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oungest daughter of the great wizard of the famous swordsmanship RAW novel - Chapter (39)
검술 명가의 대마법사 막내딸 39화. 조우(2)(39/214)
39화. 조우(2)
2023.12.09.
일단 그가 자신을 끔찍하게 여긴다는 것은 알겠다.
그럼 가족들에게 모든 것을 말할까? 아님 나를 쫓아낼까?
어떤 가정을 하든 끔찍했다. 이제 겨우 행복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과거에 발목이 잡힐 줄이야.
눈물이 났다. 처음엔 아드리안 공작을 따라오기 싫었지만, 이젠 가족이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 없었다.
애초에 가진 게 없었다면 모를까, 가졌다가 뺏긴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펐다.
‘어쩌면 좋아.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로제테는 계속해서 두려움에 떨며 하루 종일 방에 처박혔다. 침대 위에서 이불로 몸을 칭칭 감싸고 덜덜 떨었다.
저녁도 먹지 않겠다고 하자 다들 그녀를 걱정했다.
“아가씨, 그래도 저녁은 드셔야죠.”
조앤이 따끈한 식사가 담긴 트레이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로제테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두고 나갈 테니까 생각이 바뀌시면 좀 드세요.”
“으응.”
조앤이 나간 뒤엔 루카스가 찾아왔다.
“꼬맹아! 어디 아파?”
그는 요란스럽게 등장하더니 곧바로 침대로 다가왔다. 로제테는 이번에도 이불 속에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픈 건 아니야? 그런데 왜 이러고 있어? 잠깐만 나와 봐.”
도리도리.
이번에도 로제테가 고개를 젓자 루카스가 로제테의 이불을 들춰 보려고 했다. 그러나 로제테가 이불을 꽉 쥐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대신 그가 이불 속으로 꼬물꼬물 기어들어 왔다.
로제테가 갑자기 코앞에 나타난 루카스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왜, 왜…….”
“걱정되잖아, 꼬맹아. 매일 포동포동해지겠다며 열심히 밥을 먹던 애가 갑자기 저녁을 안 먹으면 내가 걱정하겠어, 안 하겠어?”
“……해요.”
“아픈 것도 아니라면서 왜 안 먹는 건데?”
“그냥 배가 안 고파서…….”
“배가 왜 안 고파? 너 오늘 간식도 안 먹었잖아!”
“그냥 입맛이 없어서…….”
“그럼 네가 좋아하는 달걀 샌드위치 만들어 달라고 할까?”
감자와 달걀을 으깨어 마요네즈를 섞어 만든 샐러드를 넣은 샌드위치는 로제테가 잘 먹는 간식이었다.
로제테와 루카스가 식사 시간 전 배가 고프다며 주방에 몰래 숨어들 때마다 주방장이 존이 만들어 주었었다.
로제테는 살짝 군침이 돌았지만 이번에도 거절했다.
“괜찮아요.”
회심의 음식까지 거절당하자 루카스는 뛸 듯이 놀랐다.
“왜 안 먹어? 왜? 너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냐? 의원을 부를까?”
그가 로제테의 이마를 짚어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열은 없는데.”
로제테가 힘없이 그의 손을 떼어 냈다.
“진짜로 배가 안 고파서 그래요.”
“흐음.”
옆으로 누워서 로제테를 보던 루카스가 발라당 누웠다.
“그럼 나도 안 먹을래.”
“네에?”
“꼬맹이가 안 오니까 나도 입맛이 없어졌어.”
“하지만…….”
“뭐, 한 끼 정도는 굶어도 되겠지.”
루카스가 배를 통통 두드렸다.
그는 정말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 그냥 ‘꼬맹이가 굶으니 나도 같이 굶어야지’ 정도 생각하고 있었다.
로제테는 그것을 알면서도 안절부절못했다.
결국 그녀가 이불 밖으로 빼꼼 나왔다.
“조앤이 식사를 갖다 줬는데, 같이 먹어요.”
“그래? 정말 먹을 거야?”
“네.”
그렇게 두 아이는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식사를 했다.
도중에 식사가 식었나 확인하러 온 조앤이 그것을 발견하고는 루카스 몫의 식사를 더 가져다주었다.
