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36)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36화. 가족의 의미(4)(36/214)
36화. 가족의 의미(4)
2023.12.06.
그사이 마차가 멈춰 섰다. 다니엘이 가장 먼저 내려 세 동생이 내리는 것을 도와 주었다.
마지막으로 로제테가 내리는 것을 본 루카스가 방방 뛰었다.
“우리 어디부터 가?”
“일단 식사부터 하자.”
다니엘이 익숙하게 동생들을 데리고 자주 가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그 뒤를 아드리안가의 기사들이 조용히 뒤따랐다.
네 아이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꽂혔다. 백금발의 세 남매가 워낙 유명한 탓에 다들 금방 알아보았다.
“저 아이들은 아드리안 공작가의 자제 아닌가요?”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 분홍 머리 소녀는……?”
“저 아이가 몇 달 전에 아드리안 공작님이 입양했다던 막내 공녀인가 봐요.”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로제테가 목을 움츠렸다. 루카스가 그런 그녀를 보호하듯이 등 뒤로 숨겼다. 다니엘 또한 지배인에게 재빨리 말했다.
“우리끼리만 조용히 식사할 수 있는 자리를 원하는데.”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러 사람의 배려 덕분에 로제테는 편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그 후 네 아이는 쇼핑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매했다. 그때도 사람들의 시선이 꽂혔지만 다니엘이 익숙한 듯 해결해 주었다.
세 시간 정도 지났을 때, 네 아이를 따라 나온 시종들의 양손에는 커다란 봉투가 가득했다. 대부분 로제테의 것이었다.
세 남매가 누가 더 로제테가 좋아하는 것을 사 주는지 대결이라도 하는 것처럼 물건을 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내가 최고지! 내가 나오자고 했잖아!”
마차가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루카스가 으스댔다. 로제테는 그저 실실 웃기만 했다. 루카스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어때, 꼬맹아? 내가 최고지?”
그동안 루카스와 지내면서 로제테는 그의 성격을 대충 파악했다.
스스로 이런 말 하기 부끄럽지만, 줄곧 막내로 지낸 루카스는 새로 생긴 동생을 무척 아꼈다. 더불어 오빠 노릇 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로제테는 기꺼이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 주기로 했다.
“네, 오빠가 최고예요!”
하는 김에 엄지까지 치켜세웠다.
동시에 루카스의 두 귀가 빨개졌다. 그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뭐, 오빠로서 당연한 것을 했을 뿐인걸. 다음에도 또 놀러 가고 싶으면 얘기해. 내가 대신 아버지께 말씀드릴 테니까.”
“네.”
“그럼 이제 돌아가자. 가서 선물들을 풀어 봐야지!”
“네!”
그렇게 로제테가 루카스와 손장난을 하며 거리를 걸어갈 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제법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정말 감사해요!”
어디서 들어 봤더라. 로제테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였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 원하는 대로 드레스를 선물해 주었으니, 앞으로 예법 수업을 더 잘 들어야 한다.”
그다지 낮진 않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 기억하던 것보다 살짝 젊은 목소리였지만,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이 사람은……!’
제일 먼저 몸이 먼저 반응했다. 온몸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등줄기에서 소름이 돋았다.
로제테는 본능적으로 몸을 잔뜩 움츠리며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그곳에는 익숙한 빨간 머리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기사인 아드리안 공작과 달리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댈러스 후작…….’
그리고 댈러스 후작 앞에는 챙이 넓은 분홍색 모자를 쓰고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탐스럽게 곱슬곱슬한 금발. 엘리샤 댈러스였다. 로제테가 늘 부러워했던 아이.
그 순간, 로제테는 조슈아가 아드리안 저택에 왔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큼 동요했다. 아니, 오히려 그때보다 더 긴장했다. 적어도 조슈아하고는 직접 만나지는 않았으니까.
‘싫어…….’
과거로 돌아온 뒤 로제테는 댈러스 후작과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최대한 그를 피해 멀리 도망가고 싶었다.
그러나 우연히 아드리안 공작을 만나 로제테 아드리안이 된 후, 댈러스 후작과의 만남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가족들과 지내면서 과거를 모두 잊은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과거의 기억은 머릿속 깊이 각인되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댈러스 후작을 보자마자 저절로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으니까.
이것도 못 하냐고 윽박지르던 모습, 커다란 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던 모습, 비웃던 모습.
동시에 엘리샤의 얼굴도 떠올랐다.
천박한 냄새가 난다며 코를 틀어막던 것, 로제테에게 일부러 발을 걸어 넘어뜨린 뒤 깔깔 웃던 모습, 네 머리카락은 칙칙하고 이상하다고 이죽이던 모습까지.
그 순간, 댈러스 후작이 그녀 쪽을 바라보았다.
뱀 같은 그의 초록색 눈과 마주친 순간, 로제테는 덜덜 떨며 루카스 뒤에 숨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댈러스 후작이 그녀를 잡아갈 것처럼 느껴졌다.
“야, 꼬맹아! 왜 그래?”
“…….”
로제테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속이 울렁거리며 욕지기가 일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새하얘진 얼굴로 입을 틀어막자, 루카스가 허둥지둥 댔다.
“형! 꼬맹이가 이상해.”
“갑자기 왜……. 로즈?”
“오빠, 얼른 마차로 돌아가자.”
로제테는 세 남매의 부축을 받으며 뛰다시피 걸어갔다. 중간에 댈러스 후작과 엘리샤의 옆을 지나갔다.
소란스러움을 느꼈는지 엘리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로제테는 필사적으로 호기심 어린 그 시선을 외면하고 뛰었다.
