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3)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3화. 아드리안 공작(1)(3/214)
3화. 아드리안 공작(1)
2023.11.03.
자신이 죽인 사람과 마주하는 사람이 자신 말고 또 있을까.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다. 댈러스 후작 몰래 읽던 책에도 그런 것은 나와 있지 않았다.
잠시 입술을 달싹이던 로제테는 본능적으로 중얼거렸다.
“……해요.”
“응?”
“죄송해요.”
아드리안 공작이 의아함을 내비쳤다.
“무엇이?”
“그냥, 다.”
로제테는 잠시 멈췄던 울음을 다시 쏟았다.
“그냥 다 죄송해요.”
눈앞의 남자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그러나 로제테가 그를 한 번 죽였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울지 말거라, 아이야.
-절대로 그자에게 돌아가지 말아라.
게다가 아드리안 공작은 로제테의 손에 죽는 순간까지도 댈러스 후작에게 이용당하는 그녀를 걱정했다.
로제테는 그런 자상한 사람을 죽였다.
조슈아의 눈물이 마지막 계기가 됐긴 했지만, 로제테는 아드리안 공작을 죽인 뒤로 계속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아드리안 공작은 제 앞에 엎드려서 우는 로제테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그는 로제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로제테 나이 대의 평민 아이는 귀족을 보기만 해도 겁을 지레 집어삼키고는 사과를 하고는 했다.
다만 로제테는 그들과 다른 것 같기는 했다. 분명 예닐곱밖에 안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인데, 인생의 무게를 모두 진 성인처럼 서러워 보였다.
아드리안 공작은 그녀에게 이유 모를 연민을 느끼며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만 울거라. 그러다가 탈진, 아니, 쓰러지겠구나.”
로제테는 안 일어나려고 버티며 고개를 저었다.
“바람이 차구나.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꾸나. 집이 어디니?”
그때 정신을 차린 제인이 그를 보고 기겁했다.
“헉, 귀, 귀족 나으리!”
제인은 울고 있는 로제테의 모습에서 지레 상황을 짐작하고는 그녀 옆에 엎드렸다.
“제, 제 동생이 무,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제, 제발 한 번만 봐 주세요. 차, 차라리 저, 저를 벌해 주세요.”
아드리안 공작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다가 뒤에 서 있던 보좌관에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참 우애 깊은 자매 아닌가. 보기 좋구나.”
“주인님, 듣자 하니 인근 고아원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인 것 같습니다.”
“고아원이라면?”
“네. 주인님께서 가시려던 그 신전 소속 고아원입니다.”
“잘됐구나.”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를 번쩍 들어 일으켰다. 로제테가 또래보다 작다고 해도 일곱 살인데, 그는 깃털 드는 것만큼이나 편해 보였다.
지켜보던 보좌관이 로제테 옆에 있던 제인을 일으켜 세웠다.
“자, 그만 울고 돌아가자꾸나.”
로제테는 얼른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그녀는 제인과 아드리안 공작과 함께 마차를 타고 고아원으로 돌아왔다.
아드리안 공작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꿈에도 모른 채, 그저 벌벌 떨면서.
“세상에, 꼴이 대체 뭐니?”
고아원의 왕언니가 제인의 꼴을 보고는 놀라서 외쳤다. 제인의 몸에는 이제 피가 굳어 피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제야 제인이 소리 높여 “어?”라고 의문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이상하다?”
그녀가 제 몸을 이곳저곳 더듬었다.
“나 분명 돌 맞았는데 안 아파!”
“돌? 무슨 돌?”
“아니, 사람들이 나 보고 과자를 훔쳤다고, 도둑이라고 돌을 던졌는데…….”
“뭐어? 이 사람들이 정말!”
왕언니가 세모눈을 했다. 그녀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당장이라도 마을로 달려갈 태세를 취했다. 제인이 재빨리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언니, 나 괜찮아! 안 아파!”
“피를 그렇게 흘렸는데 안 아플 리가 있어? 당장 의원을 부르러 가야지!”
“진짜라니까!”
제인이 앞머리를 들어 올리며 깨끗한 이마를 보여 주었다. 왕언니의 눈이 커지자 이번엔 팔과 무릎을 보여 주었다.
“어떻게…….”
“모르겠어! 잠깐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이랬어! 언니! 여신님이 날 지켜 주신 걸까?”
순진하게 중얼거리는 제인과는 달리 왕언니는 이미 세상의 많은 것을 보아 와서 순수함을 잃었다. 그녀는 이 일이 여신님의 가호 같다는 소리는 믿지 않았다.
“아드리안 공작님이 왔다고 했지.”
아드리안 공작. 아마도 그가 마법사를 데리고 온 것 같았다. 제인과 로제테를 데리고 왔으니, 아마도 그가 제인을 안쓰럽게 여기고 치료해 준 모양이었다.
“제인, 너 나중에 아드리안 공작님을 만나면 감사하다고 인사해.”
“엉? 왜?”
공작의 이름이 나오자 제인이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역시 귀족은 아이들에게 두려운 대상이었다.
“공작님이 널 치료해 준 것 같으니까.”
“공작님이? 날 왜?”
“착하신 분이니까 널 그냥 보고 넘어갈 수는 없었겠지.”
“귀족들은 다 나쁘잖아!”
“쉿, 그런 소리 하면 안 된다고 내가…….”
“저도 그 말에 일부분 동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은 귀족도 있답니다. 예를 들면 아드리안 공작님 말이지요.”
