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14)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14화. 외전5-Happily ever after(2)(214/214)
214화. 외전5-Happily ever after(2)
2024.06.01.
엄마의 사랑은 분명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로제테는 그 외에 많은 이들의 애정을 받았다.
어쩌면 곧 태어날 아이에게도 그 사랑을 물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라면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곁에는 조슈아가 함께 있으니까.
그리고 마찬가지로 아기를 기다리고 있을 아드리안가 사람들과 오필리아도 있었다.
로제테는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얼른 아기와 만나고 싶었다.
* * *
“꼬맹이는! 꼬맹이는 어떻습니까, 전하!”
루카스가 루비 궁에 들어오자마자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함께 온 아드리안 공작이나 이자벨은 차마 그를 나무라지 못했다. 두 사람도 루카스 못지않게 초조했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스승님. 그리고 이자벨, 루카스도.”
아드리안 공작이 가족을 대표해서 인사했다.
“기쁜 소식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걱정되는 마음에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시길.”
“무례일 리가 있습니까. 충분히 이해합니다. 로즈도 가족이 왔다는 것을 알면 기뻐할 겁니다.”
“다니엘도 오고 싶어 했지만, 아무래도 가정이 있는 터라 마음만 전달한다고 했습니다.”
“소공자가 벌써 8개월이던가요? 한창 바쁘고 정신없을 때라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긴 합니다.”
“아무튼 들어오세요. 함께 응접실에서 기다리도록 하죠.”
조슈아는 애써 태연하게 그들을 응접실로 안내했다. 하지만 정작 테이블에 둘러앉은 네 사람 사이에서는 별다른 대화가 오고 가지 않았다.
손도 대지 않은 차만 조용히 식어 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새로운 소식이 도착할 때까지 하릴없이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1분이 1년 같고, 한 시간이 10년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그렇게 고요 속에서 동이 트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
넷 중 제일 오감이 발달한 아드리안 공작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를 눈치챈 조슈아가 다급하게 물었다.
“태어난 겁니까?”
“밖이 분주해. 언뜻 아기 울음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하고. 아, 누가 달려오는군.”
공작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며 시종이 달려 들어왔다.
“전하! 아기씨께서……!”
조슈아는 채 듣기도 전에 뛰어나갔다.
아드리안 공작은 따라가려고 일어서는 루카스의 어깨를 잡아 눌렀다.
“두 전하께서 일단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드리자꾸나.”
아드리안 공작이 복잡한 감정이 얽힌 얼굴로 문을 쳐다보았다.
그 또한 누구보다도 먼저 로제테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잠자코 기다리기로 했다.
* * *
조슈아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로제테부터 찾았다. 하루 만에 잔뜩 상한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왜 울어요.”
“네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 동안,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그게 왜 한심해요. 난 조슈아가 바깥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힘냈는데.”
로제테가 눈물이 흘러내린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조슈아는 차가운 손을 잡고 따뜻한 숨을 불어 주었다.
“왜 이렇게 몸이 차지?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아닙니다. 비 전하께서도, 황녀 전하께서도 모두 무사하십니다. 비 전하께서도 조금 더 쉬면 괜찮아지실 거예요.”
조슈아는 조앤의 말에서 단어 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황녀?”
“네. 비 전하를 닮은 예쁜 분홍 머리를 가지신 황녀 전하예요.”
조앤이 강보에 싸인 아기를 조심스럽게 조슈아의 품에 안겨 주었다. 어정쩡한 자세로 딸을 안은 조슈아가 아이를 꼼꼼히 살폈다.
“다 건강한 거지?”
“네.”
“손가락 같은…….”
“손가락, 발가락 모두 다섯 개씩이고, 이상 있는 곳은 전혀 없어요.”
로제테가 조앤 대신 대답하자 그제야 조슈아가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로제테가 넌지시 물었다.
“예쁘죠?”
“……응.”
조슈아가 고개를 들어 로제테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내 눈엔 역시 네가 제일 예뻐.”
“그게 뭐예요.”
로제테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잠시 그녀를 쳐다보던 조슈아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사실 내가 전부터 아이 이름을 한번 생각해 봤는데.”
“아이 이름이요?”
“응. 아들이면 로렌스라고 짓고, 딸이면…….”
대체 이게 뭐라고, 그는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
“레지나라고 지을까 했어.”
“레지나요? 그건 여왕이라는 뜻이잖아요.”
“그래.”
조슈아가 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말을 이었다.
“한참 후의 일이 되겠지만, 이 아이가 내 뒤를 이어서 제국의 황좌에 오를 거니까. 레지나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까?”
“황좌라니…….”
로제테가 오묘한 얼굴로 조슈아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굉장히 진지한 얼굴이었다. 장난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로 그는 이 아이를 제 뒤를 이을 후계자로 삼을 생각인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나중에 아들이 태어나면 어떡하죠?”
역사상 황녀가 황제로 책봉된 사례가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제국의 관습상 후계는 거의 황자가 잇는다. 황녀가 황위를 잇는 경우는 적통 황자가 없을 때뿐이었다.
로제테의 걱정과 달리 조슈아가 결연하게 답했다.
“후에 아들이 태어나든, 안 태어나든, 이 아이가 내 뒤를 이을 거야.”
“그 말은…….”
“성별은 상관없어. 우리의 첫 아이가 내 뒤를 잇는 게 맞지 않아?”
혼란스러워하던 로제테는 이내 그에게 동조했다.
“그러네요. 황녀라고 황제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맞아.”
“레지나, 좋네요. 잘 어울려요.”
레지나 에른하르트.
로제테는 아이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웃었다.
제 이름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레지나가 대답처럼 하품을 했다.
