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32)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32화. 돌발 행동(2)(32/214)
32화. 돌발 행동(2)
2023.12.02.
그러나 패닉에 빠지지 않았을 뿐, 그녀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몸도 의지와는 다르게 덜덜 떨렸다.
“로즈?”
로제테는 태연한 척 물었다.
“황자님은 왜요?”
그러나 목소리의 떨림은 숨길 수 없었다.
“아무래도 너도 황자 전하께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지.”
로제테는 몸을 움츠렸다.
‘내가 그 사람을 만나?’
아드리안 공작저에 온 뒤, 로제테는 언젠가 조슈아를 만날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사교 생활을 전혀 안 하던 ‘로제테 댈러스’ 시절에도 그를 본 적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빨리, 그것도 갑자기 만날 거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로제테가 시간을 돌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오직 그녀밖에 없었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도 그녀뿐이었다.
그녀가 아드리안 공작을 죽인 것도, 조슈아의 서러운 눈물을 본 것도 없던 일이 되었다.
당연히 조슈아 에른하르트도 과거를 기억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무서웠다. 꼭 조슈아를 만나자마자 그가 달려들며 목을 조를 것만 같았다. 아드리안 공작이나 다니엘을 다시 만났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저…….”
황자님을 안 보면 안 될까요? 저 좀 무서워요. 제발요, 아빠.
그렇게 애원하고 싶었지만 차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몸만 덜덜 떨고 있는데, 아드리안 공작이 이해한다는 듯 등을 토닥였다.
“그래, 아직 황자 전하를 뵙기엔 준비가 되지 않았지. 로즈, 너는 그냥 방에 있거라. 이 아빠가 전하께 잘 말씀 드리겠다.”
“……그래도 돼요?”
“그럼.”
아드리안 공작이 로제테의 뺨에 살짝 뽀뽀해 준 뒤 그녀를 바닥에 내려 주었다. 그러고는 조앤에게 지시했다.
“다른 애들은 황자 전하와 티타임을 가질 예정이다. 로즈에게도 다과를 차려 주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아빠는 가 보겠다.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르렴.”
“네, 아빠.”
로제테는 방문이 닫힐 때까지 공작의 등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이윽고 방문이 닫혔을 때, 더 이상 서 있지 못하고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 * *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이자벨과 루카스가 동시에 말하며 황족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소파에 삐딱하게 앉아 두 사람을 쳐다보던 조슈아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왜 둘이지?”
“네?”
이자벨이 허리를 펴며 반문했다.
“이제 공작가의 자제는 넷 아니던가.”
루카스가 반색했다.
“아! 꼬맹이 말씀하시는 건가요?”
“루카스, 목소리 좀 낮춰.”
작게 핀잔을 준 이자벨이 다시 물었다.
“로즈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로즈, 그런 이름이었지.”
“그건 제가 대신 설명하겠습니다, 전하.”
아드리안 공작이 일어났다.
“로즈, 그 아이는 아직 예법 수업을 듣지 않았습니다. 황족의 대한 예법을 배우지 못해 전하를 알현하기 힘든 상태입니다.”
“예법을 갖추지 않아도 괜찮은데 말이죠.”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고, 그 아이가 저택 사람들 말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지가 않았습니다. 마음의 준비 말입니다.”
“그게 마음의 준비까지 필요한 일인가요?”
공작이 살짝 미소 지었다.
“누군가에겐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흠, 용기라.”
“게다가 꼬맹이는 저희를 처음 만났을 때도 엄청 긴장했어요!”
루카스가 끼어들었다.
“루카스, 황자 전하 앞에서 예의를 갖춰야지.”
이자벨이 나무랐지만, 조슈아는 딱히 언짢은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흥미로운 듯 루카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래? 어땠지?”
루카스가 공작의 눈치를 보았다. 아드리안 공작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조슈아 앞으로 다가갔다.
“꼬맹이, 그러니까 로즈는 부끄러움이 많아요.”
“흠?”
“그러니까 전하께서 조금만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조슈아가 피식 웃었다.
“다니엘뿐만 아니라 다들 그 아이를 아끼나 보군. 무슨 매력이 있을지 궁금하지만, 스승님께서도, 루카스도 저리 말하니 다음 기회를 노리지.”
