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1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11화. 외전3-결혼식(211/214)
211화. 외전3-결혼식
2024.05.29.
시간이 빠르게 흘러, 어느새 로제테와 조슈아의 결혼식 날 아침이 밝았다.
아드리안 저택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어쩌면 아드리안 공작이 결혼할 때보다 더 분주했다.
잔뜩 기합이 들어간 하녀들과 와이드 부인의 직원들이 로제테를 꾸몄다.
그중에서 제일 진지한 사람은 아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온 조앤이었다. 그녀는 ‘아가씨께서 결혼 준비를 하는데 제가 빠질 수는 없죠!’라며 어제부터 로제테의 곁에 머물렀다.
“완벽해요! 제 20년 경력을 통틀어 제일 예쁜 신부님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어느새 치장을 마친 로제테를 보며 와이드 부인이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하녀들도 말을 거들었다.
“맞아요, 아가씨. 원래도 예쁘셨지만 오늘은 정말 빛나세요!”
“그 말은 매번 꾸밀 때마다 들었던 것 같은데……. 그냥 예의상 해 주는 소리는 아니고?”
“그럴 리가요! 저희는 늘 진심이에요. 아가씨께서 늘 예쁘시니까 당연히 그런 칭찬이 나오는 거죠!”
“정말이에요!”
“그만들 하렴. 아가씨께서 정신없으시겠다.”
하녀들을 진정시킨 조앤이 기다란 베일을 들고 로제테에게 다가왔다.
“지금쯤 황태자 전하께서는 애가 타시겠네요. 결혼식 전까지 아가씨께서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유일하게 못 보실 테니까요.”
결혼식 전 신랑이 신부의 드레스 차림을 보면 안 된다는 전통에 따라 조슈아는 로제테와 철저히 격리되었다.
자연스럽게 오늘 식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로제테를 볼 수도 없었다.
“결혼식장에서는 제대로 말을 못 드릴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려요.”
조앤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베일을 씌워 주었다.
“앞으로 행복하셔야 해요. 앗, 울지는 마시고요. 화장 지워져요.”
로제테가 눈물을 참으며 일부러 더 장난스럽게 말했다.
“왜 다시는 못 만날 것처럼 얘기해? 우리 궁에서 다시 볼 거잖아.”
“그렇긴 하지만, 느낌이 다르잖아요. 앞으로 아가씨를 부르는 호칭도 바뀔 테고요.”
“…….”
“다들 기다리고 계시겠어요. 이만 출발해요.”
“아가씨, 꼭 행복하셔야 해요!”
“저희를 잊으시면 안 돼요!”
로제테는 눈물로 배웅하는 하녀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방을 나섰다. 복도에는 아드리안 공작과 루카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로제테를 보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잠시간의 침묵 끝에 아드리안 공작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예쁘구나. 그럼 갈까, 우리 딸.”
로제테는 이번에도 간신히 눈물을 참고 그의 손을 잡았다. 루카스 또한 반대쪽 손을 잡아 주었다.
* * *
로제테는 한 손으론 부케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아빠의 손을 잡은 채 심호흡을 했다. 닫힌 문 너머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저 군중 속에 조슈아도 있겠지.
조앤은 조슈아가 애가 탈 거라고 했지만, 사실 그의 예복 차림을 보지 못한 것은 로제테도 마찬가지였다.
멋지겠지? 안 그래도 긴장되는데 조슈아를 보고 정신을 못 차리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로제테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이, 문이 열리며 공작이 그녀를 조심스럽게 이끌었다.
로제테는 흐릿한 베일 너머로 하객들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클라라와 테레사, 멜로디와 안토니. 그리고 그녀를 다정하게 보살펴 주었던 고아원 원장과 제인을 비롯한 아이들까지.
로제테는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쳐 주는 그들에게 살짝 고개 숙여 인사했다.
느릿하게 걸었는데도 생각보다 빨리 단상에 다다랐다. 흰옷을 차려입은 조슈아가 공작을 한번 끌어안은 뒤 로제테를 제 옆으로 데리고 왔다.
단상 옆에는 각자 파란 리본과 빨간 리본을 목에 두른 실버와 삐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삣!] [컹!]조슈아가 쉬이, 하고 주의를 준 뒤에야 잔뜩 흥분한 두 패밀리어가 입을 다물었다.
주례를 맡은 대신관이 입을 연 순간, 실내가 고요해졌다. 그는 여신에게 기도를 올리며 황실 결혼에 쓰이는 글귀를 읽었지만, 로제테의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신경은 오로지 옆에 서 있는 조슈아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건 조슈아도 마찬가지였는지 흘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여신의 이름으로 조슈아를 남편으로 맞아 평생 사랑할 거냐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했는지도, 조슈아와 어떻게 결혼반지를 주고받았는지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로제테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조슈아가 바짝 다가와 있었다.
천천히 로제테의 얼굴에 드리운 베일을 걷은 조슈아의 표정이 멍해졌다. 그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녀를 진득하게 살폈다.
그의 시선이 흰 목덜미를 지나, 진주 가루를 뿌려 은은하게 빛나는 쇄골 밑을 훑었다.
넋을 놓은 건 로제테도 마찬가지였다. 앞머리를 반만 올리고 화려한 금장이 달린 예복을 입은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빛이 났으니까.
“정말 예뻐. 로즈, 정말로…….”
