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37)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37화. 폭풍전야(37/214)
37화. 폭풍전야
2023.12.07.
다니엘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아버지께 잘 데리고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면목이 없게 됐네. 미안해, 로즈.”
“아니에요. 다니엘 오빠의 잘못이 아니에요. 전 정말 재밌게 놀았는걸요. 그냥…….”
“그냥?”
“제 몸이 잘못…….”
다니엘이 그대로 손을 내려 그녀의 말랑한 뺨을 꼬집었다. 살짝 감정이 실렸는지 조금 따끔한 느낌이 났다.
“아야.”
“그런 소리 하면 안 돼. 넌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 아이들은 다들 그러면서 크는걸.”
다니엘은 꼭 자기는 아이가 아닌 것처럼 얘기했다.
“너무 많이 돌아다닌 모양이야. 내가 잘 조절했어야 했는데. 힘들면 얘기하지 그랬어, 로즈.”
“힘들지 않았어요. 진짜 재밌게 놀았는걸요.”
“그랬다면 다행이네. 다음엔 내가 잘 살펴보도록 할게.”
“네.”
그렇게 로제테가 세 남매의 걱정을 받으며 쉬고 있을 때였다. 문이 열리더니 아드리안 공작이 다급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로즈, 괜찮니?”
“아빠.”
공작이 커다란 손으로 로제테의 이마와 목을 짚었다.
“살짝 열도 있구나.”
“제 불찰이에요, 아버지.”
“네 잘못이 아니다, 다니엘. 내 잘못이지. 내가 같이 갔어야 했는데 너희만 보내다니.”
로제테가 공작의 옷소매를 조심스럽게 잡아당겼다.
“저는 정말 괜찮아요. 재밌었어요. 그냥 아직 체력 단련을 덜 해서 그런가 봐요.”
“오, 로즈.”
아드리안 공작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으며 걱정 어린 표정을 했다.
“괜찮아. 아이들은 그럴 수 있어. 그러니 앞으로 체력 단련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 없단다.”
“네.”
그가 굳었던 표정을 풀며 미소 지었다.
“그래, 나들이는 잘 다녀왔니?”
“네. 엄청 재밌었어요! 정말이에요.”
“그래?”
“언니, 오빠가 예쁜 선물도 많이, 많이 사 줬어요. 아, 선물도 풀어 봐야 하는데.”
“조금 진정이 되면 다 같이 풀어 보자꾸나.”
“네.”
로제테가 이불을 눈 밑까지 끌어올리며 웃었다.
어느새 댈러스 후작과 엘리샤를 만났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가족이란 참 이상했다.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고, 별달리 하는 것 없이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했다.
이런 게 ‘진짜’ 가족이라는 걸까.
로제테는 네 가족을 둘러보며 눈으로 웃었다. 그러고는 또 한 번 다짐했다.
‘내가 무조건 지켜 줄 거야. 댈러스 후작이 망가뜨리도록 놔두지 않을 거야.’
그녀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눈을 감았다.
소소하면서도 행복한 시간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 * *
“아까 거리에서 봤던 아이들, 아드리안가 사람들 맞죠?”
새로 산 곰 인형을 품에 안은 엘리샤가 중얼거렸다. 생각에 잠겨 있던 댈러스 후작이 고개를 들어 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세 명이 아니라 네 명이었어요. 그 분홍 머리 꼬마애가 막내 공녀일까요?”
“아마도 그런 모양이더군.”
“그…….”
엘리샤가 양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로 말을 골랐다.
“생각보다 별것 없던데요.”
“…….”
“생긴 것도 평범하고 몸도 작고……. 보아하니 소심한 것 같고. 귀족에는 안 어울려요. 아드리안 공작님은 왜 그런 평범한 애를 입양하신 걸까요?”
평범이라. 댈러스 후작은 그 단어에서 피식 웃었다.
“뭐, 이유는 있지 않겠나.”
후작은 그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아이야.’
분홍 머리 공녀의 푸른 눈과 마주한 순간, 댈러스 후작은 퍽 놀랐다.
공녀는 멀리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마법에 재능을 타고났다. 잘만 키우면 제국에서 손꼽히는 마법사가 될 정도였다.
