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3화. 내 이름은 삐삐, 로제테의 패밀리어죠(2)(23/214)
23화. 내 이름은 삐삐, 로제테의 패밀리어죠(2)
2023.11.23.
[삐이! 삐이잇!]삐삐의 말을 알아들은 로제테가 이젠 아예 크게 웃었다.
“너 자꾸 웃어?”
“삐삐…… 말했어요.”
삐삐는 자기 이름이 삐삐라는 것을 이미 말했어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그 말을 축약해서 말했는데, 루카스가 기가 막히게 해석했다.
“나한테 이미 삐삐라고 말했다고? 아니, 근데 넌 삐약이, 아니, 삐삐 말을 알아들어?”
로제테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카스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얘가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삑, 삐잇밖에 없는데?”
로제테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했다.
패밀리어와 마법사는 정신이 연결되어 있으니, 감정이나 생각 등을 교류할 수 있었고 당연히 말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이 긴말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글로 써서 설명하고 싶지만, 현재의 ‘로제테’는 글자를 아직 안 배운 상태였다.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삐삐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로제테의 마나가 삐삐에게 흘러 들어갔다.
동시에 삐삐가 입을 열었다. 작은 부리에서 새 소리 대신 세 살 아이가 쓸 법한 혀 짧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패밀리어는 주인님과 감정을 교류해요. 당연히 서로 말도 알아들을 수 있죠!]“으헉!”
루카스가 깜짝 놀라서 뒤로 자빠졌다. 삐삐가 엉덩방아를 찧은 그를 보며 까르르 웃었다.
“너, 너, 너, 너, 어떻게 말을?”
[로제테가 마나를 불어 넣어 주어서 말할 수 있어요! 잠깐이지만요!]“그럼……!”
[그것보다 로제테가 묻고 싶은 것이 있대요!]루카스는 생각보다 말하는 삐삐에게 빨리 적응했다.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으며 되물었다.
“뭔데?”
[조셉 오서는 어떻게 되었나요?]“조셉 오서…….”
루카스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 X끼는 왜 찾아?”
삐삐가 루카스의 어깨에 포르르 날아가 앉으며 지저귀었다.
[나쁜 말, 나쁜 말! 아이들은 나쁜 말 하면 안 돼요!]루카스가 귀를 막으며 투덜거렸다.
“알겠어. 안 쓰면 되잖아. 그래서 조셉 오서는 왜? 걔 때문에 네가 이렇게 됐잖아.”
로제테가 고개를 저었다. 삐삐가 대신 설명했다.
[조셉 오서는 로제테를 도와 공작님을 구했어요!]“하지만 아버지를 배신하려고 했지.”
“그건……!”
로제테가 저도 모르게 소리 내어 반박하려다가 목의 통증을 느끼고 얼굴을 찌푸렸다.
루카스가 그녀에게 따뜻한 물을 건넨 뒤 삐삐의 머리를 톡 두드렸다.
“삐약이에게 대신 말하라고 해.”
[제 이름은 삐삐라니까욧!]“삐약이가 입에 붙은 걸 어떡해.”
“아니, 알겠다니까! 아야, 머리 뜯지 마!”
루카스의 머리카락을 또 세 가닥이나 뽑은 삐삐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가슴을 부풀렸다.
[조셉 오서는 동생이 인질로 잡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거예요. 하지만 결국 배신하지 않고 공작님을 구해 줬어요.]“하지만…….”
[로제테는 그런 조셉 오서에게 꼭 동생을 구해 주겠다고 약속했어요!]“뭐?”
[약속 지키지 않는 어린이 나빠요. 로제테는 착한 어린이예요. 약속 지켜야 해요. 그래야…… 삣!]“어?”
[삐잇, 삣!]그 말을 끝으로 삐삐는 다시 새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패밀리어가 인간의 말을 쓰게 하는 건 생각보다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이었다. 이제 막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여덟 살 로제테가 하기엔 어려웠다.
로제테는 힘겹게 숨을 쉬면서도 문을 가리켰다. 조셉 오서를 보러 가겠다는 뜻이었다. 용케 그걸 알아들은 루카스의 얼굴에 수심이 어렸다.
