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10)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10화. 외전2-결혼 준비(4)(210/214)
210화. 외전2-결혼 준비(4)
2024.05.28.
“솔직히 널 두고 혼자 밤을 보내고 싶지 않거든.”
그 말뜻을 알아들은 로제테의 뺨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녀는 조슈아에게 잡히지 않은 쪽 손등으로 입술을 꾹 눌렀다.
“이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안 모양이네. 몇 달 전만 해도 전혀 모르는 것 같더니.”
조슈아의 말대로였다.
그에게 청혼받기 전까지만 해도 로제테는 연인과 부부 사이에서 무슨 일이 오고 가는지 잘 몰랐다.
댈러스가에선 당연히 그런 것을 가르쳐 줄 이유가 없었다.
아드리안가에서도 딱히 그에 대해 교육을 하지 않았었다.
공작이 일부러 그와 관련된 교육을 배제한 건 아니었다.
로제테가 이벨린 왕국으로 떠나기 전에는 나이가 어려서 수업을 듣기에 적절하지 않았고, 아카데미에서는 그런 종류의 수업이 없었다.
당연히 그런 것에 무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처음으로 조슈아와 함께했고, 오로지 그에게 맞춰서 길들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른 채로 결혼할 수는 없었기에, 로제테도 조금씩 부부만의 일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안 그래도 낯간지러운데, 조슈아가 이렇게 의미심장하게 말을 흘리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러다 로제테는 퍼뜩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조슈아는 왜 이렇게 능숙하지?’
처음으로 든 의문이었다. 전에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한번 인식하고 나니 굉장히 신경 쓰였다.
어째서 조슈아는 이렇게 능숙하고 여유로운 거지?
저도 모르게 볼멘 목소리가 튀어 나갔다.
“그럼 조슈아는요?”
“응?”
“조슈아는 왜 이렇게 잘 아는 거예요?”
“뭘 말이지?”
“그러니까…….”
로제테는 차마 제 입으로 설명할 수 없어서 입술을 꾹 다물었다.
분명 시간을 돌리기 전에 조슈아는 결혼도 약혼도 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연인도 없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공식적’으로 알려진 게 없다는 것이었다. 남들 몰래 연인을 만나거나,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을지 그 누가 알겠나.
‘진짜 연인이 있었던 걸까?’
그래서 이렇게 능숙한 걸까?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로제테 또한 과거를 완전히 털어 냈다.
조슈아에게 연인이 있었든 없었든, 지금 그가 사랑하는 건 자신이니 신경 쓰지 않고 싶었다.
‘그러고 싶은데…….’
그게 말처럼 되지 않았다.
“로즈?”
조슈아의 재촉에 로제테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나는 이렇게 서툴기만 한데 왜 조슈아는 능숙해요?”
“……능숙?”
잠시 그 단어를 곱씹어 보던 조슈아가 이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뭐, 뭐가 그렇게 웃긴 거예요?”
제 딴에는 엄청 진지하게 말했는데, 조슈아에게 놀림 받는 기분이 들었다.
로제테는 일부러 화가 난 티를 냈다. 조슈아는 그것을 알아차렸는데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것 참, 뭐라고 해야 하지.”
그가 하도 웃어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치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그런 걸 걱정할 줄은 전혀 몰랐는데.”
“아니, 뭐, 딱히 걱정한 건 아니고.”
“게다가 능숙하다니. 이건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건가?”
“그게 어째서 칭찬이 되는 거죠?”
조슈아가 로제테의 이마에 제 이마를 콩, 하고 갖다 댔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글쎄. 내 애정 표현이 널 기쁘게 한 것 같아서.”
그가 입술로 로제테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놓았다.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는지 이를 세워 말캉한 입술을 베어 물었다.
저도 모르게 입맞춤에 응하려던 로제테는 정신을 퍼뜩 차리고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강한 힘은 아니었지만 조슈아는 순순히 뒤로 물러나 주었다.