그 정도로 재능이 있다면 기사인 아드리안 공작도 그녀의 재능을 파악했을 것이다. 아마 그래서 데려왔겠지.
‘설마 마차 사고를 막은 것도 그 아이인가?’
댈러스 후작은 꽤 오랫동안 아드리안 공작을 해치기 위해 준비해 왔다. 샤네 자작을 통해 아드리안 공작저에 첩자도 심어 놓았고, 마법 물약도 마련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일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다니엘 아드리안이 마차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가 모든 것을 알아차리기 전에 계획을 앞당겼다.
다행히 아드리안 공작은 별 의심 없이 마법 물약을 뿌린 마차를 타고 외출했고, 실제로도 마차에 불이 붙은 것까지 확인했다.
그런데 죽을 줄 알았던 아드리안 공작이 살아 돌아왔다. 게다가 일을 꾸몄던 샤네 자작까지 잡아들였다.
야심만만하게 꾸몄던 일이 틀어지자 얼마나 화가 났던지. 심지어 댈러스 후작은 릴리스 공작에게 분노 어린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아드리안 공작이 사고에 대해선 말하면서도 그 사고를 해결한 사람에 대해선 함묵했다는 것이었다.
‘불의 마녀가 했다면 감출 이유가 없는데 말이지.’
그래서 이상하다 여기고 있던 차에 작은 아드리안 공녀를 본 것이다.
샤네 자작가 데리고 있던 수하의 말에 따르면 사고에서 살아 돌아온 아드리안 공작이 분홍 머리의 아이를 데리고 왔다고 했다.
스쳐 지나가듯 짧은 만남이었지만, 댈러스 후작은 그 아이가 이번 암살 계획을 해결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대로 계속 아드리안가에 있게 된다면 그 아이는 분명 앞으로의 계획에도 걸림돌이 될 터.
‘기회를 봐서 없애 버려야겠어.’
그렇게 생각한 후작이 엘리샤에게 넌지시 말했다.
“엘리, 그 작은 공녀의 나이가 여덟 살이라고 하더구나. 너와 또래지 않니.”
“그런데요?”
“이자벨 아드리안은 너와 나이 차이가 좀 나서 어울리지 못했는데, 그 작은 공녀와 어울리는 건 어떻겠나?”
엘리샤가 입술을 삐쭉이며 샐쭉 말했다.
“설마 그 천한 것하고 친구가 되라는 건 아니시겠죠?”
“천하긴 하지만 어찌 됐든 아드리안이지. 친구가 되라는 건 아니지만, 조금 가깝게 지내는 건 어떻겠나?”
“으음.”
“그럼 이 아비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엘리샤가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티파티를 열어 초대하는 것도 좋겠지.”
“네, 어머니께 말씀 드려 볼게요.”
“그래, 착하구나.”
만족스럽게 웃은 댈러스 후작이 다리를 꼬았다.
그렇게 로제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댈러스 후작과 다시 엮이기 시작했다.
* * *
요즘 들어 조슈아는 부쩍 초조해졌다. 아드리안 공작가를 다녀온 지 벌써 한 달이나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로제테 아드리안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아드리안 공작저를 쳐들어간 후로 몇 번이나 찾아갔다. 그럴 때마다 아드리안 공작은 아직 로제테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녀를 내보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동안 로제테 아드리안이 딱히 수상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도 조슈아가 심리적으로 쫓기는 듯한 이유가 있었다.
‘아직 독살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어.’
나름대로 조사한다고 했지만 도무지 독살의 방법이나 독의 종류를 찾을 수 없었다.
문제는 오필리아가 죽은 날이 점점 더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신경질적으로 입술을 짓씹던 조슈아는 몰래 사파이어궁을 빠져나왔다.
정공법이 통하지 않으니 이제 편법을 쓸 때가 왔다.
* * *
어느덧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아드리안가의 정원에도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테라스에 앉아 동화책을 읽던 로제테가 문득 정원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황후님의 독살도 막아야 해.’