식사를 마친 뒤에 로제테는 루카스와 카드 게임을 하며 놀았다. 그녀가 걱정된 다른 가족들도 방에 들렀다가 두 아이의 재촉에 합류했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로제테는 조금이나마 불안감을 떨쳐 낼 수 있었다.
“자, 좋은 꿈 꾸세요.”
“응. 조앤도 잘 자.”
그러나 모두가 떠나가고 혼자가 되었을 때, 로제테는 다시 이불 속에 들어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제발 아드리안 가문에서 쫓아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로제테의 불안감을 느꼈는지, 삐삐도 그녀의 옆에서 ‘삐이, 삐이…….’ 하고 서럽게 속삭였다.
로제테는 한참이나 훌쩍이다가, 제 뺨에 얼굴을 문지르는 삐삐의 몸짓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 * *
선잠을 자던 로제테가 잠에서 깬 것은 요란스러운 삐삐 때문이었다.
[삐잇! 삣! 삣!]로제테의 베개 옆에서 자던 삐삐가 필사적으로 날갯짓을 하며 분홍색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따끔한 느낌에 눈을 뜬 로제테가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삐삐를 잡았다.
“삐삐, 한밤중에 울면 안 돼. 다들 자잖아.”
로제테, 저길 봐! 침입자가 있어!
“침입자?”
무심코 삐삐가 부리로 가리킨 방향을 보았던 로제테는 흠칫 굳고 말았다.
달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은 어두운 방 안에서 이질적으로 빛나는 한 쌍의 눈이 있었다.
“……!”
저건 포식자의 눈이다.
로제테는 본능적으로 삐삐를 품에 안으며 경계했다. 삐삐는 몸을 파르르 떨며 로제테의 잠옷 옷소매에 몸을 숨겼다.
자세히 보니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짐승은 은색 털을 가진 늑대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몸집이 로제테만 했다.
‘겁먹지 마, 로제테. 잘 생각해.’
진짜 늑대가 삼엄한 경비를 뚫고 저택 안에 침입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3층 아니던가. 물리적으로 ‘평범한’ 늑대가 튀어 오를 만한 높이는 아니었다.
‘그렇다는 것은…….’
로제테는 주위의 마나에 집중했다. 그러자 은빛 늑대에게서 폴폴 새어 나오는 이질적인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셀린느의 패밀리어는 까만 고양이였다. 몇 번 본 적도 있으니 셀린느의 패밀리어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이 저택에서 로제테와 셀린느 외에 패밀리어를 소환할 만한 마법사는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외부에서 들어왔다는 건데.
로제테가 왠지 모르게 익숙한 은색 털을 보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혹시 황자님께서 보냈니?”
패밀리어와 소환자의 외모가 꼭 같으라는 법은 없지만, 늑대의 은색 털이 조슈아의 은색 머리와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늑대의 목에 걸린 목걸이가 빛나더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정도 머리는 있는 모양이군.>
역시나 조슈아의 목소리였다. 로제테가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 물었다.
“여긴 어떻게…….”
<우리에게 아직 해야 할 얘기가 남지 않았나. 그렇다고 내가 직접 그리로 갈 수는 없으니 패밀리어를 대신 보낸 건데.>
원래라면 열두 살인 조슈아가 패밀리어를 소환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 늑대가 소환됐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건 하나였다.
“역시 기억하시는 건가요?”
모호한 말이었는데도 조슈아는 한 번에 알아듣고 답했다.
<그래. 너 또한 그렇게 묻는 것을 보니 모든 것을 기억하는 모양이야.>
“…….”
<나오도록 해. 일단 얼굴을 보고 대화하도록 하지.>
“하지만 어떻게?”
<이동 마법도 모르나?>
눈앞에 있는 것은 늑대였는데, 꼭 조슈아가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쓰는 법은 알아요. 하지만 아직 마나 코어가 작아서 무리예요. 쓸 수는 있지만 아마 며칠 앓을 거예요.”
<스승님께서 알아챌 수 있다는 소리군.>
“네.”
잠깐 침묵 끝에 늑대가 말했다.
<내 패밀리어 등에 타.>
“네?”
<내가 두 번 말해야 하나?>
늑대가 침대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얼른 타라는 듯 몸을 숙였다.
로제테는 침을 꿀꺽 삼켰다.
‘평생 피할 수는 없어.’
