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1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12화. 외전3-기나긴 밤(212/214)
212화. 외전3-기나긴 밤
2024.05.30.
평소 로제테가 그런 반응을 보이면 귀엽다는 듯 웃던 조슈아가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대신 그는 로제테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많이 기다렸어?”
“아뇨, 씻고 준비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세 갔어요.”
준비? 대체 무슨 준비?
로제테는 자신이 선택한 단어에 놀라 입술을 말아 물었다. 조슈아는 여전히 웃음기 없는 얼굴로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드디어 둘만 있게 되었네.”
“그러……게요.”
어색하고 민망했다. 기분 탓인지 주위의 공기도 조금 전보다 뜨거워진 것 같았다.
로제테가 본능적으로 흘러내린 가운을 다시 여미는데, 조슈아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많이 긴장 돼?”
“솔직히 말하면, 맞아요. 긴장돼요. 그런데 조슈아는 그렇게 긴장한 것 같지 않네요.”
“내가? 정말 그렇게 보여?”
조슈아가 몸을 일으켜 입을 맞췄다. 그가 로제테의 입술에 입을 댄 채로 중얼거렸다.
“엄청 긴장하고 있어. 그냥 그렇게 안 보이려고 노력할 뿐이야.”
“그런 노력은 안 해도 되는데.”
로제테는 조앤이 해 주었던 조언을 떠올리며 조슈아의 뺨을 감싸 쥐었다.
“조앤이 긴장할 필요 없이 조슈아를 향한 제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 주면 된다고 했어요.”
“그래? 네 마음은 어떤데?”
“조슈아와 함께 있고 싶어요. 사실 조슈아가 입을 맞춰 줄 때마다 기분이 좋았거든요. 행복하기도 하고요.”
“…….”
“그러니까 제 말은, 저도 조슈아를 원한다는 소리예요. 조슈아가 절 원하는 것처럼요.”
로제테를 바라보는 조슈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로제테가 애써 웃었다.
“그러니 조슈아도 긴장하지 말고……. 읏!”
조슈아의 입술이 다시 맞닿는 것과 동시에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났다. 조금의 틈도 없이 맞닿은 조슈아의 몸은 열이 오른 것처럼 뜨거웠다.
입맞춤이 길어질수록 로제테의 몸도 그 못지않게 뜨거워졌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 로제테는 침대에 누워 조슈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두 팔을 교차해서 셔츠를 벗은 조슈아가 그녀의 위에 자리 잡았다.
희미한 불빛에 비치는 그의 몸은 정말 아름다웠다. 로제테는 남자의 몸도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내려 조슈아의 몸을 관찰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부끄러워서 차마 바라볼 수 없었는데, 지금은 반대로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마치 조슈아에게 완전히 사로잡힌 느낌.
마검사인 조슈아는 분명 일반 기사보다는 체력 단련하는 시간이 적을 텐데도 그의 몸은 근육이 선명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로제테는 저도 모르게 움푹 들어간 그의 복근을 손끝으로 쭉 훑어 내렸다. 안 그래도 거친 숨을 내뱉고 있던 조슈아가 갈라진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로즈, 로제테 에른하르트.”
그가 옷 위로 로제테의 등줄기를 매만졌다. 별것 아닌 손길이었는데,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으며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조슈아가 로제테의 무릎 사이에 자리 잡았다. 로제테는 단단한 그의 몸에 가로막혀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오늘은 절대 멈추지 않을 거야.”
그가 고개를 내려 로제테의 피부에 입술을 눌렀다. 그의 입술이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가는 게 생생히 느껴졌다.
보통 쇄골 아래 부근에서 아쉽다는 듯이 입술을 뗐었는데, 절대 멈추지 않을 거라는 말처럼 그는 그만두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로제테의 흰 피부에 붉은 점을 남기며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지금껏 한 번도 닿지 않은 곳까지.
로제테는 조슈아의 이름을 쉼없이 중얼거리며 그의 머리카락을 꽉 쥐었다.
밤은 길었고, 그것은 고작 시작에 불과했다.
* * *
조슈아는 제 품에 안긴 로제테를 내려다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많이 피곤했는지 그녀는 이미 해가 뜬 지 오래되었는데도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도 이미 지났다. 하지만 조슈아는 로제테를 좀 더 재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굳이 깨우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로제테의 온기를 느끼며 좀 더 자려고 노력했는데,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조슈아는 자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로제테를 관찰했다.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자, 그녀가 알 수 없는 말을 옹알거리며 그의 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젯밤, 로제테가 먼저 잠들고 난 뒤에도 조슈아는 한동안 잠을 잘 수 없었다. 정확히는 잠을 자는 것이 두려웠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데, 혹시나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 모든 것은 그의 꾸며 낸 환상이고, 눈을 뜨면 그 괴로운 시절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오필리아도, 아드리안 공작도, 다니엘도 없는 그 생지옥으로 말이다. 어쩌면 그는 간절히 사랑하게 된 연인, 로제테의 처형을 직접 지켜봐야 할지도 몰랐다.
간신히 잠이 든 뒤에도 이따금씩 깨어나서 로제테를 확인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걱정 하나 없는 얼굴로 그의 품에서 색색 자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로제테는 알지 못할 테다.
