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08)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08화. 외전2-결혼 준비(2)(208/214)
208화. 외전2-결혼 준비(2)
2024.05.26.
<그래. 내 피앙세의 시름을 덜어 줄 수만 있다면야.>
피앙세. 그 단어 하나에 우울했던 기분이 나아졌다.
“말만이라도 고마워요.”
<번지르하게 말만 하는 게 아닌데. 정말 고민해 볼 생각이야.>
“알았어요. 아, 맞다. 이네스 언니와 다니엘 오빠가 이번에 케틀린 영지로 여행을 다녀왔잖아요. 정말 좋았대요. 여름에 가족이 모두 같이 여행을 가면 좋겠다고 했어요.”
<케틀린 영지라. 확실히 휴양지로 유명하지.>
잠시 고민하던 조슈아가 넌지시 제안했다.
<우리도 갈까?>
“네?”
<신혼여행. 우리도 바닷가에 있는 별장으로 가는 게 어때?>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실버의 목을 조금 더 꽉 끌어안았다. 실버가 낑, 하는 목 졸린 소리를 내면서도 얌전히 있었다.
“정말요? 그렇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비울 수 있어요?”
<당연하지. 말해 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나? 원래 황가 사람들도 결혼하면 3주 정도 신혼여행을 즐기는 게 관례지. 어마마마와 폐하께선 이벨린 왕국으로 가셨었고. 휴가라기보다는 외교 활동에 더 가까웠을 테지만.>
“가고 싶어요!”
그제야 로제테가 안심하고 말했다.
“조슈아와 함께 가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알았어. 그럼 케틀린 영지를 비롯하여 아름다운 여행지를 조사해 오라고 말해 놓겠어.>
“벌써부터 기대돼요.”
로제테가 잔뜩 들뜬 목소리로 재잘거리자, 덩달아 흥이 난 실버가 그녀의 뺨을 혀로 핥았다.
“간지러워, 실버.”
<실버가 또 장난이라도 친 모양이지? 얼굴을 침 범벅으로 만들었어?>
“침 범벅까지는 아니고, 그냥 좀 핥았어요.”
<하, 누구는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이러고 있는데 팔자가 좋네.>
[컹!]실버가 으스대듯이 짖었다.
“많이 바빠요?”
<아무래도 이제 본격적으로 사교계 활동이 시작되니까. 신경 쓸 게 많긴 하지.>
“흐응.”
로제테가 실버의 목덜미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왜 그러지?>
“아니, 그냥, 좀…….”
로제테의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보고 싶긴 한데…….”
순간 목걸이 너머에서 불길한 정적이 흘렀다. 또다시 조슈아와 로텐 경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대충 잠깐 외출하고 오겠다는 말과 아무 데도 갈 수 없다고 막는 내용이었다.
로제테가 얼른 외쳤다.
“저는! 괜찮아요! 피곤할 텐데 안 와도 돼요. 정말이에요.”
<아직 시간이 늦지 않았으니 저녁 식사라도 함께 하면 어때? 지금 출발하면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됩니다, 전하!’라고 울부짖는 소리가 뒤따라왔다.
“정말 괜찮아요. 저 이러다가 로텐 경에게 밉보이겠어요.”
<누가 감히 널 미워할 수 있겠어?>
“그럴 수도 있죠. 어쨌든 오늘은 정말 안 와도 괜찮아요. 며칠 뒤면 제가 궁에 가잖아요. 그때 봐요.”
조슈아가 아쉬움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날은 꼭 시간을 비워 둘게.>
“알겠어요. 약속한 거예요?”
<응.>
로제테는 보고 싶은 마음을 가득 담아 목걸이에 입을 맞췄다. 가볍게 쪽, 소리가 났다.
그게 무슨 소리인 줄 안 조슈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로텐 경, 정말 안 되겠나? 2시간만.>
<2시간이 아니라 20분이라도 안 됩니다.>
로제테는 작게 웃음을 흘리며 마법 통신구를 껐다. 먼저 끊지 않으면 조슈아가 계속해서 말을 걸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너는 좀 더 있다가 갈래, 실버?”