* * *
레지나 에른하르트는 로제테를 쏙 빼닮은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에른하르트 황가의 상징인 금색 눈동자만 빼면 누가 봐도 로제테 판박이였다.
로제테는 그 점이 아쉬웠지만, 조슈아는 오히려 좋아했다. 특히 분홍 머리를 마음에 들어 했다.
갓 태어난 아기를 배려해 로제테만 잠깐 보고 돌아갔던 아드리안가 사람들은 열흘 뒤 황궁을 다시 찾았다.
팔뚝보다도 작은 아기를 어떻게 할 줄 몰라 우왕좌왕하는 루카스와 달리, 공작은 능숙하게 레지나를 품에 안았다.
“이렇게 작은 아이를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구나.”
로제테나 조슈아의 품에서도 불편하다고 보채던 레지나는 할아버지의 포근한 품에서는 얌전했다.
“너희 셋도 한때는 이렇게 작았었지. 아직도 너희를 이렇게 품에 안았을 때 기억이 생생하구나.”
아드리안 공작의 눈이 추억에 젖었다.
“그런 아이들이 벌써 이렇게 자라 이렇게 어엿한 가정을 꾸리다니.”
그는 잠시 첫 손녀를 내려다보다가 속마음을 중얼거렸다.
“로즈.”
로제테가 흠칫 어깨를 떨었다. 그녀가 황태자비가 된 이후로 아드리안 공작은 예법에 맞게 꼬박꼬박 그녀를 전하라고 불렀기 때문이었다.
제발 말을 편히 해 달라는 로제테의 부탁에도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거의 1년 반 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로제테는 이 순간 다시 아드리안 공작의 막내딸, 로제테 아드리안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나는 널 만나서 무척 행복했단다. 물론 지금도 아주 행복하지. 널 만난 건 다시 오지 않을 축복이었어.”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는 늘 로제테에게 아드리안에 와 줘서 고맙다고 얘기했으니까.
“널 데려온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었지. 하지만 단 하나, 널 조금 더 빨리 만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단다.”
“아빠…….”
“처음 만났을 때도 어렸지만, 더 어렸을 땐 어땠을까.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 네 언니나 오빠들은 세상에 첫 발자국을 내디뎠을 때부터 내가 함께했지만, 너한테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늘 네 얼굴이 궁금했단다.”
공작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챈 로제테가 울상을 지었다.
“네 첫 옹알이, 첫걸음, 첫 달리기. 그 모든 처음을 함께해 주지 못해서 참 미안했어.”
“…….”
“그래, 넌 아마도 이렇게 생겼었겠구나. 분명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웠겠지. 여신께서 주신 선물처럼 축복과 함께 세상에 태어났을 거야.”
공작이 미소 지었다.
“이젠 할아버지로서, 이 아이의 모든 처음을 지켜볼 수 있어서 기쁘구나. 분명 너처럼 용감하고 지혜롭게 자랄 거야. 그러니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렴, 레지나.”
레지나가 대답하듯 아웅, 하는 소리를 냈다.
* * *
젖을 배불리 먹은 레지나가 조앤의 품에 안겨서 나간 뒤, 조슈아가 로제테를 찾아왔다.
그는 능숙하게 로제테에게 팔베개를 해 주며 물었다.
“가족들을 봤는데 표정이 왜 그렇지? 무슨 일이 있었나?”
“으응,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럼?”
“새삼 좀 더 어릴 적부터 가족과 함께 못 했다는 게 아쉬워서요. 아빠도 그러셨거든요. 제 처음을 함께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로제테가 조슈아의 품에 파고들었다.
“입양아인 건 전혀 슬프지 않아요. 피는 이어지지 않았어도, 아드리안의 상징인 백금발을 가지지 않았어도 전 아드리안이었으니까.”
“…….”
“근데 왠지 좀 아쉬워서…….”
“그렇게 따지면 나도 널 늦게 만나서 슬픈걸.”
“조슈아가요?”
“그래. 지금도 귀엽긴하지만, 분명 좀 더 어렸을 땐 더 귀여웠겠지. 그 모습을 보지 못해서 아쉬워.”
로제테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뭐예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렇지만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어. 앞으로 너와 함께할 날은 많이 남았고, 내가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까.”
“…….”
“가족도 마찬가지야. 어릴 때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만큼, 앞으로 더 가깝게 지내면 되지. 원한다면 언제든지 궁으로 부르고.”
어불성설이었다. 가족과 좀 더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해서 아쉬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조슈아가 그렇게 말하니, 정말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면 되겠네요.”
“그러니 지금은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고 푹 자도록 해. 레지나가 조금만 더 커도 이런 여유를 즐기지 못할 테니까. 다니엘이 육아가 결코 만만치 않다고 충고하던데.”
“그런 것 같기는 해요.”
작게 웃은 로제테가 조슈아의 온기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몇 년 뒤에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부쩍 자란 레지나가 동생들을 데리고 정원을 휘젓고 다니는 그런 상상.
여전히 멋진 조슈아와 함께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는 상상.
고작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행복한 광경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레지나가 너무 빨리 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훌쩍 커서 좋아한다는 사람이 생기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거든.”
“벌써부터 그러면 어떡해요.”
“그러게 말이야. 황태자가 아내와 딸에겐 꿈쩍도 못 한다는 소문이 퍼지지 말아야 할 텐데.”
까르르 웃은 로제테에게 입을 맞춘 조슈아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잘 자, 로즈.”
“조슈아도요.”
두 사람은 동시에 미소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운 하루가 저물어 갔다.
분명 내일도 이렇게 행복한 하루가 다시 시작될 터였다.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외전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