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1화. 예견된 사고(3)(21/214)
21화. 예견된 사고(3)
2023.11.21.
“내가 듣고 싶은 건 사과가 아니라 어째서 로제테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다.”
“흐윽.”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던 조셉이 이내 마음을 다잡고 상황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맹세컨대 다른 마음이 있어서 아드리안가 기사단에 종자로 들어온 게 아닙니다. 그것 하나만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첩자가 아니라면 왜 그랬지?”
“제 동생, 멜로디가 인질로 잡혔습니다.”
그는 숨을 헉헉거리면서도 최대한 차분히 그동안의 일을 말했다.
들판으로 놀러 나갔던 멜로디를 납치한 사람들이 그를 협박하며 공작의 마차에 마법 물약을 뿌리라고 했던 사실과 얼마 전 다니엘이 상황을 눈치채리라는 것을 알고 계획을 앞당기라고 한 것.
그리고.
“그렇지만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말입니다.”
아드리안 공작은 일단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로제테와 같이 날 따라온 거지?”
“전부터 저 말고 다른 첩자가 저택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자가 원래 계획대로 마차에 무슨 짓을 했을 것 같아서 확인차 마차 보관소에 갔는데 아가씨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로제테가?”
“네. 아가씨께선 이미 모든 계획을 알고 저를 막으려고 하셨습니다.”
아드리안 공작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마른세수를 했다.
“로제테가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거지?”
“저도 그건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가씨께선 목표물을 큰 도련님으로 알고 계셨습니다.”
“다니엘?”
“네. 그리고 진짜 목표물이 공작님인 것을 알고…….”
“날 구하러 온 거로군.”
“그렇습니다.”
조셉 오서는 잠깐 망설인 끝에 물었다.
“아가씨는 괜찮으십니까?”
“네가 알 것 없다.”
“그…….”
조셉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로제테가 여동생, 멜로디를 구해 주겠다고 했다는 말은 염치가 없어서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꼭 그의 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공작이 물었다.
“동생은 어떻게 되었지?”
“……모르겠습니다.”
조셉은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제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멜로디를 다시 못 볼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로제테 아가씨께선 제 동생은 무사할 거라고 말씀하셨죠.”
“…….”
“무사하기를 바라지만, 과연 멜로디를 구할 수 있을지…….”
공작은 마음이 약해졌다. 그가 알기로 조셉의 동생, 멜로디 오서는 로제테와 같은 여덟 살이라고 했다.
게다가 조셉의 말대로라면 그는 동생을 잃을 각오를 하고 자신을 도왔다는 것 아닌가.
이 모든 게 진짜라면 제게 충성을 보인 조셉을 도와줘야 마땅했다. 한 번 주인을 물려고 했으니 아드리안가에 계속 둘 수는 없겠지만, 죄 없는 멜로디는 구해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아직은 네 말을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알아보도록 하지.”
“공작님, 정말이십니까?”
아드리안 공작은 그에 대해 대답하는 대신 뒤에서 대기 중이던 기사들에게 손짓했다.
“끌고 가도록.”
“네.”
한때 동료였던 조셉을 데려가는 기사들의 얼굴이 어두웠다.
그들이 완전히 사라진 뒤 아드리안 공작은 천장 위에 숨어 있던 제 정보원에게 지시했다.
“저택에 쥐새끼가 숨어들었다. 빠른 시일 내에 찾아내도록.”
천장에서 뛰어내린 정보원이 그의 앞에 부복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배후에 대해서도 알아봐.”
“네.”
정보원마저 사라진 뒤 공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이제 남은 건 로제테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 *
[삐이, 삐이!]아침부터 보이지 않던 삐삐가 포르르 날아왔다. 내심 삐삐를 찾던 루카스가 새를 반겼다.
“야, 삐약이! 어디 갔다가 온 거야? 한참 찾았잖아.”
지난 일주일 동안 그는 로제테 곁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 이 작은 새에게 제법 정이 들었고, 친히 ‘삐약이’라는 이름까지 지어 주었다. 삑삑하고 우는 게 병아리 같다는 게 이유였다.
[삣!]그 이름으로 부를 때마다 삐삐가 ‘내 이름은 삐삐야!’라고 반박하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그래, 삐약아. 내가 걱정해 줬다니 영광이지?”
[삐잇!]“근데 그건 뭐야?”
[삑!]삐삐가 로제테의 가슴께에 내려앉아 입에 물고 있던 희고 작은 꽃을 내려놓았다.
아드리안 저택 온실에서 키우는 꽃과 달리 들판에서 자라는 들꽃이었다.
루카스가 꽃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오, 벌써 꽃이 펴?”
[삑!]로제테가 잠든 지도 어느새 일주일이나 지났다. 그동안 로제테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사이 달이 바뀌어 3월이 되었고, 계절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봄이 되면 꼬맹이를 데리고 놀러 가려고 했는데.”
우울하게 중얼거린 루카스가 삐삐가 가져온 꽃을 들어 잠든 로제테의 귓가에 꽂아 주었다.
“바보 꼬맹아. 얼른 일어나. 삐약이가 너 보라고 꽃도 가져왔잖아.”
[삐잇! 삣!]“얼른 나랑 훈련도 해야…….”
루카스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턱을 호두처럼 찌그러뜨린 아이의 눈가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죽지 마, 꼬맹아.”
평소 화를 내지 않는 아드리안 공작이 기다리다 못해 그제 주치의와 셀린느에게 대체 왜 깨어나지 않냐고 다그치기까지 했다.
