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29)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28화. 조슈아 에른하르트의 사정(2)(29/214)
28화. 조슈아 에른하르트의 사정(2)
2023.11.28.
동생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지, 다니엘이 이번엔 풋, 소리 내어 웃었다.
“네. 정확히는 로즈는 애칭이고, 정식 이름은 로제테예요.”
“로제……테? 스승님이 지어 준 건가?”
“아뇨. 원래 이름이 로제테예요. 누가 지어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머리가 장미처럼 분홍색이라 그렇게 지어 준 것 같아요.”
“분홍색? 혹시 눈은 파란색인가?”
“어떻게 하셨습니까? 파란색 맞습니다.”
“…….”
“왜 그러세요, 황자님?”
“아니야.”
조슈아는 표정 관리를 하며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혹시 이번에 스승님을 구한 게 셀린느가 아니라 그 막내 공녀인가?”
“…….”
다니엘은 역시나 거짓말에 서툴렀다. 그가 조슈아의 시선을 미묘하게 피하며 미소 지었다.
조슈아는 그 태도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얻었다.
* * *
조슈아는 사파이어 궁을 떠나가는 다니엘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꺼번에 쏟아진 정보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과거가 또 바뀌었어. 왜지?’
그가 기억하는 과거에서 의문의 마차 사고를 당한 것은 아드리안 공작이 아니라 분명 다니엘 아드리안이었다.
그 사고로 검술 유망주였던 다니엘이 평생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으니, 분명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조슈아가 다니엘에게 의심을 무릅쓰고 경고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사고를 당한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아드리안 공작이었다.
게다가.
‘시기도 미묘하게 바뀌었어.’
과거에 다니엘이 사고를 당한 건 사교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였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봄이 채 오기 전에 일어났다.
혹시 아직 다니엘을 노리는 세력이 남아 있나 싶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마차 사고가 두 번이나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조슈아는 모종의 이유로 목표가 아드리안 공작으로 바뀌었다고 결론 지었다.
그리고 달라진 점은 또 있었다.
‘이번에는 범인을 잡았다고 했지. 샤네 자작이랬나.’
과거엔 아드리안 공작이 분노하여 제국을 샅샅이 뒤져도 범인을 찾지 못했는데, 이번엔 생각보다 쉽게 그 배후를 찾았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조슈아는 작게 신음 소리를 냈다.
사실 아드리안 공작가에 이변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과거는 한 번 바뀌었다.
‘로제테 아드리안.’
갑작스럽게 아드리안 가문에 입양된 여자아이.
조슈아는 책상에 앉아 그 이름을 곱씹었다.
그는 이미 분홍색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로제테라는 소녀를 알고 있었다. 다만, 그가 알고 있는 소녀의 풀네임은 ‘로제테 댈러스’였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엔 댈러스가의 양녀였던 소녀.
‘그러고 보니 댈러스 공작이 그 아이를 입양한 것도 이때쯤이었어.’
로제테는 흔한 이름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드문 이름도 같고, 외형도 같은 사람이 둘이나 존재할 수 있을까? 게다가 입양된 시기 또한 비슷했다. 마법에 능력이 있다는 것도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알고 있는 소녀와 아드리안가의 막내 공녀가 같은 사람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정말 아드리안의 둘째 공녀가 내가 아는 로제테 댈러스라면.’
대체 그 소녀가 왜 댈러스 후작가가 아니라 아드리안 공작가에 있는 거지?
혼란스러웠다.
왜 하필 아드리안 공작가를 파멸로 이끈 당사자가 그곳에 있는 건가.
의외인 것은 로제테 쪽이 아니라 아드리안 공작이 입양을 결정했다는 점이었다. 만약 로제테가 먼저 접근했다면 흑심이 있다고 의심할 텐데 정황상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대체 이건 아쉘라 여신의 안배인가, 악신의 저주인가.
‘어느 쪽이든, 만약 로제테 댈러스가 맞다면 아드리안가에서 내쫓아야 해.’
조슈아는 손톱이 손바닥을 꾹 누를 정도로 주먹을 꽉 쥐며 아직도 생생한 과거를 회상했다.
* * *
그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화로운 밤이었다. 서류 처리를 하다가 밤늦게 잠이 들려는데, 보좌관이 다급하게 들이닥쳤다.
“황자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지?”
“아드리안 공작저가 습격당했다고 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조슈아는 심드렁했다.
“그게 이 늦은 밤에 다급하게 보고할 일인가?”
아드리안 공작저에 암살자가 잠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중 대부분이 경비에게 잡혔다.
어쩌다 저택 안쪽까지 침입하는 데 성공해도 아드리안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아드리안의 네 사람 모두 검술로는 제국에서 손꼽히는 자들이었으니까.
그러니 이번에도 별다른 일 없이 넘어갔겠지. 조슈아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침대로 향할 때였다.
“아드리안 공작님과 다니엘 공자님께서 살해당하셨습니다.”
“……뭐라고?”
“공작님과 첫째 공자님께서……. 큭!”
보좌관은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조슈아에게서 풍기는 살기에 목이 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조슈아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그에게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방금 뭐라고 했냐고 물었다.”
“두 분께서 돌아가셨…….”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아무리 너라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진짜……입니다.”
말도 안 된다. 스승님과 다니엘이 당하다니. 이건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확인이 필요했다.
조슈아는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공작저로 향했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도착한 아드리안 공작저는 소란스러웠다. 이미 황실 기사단에서 기사들이 나와 저택을 에워싸고 있었다.
