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38)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38화. 조우(1)(38/214)
38화. 조우(1)
2023.12.08.
로제테가 부끄럽다는 듯 웅얼거렸다.
“별것 아니에요. 진짜 쉬워요.”
“다니엘 형이랑 이자벨 누나 것도 만들어 주자! 아버지 것도!”
“네!”
두 아이가 합심해서 꽃반지 만들기에 집중했다. 만든 반지는 삐삐에게 부탁해서 저택에 있는 가족들에게 바로 전달했다.
아드리안 공작은 답례로 ‘원하는 선물이 있으면 말하거라’라고 적힌 쪽지를, 다니엘은 사탕을 삐삐에게 물려 보냈다.
“자, 마지막으로 이자벨 누나 거! 이번에도 잘 부탁해!”
[삐!]삐삐가 저택 어딘가에 있을 이자벨을 향해 힘차게 날아갔다.
“자, 이제 뭐 하지?”
“글쎄요.”
두 아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였다. 누군가가 그들의 뒤로 다가왔다.
갑자기 드리운 그림자에 루카스가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깜짝 놀랐다.
“화, 황자 전하?”
로제테는 그보다 더 놀랐다. 황급하게 뒤를 돌아보는 그녀의 두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져 있었다.
로제테는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조슈아 에른하르트를 관찰했다.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앳된 모습이었으나, 과거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결 좋은 은발은 햇빛에 반짝였고, 황족의 상징인 금안은 영롱하게 빛났다. 그러나 무표정한 표정은 열두 살 아이의 것답지 않게 근엄했다.
“전하, 오신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루카스가 허둥지둥 대다가 얼른 조슈아의 앞에 허리를 숙여 예를 갖췄다. 그런데도 조슈아의 날카로운 시선은 그가 아니라 줄곧 로제테를 향해 있었다.
마치 초식 동물을 잡아먹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듯한 포식자의 눈이었다. 로제테는 바짝 긴장하며 뒤로 물러섰다.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자 쥐고 있던 흰 토끼풀꽃이 구겨졌다.
“야, 꼬맹아. 뭐 해? 너도 얼른…….”
루카스가 멍하니 서 있는 그녀를 향해 속삭였다. 그런데도 로제테는 움직일 수 없었다.
황족에 대한 예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서늘한 조슈아의 눈빛이 과거 그녀를 비난하던 것과 같았기 때문에.
“저는…….”
마음 같아서는 조슈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빌고 싶었다. 아드리안가에 입양돼서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한다고, 그러니 과거는 용서해 달라고.
하지만 조슈아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렇게 빌어 봤자 아무 의미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로제테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였다.
“루카스, 가서 다니엘을 불러와 주겠어?”
조슈아가 조용히 읊조렸다. 말투는 분명 부탁이었지만, 명령조처럼 들렸다.
루카스가 로제테를 흘끔거렸다가 조슈아의 재촉에 저택으로 사라졌다.
“저도……!”
로제테가 루카스의 뒤를 따라가려는데, 조슈아가 먼저 말했다.
“너는 여기에 있지.”
나는 왜?
로제테가 무심코 조슈아를 올려 보았다가 깜짝 놀라 다시 고개를 숙였다. 조슈아는 어느새 그녀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로제테가 뒤늦게 무릎을 굽히며 인사했다.
“황자님을 뵙습…….”
[삣!]공교롭게도 이 순간 배달을 마친 삐삐가 날아와 로제테의 어깨에 앉았다. 고개를 이리 갸웃, 저리 갸웃거리는 하얀 새를 보는 순간, 조슈아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가 서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 너로군.”
그러고는 날카롭게 물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지?”
로제테는 그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하녀로 착각했나?’라고 생각하며 답했다.
“저는 아드리안가의 일원으로서 여기서 놀고 있던…….”
“그러니까 네가 왜 아드리안가에 있냐는 거다.”
“……네?”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어떻게, 감히.”