그 후 응접실에서는 로제테 대신 다른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러나 조슈아의 온 신경은 이 저택 어딘가 있을 로제테 아드리안에게로 향해 있었다.
‘대체 어떻게 두 달 만에 아드리안가의 사람들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하군.’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로제테 아드리안이 아드리안가에 앙심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거였다.
‘다른 사람인가, 아니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발톱을 숨기고 있는 건가.
조슈아는 입술을 비틀었다.
그건 차차 알아갈 일이었다.
* * *
“정말 괜찮은 거 맞을까?”
아드리안 공작이 떠나간 뒤에도 로제테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나 때문에 아빠가 곤란해지신 거라면…….”
“괜찮을 거예요, 아가씨.”
조앤이 로제테에게 나들이 드레스를 입혀 주는 대신 우유 푸딩을 가져왔다. 그녀가 아이의 양손에 푸딩 접시와 디저트 스푼을 쥐여 주며 웃었다.
“주인님께선 황자 전하의 스승님이니까요. 전하께서도 주인님을 무척 따르시고요. 주인님께서 양해를 구하신다면 전하께서도 이해해 주실 거예요.”
정말 괜찮은 거 맞을까? 우유 푸딩을 오물거리면서도 안심할 수 없었던 로제테는 조앤이 잠시 방을 나간 틈을 타서 삐삐를 소환했다.
[삣!]삐삐가 반갑게 로제테의 뺨에 얼굴을 비볐다. 까르르 웃은 로제테가 삐삐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쥐고 부탁했다.
“삐삐, 나가서 루카스 오빠가 있는 방을 찾아.”
[삣?]“그 방에서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듣고 와.”
[삣! 삐잇!]그걸 어떻게 다 듣고 와! 로제테, 바보!
삐삐가 불만스럽게 온몸의 털을 잔뜩 부풀렸다. 로제테가 아차 싶어서 덧붙였다.
“다 듣고 오라는 소리가 아니라, 그냥 내 얘기를 하는지 듣고 와.”
[삑!]그런 거라면 할 수 있지. 나만 믿어!
호언장담한 삐삐가 열린 창문 밖으로 포르르 날아갔다.
로제테는 멀어지는 삐삐의 꽁지깃에 대고 재빨리 소리쳤다.
“아무에게도 들키면 안 돼! 절대로! 알겠지?”
[삐잇!]로제테는 삐삐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다시 우유 푸딩을 먹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달콤함이 아쉬워 접시를 박박 긁어먹기까지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삣!]염탐을 마친 삐삐가 돌아왔다. 로제테가 손가락을 내밀자, 삐삐가 날개를 세차게 파닥이며 검지 위에 안착했다.
“그래, 삐삐. 들키지 않게 잘 다녀왔지?”
[삑!]“다들 뭘 하고 있어?”
[삐이잇!]“그래, 그랬구나.”
삐삐에게서 ‘다들 과자를 먹으면서 놀고 있어! 널 찾는 것 같지는 않던데!’라는 대답을 들은 뒤에야 로제테는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다행이다.”
[삐삐삣!]삐삐가 안도하는 로제테의 손등을 부리로 콕콕 찍었다. 로제테는 조앤이 갖다 준 비스킷을 부숴 테이블에 뿌렸다.
로제테는 삐삐가 열심히 비스킷 가루를 쪼아 먹는 것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렇게 로제테는 조슈아가 자기를 만나러 왔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채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 * *
아드리안 저택에 온 지도 어느덧 석 달이 지났다.
로제테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공녀님. 저는 제인 노이어라고 합니다.”
로제테의 전반적인 교육을 담당하게 된 노이어 백작 부인은 갈색 머리에 초록색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거기에.
‘제인?’
그리운 이름에 로제테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노이어 부인이 웃으며 물었다.
“왜 그러시나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언니 이름도 제인이에요.”
“어머, 그렇군요. 참 반가운 인연이네요. 그럼 제가 공녀님과 친해진 두 번째 제인이 될 수 있을까요?”
노이어 부인의 살가운 태도에 로제테가 살짝 얼굴을 붉혔다.
“네.”