갑작스럽게 끼어든 목소리에 세 사람은 동시에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공작만큼이나 비싸 보이는 옷을 입은 갈색 머리의 남자가 서 있었다. 서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젊은 남자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세 사람에게 다가왔다.
그가 고개를 까딱여 보이고는 제인에게 무언가 건넸다. 아까 광장에서 그녀가 소중하게 안고 있던 종이봉투였다.
“아! 로즈에게 줄 과자!”
종이봉투를 빼앗다시피 가져온 제인이 안을 살펴보고는 눈썹을 시무룩하게 늘어뜨렸다.
“어떡해. 다 부서졌어. 우리 로즈 주려고 사 온 건데.”
“언니, 난 괜찮…….”
“그럴 줄 알고 제가 준비했습니다.”
갈색 머리의 남자가 등 뒤에 숨겨 두었던 종이봉투를 건넸다. 제인이 갖고 있던 것보다 세 배는 큰 봉투였다.
제인이 왕언니의 만류에도 잽싸게 그 봉투를 낚아챘다. 그 안에는 다양한 쿠키와 사탕, 초콜릿 등이 들어 있었다. 봉투를 여는 것만으로도 단 냄새가 폴폴 올라왔다.
“우리 로즈 주면 되겠다.”
행복해하는 제인에게 남자가 미안한 듯 중얼거렸다.
“죄송하지만 꼬마 아가씨는 제가 잠시 데려가도 될까요?”
날? 아드리안 공작 보좌관이 나를 왜? 로제테는 가기 싫다는 얼굴로 제인과 왕언니를 올려다보았지만 귀족의 말을 그들이 거스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싫다고 해도 남자는 그들의 말을 들어 주었겠지만 두 아이에게 아직 귀족은 무서운 존재였다. 두 아이는 로제테의 눈치를 보다가 그녀의 등을 조심스럽게 떠밀었다.
결국 로제테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싫…… 어요.”
“무서운 거 아닙니다. 저와 함께 가시면 맛있는 간식을 드실 수 있으세요.”
“간식은 여기서 언니들이랑 먹을래요.”
남자가 난감함을 숨기고 웃었다.
“그렇다면 내일 다시…….”
그때 저 멀리서 주드가 뛰어왔다.
“로즈! 원장 신관님께서 찾으셔!”
“그래? 지금 당장 갈게!”
로제테는 지금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후다닥 달려갔다. 원장실에 누가 있는지 알았다면 아마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 * *
고아원의 원장은 맞은편에 앉은 아드리안 공작을 보며 식은땀을 닦았다.
아드리안 공작은 지금껏 단순히 고아원에 후원만 해와, 이렇게 그와 독대를 나눈 적은 없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독대를 청하니, 원장은 그저 당황스럽기만 했다.
‘아까 아이들과 같이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혹시 애들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아드리안 공작은 아이들에게 너그러운 편이었다. 그런 그가 아이들의 잘못을 문제 삼는다면 분명 아이들이 심각한 잘못을 저지른 게 분명했다.
원장은 복잡한 머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공작님?”
“이곳에 로제테란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있지요? 분홍색 머리에 푸른 눈을 지닌 아이였는데.”
“네, 있습니다. 그런데 로즈를 왜 찾는지 연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혹시 로즈가 실례를 저질렀습니까?”
로즈는 얌전해서 그럴 일이 없는데. 의아해하는 그를 향해 공작이 청천벽력 같은 선언을 했다.
“로제테를 우리 아드리안 가문에서 입양하고 싶습니다.”
“…….”
너무나 갑작스러운 제안에 원장 신관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이미 공작가에는 공자가 둘, 공녀가 하나 있었다. 세 사람 모두 아드리안 가문의 사람답게 검술에 능통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능력 있는 자식이 셋이나 있는데 왜 굳이 로제테를 입양하려고 하는 걸까.
공작의 소문은 깨끗한 편이었다. 공작이라는 지위에, 본인 스스로도 제국에서 손꼽히는 기사였지만, 그것을 티 내지 않고 늘 겸손하려고 노력했다. 여자 문제도 하나 없이 가정에 충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소문 이면에 다른 면이 있을 수도 있는 법이다. 상상하기도 끔찍하지만, 원장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 가족을 찾아가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큰 축복이었지만, 그렇다고 아끼는 아이를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학대, 아동 성애, 제물 등등. 원장의 머릿속에서 온갖 부정적인 결말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그런 그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아드리안 공작이 사람 좋게 웃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지 대충 짐작이 가지만 그런 것은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그러고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로제테가 마법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로즈가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아뇨, 제가 똑똑히 보았습니다. 돌에 맞고 쓰러져 있는 언니를 말끔히 치료하는 로제테의 모습을 말입니다.”
“돌을 맞고 쓰러져요? 누가요?”
“제인이라는 아이였던 것 같은데.”
“세상에! 제인!”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 나가려는 원장 신관을 아드리안 공작이 말렸다.
“다친 곳 없이 멀쩡하다는 것을 제가 확인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물론 아이에게 돌을 던졌던 사람들에게도 그에 알맞은 조치를 해 두었습니다.”
“돌이라니, 그 어린아이가 대체 왜…….”
“도둑으로 몰린 모양입니다. 그 얘기는 나중에 아이들과 다시 나누시고 지금은 로제테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데.”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정말 로즈가 제인을 치료한 게 맞습니까?”
“제 능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시라면, 그렇습니다.”
원장이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공작님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이 제국에 대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럼 혹시 로즈를…….”
설마 하며 물어보는 원장을 향해 아드리안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그 아이를 입양해서 그 능력을 키워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