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1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13화. 외전5-Happily ever after(1)(213/214)
213화. 외전5-Happily ever after(1)
2024.05.31.
“아무래도 전하와 비 전하께 아기씨께서 찾아오신 모양입니다.”
“……뭐?”
조슈아도, 로제테도 그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조금 당황했다. 아니, 말 자체는 이해했는데, 도저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로제테 쪽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아이를 가졌다는 뜻인가? 임신했다고?”
“제가 보기엔 그렇습니다. 전하의 증상도 그렇고, 시기상도 그렇고 거의 틀림없습니다.”
어쩐지 아까 문진하다가 의원이 조심스럽게 달거리를 언제 했냐고도 물었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의원과 제이크를 안고 초조하게 지켜보던 조앤은 축하한다는 말을 남긴 뒤 로제테의 침실에서 나갔다. 두 사람이 기쁨을 충분히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여전히 조슈아가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로제테는 얼떨떨한 얼굴로 아랫배를 매만졌다.
딱히 별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데, 이 속에 작디작은 아이가 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조슈아와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형제의 소중함을 아는 로제테는 가능하면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 했다.
반면 조슈아는 한 명만 있어도 괜찮다는 쪽이었다. 로제테가 힘들어할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로제테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그래도 두 사람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황족으로서 아이를 낳는 게 단순히 두 사람만의 일은 아니었지만, 조슈아는 로제테가 그것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결혼한 순간부터 얼른 후사를 봐야 한다고 떠드는 말은 조슈아가 알아서 쳐냈다.
언젠가는 아이가 생길 거라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생길 줄은 몰랐다.
‘애초에 아기가 미리 예고하고 찾아오는 건 아니긴 하지만…….’
잠시 혼란스러워하던 조슈아는 이내 평정을 되찾고 로제테를 끌어안았다. 당혹감이 사라진 뒤에 그의 마음에 자리 잡은 것은 환희였다.
“고마워, 로즈.”
“저에게 고마워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그것보다 좋다는 말이 듣고 싶어요.”
“당연히 좋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해.”
“저도요.”
배시시 웃으며 조슈아에게 입을 맞춘 로제테가 문득 물었다.
“딸일까요, 아들일까요? 조슈아는 어땠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후계를 위해선 아무래도 아들이 좋을까요?”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딸이든 아들이든 사랑할 거니까.”
“정말요?”
“당연하지.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나보다는 널 많이 닮았으면 좋겠어.”
“저는 조슈아를 더 닮았으면 좋겠어요. 은색 머리를 가졌다면 정말 귀여울 것 같아요.”
“글쎄, 나는 분홍 머리면 더 사랑스러울 것 같은데.”
무심코 중얼거린 조슈아가 로제테의 배를 쓸며 재빨리 정정했다.
“그 누구를 닮든 사랑스러울 거야. 너와 나의 아이니까.”
“맞아요. 분명 그럴 거예요.”
로제테는 조슈아의 품에 등을 기대며 행복한 듯 중얼거렸다.
“얼른 열 달이 지나서 아이를 만났으면 좋겠어요.”
* * *
소식을 들은 모두가 두 사람을 축하해 주었다.
황제는 제국의 경사라며 축하 연회를 열었고, 오필리아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 알려 줄 엄마가 없는 로제테에게 이것저것 알려 주었다.
아드리안 공작은 로제테를 찾아와 한동안 말없이 손만 꽉 잡아 주었고, 루카스는 ‘애가 애를 가졌네! 어쩌면 좋아!’라며 탄식했다.
다니엘과 이네스 그리고 이자벨은 아기도 중요하지만 언제나 네 몸부터 생각하라고 진심 어린 말을 해 주었다.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사람이 축하해 주었다.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많은 사람이 사랑해 줘서 우리 아이는 참 행복할 거예요.”
“그래.”
조슈아가 동그랗게 부푼 로제테의 배에 귀를 댄 채로 속삭였다.
“그나저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니 믿기지 않아요. 임신했다는 말을 들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곧 아이가 태어난다뇨?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됐는데.”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 거니까 너무 겁먹지 않아도 돼.”
로제테가 수줍게 웃으며 조슈아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손가락 사이로 흐트러지는 결 좋은 머리카락의 감촉이 좋았다.
“그래도 걱정과 달리 별 탈 없이 열 달이 지나서 다행이에요. 그 흔한 감기조차 안 걸렸고, 큰일도 없었잖아요.”
“한겨울에 네가 자다 말고 일어나서 복숭아가 먹고 싶다고 울었던 것을 빼면 말이지.”
“그건……!”
로제테가 얼굴을 붉혔다.
“그건 저도 어쩔 수 없었다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을까 싶지만, 그땐 정말 눈앞에 복숭아가 아른거렸어요. 당장 그 새콤달콤한 복숭아를 입에 넣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다니까요.”
“귀여웠으니 괜찮아.”
참고로 조슈아는 온 제국을 수소문해 보았지만 싱싱한 복숭아는 찾지 못했다.
대신 온갖 지역에서 만든 복숭아 콩포트를 구해 주었다. 다음 복숭아 철이 돌아오면 종류별로 갖다 주겠다는 말과 함께.
“이제 복숭아 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첫 복숭아가 나오자마자 구해 오도록 하지.”
“으음, 사실 지금은 그다지 먹고 싶지는 않아요. 원래도 복숭아를 그렇게 좋아한 편도 아니었고…….”