조슈아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말에 로제테가 ‘조슈아도 멋져요’라고 대답하려고 할 때였다.
몸을 숙인 조슈아가 그녀의 입술에 다급히 입을 맞췄다.
로제테는 박수와 휘파람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 * *
결혼식이 끝난 뒤에도 로제테는 정신을 차릴 새가 없었다. 바로 파티 드레스로 갈아입고, 황궁에서 열리는 피로연 파티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파티장에서도 좀처럼 조슈아와 단둘이 있을 시간이 없었다. 조슈아는 조슈아대로, 로제테는 로제테대로 결혼을 축하해 주는 하객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조슈아가 로제테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짓궂은 사람들이 그를 끌고 갔다.
로제테 또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도 시시때때로 조슈아를 눈으로 좇았다.
그렇게 피로연 파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쯤이었다.
“취하진 않았나?”
틈틈이 기회를 엿보던 조슈아가 어느새 다가와 물었다. 마침 바람을 쐰다며 혼자 발코니에 나와 있던 로제테가 배시시 웃었다.
“안 취했어요.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걸요. 칵테일 두 잔?”
“그렇다면 다행이네. 사람들에게 휩쓸려 많이 마시는 건 아닌가 걱정했어.”
그의 입술이 로제테의 관자놀이에 닿았다 떨어졌다.
“피곤하진 않아?”
“피곤하긴 해요. 새벽부터 움직였잖아요. 몸도 몸이지만 계속 긴장했더니 정신도 피곤하기도 하고.”
“하객들은 충분히 상대했으니 이만 궁으로 돌아가서 좀 쉬도록 해. 이자벨이 안내해 줄 거야. 네겐 다른 사람보다 이자벨이 더 편할 것 같아서.”
“아뇨, 괜찮아요. 더 있을 수 있…….”
조슈아가 다시 한번 소리 나게 입을 맞췄다.
“나도 곧 갈 테니까 먼저 기다리고 있어.”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그의 말뜻을 생각하던 로제테의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조슈아가 픽 웃었다.
“이제 이해했어?”
“아니, 그…….”
조슈아가 어버버거리는 로제테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절대 먼저 자지는 말고.”
“그러니까…….”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결국 로제테는 뜨끈해진 두 뺨을 감싸 쥔 채 홀을 쪼르르 벗어났다. 흡사 도망이라도 치는 모양새였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웃던 조슈아는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로제테의 앞에서는 여유로운 척했지만, 사실 그는 이미 인내심이 한계까지 다다라 있었다.
베일을 벗은 로제테를 본 순간부터 그는 줄곧 그녀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목에 매고 있던 크라바트를 느슨하게 푸른 조슈아는 우아하게, 그러나 조금은 조바심이 묻어나는 걸음으로 홀을 빠져나갔다.
* * *
“어떡하지, 조앤? 나 너무 떨려.”
로제테가 거울 속에 비친 조앤에게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오늘 조앤은 괜찮다는 로제테의 말에도 황궁에 남아 그녀 옆에 있어 주었다.
로제테의 귀여운 대자, 제이크는 엄마를 찾으며 조금 칭얼거리기는 했지만, 아빠 크리스 품에서 편안히 잠들었다.
조앤이 부드럽게 로제테의 머리를 빗어 주었다.
“너무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하지만 긴장되는걸. 내가 어떻게 하면 좋지?”
로제테는 거울을 보며 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와이드 부인이 신혼부부를 위해 특별히 제작해 준 잠옷은 로제테가 평소 입던 것과 달랐다.
팔과 다리를 모두 가리던 잠옷이 아니라, 옷 소매가 없어 팔은 물론이고 어깨와 쇄골까지 드러났다.
치마 길이도 무릎을 살짝 덮을 정도로 짧았다.
어쩐지 민망해서 와이드 부인이 같이 선물한 흰 가운을 입었는데, 안쪽이 비치는 얇은 소재로 제작한 옷이라 딱히 맨살이 가려지지는 않았다.
‘이런 모습으로 조슈아 앞에 서라고?’
옷부터가 이러한데 긴장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는 그녀를 향해 조앤이 조곤조곤 말했다.
“전하께서 특별히 뭘 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황태자 전하께서 이끄시는 대로……. 아니, 이건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네요.”
로제테의 머리를 하나로 느슨하게 땋아 준 조앤이 잠깐 고민했다.
“그냥 황태자 전하를 향한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 드리면 좋아하실 거예요.”
“솔직하게…….”
조앤이 뭐라고 더 말하려는 찰나, 노크 소리가 들렸다. 로제테가 의자에서 튀어 오를 것처럼 화들짝 놀랐고, 조앤이 서둘러 마무리해 주었다.
“황태자 전하께서 오신 모양이에요.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으응, 조앤도 피곤할 텐데 얼른 가서 쉬어.”
황족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로제테의 손등에 입을 맞춘 조앤이 방을 나섰다.
조슈아는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조앤에게 고개를 까딱이고는 곧장 로제테에게 다가왔다.
막 씻고 왔는지 조슈아의 머리는 살짝 젖어 있었고, 시원한 향기가 났다.
그는 가벼운 셔츠와 바지 차림이었는데, 셔츠 단추가 두세 개쯤 풀려 있어서 근육이 보기 좋게 자리 잡은 몸이 보였다.
처음 보는 그의 무방비한 차림에 놀랐던 로제테는 벌어진 셔츠 사이로 보이는 근육을 보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