“지금 말 돌리는 거예요?”
“말 돌리는 게 아니라 진짜로 좋아서 그런 건데.”
능청맞게 대답하는 것 같았지만, 조슈아의 호흡이 조금 전보다 확실히 흐트러져 있었다. 명백한 흥분의 증거였다.
로제테는 대체 자신의 말 어디가 그를 자극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혀로 자신의 아랫입술을 쓰는 것을 보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안 그랬다간 대답을 듣기 전에 또다시 그에게 말려들어 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표정을 보니 칭찬으로 한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아니, 뭐…….”
눈을 가늘게 뜨고 로제테를 관찰하던 조슈아가 작게 신음을 흘렸다.
“설마…….”
그는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고개를 숙인 그의 어깨가 위아래로 심하게 들썩였다.
로제테는 순간 흠칫했다.
‘설마 나에게 실망한 건 아니겠지?’
이미 미래를 약속한 사이에 과거를 캐묻는다며 싫어할까?
“저기, 조슈…….”
추궁하거나 비난하려고 한 소리는 아니라며 변명하려고 할 때였다. 조슈아가 경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로제테를 앞에 두고 한참을 웃어 젖히던 그가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넘기며 고개를 들었다.
그는 전혀 불쾌해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재밌어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예전에 나에게 연인이 있었는지 의심하는 거로군?”
“의심은 아니에요. 그냥 순수한 궁금증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여자 관계에 능숙해 보여서 그런 깜찍한 생각을 했단 소리지?”
“꼭 그렇게 직설적으로 표현할 건 없는데…….”
“그럼 질투한다고 이해해도 되는 걸까?”
로제테는 차마 아니라고 하진 못하고 두 손만 꽉 쥐었다.
“지금까지 질투와 시기는 황족이 경계해야 할 감정이라고 배웠는데, 생각보다 나쁘진 않네.”
“네?”
“네가 귀엽다는 뜻이야.”
조슈아가 로제테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쪽, 하고 경쾌한 소리가 났다.
“마음 같아선 더 애태우고 싶지만, 그랬다간 삐쳐서 돌아갈 것 같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었어.”
조슈아가 깔끔하게 대답했다.
“전생에도, 이번 생에도 내가 사랑한 사람은 너 하나뿐이야, 로즈.”
로제테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그 와중에 심장이 눈치도 없이 콩닥콩닥 뛰었다.
“진짜예요?”
“왜 못 믿지? 내가 신뢰를 주지 못했나?”
“그런 건 아니지만, 조슈아는 황자고,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명문가와 결혼으로 결속력을 높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잖아요.”
“나에겐 약혼녀도, 혼담이 오고 가는 가문도 없었는데?”
“공식적으로는 그랬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다를 수 있으니까요.”
“비공식적으로도 없었어.”
“왜요?”
조슈아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왜냐니? 없기를 바랐던 거 아니었어?”
“그건 맞는데, 왜 굳이 그 험난한 길을 혼자 걸어갔나 해서요.”
“네 말처럼 날 지지해 줄 수 있는 가문의 영애와 결혼하면 좀 더 릴리스 공작에게 대항하기 쉬웠겠지. 그렇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
“…….”
“어마마마께서 그렇게 되신 걸 내가 똑똑히 봤는데, 내 싸움에 죄 없는 이를 끌어들일 수는 없었지. 또, 관심도 없었고.”
그가 표정을 풀고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어쩌면 널 다시 만날 때까지 기다렸던 걸지도 모르겠어.”
로제테가 그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조슈아는 놀라면서도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많이 외로웠을 것 같아요.”
로제테는 조슈아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제대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녀에게 시간을 돌리기 전의 조슈아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녀를 원망하고 저주하던 그 눈빛.
그래서 더 깊이 생각하려고 시도조차 안 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오필리아를 잃고 홀로 궁에 남아야 했던 조슈아는 무척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다.
로제테는 그가 그 시간을 견뎌 제게 온 것이 새삼 고마웠다.