조슈아가 다시 한번 애정을 담아 그녀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춘 순간이었다.
“……슈아?”
로제테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웅얼거렸다.
“무슨……. 지금 몇 시…….”
“괜찮아. 오늘은 푹 자도록 해.”
“조슈아도…….”
“응. 나도 어디 가지 않고 여기 있을 거야.”
그제야 로제테가 안심한 듯이 배시시 웃었다. 그 무방비한 미소에 또다시 뭉클한 감정이 솟아났다.
조슈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를 꽉 안으며 속삭였다.
“사랑해, 로즈.”
“…….”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해.”
로제테를 향한 사랑이 이미 너무 커서 더 커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이 애정은 날이 가면 갈수록 크기를 점점 더 키워 갔다.
“나도…….”
로제테가 간신히 고개를 들어 조슈아의 턱에 쪽, 입을 맞췄다.
“나도 사랑해요.”
“내가 더 사랑하지.”
조슈아는 눈을 감으며 미소 지었다.
* * *
“아부부, 부우!”
조앤을 따라 로제테를 찾아온 제이크가 용기를 내어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로제테는 아이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두 팔을 벌리고 그 모습을 초조하게 지켜보았다.
“조앤,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저러다가 넘어지면 어떡해?”
“괜찮아요. 아이들은 원래 넘어지며 크는 거니까요. 넘어진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는 것을 배울 때니까요.”
로제테가 조슈아와 결혼한 지도 벌써 반년 남짓 지났다. 그사이 제이크도 빠르게 커서 어느새 돌이 지났다.
기사인 아빠의 뛰어난 균형감각과 용기를 물려받은 것인지, 제이크는 제법 일찍 걷기 시작했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아서 넘어질 것처럼 뒤뚱거렸지만, 씩씩하게 걸어와 로제테의 품에 안겼다.
“쟈아!”
제이크가 아래위로 네 개씩 난 앙증맞은 이를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로제테는 제이크의 통통한 뺨에 쪽쪽 뽀뽀를 퍼부었다.
“요즘 들어 제이크가 부쩍 전하를 찾아요.”
“그래?”
“네. 전하를 ‘쟈아’라고 부르잖아요. 집에서 틈만 나면 쟈아, 자야 노래를 부른다니까요.”
“그렇구나.”
로제테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또다시 아이의 뺨을 쪽쪽거렸다.
“조앤만 괜찮다면 난 제이크가 자주 오는 것도 좋아. 제이크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
“전하께서 예뻐해 주셔서 제가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제이크도 분명 어릴 때부터 전하의 사랑을 받은 걸 기억할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다.”
로제테는 떨어지지 않으려는 제이크를 품에 안고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고는 다과를 가져오는 조앤을 보며 재잘거렸다.
“며칠 전에 보니까 에드도 벌써 많이 자랐더라고.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
“맞아요. 막내 도련님께서도 정말 귀여우시죠. 이제 백 일이 지났다고 했나요?”
에드워드 아드리안. 여름 초입에 태어난 다니엘의 아들이자, 로제테의 첫 조카였다. 다니엘과 이네스를 반반씩 닮은 귀여운 아기다.
“응, 그랬어.”
로제테는 제이크에게 얇게 깎은 사과를 쥐여 주며 잠시 멍하니 찻잔을 쳐다보았다.
“전하?”
“…….”
“비 전하?”
“으응?”
로제테가 뒤늦게 고개를 들었을 때, 조앤이 가까이에서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데, 혹시 어디 안 좋으세요?”
“응? 아냐. 괜찮아.”
“혹시 잠을 못 주무셨다거나…….”
“아, 요즘 잠을 좀 설치기는 했어.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잠이 깊이 오지 않더라고.”
“의원에게는 말해 보셨어요?”
“아니. 그냥 잠 좀 설치는 건데, 뭐.”
조앤이 제게 손을 뻗는 제이크를 안아 들며 고민에 잠겼다.
“혹시 요즘 소화가 잘 안 된다거나, 속이 더부룩하지는 않으세요?”
“조앤, 족집게네. 어떻게 알았어?”
조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전하, 제 생각에는 진찰을 한번 받으셔야 할 것 같아요.”
제이크의 손을 잡고 흔들던 로제테의 표정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나 어디 안 좋은 걸까? 하지만 조금 불편한 것 말고는 괜찮은데.”
“안 좋다기보다는……. 이건 제가 섣불리 말씀드릴 일은 아닌 것 같고, 일단 의원부터 부르죠.”
로제테는 얼떨결에 다시 제이크를 받아 들었다. 서둘러 방에 나간 조앤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종에게 지시하는 게 들렸다.
“최대한 빨리 황궁의를 불러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황태자 전하도요!”
의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왜 조슈아까지 부르는 거지?
로제테는 영문을 알 수 없어서 그저 눈만 깜빡였다.
* * *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갑작스럽게 불려온 조슈아는 자신보다 먼저 달려온 의원을 보며 초조하게 물었다.
“로즈가 어디 아프다고 듣지는 못했는데. 요즘 들어 잠을 좀 설친 것 같긴 하지만.”
신중하게 로제테를 진찰하던 의원이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전하, 제가 보기엔…….”
“그래, 뭐지?”
“아무래도 전하와 비 전하께 아기씨께서 찾아오신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