸었다.
덕분에 꽃다발은 정원에서 갓 딴 것처럼 싱그러웠다.
이네스가 꽃다발에 얼굴을 묻고 코로 숨을 들이쉬었다.
“정말 신기하네요. 결혼식 날과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요? 향기도 그날과 같아요.”
“특별히 신경 썼어요. 다니엘 오빠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앞으로 혹시 섭섭하게 하는 일이 있으면 이 꽃다발을 보면서 결혼식 때 했던 맹세를 기억했으면 해요.”
“이렇게나 신경 써 주다니. 정말 감동이에요.”
“아드리안에 온 걸 환영한다는 의미로 드리는 선물이에요.”
미소 띤 얼굴로 꽃을 매만지던 이네스가 불현듯 부케를 로제테에게 내밀었다. 로제테는 얼떨결에 그것을 품에 받아 들었다.
“분명 좋은 선물이지만, 저보다는 로즈에게 더 어울릴 것 같아요.”
“네?”
“부케란 그런 거니까요. 저는 이미 로즈가 부케를 받았을 때부터 행복을 빌어 주었어요. 앞으로 황태자 전하와 미래를 함께할 로즈가 갖고 있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그래도요.”
“결코 싫어서 돌려주는 게 아니에요. 정말 고마워요. 마음은 감사히 받을게요. 그래도 역시 로즈가 갖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로제테는 환하게 웃는 이네스와 부케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래서 이네스 언니의 부케는 제가 갖게 되었어요.”
실버의 목을 꽉 끌어안은 로제테가 목걸이를 향해 중얼거렸다.
예전부터 남몰래 로제테와 조슈아의 사이를 이어 주었던 실버는 이젠 당당히 아드리안 저택을 드나들었다.
그동안의 습관 때문인지 창문으로 넘어오는 건 여전했지만, 낮에도 마음껏 찾아온다는 점이 달라졌다.
오늘도 실버는 해가 채 지기도 전에 신이 나서 로제테의 방을 습격했다.
“저와 조슈아의 행복을 빌어 준대요. 이네스 언니가 가지고 있는 게 좋다고 떼를 쓰고 싶었는데, 그 한마디에 차마 돌려줄 수 없었어요. 성의를 무시할 수 없잖아요.”
그녀가 조금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나름대로 고심해서 준비한 축하 선물이었는데 말이죠. 그럼 대체 뭘 줘야 할까요?”
<다니엘이나 리베라 영애, 아니, 이젠 아드리안 부인이군. 아무튼 두 사람은 네가 축하해 주는 것만으로도 좋아할 텐데.>
“그래도요. 제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그럼 나도 같이 고민해 보도록 할게.>
“정말요?”
<그래. 내 피앙세의 시름을 덜어 줄 수만 있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