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31)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30화. 조슈아 에른하르트의 사정(4)(31/214)
30화. 조슈아 에른하르트의 사정(4)
2023.11.30.
-절 구해요?
-그래. 이건 소유자를 위협으로부터 지켜 주는 마법석이야. 그러니 늘 몸에 지니고 있으렴.
한때 이걸 보며 ‘나 대신 어머니가 이걸 갖고 계셨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독살당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잊을 만하면 펜던트를 들여다보며 후회했기 때문에 보석의 생김새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늘 영롱하게 빛나던 보석이 모든 빛을 잃고 까맣게 변해 있었다.
‘이게 어째서……?’
혹시 자는 사이에 릴리스 공작이 보낸 암살자가 온 것인가?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어려져 있지? 누가 내게 특이한 약을 먹인 건가?
고민하던 조슈아는 방을 열심히 탐색한 결과, 자신이 단순히 어려진 게 아니라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열두 살의 겨울로.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스승님과 다니엘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마자 조슈아는 문을 벌컥 열고 지나가던 시종에게 물었다.
“스승님, 아니, 아드리안 공작은 어떻게 됐지?”
뜬금없는 질문에 시종은 조금 당황해했지만, 이내 표정을 갈무리하고 답했다.
“아드리안 공작님의 거취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조금 전 폐하를 알현하러 가셨……. 전하?”
조슈아는 시종을 지나쳐 황제의 알현실로 향했다.
“전하, 이러시면 안 되십니다!”
“잠깐 비켜 보거라!”
문 앞을 가로막는 시종을 간신히 뿌리치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황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드리안 공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드 마스터인 아드리안 공작은 아주 천천히 노화했다. 그래서인지 공작은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외모 차이는 별로 나지 않았다.
하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달랐다. 중년의 노련함보다는 덜 다듬어진 서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스승님도 돌아오셨어.’
조슈아는 아드리안 공작에게 안겨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동시에 다짐했다. 어떻게 시간을 거슬러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지키겠다고.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였다.
* * *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과거 회상을 마친 조슈아는 비밀 보석함에 넣어 둔 목걸이를 꺼냈다. 여전히 펜던트는 새까맸다.
‘펜던트에 관해서 어마마마께 자세히 여쭤보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난리가 날 게 분명했다. 어쩌면 심약한 오필리아가 쓰러질지도 모른다. 더 심각할 경우엔 황제가 무슨 일이냐며 조사를 할 수도 있었다.
그랬다가는 모든 일이 꼬이고 만다.
‘다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유추할 수 있지.’
조슈아는 누군가가 시간을 돌린 것이라고 대충 추측했다.
그 과정에서 마법석이 그것을 해로운 마법이라고 간주해서 조슈아를 보호한 것 같았다. 그래서 그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과거를 기억하게 된 것이고.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지만, 현재로서는 그게 가장 그럴싸한 이론이었다.
‘문제는 누가 시간을 돌렸냐는 건데.’
사실 그동안은 ‘누가’ 그런 짓을 벌였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과거로 돌아왔다는 게 중요했다. 그동안 조슈아는 앞으로 어떻게 미래를 바꿀지 고민했다.
그저 아드리안 공작가의 소속 마법사이자 불의 마녀라고 불리는 셀린느 오웬이 한 일 아닌가, 하고 어렴풋이 짐작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만약 로제테 댈러스가 시간을 되돌린 거라면…….’
그녀는 무슨 꿍꿍이로 시간을 돌렸으며, 왜 아드리안 가문에 있는 것인가.
대체 그 의도는 뭐지?
‘아무래도 만나 봐야겠어.’
일단 로제테 아드리안이 로제테 댈러스가 맞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그 후에 그녀의 처후를 결정해도 될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지금 당장 아드리안 저택을 방문할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차분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조슈아가 들어오라고 하자 시종 하나가 안으로 들어와 허리를 숙였다.
“무슨 일이지?”
“황후 전하께서 황자 전하를 찾으십니다.”
“어마마마가? 알겠다.”
조슈아는 들고 있던 펜던트를 다시 집어넣은 뒤 황후궁으로 향했다.
* * *
사파이어궁을 나와 황후궁으로 가는 동안 조슈아는 어머니이자 황후인 오필리아 에른하르트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는 희미해진 기억 속에서 그의 어머니는 늘 아름답고 단아한 여인이었다.
황후라는 지위 탓에 조슈아를 싸고돌지는 않았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큼은 그 어떤 어머니 못지않았던 사람.
오필리아 에른하르트는 본디 마법으로 유명한 이벨린 왕국의 왕녀였다. 그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이곳, 에른하르트 제국으로 왔다.
안타깝게도 조슈아는 한 번도 오필리아의 가족을 만난 적이 없었다. 이벨린 왕국에 발을 디딘 적도 없었다. 황제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벨린 왕국 사람들이 제국에 오는 것도 허락받지 못했다.
오필리아는 낯선 땅에서 홀로 고립되었다. 그녀가 기거하는 황후궁은 황제궁 다음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지만, 잘 꾸며진 새장이나 다름없었다.
어린 조슈아의 눈에도 어머니가 하루하루 말라 가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내가 조금 더 크면 어머니를 지켜 줘야지. 그 생각으로 열심히 검과 마법을 배웠다.
그러나 그날이 채 오기도 전에 오필리아가 불현듯 사망했다. 그의 나이 열두 살 때였다.
13년 전 그는 오필리아의 장례식장에서 울음을 꾹 참았다. 멋모르는 사람들은 그에게 슬픔도 모르는 냉혈한이라고 떠들었지만 진실은 달랐다.