로제테는 발을 앞뒤로 흔들며 과거에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로제테가 댈러스 후작에게 입양됐을 즈음, 황후의 장례식이 있었다.
‘그때가 초여름이었지.’
지금은 5월 중순으로 늦봄이었다. 황후의 독살을 막으려면 슬슬 행동으로 나서야 했다.
‘독살에 쓰인 방법은 대충 알아. 그렇지만 어떻게 막지?’
이자벨에게 부탁해서 황후를 만나서 경고라도 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조앤이 물었다.
“아가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으응? 아, 정원 구경하고 있었어. 꽃이 예뻐서.”
“그럼 보시지만 말고 놀러 나가실래요?”
“그래도 돼?”
“당연하죠.”
“하지만 아직 숙제를 다 하지 못했어.”
로제테가 시무룩하게 중얼거리자 조앤이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노이어 부인께서도 아가씨께서 꽃 구경을 했다는 것을 아시면 오히려 잘했다고 하실 거예요.”
“정말?”
“그럼요.”
조앤이 로제테의 손에서 조심스럽게 동화책을 빼냈다. 로제테가 잠시 망설이다가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조앤은 아이가 뛰어놀기 쉽도록 치렁치렁한 머리를 하나로 땋아 주었다. 그러고는 편한 옷을 입히고 운동화를 신겨 주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로제테가 총총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갈 때였다.
“어? 꼬맹이 어디 가?”
검술 수업을 마치고 3층으로 올라오던 루카스와 마주쳤다.
“정원에 꽃 구경하러요.”
“나도 같이 가!”
루카스가 로제테의 뒤를 졸졸 따라왔다. 두 아이는 정원에 도착해서 꽃놀이를 했다.
사실 별건 없었다. 로제테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꽃을 구경했고, 루카스는 그런 동생의 옆에 찰싹 붙어 있었다. 자신이 아는 꽃 이름을 읊어 주면서.
“근데 꼬맹아, 삐삐도 부르면 어때?”
“삐삐요?”
“응! 삐삐도 꽃 좋아하던데.”
그러고 보니 삐삐는 혼자 밖을 돌아다니다가 로제테에게 예쁜 들꽃을 물어다 주고는 했었다.
로제테가 곧 마나를 모아 삐삐를 소환했다. 허공에 뿅! 하고 삐삐가 나타났다.
[삣!]“그래, 삐삐야! 내가 너 부르라고 했어!”
[삐잇!]삐삐가 루카스의 머리 위에서 쫑쫑 뛰었다. 루카스는 삐삐가 고맙다고 인사하는 것인지, 자신을 그냥 괴롭히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아무튼 두 아이와 새 한 마리는 다시 정원을 헤집고 다녔다.
“어, 토끼풀이다!”
그때 로제테가 정원 한구석에 피어 있는 흰 토끼풀을 발견하고는 반색했다. 그녀가 토끼풀 앞에 쪼그려 앉자 루카스가 따라서 옆에 앉았다.
“토끼풀? 그게 뭐야? 나 이거 처음 봐. 토끼가 먹는 풀이야?”
“토끼가 먹는지는 모르겠어요. 먹지 않을까요?”
로제테가 자신 없는 투로 얘기했다.
“그런데 이거 꺾어도 돼요?”
“그걸 왜 물어봐. 괜찮아, 꺾어.”
“그래도 정원사 아저씨가 예쁘게 가꾼 건데.”
“이건 딱히 가꾼 것 같지도 않은걸. 괜찮아. 뭐라고 하면 내가 그랬다고 해.”
그래도 로제테가 망설이자 루카스가 직접 토끼풀을 몇 개 꺾어 로제테의 손에 쥐여 주었다. 삐삐에게도 한 송이 물려 주었다.
“그런데 이게 갖고 싶어? 다른 예쁜 꽃도 많은데.”
“그게 아니라 꽃반지를 만들려고요.”
“반지?”
“네. 제인 언니가 만드는 법을 알려 주었어요.”
로제테는 능숙하게 꽃반지를 만들어 루카스의 오른손 약지에 끼워 주었다. 루카스가 오른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리며 감탄했다.
“우와! 우리 꼬맹이, 이런 것도 만들 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