사실 로제테는 노이어 부인을 만나기 전까지 잔뜩 긴장했다. 과거, 댈러스 후작가에서 그녀를 가르쳤던 선생은 엄격했고 무엇보다 그녀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댈러스 후작님의 지시라지만, 이런 아이를 가르치다니. 하,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아직도 그 서슬 퍼런 눈이 눈앞에 선했다. 그래서 노이어 부인도 자신을 싫어하는 건 아닐까, 엄청 걱정했다.
그녀의 가르침을 받았다던 루카스가 ‘노이어 부인은 참 좋은 분이야!’라고 말해도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직접 만나 보니 노이어 부인은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방심해서는 안 돼. 내가 잘하지 못하면 엄청 화를 낼지도 몰라.’
로제테는 긴장을 풀지 않고 책상에 앉았다.
“자, 오늘은 알파벳을 배울 거예요.”
“네, 노이어 부인.”
노이어 부인은 로제테의 옆에서 알파벳을 순서대로 천천히 써 주었다. 로제테는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그 밑에 알파벳을 따라 썼다.
이 몸으로 글자 쓰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글씨가 예상보다 삐뚤빼뚤했다.
‘잘해야 하는데…….’
당황해하고 있는데 노이어 부인이 빙긋 웃었다.
“엄청 잘 쓰셨네요.”
“정말요?”
“네. 원래 처음에는 알파벳을 따라 쓰는 것도 힘든데, 잘하고 계세요.”
로제테가 책상 밑에서 발을 동동거렸다. 기분 좋다는 표시였다.
‘더 잘해서 칭찬받고 싶어.’
과거, 로제테가 댈러스 저택으로 갔을 때 가장 먼저 마법 수업의 기초가 되는 글자를 배웠다.
댈러스 후작의 서슬 퍼런 기세에 단 하루 만에 알파벳을 달달 외워야 했다. 댈러스 후작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는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었다.
알파벳을 다 외운 뒤에도 안심할 수 없었다. 그 뒤로 댈러스 후작은 직접 매일 로제테에게 책을 읽도록 시켰는데, 로제테가 단어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자로 손등을 때리고는 했다.
댈러스 후작가에서 지내는 초기엔 로제테의 손등은 늘 퉁퉁 부어 있었다. 로제테는 맞지 않기 위해 밤마다 사전을 붙들고 필사적으로 공부했다.
아무튼 그 살벌한 특훈 덕분에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글자를 읽히고 어려운 책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댈러스 후작은 자신이 지시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예습해 온 로제테를 보며 칭찬 비슷한 말을 해 주었다.
-너도 쓸모가 있긴 하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만 하면 된다. 내가 널 데려온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야.
칭찬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었지만 로제테는 그 말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좀 더 열심히 했다.
‘얼른 수업을 따라가면 아빠가 칭찬해 줄까?’
로제테는 그 생각으로 대충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오늘은 적당히 모른 척하고 이틀 뒤에 다 외운 척하면 될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로제테는 그게 오판이었다는 사실을 이틀 뒤에 깨달았다.
“다 외우셨다고요?”
세 번째 수업 날, 로제테의 선생인 노이어 부인은 당황해서 되물었다.
조금 전 그녀가 공부방에 들어서자마자 로제테가 한쪽 손을 번쩍 들며 ‘저 알파벳을 다 외웠어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네!”
“하지만 어떻게 이틀 만에…….”
그녀는 아드리안 삼 남매를 직접 가르쳤다. 로제테보다 어린 나이에 글자를 배우긴 했으나, 세 아이가 알파벳을 완전히 숙지할 때까지는 일주일 넘게 걸렸다.
특히 루카스는 공부가 하기 싫다며 수업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빠진 탓에 습득 속도가 더 느렸다.
그런데 고작 이틀 만에?
‘과장해서 말씀하셨구나.’
아마도 로제테는 칭찬받기 위해 부풀려서 말한 모양이었다. 그 나이 대 아이다웠다.
노이어 부인은 웃으며 칭찬했다.
“잘하셨어요. 그럼 한번 받아쓰기를 해 볼까요?”
그리고 이어진 받아쓰기 수업 시간에 그녀는 진심으로 놀랐다.
‘정말 다 외우셨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