[컹!]실버가 좋다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늑대에게 간식을 건네준 로제테는 침대 헤드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삐삐를 깨웠다.
“삐삐, 일어나 봐.”
[삐?]“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삣!]로제테는 맡겨만 달라는 삐삐의 부리에 꽃 한 송이를 물려 주었다. 이네스가 준 부케에서 고른 것이었다.
삐삐의 자그마한 발목에는 그만큼 작은 쪽지도 하나 묶었다.
“잃어버리지 않고 잘 전해 주고 와야 해. 알겠지?”
[쁫!]고개를 세차게 끄덕인 삐삐가 노을이 지기 시작한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 * *
“무슨 소리 안 들렸나?”
로텐 경이 쌓아 둔 서류를 빠르게 정리하던 조슈아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마찬가지로 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로텐 경이 고개를 저었다.
“딱히 들은 건 없습니다.”
“아니, 분명 들렸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창문으로 향했던 조슈아가 미소를 지었다. 창문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고 앙증맞은 흰 뱁새가 창문을 콕콕 두드리고 있었다.
“삐삐, 로즈가 보냈어?”
[쁫!]조슈아의 손바닥 위로 올라간 삐삐가 친근감의 표시로 뺨을 마구 문질렀다.
기특하다는 의미로 뱁새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조슈아가 삐삐의 부리에서 꽃을 꺼냈다.
“이건 웬 꽃이지? 네가 갖고 온 건가, 아님 로즈가 보낸 건가.”
[삣! 삐익!]삐삐가 자랑스럽게 왼발을 내밀었다.
재빠르게 쪽지를 편 조슈아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웠다.
행복이 담긴 꽃을 보낸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짤막한 쪽지였지만, 조슈아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녹일 수 있는 강력한 말이었다.
조슈아는 쪽지를 곱게 접어서 꽃과 함께 상자에 넣었다. 그러고는 삐삐에게 비스킷을 부숴 주며 속삭였다.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로즈에게 전해 줘. 네 부탁 때문에 꾹 참고 있는 거라고.”
[삣!]전투적으로 비스킷을 쪼아 먹으면서도 삐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보고 싶고, 사랑한다는 말도 전해 주고.”
[삐이…….]삐삐가 비스킷을 먹다 말고 조슈아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검은깨 같은 두 눈이 반질반질하게 빛났다.
“왜 그렇게 보지?”
[삐잇.]로제테가 좋아하니까 전해는 주는데, 참 눈꼴시어서 못 살겠네.
조슈아는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중얼거리며 삐삐가 비스킷을 모두 해치웠다.
조슈아는 아드리안 저택으로 날아가는 삐삐의 꽁지에 대고 외쳤다.
“그리고 실버에게 거기서 노닥거릴 생각하지 말고 얼른 돌아오라고도 전해!”
[삐이이잇!]삐삐의 경쾌한 지저귐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 * *
로제테의 결혼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아드리안과 에른하르트 황가가 총력을 기울인 덕분이었다.
특히 이네스와 오필리아가 신경을 많이 써 주었다.
본식과 피로연 파티 때 입을 드레스는 늘 그랬듯 와이드 부인에게 맡겼다. 그녀는 자신을 신뢰해 주어서 감사해하면서도 동시에 영광스러워했다.
결혼식 장소는 수도에 있는 대신전으로 결정 났다. 전국 각지에서 보낸 꽃으로 꾸밀 예정이라고 했다.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이 정해졌다.
모두의 노력 덕분에 로제테는 지난 몇 달 동안 루카스의 조언대로 마음껏 쉬면서 자유를 즐길 수 있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휴식을 즐긴 건 아니었다. 그녀도 나름대로 할 일을 했다.
멜로디와 셀린느를 도와 마법을 계속 연구했고, 또 한편으로는 황족이 갖춰야 할 예법을 익혔다.