“조셉 오서는 지금 지하 감옥에 갇혀 있어. 지하 감옥은 네가 갈 만한 곳이 아니야.”
그래도 로제테가 꿋꿋하게 문을 가리키자 루카스가 한숨을 쉬었다.
“들켰다간 우리 둘 다 아버지에게 혼날걸.”
“괜찮……아요.”
“후.”
루카스가 두 손을 들어 로제테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었다.
“좋아. 이 오빠와 함께 가자. 혼이야 나면 되는 거지, 뭐!”
* * *
그렇게 두 아이와 새 한 마리는 몰래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순탄하지는 않았다. 저택에는 많은 고용인이 있었고, 두 아이가 그들의 눈을 완전히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도 중간중간 루카스가 임기응변으로 대답한 덕분에 두 아이는 무사히 지하 감옥 입구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누구냐!”
입구를 지키던 기사가 인기척을 느끼고 물었다. 계단을 폴짝 뛰어내린 루카스가 씨익 웃었다.
“나야.”
“작은 도련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조셉 오서 좀 보러 왔어.”
“조셉 오서…… 말입니까?”
기사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작은 도련님, 조셉은…….”
“알아. 아버지를 배신하려고 한 거. 그래서 보러 온 거야. 자세한 이야기를 물으려고.”
“이미 주군께서 조셉을 심문하셨습니다. 도련님께서 만나실 필요가…….”
“……필요해요.”
천천히 계단을 내려온 로제테가 기사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 기사가 그녀를 보고 이마를 짚었다.
“작은 아가씨까지? 맙소사. 주군께서 아시면…….”
“알아. 아버지께서 아시면 혼나겠지. 그래도 봐야겠어.”
“하지만…….”
“정 꺼림칙하면 아버지에게 보고하든지.”
기사가 끙 앓는 소리를 내다가 같이 보초를 서고 있던 다른 기사에게 눈짓했다. 다른 기사가 쭈뼛거리다가 서둘러 지하 감옥을 빠져나갔다.
“일단 주군께서 오실 때까지 기다리시……. 잠깐만요, 도련님!”
루카스는 기사의 말을 듣지 않은 채 안으로 척척 걸어갔다. 로제테 또한 그런 루카스의 뒤를 따라갔다.
기사는 귀한 몸에 차마 손도 대지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그저 뒤를 따라왔다.
씩씩하게 걸어가던 루카스가 기사를 향해 턱짓했다.
“이왕 따라온 거 안내해.”
“주군께서 아시면 저 죽습니다, 도련님.”
“내가 막무가내로 쳐들어왔다고 해.”
“그거야 사실 아닙니까.”
기사가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앞장서기 시작했다.
이내 세 사람은 조셉 오서가 갇혀 있는 감옥에 다다랐다.
“이곳입니다.”
“경은 조금 물러나 있어.”
“하지만…….”
“사지가 묶여 있잖아. 조셉 녀석도 우릴 어쩌지 못할 거야.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그래도 안 됩니다.”
기사는 이번에는 강경했다.
루카스가 혀를 한 번 찼지만, 무리한 부탁인 것을 알았는지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감옥으로 다가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창살을 발로 툭툭 찼다.
“야, 조셉 오서. 일어나. 지금 잠이 와?”
사지가 결박된 채로 졸고 있던 조셉 오서가 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들었다.
루카스 쪽을 몽롱한 눈으로 바라보던 그가 이내 상대를 알아보고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자, 작은 도련님?”
그러다가 루카스 뒤에 서 있는 로제테까지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작은 아가씨!”
그가 무릎으로 로제테를 향해 기어 왔다. 그러나 팔과 다리를 묶어 놓은 쇠사슬 때문에 가까이 다가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쇠사슬이 팽팽하게 잡아당겨질 정도로 몸을 움직였다.
로제테가 조셉을 보는 건 열흘 만이었다. 고작 열흘 사이에 조셉은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얼굴에 근심이 어려 있는 것을 보아하니 동생, 멜로디의 걱정을 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제 동생, 멜로디를…….”