조슈아가 무슨 말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그를 마주친 이상 언제까지 모른 척하며 도망칠 수는 없었다.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조금이라도 빨리 대화를 하는 게 좋겠지
로제테가 그렇게 생각하며 늑대에게 다가갈 때였다.
[삣! 삐잇!]그때까지도 그녀의 옷소매에 숨어 있던 삐삐가 재빨리 의자로 날아갔다.
그러더니 의자 등받이에 걸려 있던 가운을 열심히 부리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아직 밤공기가 차가우니 겉옷을 입혀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삐삐의 몸은 너무나도 작아서 로제테에게 멋지게 가운을 가져다줄 수는 없었다.
[삐이…….]삐삐가 서럽게 쫑알거렸다. 로제테는 방향을 돌려 직접 가운을 입고 삐삐의 턱을 쓰다듬었다.
“고마워, 삐삐. 네 마음은 잘 알았어. 덕분에 안 추울 것 같아.”
[삣!]빙긋 웃은 로제테가 조심스럽게 늑대의 등에 탔다. 삐삐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에 앉았다.
곧바로 늑대가 춤을 추듯 튀어 올라 창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무려 3층에서.
“……!”
[……!]떨어진다아아!
삐이이이잇!
로제테와 삐삐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로제테가 겁에 질려 늑대의 털을 꽉 움켜쥐었고, 삐삐는 발톱으로 그녀의 옷을 필사적으로 쥐었다.
우려와 달리 늑대는 사뿐히 땅에 안착하더니, 경비를 피해 저택을 빠져나갔다.
로제테는 늑대의 등에 몸을 납작 엎드린 채로 눈을 질끈 감았다. 얼굴과 몸에 스치는 칼날 같은 바람으로 늑대가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코끝에 청량한 향이 스쳤다. 때마침 늑대도 속도를 줄였다.
로제테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늑대가 그녀와 삐삐를 데리고 온 곳은 이름 모를 숲이었다.
안 그래도 어두운데 사방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나무로 막혀 있어서 달빛조차 스며들지 않았다.
완전히 속도를 줄인 늑대가 내리라는 듯 다시 머리를 숙였다.
조심스럽게 바닥에 발을 디딘 로제테가 잠시 망설이다가 늑대의 머리를 토닥였다.
“나 업고 오느라 고생했어.”
[…….]이제는 조슈아와의 교신이 끊긴 모양인지 늑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로제테는 잠시 늑대의 울음소리는 어떤가, 하고 상상해 보다가 뒤늦게 물었다.
“그런데 황자님은 어디 있지?”
늑대가 코끝으로 숲 안쪽을 가리켰다.
“너는 여기서 기다리는 거야?”
늑대가 이번에는 반대쪽을 가리켰다. 방해꾼이 오지 않는지 망을 보겠다는 뜻 같았다.
“그렇구나.”
대답을 들은 뒤에도 로제테가 머뭇거리자 늑대가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겼다.
“알겠어, 알겠어. 얼른 갈게.”
로제테는 마른침을 한번 꾹 삼키고, 심호흡도 몇 번 한 뒤에야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삐삐도 그녀의 머리 위에 앉아 따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터가 보였다. 그 주위에는 은색 달빛이 내려앉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 조슈아가 서 있었다.
후드를 쓰고 있어서 정확히 얼굴이나 머리 색은 보이지 않았지만 키가 성인치고는 작아서 조슈아라는 것을 알았다.
“왔군.”
로제테를 발견한 그가 후드를 벗었다. 그의 은색 머리카락은 햇빛 아래서 볼 때보다 달빛 아래서 볼 때가 더 아름다웠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로제테는 두 주먹을 꽉 쥐고 그에게 다가갔다. 사실 심장이 세차게 뛰고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간신히 참았다.
‘내가 울면 황자 전하가 더 싫어할 거야.’
눈물은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할 터였다.
애써 의연하게 걸어간 로제테가 이자벨이 조슈아에게 했던 인사를 떠올리며 한쪽 무릎을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조슈아가 손을 저었다.
“인사는 됐어. 너에게 인사를 받고 싶지도 않고.”
“…….”
“사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네 목을 쥐고 비틀고 싶지만…….”
조슈아의 눈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조금 전 보았던 늑대의 것과 비슷했다.