“그래도 성의를 봐서 먹어 주는 건 어떻지?”
“음, 노력은 해 볼게요.”
로제테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첫 복숭아가 나올 무렵, 두 사람의 아이도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
안쪽에서 간헐적으로 로제테가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컹! 컹컹!]그럴 때마다 실버가 앞발로 문을 박박 긁었다. 문고리도 직접 돌렸지만, 안쪽에서 문을 잠근 바람에 문은 열리지 않았다.
늘 실버 옆에 붙어 있던 삐삐는 보이지 않았다. 로제테는 혹시라도 제 출산의 고통이 삐삐에게도 전해질까 봐 걱정했고, 삐삐를 위해 잠깐 소환을 취소했다.
삐삐는 괜찮으니 옆에 있겠다고 삑삑거리며 항의했지만 로제테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실버.”
로텐 경이 복도에 가져다 둔 의자에 앉아 있던 조슈아가 늑대를 나무랐다.
“가만히 있어. 너까지 이렇게 초조하게 굴면 로즈가 얼마나 겁을 먹겠어?”
실버가 낑낑 앓는 소리를 내다가 조슈아의 옆에 털썩 엎드렸다. 조슈아는 진한 한숨을 내쉬며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실버에게 한 소리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 또한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곁에 있어 주겠다는 약속대로, 조슈아는 로제테의 진통이 심해지기 전까지 그녀의 옆에서 손을 꽉 잡아 주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출산 준비에 들어가자, 산파가 가차 없이 그를 쫓아냈다. 정신 사납고 방해만 된다는 게 이유였다.
제아무리 황태자인 조슈아라고 해도, 산실에서는 산파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저 문을 열고 들어가 로제테의 옆에 있어 주고 싶었다.
아까처럼 그녀의 손을 꽉 잡고 괜찮다며 쉴 새 없이 달래 주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했다.
그러나 애써 충동을 억눌렀다.
당사자인 로제테가 저 안에서 버티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이 난리 치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의연하게 기다릴 생각이었다. 로제테가 언제든 자신을 찾으면 걱정하지 말라고 믿음직스럽게 얘기해 줄 수 있도록.
“하지만 쉽지는 않군.”
조슈아가 한숨을 푹 쉬는데, 로텐 경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하, 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방에서 좀 쉬시는 게 어떠십니까? 그러다가 전하께서 쓰러지시기라도 할까 걱정됩니다.”
“내가 이 정도에 쓰러질 사람으로 보이나?”
“물론 아니죠. 그렇지만…….”
로텐 경은 턱 끝까지 차오른 말을 간신히 살폈다.
조슈아는 마검사였고, 그의 체력이 웬만한 기사보다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루 정도 긴장하며 밤을 새운다고 해서 쓰러질 일 따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창백하게 질린 저 얼굴만 보면 언제 실신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조슈아가 환자라고 생각할 테다.
“비 전하께선 초산이라서 실제 아기씨께서 태어나시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오래 걸리면 10시간도 족히 넘길 수 있다고 하니 잠시 다른 일을 하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로텐 경은 조슈아가 반박하기 전에 재빨리 덧붙였다.
“비 전하께서도 전하께서 여기에 그리 오랫동안 있는 것을 원치 않으실 겁니다.”
“로즈가…….”
“네. 여기서 전하께서 초조하게 대기하시다가 얼굴이 조금이라도 상하신다면 비 전하께서 얼마나 걱정하고 슬프시겠습니까?”
“…….”
“그러니 비 전하께서 안심하실 수 있도록 방으로 가시죠. 마침 아드리안 경께서 소식을 알리기 위해 아드리안저로 갔습니다. 곧 공작님께서도 입궁하실 테지요.”
“후, 그래.”
조슈아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승님께 못난 꼴을 보여 드릴 수는 없지.”
응접실로 향하는 내내 그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 * *
출산의 고통은 상상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끔찍하고 괴로웠다. 온몸이 모두 쪼개지는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기절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산파와 조앤의 목소리에 로제테는 이를 꽉 깨물었다.
애써 호흡을 가다듬던 그녀는 불현듯 얼굴도 모르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구체적인 형상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그녀가 상상한 건 작은 포대기를 안고 있는 한 여인의 뒷모습이었다. 그마저도 흐릿했다.
어릴 적, 친모라고 속인 여자를 만난 뒤 로제테는 친부모에 대한 마지막 그리움까지 털어 냈다.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건 고맙지만, 앞으로 가족은 아드리안뿐이라고 여겼다.
말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그립지 않았다.
아드리안에는 그녀를 아끼고 사랑해 줄 엄마가 없었지만, 애초에 엄마의 사랑을 받아 본 적 없으니 애정을 갈구하지도 않았다.
아드리안 공작과 삼 남매는 엄마의 공백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사랑을 주었으니 외로워할 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엄마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도 날 낳을 때 이렇게 고통스러웠을까?
이렇게 힘들게 날 낳았으면서 왜 매정하게 버렸을까.
엄마는 정말 단 한 순간도 날 사랑한 적 없을까?
동시에 무서웠다.
엄마의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내가 이 아이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아이를 품에 안을 자격이 있을까?
‘아냐, 그 누구보다 사랑해 줄 거야.’
언젠가 조슈아가 그랬다.
비록 자신은 아버지인 황제의 사랑을 못 받았지만, 누구보다도 좋은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 거라고.
그러니 로즈, 너도 분명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