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5)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5화. 멜로디 오서(2)(25/214)
25화. 멜로디 오서(2)
2023.11.25.
로제테와 루카스가 동시에 아드리안 공작의 눈치를 보았다.
아직까지 조셉은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 모든 사정을 멜로디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멜로디.”
아드리안 공작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멜로디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런데도 안심할 수 없었는지 멜로디는 두 손을 꽉 쥐고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렸다.
“일단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 아저씨에게 말해 줄 수 있겠니?”
멜로디는 눈치를 보다가도 이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랬다.
줄곧 오빠가 보고 싶었던 멜로디는 오빠를 보러 가자는 웬 남자의 말에 그를 따라갔다.
감금되다시피 낯선 저택에서 지냈지만, 딱히 불편함은 못 느꼈다고 한다. 저택의 사람들이 아이에게 꽤 친절했기 때문이었다.
‘여차하면 멜로디를 댈러스가에 보내려고 했기 때문이겠지.’
멜로디는 매일 몇 번씩 오빠가 보고 싶다며, 언제 오빠를 볼 수 있냐고 졸랐지만 기다리라는 말만 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오늘,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모든 것을 말한 멜로디가 다시 몸을 움츠렸다.
“그래서 오빠는요? 우리 오빠는 어디 있어요?”
“조셉은 잠깐 일이 있어서 외출했단다.”
아드리안 공작은 조셉을 완전히 조사하기 전까지 멜로디를 보여 줄 생각이 없었다. 대신, 멜로디를 달래며 하녀에게 손짓했다.
“일단 방으로 데려가도록.”
“네, 알겠습니다.”
로제테는 조사를 위해 자리를 떠나는 아드리안 공작의 뒤를 쪼르르 따라갔다.
“아빠.”
아드리안 공작이 굳었던 얼굴을 풀며 뒤돌았다.
“무슨 일이니?”
“조셉 오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멜로디는요?”
아드리안 공작이 난감한 듯이 웃었다.
“그건 좀 더 생각해 봐야겠구나. 그리고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란다, 로즈. 말했다시피 이건 이제 어른들의 일이야.”
“하지만 제 일이기도 해요.”
로제테가 그녀답지 않게 또랑또랑하게 말했다. 아드리안 공작은 그게 신기하여 계속 물었다.
“그게 왜 네 일이니?”
“저는 조셉 오서와 약속했어요. 동생을 구해 주겠다고요. 조셉 오서는 그런 제 말을 듣고 절 도와준 거예요.”
아드리안 공작이 다소 난감하게 중얼거렸다.
“그렇지만 로즈, 조셉 오서는 우리 가문을…….”
차마 배신했다는 말을 할 수 없어서 말을 아끼는데, 로제테가 대신 말했다.
“알아요. 배신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신의를 지켰어요.”
“신의라니, 그런 말은 어디에서 배웠니?”
“……기사들이 쓰는 말을 들었어요.”
“꽤 어려운 말을 배웠구나.”
아드리안 공작이 기특하다는 듯 로제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로제테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저는 조셉 오서가 벌을 받지 않았으면 해요.”
“그건 이 아비가 판단할 일이란다.”
“그리고 멜로디와 함께 수업을 듣고 싶어요.”
“수업?”
“네.”
로제테가 열심히 설명했다.
“수업을 잘 들으면 멜로디도 훌륭한 마법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셀린느 언니에게 같이 수업을 들을래요.”
아드리안 공작은 그 말을 바로 거절할 수 없었다. 멜로디가 마법에 소질이 있다는 말도 흥미롭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로제테의 태도 때문이었다.
로제테가 아드리안가의 막내가 된 지도 어느새 두 달이나 지났다.
그동안 아드리안 공작은 로제테에게 필요한 것을 아낌없이 주었다. 로제테는 처음엔 그걸 부담스러워하는 듯하다가도 이내 수줍어하며 선물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그녀가 아드리안 공작에게 무언가 필요하다고 먼저 요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아이가 처음으로 먼저 무언가를 부탁한 것이었다. 아드리안 공작은 이것을 기뻐해야 할지, 난감해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로제테의 말을 가능하면 모두 들어주고 싶기는 한데…….