“거기 누구……. 황자 전하?”
“비켜.”
“아직 조사 중입니다. 황자 전하라도 들어가실 수 없는…….”
“비키란 말 듣지 못했나?”
조슈아는 제 앞을 가로막은 기사의 창끝을 손가락으로 밀었다. 살짝 밀어낸 것이었는데도 기사가 뒤로 나자빠졌다.
조슈아는 엉덩방아를 찧은 기사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안으로 걸어갔다.
저택 안쪽은 더욱 엉망이었다. 바닥에는 보초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고, 붉은 피가 이곳저곳 튀어 있었다.
조슈아는 참혹한 광경을 지나쳐 단숨에 아드리안 공작의 집무실로 향했다.
“스승님!”
그러나 그를 반기는 것은 루카스의 찢어지는 듯한 울음소리였다.
“아버지! 눈 좀 뜨세요, 아버지!”
바닥에 두 무릎을 꿇고 앉은 루카스의 품에는 아드리안 공작이 안겨 있었다. 그는 곤히 자고 있는 사람처럼 눈을 감고 있었는데, 왼쪽 가슴께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조슈아는 멍하니 문 앞에 서 있다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루카스가 그를 돌아보았다. 그의 두 뺨은 이미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황자 전하.”
“…….”
“아버지께서……, 으흑.”
루카스가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었다. 조슈아는 뒤늦게 그에게 다가갔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며 깔끔하게 꿰뚫린 공작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심장이 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유 마법을 썼다. 상처가 가장자리부터 아물기 시작하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미 멈춰 버린 심장은 다시 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슈아는 언젠가 배웠던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명치를 세게 누르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늘 그를 볼 때면 자상하게 웃어 주던 공작은 더 이상 미소 짓지 않았다.
“그만 하십시오, 전하. 이미 아버지께서는…….”
보다 못한 루카스가 말렸을 때야 그는 심폐소생술을 멈췄다. 붉게 물든 두 손을 멍하니 내려다보는데, 뒤늦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스승님, 어째서…….”
조슈아는 세 살 때 아드리안 공작을 처음 만났다.
당시만 해도 살아 있던 아드리안 공작 부인은 조슈아의 어머니인 오필리아가 제국으로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였다.
아드리안 공작은 조슈아를 가르치는 것을 꺼렸으나, 아내의 부탁에 수업을 시작했다.
때로는 엄하고, 때로는 자상한 스승님이었다. 조슈아는 냉정하고 애정을 보이지 않는 황제보다 아드리안 공작을 더 따랐다. 때로는 그를 아버지처럼 느끼고는 했었다.
아드리안 공작은 그가 알고 있는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그래서였는지, 조슈아는 그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죽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한참을 운 조슈아는 겨우 감정을 추스른 후 몸을 일으켰다. 그가 이번에 향한 곳은 다니엘의 방이었다.
쓰러져 있는 다니엘의 곁에는 이자벨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루카스와 다르게 울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다니엘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조슈아가 가까이 다가가는데도 돌아보지 않았다.
조슈아는 다니엘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는 두 눈을 채 감지 못하고 죽어 있었다.
이미 아드리안 공작을 만나고 와서 그런 걸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조심히 다니엘의 눈을 감겨 준 조슈아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 짓이지?”
이자벨이 여전히 멍한 얼굴로 답했다.
“아직은 모릅니다.”
“암살자는? 도주했나?”
“아뇨. 잡혔어요.”
“잡혔다고? 어떻게 잡았지?”
상대는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을 죽인 자였다. 그런데 순순히 잡혔다니. 믿을 수 없었다.
“저와 기사들이 이곳에 왔을 때, 암살자가 오라버니의 시신 앞에 가만히 서 있더군요.”
“어째서지?”
“그건 모릅니다.”
이자벨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녀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이어 말했다.
“어린 여자아이예요.”
“뭐?”
“어째서 이런 일에 말려들었는지 모르는 아이입니다. 진짜로 그 아이가 한 일인지도 모르겠어요. 꼭 진실을 밝혀 주세요.”
“꼭 그 아이를 걱정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군.”
이자벨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아버지셨다면 분명 그랬을 테니까요.”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아드리안 공작은 아이에게 약했으니까.
그러다 조슈아는 문득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의 차이점을 눈치챘다.
‘스승님은 싸운 흔적이 없었지. 다니엘은 다른 상처가 있는데.’
공작에게 남은 상처는 왼쪽 가슴에 난 구멍 하나뿐이었다. 상대가 아무리 유능한 암살자라고 해도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렇다는 것은 아드리안 공작이 애초에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단순히 상대가 아이라고 방심하실 분은 아니니, 차마 공격하지 못하신 모양이군.’
그렇다면 더욱 괘씸했다. 아드리안 공작의 성정을 이용했다는 것이니까.
조슈아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조슈아 에른하르트의 이름을 걸고 배후를 반드시 밝혀내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전하.”
조슈아는 마지막으로 다니엘을 한 번 쳐다본 뒤 저택을 나섰다.
내장이 모두 타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슬퍼할 새도 없었다.
13년 전, 어머니인 오필리아 에른하르트가 죽었을 때 그는 겨우 열두 살이었다. 죽음의 배후를 밝혀내고 싶었지만 직접 나서기엔 너무 어렸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는 이제 성인이었고,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반드시 찾아내고 말 것이다.
이번에는 후회 따위 남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