간신히 다니엘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 올랐을 때.
“웩.”
로제테는 속을 게워 내기 시작했다. 마차를 더럽힐 수 없다는 생각에 서둘러 입을 막아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야, 야. 막내야.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루카스가 하얘진 얼굴로 로제테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재빨리 마차에 탄 다니엘은 마부에게 얼른 저택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이자벨은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건네주었다.
척 보기에도 값비싸고 보드라워 보이는 손수건이었다. 로제테가 차마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자벨이 강제로 손수건을 쥐여 주었다.
“그냥 써. 빨면 돼.”
“마차가 더러워……. 죄송…….”
“지금 마차가 더러워지는 게 문제야? 이 바보야!”
루카스가 이젠 울먹였다. 로제테는 하는 수 없이 손수건으로 입을 막았다.
마차는 로암 거리로 나갈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저택에 도착했다.
마차가 저택에 다다랐을 때 로제테는 토악질을 멈춘 상태였다. 정확히는 하도 토해서 더 토할 게 남지 않았다.
로제테는 연신 괜찮다고 주장했지만 세 남매는 믿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이 여전히 창백했기 때문이었다.
속도를 줄인 마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루카스가 문을 벌컥 열며 야단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의원을 불러! 꼬맹이가 아파!”
그가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로제테를 업기 위해 끙끙거렸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로제테가 또래보다 몸집이 작다고는 하지만, 루카스와는 고작 두 살 차이였기 때문이다.
낑낑거리는 그를 대신하여 다니엘이 로제테를 업고 방으로 향했다. 로제테가 내려 달라고 바동거렸다.
“정말 괜찮은…….”
“안 괜찮아. 너 얼굴이 완전 하얗거든? 네가 그렇게 발버둥 치면 다니엘 오빠가 더 힘드니까 가만히 있어.”
“누나 말이 맞아. 너 얼굴이 밀가루 반죽 같아.”
로제테는 뭐라고 더 대꾸하는 대신 얌전히 다니엘의 목을 끌어안았다. 방에 도착한 다니엘이 로제테를 침대에 눕히기 무섭게 주치의가 다급하게 달려 들어왔다.
“작은 아가씨께서 편찮으시다고 들었습니다.”
“막내가, 막내가……!”
내내 씩씩하던 루카스가 울먹거렸다.
“막, 막! 토하고!”
이자벨이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쭉 밀었다.
“조용히 해 봐.”
결국 자세한 설명은 다니엘이 했다.
“우리가 신이 나서 이것저것 먹였더니 결국 탈이 난 모양이야. 갑자기 안색이 안 좋아지더니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먹은 것을 모조리 게우고 위액까지 토한 모양이야.”
로제테는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었다. 조금 과식을 하긴 했지만, 세 남매가 준 음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저 댈러스 후작과 엘리샤를 보고 놀랐을 뿐었이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서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일단 제가 한번 봐 보겠습니다.”
주치의가 조심스럽게 로제테의 배를 누르기 시작했다.
“아프십니까?”
로제테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주치의가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며 눌렀다.
“이곳은 어떠십니까? 이곳은요?”
로제테가 계속해서 고개를 젓기만 하자 주치의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군요. 배탈이 나신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꼬맹이가 왜 토한 거야?”
주치의가 조금은 자신 없단 투로 중얼거렸다.
“가끔 안 먹던 음식을 먹으면 위가 놀라서 그럴 수는 있는데, 요즘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잘 드셔서 그럴 일은 드물 것 같고, 그렇다면 아마 심리적인 요인이 큰 것 같습니다.”
“심리적인 요인? 그게 뭐야?”
“혹시 막내 아가씨께서 긴장하거나 놀라시지는 않으셨습니까?”
“그런 일은 없었어! 우리 굉장히 즐거웠거든! 열심히 로암 거리를 돌아다녔단 말이야!”
“흐음. 아가씨, 잠깐만 다시 실례하겠습니다.”
주치의가 이번에는 로제테의 목과 어깨를 매만졌다.
“근육이 긴장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놀라신 것 같은데. 아가씨, 혹시 시내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이번에도 고개를 젓자 루카스가 답답하다는 듯 제 가슴을 퍽퍽 두드렸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다니엘이 웃으며 루카스를 제 뒤로 잡아당겼다.
“일단 원인은 됐고, 이젠 괜찮나?”
“네. 일단 진정되신 것 같으니 더 탈이 나진 않으실 것 같습니다. 장염이나 소화 불량은 아닌 것 같으니 걱정하실 필요도 없고요. 다만 오늘내일은 조금 지켜보도록 하죠.”
“알겠다.”
“혹시 모르니 오늘 저녁엔 가벼운 수프만 드셔야 합니다.”
“그럼 꼬맹이가 배고플 텐데?”
“그래도 아픈 것보다는 낫잖아.”
이자벨이 샐쭉 말하자 루카스가 입술을 삐쭉거렸다.
두 사람을 보며 미소 지은 의원은 필요한 게 있으면 부르라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그런데도 세 남매는 나가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로제테는 자신을 멀뚱멀뚱 내려다보는 세 쌍의 눈동자를 보며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저 이제 괜찮은데.”
다니엘이 식은땀에 살짝 젖은 로제테의 앞머리를 뒤로 넘겨 주었다.
“알아. 그래도 우리가 있고 싶어서 그래. 혹시 부담되니? 나갈까?”
로제테는 이불을 꽉 쥔 채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조금 부담되는 건 사실이었지만, 세 사람이 있는 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