“그럼 일단 셀린느에게 가 보자꾸나. 멜로디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파악해야 하니까.”
“네.”
“셀린느가 재능이 없다고 하면 가르치고 싶어도 가르칠 수가 없어. 그건 알아 둬야 한다.”
“네.”
그러나 로제테는 아무 걱정 없었다. 셀린느가 멜로디의 재능을 못 알아볼 리가 없으니까. 오히려 그녀의 성격상 멜로디를 가르치고 싶다고 난리를 칠지도 모른다.
“그럼 가요.”
“그래.”
로제테는 저 멀리 하녀의 옆에서 우물쭈물하는 멜로디에게 손을 내밀었다.
“너도 가자.”
멜로디가 눈치를 보다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으웅.”
로제테는 차가운 아이의 손을 잡고 당당하게 셀린느의 연구실로 향했다.
* * *
“로즈 아가씨!”
연구실에 들어가자마자 셀린느가 달려와 로제테를 번쩍 안아 올렸다. 로제테가 당황해서 다리를 버둥거렸다.
“무, 무거워요!”
“무겁기는요. 이렇게나 가벼운걸요. 꼭 깃털 같아요. 아직도 좀 더 포동포동해지셔야겠어요. 밥은 잘 드시고 계신 거죠?”
“당연하죠!”
로제테가 당당하게 말했다. 하루 세끼, 그 누구보다도 잘 먹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루카스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만족스럽게 웃은 셀린느가 로제테를 내려주었다.
그녀가 무릎을 살짝 굽히고 로제테의 뒤에 숨은 멜로디를 관찰했다.
“좋아요. 그런데 이 예쁜 꼬마 아가씨는 또 누구일까요?”
로제테의 옷을 필사적으로 잡고 있던 멜로디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멜로디 오서예요.”
“오서?”
셀린느의 고운 얼굴에 주름이 졌다. 아드리안가의 전속 마법사로서, 그녀는 요 열흘 동안 저택을 뒤집어 놓은 사건에 대해 그 누구보다 빠삭하게 알았다.
분명 이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된 소년의 이름이 조셉 오서라고 했다.
‘그럼 이 아이가 문제의 그 동생인 모양이군.’
결론 지은 셀린느가 아이들의 뒤에 선 공작의 눈치를 살폈다. 아드리안 공작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그에 안심한 셀린느가 물었다.
“조셉 오서의 동생이군요.”
멜로디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 오빠를 알아요?”
“그럼요.”
셀린느의 두 눈이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번뜩였다.
“그나저나 이 깜찍한 꼬마 아가씨를 저에게 데려온 이유가 있으신 거죠?”
아직 마나를 완전히 갈무리하지 못한 로제테와 마찬가지로 멜로디 또한 마나를 폴폴 흘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천재인 로제테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이대로 잘 키운다면 꽤 실력 있는 마법사가 될 싹이었다.
“그래. 이 아이가 마법에 재능이 있는지 좀 봐 주지.”
“볼 것도 없어요. 재능이 뛰어나요.”
“그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번 제대로 확인은 해 볼까요. 멜로디라고 했지? 이 언니가 손을 잡아도 될까?”
셀린느가 허리를 숙이며 손을 내밀었다. 멜로디가 겁에 질린 얼굴로 로제테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아. 좋은 언니야.”
로제테가 확언을 해 준 뒤에야 멜로디가 셀린느의 손을 잡았다.
이내 셀린느의 손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오더니, 멜로디의 손으로 빛이 넘어갔다. 멜로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셀린느가 빙긋 웃으며 다시 집중했다.
곧 빛이 멜로디의 몸 전체에서 빛나더니 이내 사그라들었다. 셀린느가 신이 나서 외쳤다.
“역시 뛰어나요!”