“앞으로는 내가 함께 있을 거예요. 난 절대 당신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조슈아가 눈을 크게 떴다가 피식 웃었다.
“널 위로해 주려고 했는데 도리어 내가 위로받을 줄은 몰랐네.”
“그럼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고 하면 되죠.”
“그래, 그럼 되겠네.”
조슈아가 보드라운 로제테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쓸었다.
“얘기하다 보니 많이 돌아왔지만, 어쨌든 조앤이란 하녀를 시녀로 삼고 싶다는 소리잖아.”
“그랬죠.”
“조앤의 남편은 분명 켈런 경이었지. 기사 작위가 있지 않았나? 그럼 준귀족으로 시녀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을 텐데.”
“있어요. 근데 조앤이 보기엔 그것으로는 부족한가 봐요. 자기보다 좀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제 시녀가 되어야 한대요.”
조슈아가 흐음, 하는 소리를 내며 생각에 잠겼다.
“그렇지만 저는, 글쎄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맞지만 저는 솔직히 내키지 않아요.”
“작위가 문제 되는 거라면, 그것만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네?”
조슈아는 대답하는 대신, 로제테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 * *
“남작 작위?”
“네! 폐하께서 크리스에게 남작 작위를 내리기로 결정하셨대요. 어쩜 이런 일이……!”
조앤이 잔뜩 흥분해서 입을 막았다. 로제테는 갑자기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금세 알아차렸다.
‘조슈아가 한 거구나.’
무슨 꿍꿍이를 꾸미나 했더니 이럴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고작 나 하나 때문에 이래도 되는 걸까?’
물론 크리스는 아드리안 기사단뿐만 아니라 제국에서 손꼽히는 실력자이긴 했다. 그래도 이게 옳은 것인지 로제테가 고민하는데, 실버가 창문을 타고 훌쩍 넘어왔다.
은빛 늑대는 늘 차던 목걸이 대신 편지 하나를 물고 있었다.
로제테는 얼른 편지를 뜯었다.
조슈아의 정갈한 글씨체로 편지가 쓰여 있었다.
안 그래도 마탑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크리스 켈런이 세운 공을 인정하여 남작 작위를 내릴 예정이었다고 했다.
국혼 준비로 바빠서 그 시기가 늦어지고 있었는데, 조금 앞당길 뿐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러니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애정 어린 말로 편지가 마무리되었다.
“혹시 아가씨께서…….”
“아니야, 조앤. 원래 남작위를 내리려고 하셨대.”
“정말요?”
“응. 그러니 신경 쓸 필요 없이 기뻐하기만 하면 돼.”
“세상에…….”
조앤이 눈물을 글썽이며 배를 어루만졌다.
“우리 아이가 복덩이인가 봐요.”
“당연히 그렇지. 누구의 대자녀인데.”
“아가씨의 대자녀죠. 아가씨 같은 분을 대모로 둘 예정이니, 참 복 받았어요.”
그 말을 끝으로 잠시 고민하던 조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가씨, 말을 번복하는 것도 참 우습지만 며칠 전에 말씀 주셨던 제안 아직도 유효할까요?”
“응?”
“아가씨의 첫 시녀가 되어 달라는 제안 말이에요.”
“정말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네.”
조앤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애써 웃었다.
“실은 저도 아가씨의 곁에 계속 있고 싶었는데, 차마 그럴 수 없었어요. 원래 사용인들은 주제 파악을 잘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차마 아가씨를 따라가겠다고 할 수 없었어요.”
“…….”
“그렇지만 크리스가 남작위를 받기도 했고, 또 아가씨께서 절 이토록 생각해 주시는데 제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요?”
로제테는 말을 채 듣기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그래 준다면 정말 좋지. 조앤의 아이도 내가 함께 잘 돌볼 거야.”
로제테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그리고 두 달 뒤, 로제테는 기꺼이 귀여운 아기, 제이크 켈런의 대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