그에 셀린느는 ‘아가씨가 원래 보유하셨던 체내 마나가 제 예상보다도 훨씬 많으셔서 회복이 더딘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체내 마나는 마법사의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척도였다. 체내 마나가 많으면 많을수록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는 건 로제테가 아드리안 공작의 생각보다도 더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그 사실에 기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뻐하기엔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삐이, 삐이이.]삐삐도 구슬프게 울며 일주일 사이에 다시 홀쭉해진 로제테의 뺨에 제 얼굴을 문댔다.
그 순간, 로제테의 작은 손이 움찔거리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잠들어 있는 동안 로제테는 악몽을 꾸었다. 아니, 악몽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었다. 그녀의 꿈은 그저 과거 그녀가 했던 일을 보여 준 것뿐이니까.
많고 많은 일이 스쳐 지나갔다. 주로 댈러스가를 위해 로제테가 한 일들이었다.
‘싫어, 싫어.’
로제테는 꿈을 꾸면서도 끙끙 앓았다. 꿈은 그녀가 마지막으로 행했던 악행을 보여 주었다.
꿈속에서 로제테는 후드를 뒤집어쓴 채 아드리안의 집무실에 숨어들었다.
이미 기사 여럿을 죽인 그녀의 후드는 검붉은 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능력이 좋구나.
그녀의 기척을 느낀 아드리안 공작이 칼을 빼어 들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댈러스 후작이 보냈느냐?
-…….
로제테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에게 다가갔다. 창을 타고 들어오는 달빛이 그녀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췄다.
그녀의 앳된 얼굴을 확인한 아드리안 공작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가 이내 이를 으득 갈았다.
-그 빌어먹을 자식이, 이런 꼬맹이를…….
로제테는 반사적으로 답했다.
-꼬맹이 아니에요. 이제 성인이거든요.
-성인이라고?
제대로 먹지 못하고 혹사 당한 로제테는 몸집이 무척 작았다. 많이 봐 줘야 열서너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특히 또래보다 키가 큰 아드리안가의 아이들만 봐 왔던 아드리안 공작은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앳된 로제테의 모습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무감각한 그녀의 표정이었다.
아드리안 공작은 그녀가 이런 일에 익숙하다는 것을 쉽게 알아챘다.
-이런 짓을 언제부터 했지?
-…….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에게 겨누었던 칼을 아래로 내리며 물었다.
-후작에게 이용당하는 게 괴롭지 않나?
-…….
-널 보니 내 딸이 생각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돌아가거라. 너는 이런 일에 어울리지 않아.
그 말이 로제테의 마음을 자극했다.
-나는…….
사실 사람을 죽이는 일 같은 건 하기 싫었다.
하지만 그녀가 망설일 때마다 댈러스 후작은 그녀에게 심어 놓은 마법으로 그녀를 조종했다.
가차 없이 마법을 쓰는 그녀를 향해 사람들은 분노로 가득 차 소리 질렀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라고. 혹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괴롭냐고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 한 명도.
로제테는 고개를 들어 아드리안 공작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가 어느새 검을 검집에 넣으며 오른손을 뻗었다.
-아니면 내가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아…….
로제테는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은 결코 이 사람을 해칠 수 없노라고.
그래서 등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한 발자국 발을 내딛는 순간.
-……!
몸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을 돌려 다시 아드리안 공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손을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드리안 공작이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이 열리며 스펠을 외웠다. 동시에 그녀의 주위의 뭉친 마나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공작의 배를 꿰뚫었다.
공작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안 돼!
그러나 로제테는 그 말조차 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의 입에서 나간 말은 또 다른 마법 스펠이었다.
마나 칼날이 한 번 더 공작을 공격했다. 방어 태세를 취하지 않고 속절없이 당한 공작의 몸이 허물어졌다.
그가 검집을 바닥에 내리찍으며 간신히 한쪽 무릎만 꿇고 앉았다.
-아……, 아…….
어느새 몸이 자유로워진 로제테는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메말랐던 눈에서 눈물이 퐁퐁 솟아났다.
치유 마법을 쓰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댈러스 후작이 로제테에게 치유 마법을 쓸 수 없도록 손을 써 뒀기 때문이었다.
-죄송, 죄송해요. 나는…….
나도 이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었어요.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요.
나는 그냥 행복해지고 싶었는데…….
그런 그녀를 보던 아드리안 공작이 붉게 물든 손으로 눈물 젖은 뺨을 닦아 주었다.
-울지 말거라, 아이야.
공작에게선 원망의 기미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차라리 다른 사람들처럼 로제테를 증오했다면 이렇게까지 괴롭지 않았을까.
로제테가 흘린 눈물이 공작의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절대로 그자에게 돌아가지 말아라.
그렇지만 댈러스 후작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전 어디로 가야 하죠? 제게 돌아갈 곳은 그곳밖에 없어요.
난 어떻게 해야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죠? 아무도 내게 해답을 주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내게 준 건 오로지 저주와 비난뿐이었어요.
그러니 당신이 그 해답을 주지 않을래요? 제발 눈 좀 떠 보세요.
제발요.
로제테는 미동도 하지 않는 아드리안 공작 앞에 무릎 꿇고 앉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때, 불현듯 누군가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커다랗고 마디가 굵은 손에는 곳곳에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누가 봐도 검사의 손이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렴, 로제테.”
따뜻하고 자상한 목소리.
“아빠가 많이 기다리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