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2화. 내 이름은 삐삐, 로제테의 패밀리어죠(1)(22/214)
22화. 내 이름은 삐삐, 로제테의 패밀리어죠(1)
2023.11.22.
그 말과 동시에 로제테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러자 두 눈 가득히 아드리안 공작의 얼굴이 보였다.
그 어떤 것보다도 찬란히 빛나는 백금발과 그녀를 따뜻하게 내려다보는 보라색 눈동자.
로제테와 눈이 마주치자 아드리안 공작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웃었다.
그는 조금 전 셀린느와 주치의를 다그쳤을 때와 달리 흥분하지 않았다.
그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을 뿐이었다.
“잘 잤니, 아가.”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난 딸에게 묻는 듯한 말투였다.
그가 무엇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어 눈만 깜빡이던 로제테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마치 과거에 우는 로제테를 달래 주었던 것처럼.
“슬픈 꿈을 꾸었나 보구나.”
그 말을 들은 뒤에야 로제테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죽었던 아드리안 공작이 이번엔 자신의 손에 살아났다는 사실도.
“으으.”
로제테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아드리안 공작의 목을 끌어안았다.
아빠, 아빠, 아빠. 그를 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드리안 공작이 아직은 작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마주 안으며 머리를 쓸어 주었다.
“그래. 아빠 여깄단다.”
“으으.”
“잘 버텨 줘서 고맙다, 로즈. 일어나 줘서 고마워.”
아빠야말로 살아 있어 줘서 고마워요.
로제테는 그 말을 속으로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그녀가 쓰러진 지 꼬박 열흘 만의 일이었다.
* * *
로제테는 따뜻한 물을 홀짝이며 아드리안 공작의 눈치를 봤다.
조금 전 잘 잤냐며 자상하게 물었던 것과 달리 지금 그의 표정이 살짝 굳어 있었기 때문이다.
로제테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우르르 달려왔던 아드리안 삼 남매도 덩달아 공작의 눈치를 봤다.
다니엘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말문을 열었다.
“그래도 로즈가 무사히 깨어나서 다행이에요. 그렇지, 얘들아?”
루카스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응! 엄청 좋아!”
이자벨이 새침하게 동조했다.
“이제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
다니엘이 덧붙였다.
“게다가 로즈 덕분에 아버지도 무사하실 수 있었고…….”
그러나 아드리안 공작의 표정은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그가 아주 가끔 아이들을 혼을 낼 때 짓는 표정이었다.
그가 아이들을 혼을 내는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아이들이 위험한 행동을 했을 때.
그러니까 얼마 전 로제테가 했던, 그런 행동 말이다.
아드리안 공작의 표정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삼 남매는 서로 눈치를 보다가 뒤꿈치를 들고 조용히 방으로 나갔다. 문을 닫기 전 루카스가 입 모양으로 파이팅, 하고 중얼거렸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로제테가 영문을 알 수 없어서 눈을 데구루루 굴리는데,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공작이 엄하게 물었다.
“로즈,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니?”
로제테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공작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 정말 큰일 날 뻔했단다. 하마터면 못 깨어날 수도 있었어.”
“…….”
“네가 아니었어도 충분히 아빠를 도와줄 사람은 많았어. 그러니까 앞으로 그런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거라. 알겠니?”
로제테는 조금 억울했다.
칭찬을 받으려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을 위해 아드리안 공작을 살렸다. 그래서 칭찬을 받지 않는 건 상관없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혼이 날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로제테가 불만스럽게 입술을 삐쭉이자 그제야 아드리안 공작이 표정을 조금 풀었다.
“왜 혼나는지 전혀 모르는 얼굴이구나.”
로제테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드리안 공작이 이젠 표정을 완전히 풀고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아빠가 뭐라고 했지?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고 했지.”
로제테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잘했다는 듯 머리를 톡톡 토닥였다.
“아이들은 걱정도 하면 안 되지만, 위험한 행동을 해서는 안 돼. 그건 이 어른들에게 맡기면 된단다.”
로제테가 억지로 목소리를 짜내며 항변했다.
“하지만…….”
내가 없었으면 아빠는 잘못될 뻔했어요. 다시는 못 볼 수도 있었다고요.
미처 내뱉지 못한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아드리안 공작이 차분히 설명했다.
“그래. 이번 일로 내가 크게 다치거나 잘못됐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로즈, 반대로 나 때문에 네가 잘못될 뻔했어.”
“…….”
“이 아빠는 아빠가 다치는 것보다 너희들이 다치는 게 더 무섭단다.”
로제테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른도 무서운 게 있나요? 그렇게 눈으로 묻자 아드리안 공작이 웃었다.
“그럼. 어른도 무서운 게 있지.”
“…….”
“그러니 앞으로 그런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기로 약속하자꾸나.”
그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하지만 로제테는 선뜻 손가락을 걸 수가 없었다.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당연히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구할 생각이기 때문에.
“로즈.”
로제테가 입술을 삐쭉이며 딴청을 피우자 아드리안 공작이 다시 엄히 말했다.
“로제테 아드리안.”
그때, 구세주처럼 노크 소리가 들렸다. 로제테가 얼른 손을 들어 문을 가리켰다.
아드리안 공작이 한숨을 한 번 쉬고 말했다.
“들어오거라.”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셀린느였다. 그녀가 빠르게 로제테를 향해 다가와 눈물을 훔쳤다.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걱정 많이 했어요.”
“로즈가 괜찮은지 한번 살펴봐 줄 수 있겠나?”
“당연하죠. 아가씨, 잠깐만 실례할게요.”