분노에 가득 찬 그 말을 듣는 순간, 로제테는 깨달았다.
‘알고 있어.’
이 남자는 과거 그녀가 아드리안가에 한 일을 모두 알고 있다.
아드리안 공작과 다니엘을 죽인 것도, 그로 인해 아드리안 가문을 풍비박산 낸 것도 모두.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잊혀야만 했던 과거를 알고 있다는 게 더 중요했다.
“저는…….”
로제테는 본능적으로 조슈아의 앞에 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예고도 없이 두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러니까,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알 수 없었다.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일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냥 잘못했다고 빌까? 용서해 달라고 할까?
대체 뭐라고 말해야 해?
로제테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소리 없이 울고만 있을 때였다.
“꼬맹아! 무슨 일이야!”
다니엘을 데리고 정원으로 돌아왔던 루카스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소리를 꽥 질렀다. 그는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로제테를 보고 자신이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세 알아차렸다.
‘전하께서 제대로 예를 갖추지 않았다고 화를 낸 모양이야!’
오해해도 단단히 오해한 루카스가 씩씩거리며 로제테의 앞에 양팔을 벌리고 섰다. 사랑하는 동생을 조슈아에게서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로제테가 조슈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울고 있다니!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이 됐다.
조슈아 전하가 로제테를 괴롭힌 것이다! 아마도 제대로 예를 갖추지 않았다고 무릎을 꿇으라고 한 모양이었다.
오해해도 단단히 오해한 루카스가 씩씩거리며 로제테 앞에 섰다. 사랑스러운 동생을 조슈아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양팔을 쫙 벌렸다.
뒤따라온 다니엘이 무슨 일인지 파악하는 동안, 루카스가 조슈아에게 따져 물었다.
“꼬맹이가 황족에 대한 예를 잘 모르는 건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꼬맹이를 무릎까지 꿇게 하는 건 너무하세요, 전하!”
조슈아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다니엘이 뒤늦게 조슈아의 행동에 놀라 그를 말렸다.
“루카스, 전하께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전하, 제가 대신 사과 드리겠습니다. 제 동생들이 아직 어려서…….”
“됐다.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니까 사과할 필요도, 놀랄 필요도 없어.”
“그럼?”
조슈아가 얼른 해명하라는 듯 로제테를 흘끔거렸다. 루카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난 로제테가 눈물을 닦으며 웅얼거렸다.
“그냥 조금…….”
“조금?”
“놀라고 긴장 됐어요. 황자님은 처음 뵙는 거라.”
딱히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아서 대충 둘러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통한 모양이었다.
루카스가 긴장을 풀고 로제테의 젖은 뺨을 닦아 주었다. 손길이 조금 거칠었다.
“그럴 수 있지. 울긴 왜 울어. 나도 황자 전하를 처음 뵐 때 엄청 긴장했어. 그러고 보니 너는 당황하면 울더라. 그렇지?”
“으응.”
“자, 이제 울지 말고 나 따라서 인사해 봐. 이렇게 무릎을 굽히면서 인사하면 돼.”
루카스가 황족에게 하는 인사를 보여 주었다. 다니엘이 속삭였다.
“루카스, 그건 남자가 하는 인사야.”
“앗! 그럼 이자벨 누나를 불러와야……!”
조슈아가 손을 휘저었다.
“됐다. 딱히 인사를 받을 생각도 없고.”
“그럼 들어가서 차나 한잔하시겠습니까?”
“이왕 왔으니 그러도록 하지.”
다니엘이 조슈아를 데리고 정원을 빠져나갔다.
“우리도 가자.”
로제테 또한 제 팔을 이끄는 루카스를 따라 걸어갔다. 앞쪽에서 다니엘과 조슈아가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그런데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십니까? 이제는 십 분 전에 시종을 보내는 것도 깜빡하셨습니까?”
“그냥 나들이 나왔다가 왔는데…….”