조셉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가 잔뜩 갈라진 입술을 달싹이며 겨우 말했다.
“멜로디를 살려 주세요.”
지난 열흘 동안 아드리안 공작은 공작저를 이 잡듯이 뒤져서 조셉 말고 다른 첩자를 찾아냈다.
범인은 주방의 잡일을 돕는 하인이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심문에도 하인은 입을 열지 않았다. 저택 사람들을 모두 조사한 덕분에 마차에 약을 뿌린 것이 그 하인이라는 것까지는 밝혀냈다.
하지만 그 배후에 누가 있는지, 또한 조셉의 동생인 멜로디가 어디에 잡혀 있는지는 아직 몰랐다.
아드리안 공작은 조셉에게 마지막에 마음을 바꿔 자신을 도와준 대가로 멜로디를 구해 준다고했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조셉은 희망을 잃어갔다. 도저히 납치범들이 멜로디를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게다가 멜로디가 살아 있을 거라고 장담한 로제테마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일말의 희망조차 없었다. 조셉은 지난 열흘 동안 산 채로 지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오늘, 로제테가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조셉이 로제테를 향해 두 손을 비볐다.
“제가, 제가 이렇게 빌게요. 멜로디를 찾아주세요. 만약 죽었다면 장례라도 치를 수 있게 해 주세요.”
루카스가 그런 그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로제테의 눈치를 보며 호통쳤다.
“야, 그걸 왜 얘한테 말해.”
“멜로디가 살아 있을 거라고 하셨죠? 아가씨께선 뭘 좀 알고 계신 거죠?”
사실 로제테라고 특별히 뭘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전생에 조셉 오서가 계속해서 댈러스 후작가에 잡혀 있는 것을 고려해 봤을 때, 그때까지도 멜로디가 살아 있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만약 동생이 죽었다면 조셉이 그곳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조셉은 검술에 두각을 보이고 있지만, 인질까지 둬 가며 잡아 둘 위인은 아니었다.
그렇다는 것은 뭘까?
‘멜로디에게 무언가 있는 거야.’
그러니 댈러스 후작은 이 일이 틀어진 지금도 멜로디를 죽이지 않았을 거란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이라도 빨리 멜로디를 찾으면…….’
로제테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루카스, 로제테.”
다정한 듯하면서도 엄한 아드리안 공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체 여기엔 왜 와 있는 거지?”
“아버지!”
루카스가 잠깐 놀란 듯 어깨를 움츠렸지만 이내 씨익 웃었다.
“조셉 오서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아드리안 공작의 기세가 살짝 사나워졌다.
“그건 너희들이 할 게 아니라 이 아비가 할 일이란다.”
“하지만……!”
“그러니 너희는 가서 쉬렴. 게다가 아픈 로즈까지 데리고 오다니.”
아드리안 공작이 그를 데리고 온 기사에게 눈짓했다.
기사가 두 아이를 데려가려 했으나, 그 전에 루카스가 기사의 손길을 이리저리 뿌리치며 로제테에게 서둘러 외쳤다.
“야, 막내야! 아까 했던 거 또 해 봐!”
“……?”
“삐약…… 아니, 삐삐가 말하던 거!”
로제테는 루카스의 말을 바로 알아듣고 제 뒤를 쪼르르 쫓아온 삐삐에게 마나를 불어 넣었다.
하지만 이미 조금 전에 마나를 한 번 대량 소비했던 터라, 삐삐는 단편적인 단어밖에 못 뱉었다.
조셉이 눈을 번쩍 떴다.
“제, 제 동생이 위험합니까?”
이번엔 로제테가 소리 내어 말했다.
“나도…… 잘 몰라.”
“그렇지만 방금……!”
“하지만 이대로 두면…….”
그 아이는 댈로스 후작에게 이용당할 거야. 내가 그랬듯이. 감정은 마모되고, 오로지 사람들을 죽이는 도구로써 이용되겠지.
그 아이가 어떤 애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런 거 싫어.
생각을 정리한 로제테가 목도 신경 쓰지 않고 아드리안 공작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조셉 오서의 동생을 구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