예법은 오필리아가 가르쳐 주겠다고 먼저 말했다. 로제테는 ‘황후님께 그럴 순 없어요!’라며 거절했지만 그녀의 고집을 결국 꺾지 못했다.
그리하여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오필리아를 만나 수업을 했다. 그때마다 조슈아도 볼 수 있었다.
조슈아는 로제테가 예법을 틀려 시무룩할 때면 ‘고리타분한 예법에 얽매일 필요 없어. 너는 너다운 게 제일 좋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라고 속삭여 주었다.
‘그렇지만 폐하께서 절 안 좋게 보시면 어떡해요?’라는 로제테의 질문엔 ‘그럴 리는 없지만, 설령 그런다면 나도 행패를 한번 부려 보지.’라고 답했다.
로제테는 그의 말에 황당해하면서도 웃고 말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지해 준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그렇게 순조롭게 준비를 진행하던 중, 문제가 생겼다.
“아가씨, 아직도 하객 명단 때문에 고민하고 계세요?”
로제테가 머리를 붙잡고 끙끙거리고 있자 조앤이 넌지시 물었다.
“달콤한 초콜릿 우유라도 가져다드릴까요? 고민이 있을 땐 역시 달콤한 게 최고죠.”
“아냐!”
로제테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조앤을 만류했다.
“조앤은 쉬어. 움직이기도 힘들잖아.”
계절이 두 번 바뀌었고, 어느새 조앤의 배도 많이 불렀다. 벌써 두 달 뒤에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었다.
“그리고 하객 명단으로 고민하는 건 아니었어. 이미 거의 다 작성했는걸. 아빠도 제인 언니와 고아원 친구들을 초대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로제테가 펜을 내려놓으며 조앤의 안색을 살폈다.
“불편하지는 않아? 힘드니까 쉬라고 계속 얘기했는데.”
“제가 좋아서 있는걸요. 그리고 이제 하는 것도 하나 없이 아가씨 옆에 앉아 있는 것밖에 안 하는데.”
“그래도 오래 앉아 있으면 힘들잖아.”
“오히려 집에서 혼자 있는 게 더 심심하고 힘들어요. 크리스가 돌아올 때까지 뜨개질만 하고 있는 것보다는 아가씨의 얼굴을 보는 게 더 좋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조앤이 로제테의 손을 꽉 잡으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이제 이렇게 아가씨를 곁에서 모실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걸요.”
“…….”
“다음 달에 아이를 낳으면 한동안은 일하지 못할 거예요.”
“당연하지. 몸을 충분히 추슬러야 한다고 들었어. 크리스에게도 몇 달 동안 휴가를 줄 거야.”
“이렇게 챙겨 주셔서 감사해요. 아무튼 제가 아이를 낳으면 아마도 아가씨의 결혼식 때까지 제대로 일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아가씨께서 황궁으로 가시면 더 이상 곁에 있을 수 없고요. 그러니까 지금 많이 봐 둬야죠. 아, 아기도 그렇다고 하네요.”
조앤이 태동이 있는 배를 문질렀다.
“사실 좀 속상해요. 아가씨를 제일 오랫동안 모셔 온 게 저인데, 정작 아가씨의 결혼 준비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니까요. 아이가 생겨서 기쁘면서도 좀 슬프네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 아기가 슬퍼할 거야.”
“아무튼 그런 이유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아가씨를 보러 올 거예요.”
로제테가 잠시 머뭇거렸다.
“사실 그것 때문에 할 말이 있는데…….”
안 그래도 아까부터 심각하게 고민하던 게 조앤에 관한 것이었다.
“나도 조앤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 물론 조앤도 이제 가정이 생겼으니 전처럼 내 곁에 늘 붙어 있을 수는 없겠지. 그래도 난 조앤을 자주 보고 싶어. 그래서 말인데.”
로제테가 심호흡을 하고는 말했다.
“조앤이 내 첫 시녀가 되어 주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