“아버지께서 출타 중이셔서 다행입니다. 아버지께서 전하께서 몰래 오셨다는 것을 직접 보셨다면, 아무리 전하라도 혼이 나셨을 겁니다.”
“그것도 나름 좋은 경험일 것 같은데.”
“전하.”
“그렇게 정색할 거 없어. 그냥 막내 공녀를 보러 왔을 뿐이니까.”
다니엘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귀하신 분께서 이렇게 호위도 몇 없이 나오시면 안 됩니다. 만에 하나 위험에 빠지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 그럽니까?”
“그렇게 말하니 꼭 스승님 같네.”
“아버지께서 하셨을 말씀을 대신 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로즈는…….”
다니엘이 잠깐 로제테를 뒤돌아보았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많이 놀란 것 같으니 방으로 가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해. 이미 목적은 달성했으니까.”
“목적이요?”
“그런 게 있어.”
“어차피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으시겠죠.”
다시 한번 한숨을 쉰 다니엘이 루카스에게 눈짓했다.
“너는 로즈를 데리고 방으로 가.”
“응, 알겠어.”
“사고 치지 말고.”
“내가 뭐, 사고만 치고 다니는 줄 알아?”
루카스가 투덜거리며 로제테의 손을 잡았다.
“가자, 막내야.”
“으응.”
로제테는 루카스와 함께 조슈아의 곁을 지나쳐서 먼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조슈아의 시선은 그녀에게 줄곧 향해 있었다.
* * *
“꼬맹아, 괜찮아?”
루카스가 로테제의 얼굴을 코앞에서 관찰했다. 로제테가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쭉 밀었다.
“괜찮……아요.”
“황자 전하를 뵙는 게 뭐 그렇게 무서운 일이라고 울고 그래. 앞으론 울지 마. 알겠지?”
“……네에. 그런데 오빠. 저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방에 가도 돼요?”
“으응? 혼자 있어도 괜찮겠어?”
“네에.”
로제테는 루카스를 떼어 놓고 방으로 향했다. 밖에서 루카스가 “누나! 꼬맹이가 울었어!”라고 쩌렁쩌렁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조앤의 시중까지 물리고 소파 위에서 몸을 옹송그렸다. 그러나 미처 생각에 빠지기도 전, 아드리안 공작이 찾아왔다.
“로즈, 루카스에게 이야기 들었다.”
그가 빠르게 다가와 로제테를 꽉 껴안아 주었다.
“많이 놀랐나 보구나.”
“괜찮아요.”
“전하께는 내가 잘 말할 테니, 아무런 걱정하지 말거라.”
“네.”
아드리안 공작이 안쓰럽다는 얼굴로 로제테의 빨개진 눈가를 매만졌다.
“그럼 쉬거라. 아빠는 전하께 가 봐야 한단다.”
“저는 괜찮으니 가 보셔도 돼요.”
“그래.”
그가 나간 뒤 로제테는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기억하는 걸까? 내 마법이 잘못되었던 걸까?’
그럴 일은 없었다. 그녀는 완벽하게 시간을 되돌렸고, 아직까지 그로 인한 패널티는 없었다. 앞으로 생길지는 모르지만.
그렇다면 조슈아에게 무언가가 있었을 터였다.
그러나 방법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조슈아가 그녀가 했던 일을 모두 기억한다는 것이었다.
‘일부러 나를 보러 왔던 거겠지?’
과거를 기억하는 조슈아는 아마 아드리안 공작이 과거와 달리 아이를 하나 입양한다고 했을 때 의아했을 테다.
또 그 아이가 ‘로제테’라는 이름을 가진 분홍 머리 소녀라는 것을 알게 되고 로제테 댈러스가 아닐까 의심했을 것이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그동안 계속 아드리안 공작저에 온 걸 테고.
‘대체 앞으로 내게 뭘 하려는 걸까.’
로제테는 조슈아가 앞으로 무슨 반응을 보일지 몰라 더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