슬펐다. 어머니의 관 앞에 엎드려서 자신을 혼자 두고 떠나가지 말라고 애원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어머니가 이 땅에 미련이 남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태연한 척했다.
자신은 당신이 없어도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고 떠나라는, 열두 살 아이의 배려였다.
또한 사람들에게 얕보이고 싶지도 않았고.
그런데 그게 무슨 소용이었을까. 그냥 어머니에게 감정 표현을 더 하고, 어리광도 부리고 그럴 것을.
그래도 13년이 지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은 사라진 줄 알았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온 그날 아드리안 공작을 만나고 돌아가던 길, 불현듯 황후궁으로 발길을 옮겼던 조슈아는 오필리아를 보고 다시 한번 아이처럼 오열했다.
-왜 그러니, 조슈아. 무슨 일이 있었니?
오랜만에 듣는 이름. 오필리아가 죽은 뒤 처음 듣는 이름이니 꼬박 13년 만이었다.
조슈아는,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나 감미롭고 아름다운 발음을 가졌다는 것을 그때 새삼 느꼈다.
-별일은 아니고 악몽을 좀 꾸었습니다.
-저런. 많이 놀랐겠구나.
황제는 비웃었던 말에도 오필리아는 전혀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따뜻하고 보드라운 품에 꽉 안아 주었다.
그때 조슈아는 깨달았다. 자신의 생각보다 어머니를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했었다는 것을.
‘이번엔 지키겠어.’
이번에는 조금 더 제 감정에 솔직해질 것이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도록 힘을 키울 것이다.
감정을 드러내도 사람들이 얕보지 않을 수 있도록.
그렇게 다짐하며 조슈아는 황후궁으로 들어갔다.
황후 오필리아 에른하르트는 황후궁에 딸린 장미 정원에 있었다. 아직 초봄이라 장미는 거의 피어 있지 않았지만, 다른 꽃들이 피어 있어서 정원은 삭막하지 않았다.
조슈아는 시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꽃을 구경하고 있는 오필리아에게 다가갔다.
“어마마마. 부르셨습니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오필리아가 그를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무슨 일이 있기는. 그냥 얼굴 좀 보자고 불렀단다. 요즘 통 보지 못했잖니. 아, 혹시 내가 바쁜데 방해한 거니? 오늘은 수업을 다 취소했다고 해서 불렀더니.”
그녀의 얼굴에 수심이 어렸다. 조슈아가 재빨리 부정했다.
“아닙니다. 다니엘이 다녀간 뒤 쉬고 있었습니다.”
“그럼 다행이구나.”
오필리아가 조슈아의 손을 잡고 다과가 차려진 테이블로 향했다. 의자에 앉은 뒤에도 여전히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흰 손을 보며 조슈아는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슈아는 아직 오필리아가 어색했다. 그녀가 눈앞에 살아 있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사실 원래도 오필리아와 유대가 강한 편은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황실의 예법에 따라 오필리아가 아닌 유모의 손에서 자랐다. 오필리아과 함께 보낸 시간도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슈아는 망설인 끝에 오필리아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가 이렇게 먼저 스킨십을 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라 오필리아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조슈아가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그런 그의 얼굴을 관찰하던 오필리아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걱정이 있어 보이는구나.”
“아…….”
이상했다. 오필리아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늘 그의 마음을 잘 알아챘다. 남들에겐 한 번도 속내를 들킨 적 없는데.
실제로도 조슈아는 요즘 아드리안 공작의 사고 소식을 들은 뒤로 초조했다.
‘어마마마의 독살을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데.’
그는 그동안 오필리아의 독살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일단 범인이었던 시녀는 다른 핑계로 쫓아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지.’
완전히 배후를 밝혀내지 않는다면, 독살 시도는 계속될 것이었다. 하다못해 무슨 독을 사용했는지라도 알면 해독제라도 마련할 텐데……!
“조슈아? 괜찮니?”
“아, 그냥 스승님을 생각하니 좀 걱정돼서요. 다니엘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아, 그래. 이번에 아드리안 공작이 사고를 당했다고 했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 그래도 다행이야.”
“네, 정말 다행입니다.”
“그래도 걱정되면 한번 공작저를 방문하면 어떻겠니?”
“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작게 중얼거린 조슈아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어마마마.”
“왜 그러니?”
“오늘 어마마마와 함께 차를 마실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오필리아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러십니까?”
“네게서 그런 소리를 듣다니. 놀라운 일이구나.”
조슈아가 머쓱하다는 듯 헛기침했다. 과거 그는 오필리아에게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기쁘다는 듯이 웃는 그녀를 보니 앞으로 많이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준다면 나야 좋지.”
“오늘은 갑자기 생각난 일이 있어서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그러렴.”
조슈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에 서 있는 시녀들을 날카로운 눈으로 훑었다.
‘저 중에 첩자가 또 있을까?’
조슈아는 오필리아를 죽인 사람이 릴리스 공작이라고 추측했다. 그녀가 죽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레오니 릴리스가 황후에 책봉되고, 루이스가 나타났으니까.
만약 정말로 릴리스 공작이 범인이라면.
‘댈러스 후작도 독살에 대해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로제테 댈러스도 범인을 알고 있었을까?
제기랄, 이럴 줄 알았다면 마지막으로 그녀를 만났을 때 물어보기라도 할걸.
조슈아는 일렬로 선 시녀들을 지나쳐 사파이어궁으로 돌아가며 이를 갈았다.
아드리안 저택에 가서 그 막내 공녀가 로제테 댈러스와 동일인인지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늘었다.
“말을 준비해.”
그가 사파이어 궁으로 돌아오자마자 시종에게 지시했다.
“외출 좀 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