셀린느가 로제테의 두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 마나를 불어 넣었다.
잠시 뒤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체내 마나를 다 회복하셨네요. 이제 걱정할 필요 없겠어요.”
그녀의 표정엔 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안도, 기쁨 그리고 경악.
‘왜 놀라지?’
로제테가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셀린느가 이어 말했다.
“그나저나 회복하는 데 열흘이나 걸리다니. 엄청나네요. 전에 뵀을 때 이미 재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들뜨기 시작했다.
“역시 아가씨께선 대단한……!”
[삐이, 삐이?]갑자기 들려온 새 소리에 셀린느의 말이 끊겼다.
오늘도 들꽃을 물고 오던 삐삐는 로제테를 발견하고는 콩알만 한 눈을 더욱 크게 떴다. 작은 부리가 벌어지며 들꽃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삐이잇!]이내 삐삐가 서럽게 울부짖으며 로제테를 향해 전속력으로 날아왔다. 로제테의 뺨에 제 뺨을 문대는 삐삐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걸 본 셀린느의 눈도 커다래졌다.
“설마…… 패밀리어?”
[삐잇!]로제테에게 열심히 반가움을 표시하던 삐삐가 가슴을 부풀렸다. 마치 ‘엣헴, 내가 바로 로제테의 패밀리어, 삐삐올시다!’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였다.
셀린느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믿을 수가 없는지 연신 눈을 비볐다.
“맙소사, 정말로 패밀리어가 맞잖아?”
그녀가 놀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로제테가 아무렇지 않게 패밀리어를 소환해서 쉬워 보이지만, 사실 패밀리어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일단 충분한 체내 마나와, 패밀리어와 계속 교감할 수 있도록 엄청난 정신력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패밀리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고위 마법사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빨라야 십 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패밀리어 소환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 고작 여덟 살인 로제테가, 마법을 배우지도 않았는데 패밀리어를 소환하다니?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아가씨,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삐삐와 교감하는 로제테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드리안 공작이 은근하게 물었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당연하죠!”
셀린느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이 제국에서도 패밀리어를 가진 마법사가 몇 안 돼요. 저도 열일곱 살에 겨우 만들었는걸요! 그런 저도 천재 소리를 들었어요.”
“그럼?”
“아가씨께선 엄청난 천재세요! 몇백 년에 한 명 태어날까 말까 하는 천재라고요! 이대로라면 대마법사가 되실 거예요! 아니, 이미 대마법사예요!”
셀린느는 그동안 의아했던 부분을 조금씩 끼워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아가씨께서 이 작은 몸으로 그런 마법을 쓰셨나 했더니 이 패밀리어 덕분이었군요.”
“패밀리어가 있다면 다른가?”
“네. 패밀리어가 있으면 마나 폭발을 사용할 수 있어요. 주위의 마나를 증폭시켜서 마법을 쓰는 방법인데…… 아무튼 엄청 대단한 거거든요. 어떻게 마법도 배우지 않은 아가씨께서 그것을 쓰셨는지 모르겠지만.”
셀린느가 설명을 하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범재가 어떻게 천재를 이해하겠어요? 아가씨 같은 천재는 그런 것도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쓸 줄 아는 모양이에요.”
“그럼…….”
“네, 맞아요! 이 가문에 대마법사가 탄생한 거라고요! 소드 마스터만 가득하던 이 아드리안가에! 드디어!”
아드리안 공작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살짝 미소 지었다.
“그래, 우리 로즈가 천재였다니. 그건 기뻐할 일이구나.”
그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기뻐하고 있었다.
[삣!]삐삐도 가슴을 펴며 으쓱거렸다. 그게 ‘우리 로제테가 많이 대단하지. 이 삐삐의 주인인데!’라고 으스대는 거라는 것을 로제테 외에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로즈.”
아드리안 공작이 표정을 갈무리하며 다시 근엄하게 말했다.
“앞으로 셀린느가 마법을 써도 된다고 할 때까지는 마법을 쓰면 안 된다.”
로제테가 다시 입술을 삐쭉거리자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빠 말 들어야지.”
로제테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됐든 앞으로 제국에 큰 파장을 일으킬 꼬마 마법사 로제테 아드리안은 그렇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 * *
“삐약이가 그렇게 대단한 새야?”
[삣!]어느새 루카스와 친해진 삐삐가 그의 어깨에 앉아 울었다.
로제테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루카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 작고 하찮은 삐약이가?”
[삐잇?]삐삐가 루카스의 머리카락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실제로 백금발이 몇 가닥 뽑혔다.
“아얏! 야, 삐약이, 너!”
[삣, 삐잇!]내 이름은 삐약이가 아니라 삐삐라니까! 누굴 날지도 못하는 병아리에 비교하는 거야!
삐삐의 말을 듣던 로제테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간신히 삐삐를 떼어놓은 루카스가 물었다.
“너 왜 웃어?”
로제테가 간신히 목소리를 짜냈다.
“삐……삐.”
“삐삐?”
고개를 끄덕이는 로제테를 보며 루카스가 잠깐 고민하다가 배신감으로 물든 얼굴로 물었다.
“혹시 얘 이름이 삐약이가 아니라 삐삐야?”
[삐익!]삐삐가 반갑게 지저귀었고, 로제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루카스는 말문을 잃은 듯 입을 뻐끔거렸다.
로제테가 영문을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루카스가 삐삐에게 따져 물었다.
“너 왜 내가 삐약이라고 불렀을 때 대답했어! 나는 내가 이름을 지어 줘서 좋아하는 줄 알았다고!”
[삣? 삐잇!]삐삐가 다시 루카스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