“뛰어나다는 게 어느 정도인 거지?”
셀린느가 흥분해서 외쳤다.
“가능하다면 제가 키우고 싶을 정도요!”
뒤늦게 상대가 조셉 오서의 동생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녀가 정정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요.”
아드리안 공작은 속 모를 얼굴로 로제테와 멜로디를 번갈아 보았다.
멜로디는 로제테의 등 뒤에 고개를 감췄고, 로제테는 간절한 얼굴로 공작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침묵 끝에 공작이 결론 지었다.
“일단 사건을 완전히 해결하고 생각해 보지. 만약 이 아이를 아드리안가에서 후원한다면 가르칠 의향이 있나?”
셀린느가 놀라 되물었다.
“후원을 한다고요? 하지만 이 아이는…….”
“그래. 원래 이 일이 있기 전에는 이 아이를 후원해서 아카데미에 보내려고 했으니까.”
“그렇게만 된다면야 저는 환영입니다. 재능 있는 후학을 양성하는 건 마법사들의 꿈이거든요. 작은 아가씨와 나이도 비슷한 듯하니 같이 수업을 들어도 좋겠고요. 함께 하는 친구가 있으면 수업 능률이 올라가는 법이거든요.”
“그래. 그럼 추후 다시 연락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로즈, 일단 방에 가서 쉬거라. 멜로디라고 했던가. 너도 일단 방으로 안내할 테니 쉬고 있거라.”
“오빠는요?”
“조셉이 돌아오면 만나게 해 주겠다.”
“네에.”
아드리안 공작은 두 꼬맹이가 연구실을 나가는 것을 보고 다시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 * *
“어떻게 됐습니까, 공작님?”
줄곧 마음을 졸이고 있던 조셉이 어둠 속에서 걸어오는 아드리안 공작을 발견하고는 창살에 매달렸다.
“제 동생은, 멜로디는 괜찮습니까?”
“그래. 멜로디는 무사하다.”
그 말을 듣자마자 조셉이 겨우 참고 있었던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 같은 울음이었다.
“감사……. 감사합니다, 공작님.”
“감사는 나 말고 추후 로제테에게 하도록 하거라. 그 아이가 아니었다면 일이 이렇게 잘 해결되지 않았을 테니까.”
“작은 아가씨에게도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네 처분을 결정해야겠지.”
공작의 목소리가 서늘했다. 조셉은 뺨을 잔뜩 적신 눈물을 닦으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처분을 받더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죽으라면 죽겠습니다.”
“…….”
“다만 멜로디 그 아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그 아이만 무사히 돌려보내 주신다면 저는 정말 어떻게 되든 상관없습니다. 멜로디는, 으흑, 우리 멜로디는 안 됩니다. 이기적이게 들리겠지만, 공작님, 멜로디는 제발 벌하지 말아 주십시오.”
아드리안 공작이 표정 없는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조셉 오서. 너는 분명 아드리안가를 배신하려고 했다. 동생이 볼모로 잡혀 있었다고는 하나, 네가 날 배신하려고 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어.”
“…….”
“하지만 네가 동생과 네 죽음을 각오하고 날 살린 것도 사실이지. 나는 어떤 점을 더 고려해야 할지 내내 고민했다.”
아드리안 공작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에게 눈짓했다. 기사가 감옥 문을 열고 들어가 조셉의 팔목과 발목에 채워진 수갑을 풀어 주었다.
아드리안 공작이 어리둥절해하는 조셉을 일으켜 세웠다.
“아드리안은 은혜를 잊지 않는다. 나는 네가 결국 아드리안을 택한 것을 높이 사기로 했다.”
“……!”
“다만 당분간 네게 감시를 붙일 거야. 멜로디 또한 아드리안가에서 데리고 있겠다. 후원이 될지, 볼모가 될지는 네가 하는 일에 달렸어.”
“그럼…….”
“그래. 이제 멜로디를 만나러 가도 좋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조셉은 기사의 부축을 받고 지하 감옥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